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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값이 미쳤다.

by 바로요거 2008. 6. 17.

국제 쌀값 미쳐 뛰는데 우리는 영향 없다고?

미디어오늘 | 기사입력 2008.04.07 11:25

[경제뉴스 톺아읽기]2014년까지 의무수입물량 4%로 늘려야… 쌀 생산 농가 보호대책 절실

[미디어오늘 이정환 기자 ]


국제 곡물가격이 폭등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딱히 새로운 뉴스도 아니다. 문제는 쌀값이다. 5월 인도분 선물이 1톤에 400달러를 넘어섰다. 올해 들어 무려 45%나 오른 가격이다. 지난해에는 33%가 올랐다. 15개월 만에 딱 두 배가 올랐는데 이는 14년 만에 가장 가파른 상승세다.

우리나라는 아직 조용하지만 쌀 소비국들은 비상이 걸렸다. 필리핀은 식당에서 밥의 양을 절반으로 줄였다. 홍콩에서는 벌써부터 쌀 사재기가 벌어지고 있고 베트남은 1인당 배급을 4kg으로 제한했다. 태국은 일부 슈퍼마켓의 1인당 쌀 판매 상한을 정했다. 태국 밍크완 생수완 통상부 장관은 "쌀값이 1톤에 1천달러가 넘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대만에서는 뤼슈롄 부총통이 "자동차는 안 탈 수 있지만 쌀은 안 먹을 수 없다"며 "쌀값 급등이 유가 급등보다 더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남미와 아프리카에서는 폭동으로 이어질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 국제 쌀값 5월 선물 인도분 가격 추이. 자료 : 시카고 선물 거래소.
쌀값 급등의 원인은 수요가 급증하는데 농지는 줄고 있고 올해 가뜩이나 기후 변화로 작황이 안 좋은데다 무엇보다도 주요 수출국인 태국과 베트남이 수출 규제를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투기적 수요까지 가세해 쌀값 급등을 부추기고 있다.

주목할 부분은 언론 보도 가운데 국내 수요와 공급을 둘러싼 언급이다. 대부분 언론이 국제 관련 기사로 다뤘고 정작 국내 상황에 대한 언급은 아예 없거나 적당히 건너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쌀은 468만톤으로 총 수요 416만3천톤을 웃돈다. 여기에다 공공 비축분도 69만5천톤이나 된다. 의무수입 물량이 26만6천톤이 더 있다.



▲ 서울경제 3월31일 6면.
중앙일보는 "우리나라는 국제 쌀값 급등의 폭풍에서 한발짝 비켜서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생산량으로도 수요를 충분히 맞출 수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서울신문도 "우리나라는 공급 과잉 구조이고 현재의 가격 상승은 지난해 수확 감소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므로 국제 쌀값 급등 영향권 밖에 있다"고 지적했다.



▲ 한국경제 4월7일 2면.
서울경제는 종합면에서 "현재 우리나라의 쌀 자급률은 99% 해외에서 최소한 수입해야 할 의무 물량을 감안할 때 사실상 우리가 짓는 벼농사만으로도 국민 수요를 충당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서 "현재 우리나라는 쌀이 남아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매일경제는 "우리나라 곡물 자급률이 25.3%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29개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권인 26위"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세계무역기구(WTO)와 협정에 따라 시장 개방은 늦췄지만 2014년까지 의무수입물량을 8%까지 늘려야 한다. 6년 정도 여유가 있는 셈이지만 문제는 당장 영향이 없다고 안심할 게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시장 개방에 대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농수산물유통공사에 따르면 4일 기준으로 쌀 20kg 포대 도매가격은 4만원, 1톤이면 200만원으로 여전히 국제 쌀값의 5배에 이른다. 쌀 시장마저 무너지면 밀과 옥수수처럼 아무리 비싼 가격이라도 고스란히 국내 소비자가격에 반영할 수밖에 없다. 국내 쌀 생산 농가를 보호할 대안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언론 보도에서는 이런 고민을 찾아볼 수 없다.

쌀값 폭등에서 안전하다는 이야기는 역설적으로 시장 개방이 가져올 끔찍한 미래에 대한 경고로 해석할 수 있다. 자유무역의 대가로 시장 개방을 주장해 왔던 보수·경제지들의 안일한 문제의식은 그래서 아찔하고 위험천만하다. 남미와 아프리카에서 벌어지는 식량 파동과 폭동을 언제까지 남의 나라 일로 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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