12. <第十二篇 省心篇下> 성심편 하
마음 돌아보기 둘.
一. 眞宗皇帝御製曰,
知危識險,終無羅網之門,擧善薦賢,自有安身之路,
施恩布德,乃世代之榮昌,懷妬報寃,與子孫之爲患,
損人利己,終無顯達雲仍,損衆成家,豈有長久富貴,
改名異體,皆因巧語而生,禍起傷身,皆是不仁之召
진종황제 어제(御製)에 이르기를, 위험을 깨닫고 알면 끝내 그물을 벌여 놓은
문이 없을 것이며,선한이와 어진이를 천거(薦擧)하면 자신을 편하게 하는 길을
스스로 갖게 될 것이로다. 은덕을 베풀면 이내 세대(世代)의 영화와 번창이 될
것이로되, 투기를 품거나 원통함을 갚으면 자손에게 근심거리를 주는 것이로다.
남에게 손해를 주고 자기만 이롭게 하면 마침내 현달할 자손이 없을 것이요,
남들에게 손해를 끼치고 집안을 이루면 어찌 장구한 부귀가 있으리오? 이름을
바꾸고 몸을 달리하는 것은 모두가 교묘한 말에 인하여 생긴 것이요, 화가
일어나 몸을 다치게 하는 것은 모두가 다 어질지 못함이 부르는 것이니라.
(字義) ○진종황제는 송(宋)나라 셋째 임금이다. ○御製(어제)는 임금이 지은
글을 뜻한다. 御가 붙어서 복합명사가 될 때는 주로 御는 임금을 가리키는
말이다. 製는 지을 제. 만들 제. ○險은 험할 험 ○知危識險은 知識危險을
술목관계로 재결합시킨 말이다. 擧善薦賢, 施恩布德도 같은 원리이다.
(예)天長地久 = 天地長久. 물론 전자처럼 "술+목+술+목"의 어순이 후자보다는 더
한문다운 표현이라고 본다. ○布는 명사로는 베 포. (예)布衣. 술어로는 베풀
포. 펼 포. (예)公布, 配布. ○終은 부사로 마침내 종. ○羅는 명사로는 그물
라. 술어로는 벌일 라. 여기서는 술어로 쓰였다. ○網은 그물 망. ○薦은 천거할
천. ○懷는 품을 회. ○寃은 원통할 원. ○與는 줄 여. ○"與子孫之爲患"구절을
직역하면 "자손의 근심됨을 주다"이다. 글자수를 맞추려다 보니 글이 어색해진
것 같다. ○顯은 나타낼 현, 드러낼 현. ○雲仍(운잉)은 구름처럼 멀고도 아득한
자손을 뜻하는 말로 한 단어로 쓰인다. 자세히 말하자면, 雲孫은 8대손이고,
仍孫은 7대손이지만 雲仍(운잉)이라고 하면 아주 먼 자손을 뜻하는 관용어이다.
○豈는 어찌 기. ○因은 인할 인. 因+명사(구,절): ~에서 인하다. ~에서
기인하다. ○是는 "~이다(is)"의 뜻이다. ○召는 부를 소. ○"不仁之召"는
직역하면 "불인(不仁)의 부름"이지만 위 문장에서는 之를 우리말로 옮길 때
관형격조사 보다는 주격조사로 옮기는 것이 우리말에 자연스럽다. 그렇다고 해서
之가 주격조사로 볼 것 까지는 없는 것 같다. 다시 말하자면 之는 관형격 조사로
보는 것이 타당하고, 다만 우리말로 옮길 때 문장에 따라서는 주격 또는 목적격
조사로 옮기는 것이 자연스러울 때가 있을 뿐이다.
二. 神宗皇帝御製,
遠非道之財,戒過度之酒,居必擇隣,交必擇友,嫉妬勿起於心,讒言勿宣於口,
骨肉貧者莫疎,他人富者莫厚,克己以勤儉爲先,愛衆以謙和爲首,
常思已往之非,每念未來之咎,若依朕之斯言,治家國而可久
신종황제 어제에 이르기를, 도(道)가 아닌 재물을 멀리 하고, 도(度)를
지나친 술을 경계하라. 거함에는 반드시 이웃을 가리고, 사귐에는 반드시 벗을
가려야 할 것이다. 질투를 마음에 일으키지 말며, 참언(남을 근거없이 헐뜯는
말)을 입에 뱉지 말 것이다. 골육빈자(가난한 일가)를 소원하게 대하지 말고,
부유한 남을 후하게 대하지도 말 것이다. 극기는 근검으로서 우선으로 삼고,
남을 사랑하는 것은 겸손과 화합으로서 첫째로 삼아야 하느니라. 항상 이미
지나간 날의 그릇됨을 생각하고, 매번 앞날의 허물을 생각할지니라. 만약
짐(朕)의 이 말을 믿고 의지한다면 집안이나 나라를 다스림에 장구(長久)할 수
있느니라.
