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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중·미, 중앙亞원유·가스에 '빨대 꽂기' 파워 게임

by 바로요거 2008. 6. 20.

[네오 내셔널리즘 현장을 가다] 러·중·미, 중앙亞원유·가스에 '빨대 꽂기' 파워 게임

한국일보 | 기사입력 2008.06.10 03:16

[창간 54주년] < 1 > 자원의 보고, 카스피해를 잡아라
카자흐 新수도 아스타나, 오일 패권 전쟁터로
"물량 선점하자" 파이프라인 증설경쟁 불뿜어

카자흐스탄의 구 수도 알마티에서 비행기로 1시간 30분 가량 날아 도착한 신 수도 아스타나. 1997년 수도로 정해진 후 허허벌판에 세워진 신도시엔 색색의 건물들이 웅장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19세기 러시아가 중앙아시아 남하를 위해 세웠던 구 수도 알마티가 대영제국과 치른 '대 게임(Great game)'의 교두보였다면 신 수도 아스타나는 이제 러시아 미국 중국 등 신흥 강대국이 중앙아 자원을 차지하기 위해 치르고 있는 새로운 대 게임의 쟁패장이 됐다.

미국 주도의 일극 체제가 와해의 조짐을 보이는 순간 다른 강대국들이 민족주의의 새 바람을 타고 자원을 차지하기 위해 총성 없는 전쟁을 치르는 현장이다. 알마티가 요새 도시답게 험준한 톈산산맥을 등지고 서 있다면 아스타나는 무한경쟁의 다극 체제를 상징이라도 하듯 사방이 탁 트여 있다.

총성 없는 자원 쟁탈 전쟁

아스타나의 중심지는 정부 관공서와 은행, 투자회사들이 밀집된 센트럴 스퀘어. 동쪽 끝엔 웅장한 돔의 대통령궁이, 서쪽 끝엔 국영석유가스기업 카즈무나이가스 건물이 자리잡고 있다. 원유매장량 500억배럴로 세계 7위, 우라늄 크롬 동 아연 등 각종 천연 광물의 매장량도 세계 2위~10위권에 올라 있는 키자흐스탄의 자원을 노리고 세계 자본이 몰려들고 있는 곳이다. 센트럴 스퀘어 거리에서 하루가 다르게 높이를 더하는 수십층짜리 건물들은 정확히 유입되는 세계 자본을 규모를 상징하고 있었다.

셰브론, 엑슨 모빌, 로얄 더치 셸 등 서방 석유 메이저사들이 90년대부터 앞다퉈 유전 개발에 뛰어들었고 중국도 2005년 석유기업인 페트로카자흐스탄을 42억달러를 주고 통째로 인수하며 자원쟁탈 경쟁에 합류했다. 생산 시작을 앞두고 있는 카스피해의 카샤간 유전은 가채매장량이 130억 배럴로 근 30년래 세계 최대유전의 발굴로 평가되고 있다. 2010년까지 이 곳에 투자되는 액수만도 30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취임 후 첫 해외 방문지로 이 곳을 선택한 사실은 카자흐스탄의 중요성을 암시하고 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과 만나 논의한 핵심 의제는 다름아닌 파이프라인 증설 계획이었다.

카자흐스탄을 비롯한 인근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는 자원의 보고로 일찍이 주목받아 왔지만 바다를 끼고 있지 않은 탓에 수송로 확보에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 때문에 파이프는 자원을 수송하는 데 있어 이들 나라의 젖줄과 다름없다. 파이프라인이 통과하는 나라가 자원 패권의 주도권을 쥘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파이프라인을 선점한 곳은 과거 이곳의 맹주였던 러시아다. 구 소련 시절 유일한 원유 파이프라인이었던 아티라우~사마라 라인에다 2001년 텡기즈 유전~흑해의 노보로시스크로 이어지는 CPC(카스피해 파이프라인 컨소시엄)라인 개설로 러시아를 경유하는 파이프라인이 현재 카자흐 원유 수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해 카스피해 연안을 타고 투르크메니스탄~카자흐스탄~러시아로 이어지는 가스 파이프라인 건설 계획도 합의, 원유라인뿐 아니라 가스 라인의 주도권도 강화했다.

파이프 라인 패권 다툼

이에 뒤질세라 미국과 중국도 맞불을 놓고 있다. 미국이 CPC라인에 자극 받아 맞대응으로 건설한 것이 아제르바이잔 바쿠~그루지야 트빌리시~터키 세이안을 잇는 총 길이 1,768㎞의 BTC라인이다. 2006년 수송을 개시한 BTC라인은 하루 100만배럴의 수송능력을 갖춰 단순히 아제르바이잔의 유전지대만이 아니라 카스피해 건너 카자흐스탄의 유전지대를 노리고 건설됐다.

여기에 중국도 2005년 말 쿰콜 유전에서 아타수를 거쳐 중국으로 직접 연결하는 파이프라인을 가동했다. 중국은 이 라인을 2011년까지 카스피해의 항구 아티라우까지 확장, 카스피해 유전지대에도 빨대를 꽂겠다는 심산이다. 이 같은 파이프라인 경쟁은 2010년 생산 개시 예정인 카샤간 유전, 텡기즈 유전의 증산 물량 등 향후 쏟아질 카자흐스탄의 원유 및 가스를 겨냥하고 있다.

카자흐스탄은 일단 각국의 상호협력을 강조하며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카자흐스탄 전략연구소의 굴누루 라크마툴리나 선임연구원은 "카자흐스탄 정부는 세계 각국과의 협력 속에서 다양한 원유수송로를 확보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강대국의 패권 다툼 속에서 다양한 파이프라인 확보해 입지를 넓히겠다는 생각이다. 지난해 러시아의 견제 속에서도 아제르바이잔과 BTC라인 사용 협정을 맺어 악타우항에서 바쿠까지 선박 운송 후 BTC 라인을 타고 원유를 수송하기 시작한 것도 그 일환이다.

카자흐스탄 정부는 투르크메니스탄을 택?이란으로 향하는 루트, 악타우와 바쿠를 잇는 카스피해 해저 가스 파이프라인 등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이란 루트는 미국이 견제하고 있고, 해저 파이프라인은 러시아가 환경문제 등을 내세워 막아서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의 김병권 알마티 무역관장은 "카스피해 주변 파이프라인을 둘러싼 파워 게임은 향후 벌어질 미국 러시아 중국 등 패권 경쟁의 바로미터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