(字義) ○신종황제는 송(宋)의 여섯번째 임금이다. ○遠은 타동사로 "~을
멀리하다"의 뜻이다. ○擇은 가릴 택. (예)選擇. ○讒은 참소(讒訴)할 참.
(讒訴는 터무니 없는 사실로 남을 헐뜯어 웃사람에게 일러 바치는 일을 뜻한다)
○宣은 베풀 선. ○骨肉은 일가(一家)의 형제친척을 비유한 관용어로서 한
단어로 쓰인다. 骨肉은 곧 血肉과 뜻이 같은 단어이다. ○疎(소)는 "(촘촘하거나
정제되지 않고) 성기다. 거칠다"의 뜻도 있고, "(친함, 인정) ~을 소원하게
하다"의 뜻으로도 쓰인다. ○以A爲B= A로서 B로 삼다. A를 B로 여기다. ○咎는
허물 구. ○依는 의지할 의. ○朕(짐)은 황제의 자칭(自稱)이다.
三. 高宗皇帝御製,
一星之火,能燒萬頃之薪,半句非言,誤損平生之德,
身被一縷,常思織女之勞,日食三,每念農夫之苦
苟貪妬損,終無十載安康,積善存仁,必有榮華後裔
福緣善慶,多因積行而生,入聖超凡,盡是眞實而得
고종황제의 어제에 이르기를, 하나의 별똥별만한 작은 불꽃이라도 능히
수백만 이랑의 땔나무를 태워버릴 수도 있고, 한마디가 채 안되는 반 구절의
짧은 그릇된 말이라도 평생의 덕을 잘못 손상시킬 수 있느니라. 몸에 한
오라기의 실을 입어도 항상 베짜는 여자의 수고를 생각하고, 하루 세끼의 밥을
먹어도 매번 농부의 노고를 생각하라. 진실로 남을 질투하고 손해 끼치기를
탐하면 마침내 십년 동안 편안과 건강함이 없을 것이고, 선행을 쌓고 어진
마음을 지니면 반드시 영화로운 후손이 있을 것이로다. 복된 인연과 좋은 경사는
바른 행실을 쌓는데서 기인하여 생기는 경우가 많으며, 성인의 경지에 들어가고
범상함을 뛰어넘는 것은 모두 진실된 뒤에야 얻어지는 것이니라.
(字義) ○能+술어: ~하기에 충분하다. 능히 ~할 수 있다. ○燒는 사를 소. "~을
불사르다. ~을 태우다"의 뜻이다. ○頃은 백(百)이랑 경. ○薪은 섶 신 ("섭"은
땔나무를 뜻하는 우리말이다). 땔나무 신. ○誤는 잘못할 오. 여기서는 부사로
보는 것이 좋다. (예)誤譯, 誤判, 誤診. ○縷는 실(오라기) 루. ○織은 짤 직.
○勞는 수고로울 로. ○큰글자는 밥 손. 저녁밥 손. ○苟(구)는 가정문을
만든다. "진실로 ~하면.."의 뜻이다. 1)구차할 구. 2)진실로 구. ○載는 실을
재. 여기서는 "해(年) 재"의 뜻이다. (예)千載一遇. ○存은 타동사로 "~을
지니다. ~을 간직하다. ~을두다"의 뜻이다. ○裔는 후손 예 (예)後裔. ○凡은
1)무릇 범. 2)모든 범 3)범상할 범 ○盡은 1)다할 진. 2)모두 진. 다 진.
여기서는 2)의 뜻이다. 盡是~: 모두 ~이다. 是는 "~이다(is)"의 뜻.
四. 王良曰,欲知其君,先視其臣,欲知其人,先視其友,欲知其父,先視其子,
君聖臣忠,父慈子孝
왕량이 말하였다. 그 임금을 알려면 먼저 그의 신하를 보고, 그 사람을
알려면 먼저 그의 친구를 볼 것이며, 그 아비를 알려면 먼저 그의 자식을 보라.
임금이 거룩하면 신하는 충성스러울 것이요, 아비가 자애로우면 아들은
효성스러운 법이니...
(字義) ○왕량은 명(明)나라 사람. ○세 개의 댓구문에서 첫번째 其(지시
형용사)는 영어의 the나 that에 해당하고, 두번째 其(소유격 대명사)는 his에
해당하는 것으로 봄이 문맥상 매끄러울 듯하다.
五. 家語云,水至淸則無魚,人至則無徒
가어에 이르기를, 물이 너무 맑으면 고기가 없고, 사람이 너무 살피면 따르는
무리가 없느니라.
(字義) ○家語는 孔子家語라는 책이름을 가리킨다. 공자의 언행이 기록되어
있지만 위작(僞作)이라는 것이 거의 정설이다. ○至는 술어로는 이를 지.
한정어로는 (명사나 술어를 한정할 때는) "지극한, 지극히"의 뜻이다. (예)至論,
至誠, 至難, 至高至順. ○徒는 1)무리 도. 2)한갓 도.
六 許敬宗曰,春雨如膏,行人惡其泥,秋月揚輝,盜者憎其照鑑
허경종이 말하였다. 봄비는 기름과 같으나(농작물에 내리는 단비와 같다는
뜻) 행인은 그 비의 진창길을 싫어하고, 가을달은 밝은 빛을 날리나 도둑은 그
달의 밝게 비침을 미워하느니라.
(字義) ○허경종은 당(唐)나라 사람. ○膏는 기름 고. ○惡은 미워할 오. ○其는
각각 春雨와 秋月을 받는다. 영어로 말하면 its의 뜻이다. ○泥는 진흙 니. ○
은 진흙 녕. ○揚은 날릴 양.○輝는 빛날 휘. 여기서는 명사로 봤다. ○憎은
미워할 증. ○鑑은 1)거울 감. 2)비칠 감.
七. 景行錄云,大丈夫,見善明故,重名節於泰山,用心剛故,輕死生於鴻毛
경행록에 이르기를, 대장부는 선을 보는 것이 밝은 까닭에 명분과 절개를
태산보다도 중하게 여기고, 마음을 쓰는 것이 강직한 까닭에 사생(死生)을
홍모(鴻毛)보다도 가볍게 여기느니라.
(字義) ○重은 술어로 "~을 중하게 여기다" 자동사로는 1)무겁다. 2)신중하다.
진중하다. 3)중요하다. 등등의 뜻이 있다. ○於는 비교급을 나타낸다(than).
○剛은 굳셀 강. ○輕은 타동사로 "~을 가볍게 여기다"의 뜻. ○鴻은 기러기 홍.
○鴻毛는 기러기의 털이란 뜻으로 가벼움을 비유할 때 쓰는 단어이다.
八. 悶人之凶,樂人之善,濟人之急,救人之危
남의 흉함을 민망히 여기고, 남의 선을 즐거워하며, 남의 급한 것을
구제하고, 남의 위험한 것을 구하라.
(字義) ○悶은 민망할 민. ○濟는 1)건널 제. 2)구제할 제. ○救는 구제할 구.
(예)救濟
九. 經目之事,猶恐未眞,背後之言,豈足深信
눈을 지나는 일, 즉 눈으로 직접 겪은 일이라도 오히려 참되지 아니할까
두려워 하거늘, 등뒤에서하는 말을 어찌 깊이 믿을 수 있으리오?
(字義) ○經은 지날 경. "~을 지나다. ~을 겪다. ~을 경험하다"의 뜻이다.
(예)經驗, 經過. ○猶는 부사로 오히려 유. ○豈는 어찌 기. ○深은 부사로도 잘
쓰인다. 즉, 술어 앞에 와서 甚과 같은 의미로 쓰인다.
十. 不恨自家蒲繩短,只恨他家苦井深
자기 두레박 줄이 짧은 것은 탓하지 않고 남의 쓴 우물이 깊다고
한탄하는구나.
(字義) ○恨(한)은 술어로 "~을 한탄하다. ~을 한하다"의 뜻이다. ○自家와
他家는 글자 그대로 꼭 자기 집과 남의 집을 가리키는 것만은 아니다.
(예)自家建設, 自家用, 自家保險. ○蒲는 창포 포. ○繩은 노 승. "노"는 실,
삼, 종이 따위로 가늘게 비비거나 꼰 줄을 뜻하는 우리말이다. ○蒲繩은 두레박
줄을 뜻한다. ○苦井은 아주 재미 있는 표현 같다. 마치 이솝 우화의 신
포도(sour grape)이야기에서 여우가 포도를 자기 능력으로 따먹을 수 없자 그
포도가 실 것이라 생각하여 자기위안을 삼듯이, 여기서도 자기 능력이 모자란
것은 모르고 높은 목표를 체념하여, 한탄섞인 투로 위안삼아 뱉는 말이 바로
"苦井"이 아닌가 싶다. 또는 자기의 능력으로 도달하기 힘들고 수고롭다는
뜻에서 "苦井"이라 했을지도 모른다.
十一. 贓濫滿天下,罪拘薄福人
뇌물을 받고 참람(僭濫)하는 일이 천하에 가득할지라도 죄는 박복한 사람만
잡는구나.
(字義) ○贓은 장물 장. 뇌물받을 장. ○濫은 넘칠 람. ○"贓濫"의 뜻을 정확히
제가 모르겠지만 濫을 참람(僭濫: 분에 넘치게 함부로 나서는 일)의 뜻으로
보고, "관리로서 뇌물을 받고, 또 분에 넘치게 함부로 행하는 일이 천하에
가득할지라도~"의 뜻으로 풀어 보았습니다. ○拘는 잡을 구. (예)拘束 ○薄은
엷을 박. (예)薄福.
十二. 天若改常,不風卽雨,人若改常,不病卽死
하늘이 만약 항상된 것을(常道를) 고치면 바람이 불지 않아도 바로 비가
오고, 사람이 만약 항상된 것을(常道를) 고치면 병이 들지 않아도 바로
죽어버리느니라.
(字義) ○常은 부사, 명사, 술어, 그 어느 것으로도 쓰인다. 특히 명사로 쓰이는
常은 좋은 의미로, 일정한 법칙, 지켜야 할 변치 않는 도리, 즉 상도(常道)를
가리킨다. 옥편에 常을 "떳떳할 상"으로 풀어 놓았는데 "떳떳하다"라는 뜻
보다는 "일정하다. 변치 않다"의 의미이다. 庸도 "떳떳할 용"이라 풀었는데
역시, 떳떳하다는 뜻보다는 일정하다는 뜻이다. 천지자연의 순리처럼 영원히
변치 않고 일정한 법칙을 常이라고 할 뿐, 떳떳하다는 뜻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卽(즉)을 則(즉)과 같은 뜻으로 여기는 사람이 많은데 사실 그 쓰임새가 전혀
다른 글자이다. 則은 두 문장을 이어주는 일종의 접속사로서 앞 문장을 가정으로
해석하거나 또는 일의 선후관계를 나타낼 때 쓰이는 글자이고, 卽은 일종의
부사로서(술어 앞에서 한정하거나 또는 단순히 부사로) "곧, 바로, 당장"의
뜻이다. (예)卽死, 卽興, 卽時, 一觸卽發. 옥편에 卽과 則을 모두 "곧 즉"으로
풀어 놓아서 그 쓰임새마저 같은 것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있는데 전혀 다른
글자임에 유의할 것. ○風과 病은 모두 술어로 쓰였다. 不다음에는 술어가 옴을
생각할 것.
十三. 狀元詩云,國正天心順,官淸民自安,妻賢夫過少,子孝父心寬
장원시에 이르기를, 나라가 바르면 천심(天心)도 순응할 것이요, 벼슬아치가
청렴하면 백성은 절로 편안할 것이며, 처가 어질면 지아비의 허물이 적을
것이요, 자식이 효도하면 아버지의 마음은 너그러워지느니라.
(字義) ○이 시는 5언절구(五言節句)이다. 따라서 安과 寬은 운자이고 2.3
2.3으로 끊어 읽는다. 중국에서는 狀元이라고 쓰고 우리나라에서는壯元이라
한다. ○順은 좇을 순. "순응하다. 순종하다"의 뜻이다. ○官은 벼슬 관. ○淸은
맑을 청. 깨끗할 청. 여기서 뜻이 파생되어, "청렴하다"는 뜻도 있다.
○少+명사(구): ~이 적다. 이 글에서는 술어가 모두 구(句)의 말미에
있으므로(順, 安, 寬) 少寡라 하지 않고 주술관계로 대치시켰다. ○寬은
너그러울 관. (예)寬容, 寬大.
十四 子曰,木受繩則直,人受諫則聖
선생님께서 이르시길, 나무가 줄을 받으면 곧아지고, 사람이 간언을 받으면
거룩해지느니라.
(字義) *繩은 노 승. *則은 앞 문장을 가정으로 해석한다. *諫은 간할 간.
十五. 一派靑山景色幽,前人田土後人收,後人收得莫歡喜,更有收人在後頭
한 줄기의 청산에 경색이(경치가) 그윽한데, 앞사람의 전토(田土)를 뒷사람이
거두는구나. 뒷사람들은 거두어 들이는 것을 기뻐하지 말라. 다시 거두어들일
사람이 또 뒤에 있으니...
(字義) ○派는 (물)줄기 파. ○景은 빛 경, 경치 경. ○景色은 경치(景致)와
같은 말로서 한 단어이다. ○幽는 그윽할 유. ○更은 다시 갱. ○頭는 "머리
두"라는 뜻 보다는 별 뜻없이 다른 말과 붙어서 복합어를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예)街頭, 念頭, 先頭, 話頭, 口頭.
十六. 蘇東坡云,無故而得千金,不有大福,必有大禍
소동파가 이르기를, 아무런 까닭없이 천금을 얻는 것은 큰 복이 있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큰 화가 있느니라.
(字義) *故는 여기서는 명사로 까닭 고.
十七. 康節邵先生曰,有人來問卜,如何是禍福,我虧人是禍,人虧我是福
강절 소 선생께서 이르시길, 어느 사람이 점을 물으러 찾아 왔는데, 무엇과
같은 것이 화복(禍福)이 됩니까? 하거늘, 내가 남에게 손해를 끼치면
화(禍)이고, 남이 나에게 손해를 끼치는 것이 복(福)이니라 하였다.
(字義) ○如何는 어찌해야? 무엇과 같아야? 등등의 뜻이다. ○有人에서 有는
"있을 유"의 1차적인 뜻이 아니다. 불특정한 대상을 지목할 때 붙여주는
관용어에 불과한 것이다. 즉 그냥 人이라고 하면 일반적인 사람을 가리키지만
有人함으로써 그중 어떤 이를 특정하게 되는 것이다. 論語첫머리에
"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에서 有朋도 같은 용례이다. 이러한 용법은 현대
중국어에서도 여전히 쓰인다. ○是는 "~이다(is)"의 뜻. ○虧는 이지러질 휴.
사람을 목적어로 받으면 일반적으로 "손해를 끼친다"는 뜻이다.
十八. 大廈千間,夜臥八尺,良田萬頃,日食二升
천 칸이나 되는 큰 집이라도 밤에 누우면 팔 척 뿐이요, 좋은 밭이 수백만
이랑이라도 하루 먹는 것은 두 되일 뿐이니라.
(字義) ○廈는 큰집 하. ○頃은 백이랑 경 ○良은 좋을 량. ○升은 되 승.
"되"는 부피의 단위. 또는 술어로 "오를 승"으로도 많이 쓰이는 글자이다.
十九. 久住令人賤,頻來親也疎,但看三五日,相見不如初
오래 머무르면 사람을 천하게 만들고, 자주 찾아 오면 친함도
소원해지느니라. 단지 사흘이나 닷새만 되도 서로 보는 것이 처음만 못한 것을
보아라.
(字義) ○2.3 2.3으로 끊어 읽고 疎와 初는 운자이다. ○令은 使와 같은 뜻으로
令+A+술어는 "A~로 하여금 ~하게 하다"의 뜻. ○頻은 자주 빈. (예)頻度. ○也는
여기서 "또한"(亦)의 뜻이다. 현대 중국어에서 也는 주로 이 뜻으로 쓰인다.
○看은 그 뒷구절 전부, 즉 三五~~如初까지를 받는다.
二十. 渴時一滴如甘露,醉後添盃不如無
목마를 때 한방울의 물은 단 이슬과 같고, 술 취한 후에 잔을 더하는 것은
아니함만 못하느니라.
(字義) ○渴은 목마를 갈. (예)渴症, 渴望. ○滴은 물방울 적. ○添은 더할 첨.
(예)添加, 添附, 錦上添花. ○盃는 잔 배. 杯가 본자(本字)이고 盃는
속자(俗字)이다.
二十一. 酒不醉人人自醉,色不迷人人自迷
술이 사람을 취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스스로 취하는 것이요, 여색이
사람을 미혹되게 하는것이 아니라 사람이 스스로 미혹되는 것이니라.
(字義) ○4.3 4.3으로 끊는다. ○色은 여색(女色)을 가리킨다. ○迷는 미혹할
미. (예)迷路, 迷惑, 迷兒.
二十二. 公心若比私心,何事不辨,道念若同情念,成佛多時
공정한 마음을 만약 사심(私心)에 견주듯(비하듯) 하면 무슨 일인들 분별하지
못할 것이며, 도념(道念)을정념(情念)과 같이 하면 성불(成佛)을 해도 여러번
하리라.
(字義) ○比는 견줄 비. 비할 비. (예)比較. ○辨은 분별할 변. ○道念은 道에
대한 일념이고, 情念은 사사로운 정에 이끌리는 마음이라 하겠다. ○成佛은
"부처가 되다"의 뜻으로 한 단어로 쓰인다. 이 때 "成+명사"는 "~을 이룬다"는
뜻 보다는 "~이 되다"의 뜻으로 의역하는 것이 좋다.
二十三. (水+廉)溪先生曰,
巧者言拙者默,巧者勞拙者逸,巧者賊拙者德,巧者凶拙者吉,
嗚呼,天下拙,刑政撤,上安下順,風淸弊絶
염계 선생께서 말씀하셨다. 교자는(巧者, 재주만 부리는 사람은) 말을
잘하고, 졸자는(拙者, 의미상 속으로 덕을 갖추고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는
사람은) 말이 없으며, 교자는 수고롭고 졸자는 편안하다. 교자는 도둑이요,
졸자는 덕인(德人)이며, 교자는 흉하고 졸자는 길하니라 오호! 천하가 졸하면
형벌과 법이 철폐되어 위로는 편안하고 아래로는 순종하니, 풍속이 맑아지고
폐단이 끊어지리라.
(字義) ○염계(濂溪) 선생은 송(宋)나라의 유학자 주돈이(周惇 )를 가리킨다.
○이 글은 다분히 도가적(道家的)인 색채가 강하다. 도가(道家)에서는 지혜와
작위적인 가치관을 부정하고 무위(無爲)의 상태에서 소박하고 졸박하게 살아갈
것을 주장한다. 이 글에서도 졸박한 삶을 강조하며 또한 법이나 형벌 같은
인위적인 정치를 부정하는 말이 실려 있다. 이 글에서 巧者는 유학자들을
가리키고, 拙者는 도가의 성인(聖人)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면 어떨까?
주렴계(周濂溪) 선생이 대 유학자라는 점을 감안해 보면 이글은 좀 파격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유가(儒家)나 도가(道家), 두 사상이 결국 지향하는
궁극점은 무위이치(無爲而治)의 정치이며, 다만 그 방법론을 달리할 뿐 상호
보완적인 사상체계라는 점에서는 동일한 면도 있다. ○巧는 재주 교. ○拙은
졸할 졸. ○逸은 편안할 일. ○賊은 1)도둑 적. 2)해칠 적. 이글에서는 1)의
뜻이다. 장자(莊子)는 그의 저서에서 유학자들을 도둑에 비유하여 비판한 일이
있다. 즉, 유학자들은 사람을 무위(無爲)의 상태에서 자연의 일부가 되어 살아
가도록 하지 않고 온갖 인위적인 가치관들, 예를 들면 인의예지(仁義禮智)와
같은 덕목들을 만들어 내어 인간을 자연으로부터 괴리시키며 따라서 자연스럽지
못한 삶으로 몰아넣는 도둑떼에 비유한 일이 있다. ○嗚呼(오호)는 감탄사이다.
○刑은 형벌 형. ○政은 1)정치 정. 2)정치를 위한 온갖 법과 질서를 뜻하기도
한다. ○撤은 거둘 철. (예)撤廢 ○弊는 폐단 폐. (예)弊端, 民弊.○絶은 끊을
절.
二十四. 易曰,德薄而位尊,智小而謀大,無禍者,鮮矣
주역에 이르기를, 덕은 박한데 지위가 높고, 지혜는 작은데 도모함이 큰
사람들중에 화(禍)가 없는 자는 드무니라.
(字義) ○易은 주역(周易)을 말한다. ○鮮은 드물 선. "~~者,鮮矣"는 자주
쓰이는 구문으로 "~하는 것이 드물다. ~하는 사람이 드물다"의 뜻이다. 者는
사람만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
二十五. 說苑云,官怠於宦成,病加於小愈,禍生於懈惰,孝衰於妻子,
此四者,愼終如始
설원에 이르기를, 관리는 벼슬이 이루어지는 데서 게을러지고, 병은 조금
나은 데서 더하여지고, 화는 게으른 데서 생기며, 효는 처자를 보살피는 데서
쇠약해지나니, 이 네 가지 것을 살펴서 삼가 처음과 같이 마쳐야 할 것이다.
(字義) ○설원은 한(漢)나라 때 지어진 책. ○官은 벼슬 관. ○宦은 벼슬 환.
○怠는 게으를 태. ○愈는 1)나을 유 (~이 더 낫다) 2)(병이) 나을 유. 3)더욱
유. 여기서는 2)의 뜻으로 癒와 같은 말이다.(예)快癒. ○懈는 게으를 해.
(예)精神解弛 ○惰는 게으를 타. ○四者에서 者는 "사람 자"가 아니라 "것
자"이다. 者가 사람만 가리키는 것은 아님을 알아둘 것.○愼은 삼갈 신.
二十六. 器滿則溢,人滿則喪
그릇이 가득차면 넘치 듯이 사람이 가득차면 잃게 되느니라.
(字義) ○則앞의 문귀는 가정으로 해석한다. ○溢은 넘칠 일. (예)海溢 ○喪은
잃을 상. (예)喪失
二十七. 尺璧非寶,寸陰是競
한 자 되는 둥근 옥이 보배가 아니라, 촌음(아주 짧은 시간)이 바로 다툴
것이로다.
(字義) ○尺은 자 척. "자"는 길이의 단위. ○璧은 둥근옥 벽. (예)完璧하다.
○是는 "~이다(is)"의 뜻이고, 非는 "~이 아니다(is not)"의 뜻이다.
二十八. 羊羹雖美,衆口難調
양고기 국이 비록 맛있으나, 여러 입을 고르게 맞추기는 어려우니라.
(字義) ○羹은 국 갱. ○雖는 비록 수. 일반적으로 주어는 앞에다 쓴다. ○美는
"맛이 좋다"는 뜻으로도 쓰인다. ○難+술어:~하기 어렵다. ○調는 고를 조.
"고르게 맞추다. 조절하다"의 뜻이다. (예)調律, 調節
二十九. 白玉投於泥塗,不能汚涅其色,君子行於濁地,不能染亂其心,
松栢可以耐雪霜,明智可以涉艱危
백옥은 진흙땅에 던져져도 그 백옥의 색을 시꺼멓게 더럽힐 수는 없으며,
군자는 탁지(濁地)에 가더라도 그의 마음을 더럽히거나 어지럽게 할 수는
없느니라. 따라서 송백은(松栢)은 눈과 서리를 견디어 낼 수 있고, 밝은 지혜는
어렵고 위급함을 건널 수 있는 것이니라.
(字義) ○泥는 진흙 니. ○塗는 1)바를 도. (예)塗褙 2)진흙 도. (예)塗炭 3)길
도. 여기서는 2)의 뜻이다. ○涅은 개흙(검은 진흙) 녈, 검은물들일 녈. 불교
용어로도 쓰인다. 즉, 涅槃(열반). ○濁은 흐릴 탁. ○染은 물들일 염, 더럽힐
염. ○栢은 측백나무 백. 우리나라에선 잣나무란 의미로도 쓰임. ○可以는 한
단어로 "~할 수 있다"로 봐도 되고, 以를 松栢과 明智를 받는 것으로 봐도 된다.
○耐는 견딜 내. (예)堪耐. ○涉은 건널 섭. ○艱은 어려울 간. 생활이나 처지가
궁핍하고 어렵다는 뜻이지, 難처럼 "~하기가 어렵다"는 뜻이 아니다. 그러나
難에는 艱의 뜻이 있다. (예)艱難.
三十. 入山擒虎易,開口告人難
산에 들어가 호랑이를 사로잡기는 쉬워도, 입을 열어 남에게 충고하기는
어려우니라.
(字義) ○~~易,~~難의 대칭구조를 파악할 것. ○入~: ~에 들어가다. ○擒은
사로잡을 금. ○告는 고할 고. 여기서는 의미상 충고(忠告)한다는 뜻으로
보았다. 즉, 산에 들어가 호랑이를 사로잡기는 쉬어도,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으면서 좋은 길로 나아가도록 충고하기란 어려운 일이라는 뜻으로
보인다. 잘못 충고하면 오히려 그 친분마저 소원해질 수 있으니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孔子께서 이에 대한 가르침을 주셨는데, 論語의 그 글귀를 옮겨 보기로
하겠다. "子貢問友, 子曰, 忠告而善道之, 不可則止, 無自辱焉" (자공이 벗사귐에
대해 묻자,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친구에게 나쁜 점이 있으면 충고를 하여 잘
이끌어 주되, 되지 않거든 그만두어 자신에게 욕됨이 없도록 해야 하느니라)
三十一. 遠水不救火,遠親不如隣
먼 곳의 물은 가까운 곳의 불을 끄지 못할 것이요, 먼 곳의 친척은 가까운
이웃만 못하느니라.
(字義) ○救는 구제할 구. 救火는 불을 끈다는 의미로 쓰이는 관용어이다.
○不如+(명사구): ~만 못하다. 不如+(서술문): ~함만 못하다. ○隣은 이웃 린.
(예)隣
三十二. 太公曰,日月雖明,不照覆盆之下,刀劍雖快,不斬無罪之人,
非災橫禍,不入愼家之門
태공께서 말씀하셨다. 해와 달이 비록 밝으나 엎어놓은 동이 속을 비출 수는
없으며, 칼이 비록 장쾌하기는 하나 죄 없는 사람을 참(斬)할 수는 없다. 그릇된
재앙이 횡화(뜻하지 않은 화)이긴 하나 삼가는 집의 문에는 들어오지 않느니라.
(字義) ○日은 1)해 2)날 3)낮 등등 3가지의 뜻으로 쓰인다. ○覆은 1)엎을 복
2)덮을 부. 여기서는 "복"으로 읽는다. 즉 1)의 뜻이다. ○盆은 동이 분.
(예)花盆. ○覆盆之下는 뒤엎어 놓은 동이의 아래이므로 빛이 들어가는 동이의
윗부분을 막아 놓은 상태이다. 즉 이 글귀를 의역하면, 해와 달이 아무리 밝아도
엎어놓은 동이 속으로는 빛이 못들어간다는 뜻이다. ○斬은 벨 참. (예)斬首.
○災는 재앙 재. ○橫은 가로 횡. 빗길 횡. 여기서는 "빗기다"라는 말에서
의미가 심화되어 뜻하지 않게 닥치는 것을 말한다. (예)橫財(뜻하지 않은 재물)
橫災(뜻하지 않게 닥친 재앙) 橫死(뜻하지 않은 죽음) ○入~:~에 들어가다.
三十三. 太公曰,良田萬頃,不如薄藝隨身
태공께서 말씀하셨다. 좋은 밭의 수백만 이랑은 작은 재주 하나가 몸에
따르는 것만 못하느니라.
(字義) ○頃은 백(百)이랑 경. ○良은 1)어질 량. 2)좋을 량.
○不如+(명사구):~만 못하다. 不如+(서술문):~함만 못하다. ○藝는 재주 예.
○隨는 따를 수.
三十四. 性理書云,接物之要,己所不欲,勿施於人,行有不得,反求諸己
성리서에 이르기를, 다른 사람을 대할 때의 요체(要諦)는 자기가 원지 않는
것을 남에게 베풀지 않는 것이요, 행하고도 얻지 못하는 것이 있거든 돌이켜
자신에게서 구해야 하느니라.
(字義) ○接은 접할 접. (예)待接, 應接, 接待. ○物은 일 물. 만물 물. 때에
따라서는 여기서처럼, 나 이외의 다른 사람을 뜻하는 말로도 쓰인다. 즉
接物之要는 接人之要와 같은 말이다. 物을 사물 또는 만물로 해석한다면
뒷구절과 문맥이 통하지 않는다. ○要는 명사로 긴요한 것, 필요한 것, 요점,
요체 등등의 뜻이다. ○"己所不欲,勿施於人"은 논어에 나오는 공자의 말로 아주
유명하다. 이 말은 그의 제자인 중궁(仲弓)이 인(仁)에 대하여 묻자 공자가 답한
글귀중 일부이다. ○"反求諸己"는 유가(儒家)에 관한 책에서 상당히 많이 나오는
문구로 거의 관용구가 되다시피한 말이다. ○諸는 어조사 저. "諸~"를 흔히
之於와 같다고 설명한다. 이는 之를 목적어로 보고 諸를 설명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은 적합하지가 못하다. 之는 술어뒤에 붙는 단순한 어조사일 뿐이지
목적어가 아니기 때문이다. 諸가 "之於"의 뜻이라면 反求之於己라고도 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문장은 아주 드문 예이고(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는 단순한 어조사 之보다는 처소격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諸라는
어조사를 술어뒤에 붙여 사용하는 것이다.
三十五. 酒色財氣四堵墻,多少賢愚在內廂,若有世人跳得出,便是神仙不死方
주색재기(술, 여색, 재물, 기운)의 네가지의 담장이 쳐진 곳에(이 세상을
빗댄 말) 다소의 어진이와 어리석은 이가 행랑에 있도다. 만약 세상사람이
(이곳을) 뛰쳐 나갈 수 있다면 (그것은) 곧 신선처럼 죽지 않는 방법이니라.
(字義) ○堵는 담 도. ○墻은 담 장. ○廂은 행랑 상. 행랑은 대문간에 붙어
있는 방을 말한다. 跳는 뛸 도. ○得다음에 술어가 오면 "~할 수 있다"로
해석한다. ○便은 문득 변, 곧 변. ○是는 "~이다"의 뜻. ○便是~: 곧 ~이다.
○方은 1)바야흐로 방 2)모 방 (네모지다. 네모반듯하다. 바르다. 품행이
방정하다 등등의 뜻이 있다) 3))방법 방 (처방이란 뜻도 있다) 4)방향 방.
위에서는 3)의 뜻, 즉 방법, 처방이란 뜻이다.
省心篇下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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