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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담론*행복론/新기술*미래문명

우리나라 로봇산업 어디까지 왔나?

by 바로요거 2008. 5. 30.

 

우리나라 로봇 개발 어디까지 왔나?

대한민국의 로봇 개발 현황은?

[살길은 新기술뿐이다 | ③ 로봇산업]

지능형 로봇, 5년 후엔 그들이 한국을 먹여 살린다.

위클리조선 | 기사입력 2008.05.20 09:51

'2013년, 세계 3대 지능형 로봇 기술 강국으로 도약''총 생산 30조원, 수출 200억달러, 고용 10만명 창출'

정부가 2005년부터 지능형 로봇산업 육성을 위해 내걸었던 구호다. 지능형 로봇이란 스스로 판단해서 움직이고, 인간과 상호작용을 하는 로봇을 가리킨다. 공장에서 시키는 대로 일만 하는 산업용 로봇과는 구분된다. '로보트 태권브이'나 '아톰'과 같은 사람 모양의 로봇이 나오는 공상과학 만화를 보고 자라온 30~40대 이하에겐 친숙한 개념이다.

 ↑ 생산기술연구원이 개발 중인 심부름 로봇. (photo 이경호 조선영상미디어 기자)

↑ 지난 3월 지하철역에 설치된 지하철 안내 로봇 ‘메트로봇’. (photo 정경열 조선일보 기자)

2000년대 초만 하더라도 한국에서 로봇은 공장이나 공상 만화 속에만 존재하는 것이었다. 일본은 1999년 애완용 로봇인 '아이보', 2000년 두 발로 걷는 로봇인 '아시모'를 개발해서 세계적인 화제를 일으켰고, 미국·유럽에서는 청소 로봇이 개발돼 상용화에 들어갔지만 먼 나라 얘기에 불과했다.


한국 로봇산업의 출발
공상만화 주인공에서 2003년엔 신기술 화두로
2004년 두 발로 걷는 '휴보', 2005년 청소 로봇 개발

2003년부터 지능형 로봇이 한국에서 신기술의 화두로 떠오르게 됐다. 무(無)에서 유(有)를 창출해야 하는 신(新)산업의 특성상 발단은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던 정부 쪽에서 나왔다. 2003년 2월 옛 정보통신부는 IT839 전략을 수립하면서 9대 신성장 동력의 하나로 로봇산업을 선정했다. 통신망과 로봇 기술을 결합해서 '1인 1로봇' 시대를 앞당기겠다는 전략이었다. 굳이 로봇 한 대에 모든 기능을 넣지 않더라도 통신 기술을 이용해 중앙 서버 등에서 처리하면 로봇 한 대의 가격을 100만원대로 낮춘 보급형 로봇을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었다. 같은 해 8월 지능형 로봇은 옛 산업자원부가 주관한 '10대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의 하나로도 선정됐다. '제2의 반도체 산업'으로 키우자는 구호가 정부 쪽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지능형 로봇 시장은 세계적으로도 막 시장이 형성되는 단계여서 '한국이 선도할 수 있는 마지막 산업'으로 불렸다.

2004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오준호 교수팀은 두 발로 걷는 인간 형태의 로봇인 '휴보'를 개발해 로봇산업에 대한 대중적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2005년 옛 산업자원부와 정보통신부는 공동으로 '지능형 로봇 3대 기술 강국'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같은 해 10월 '국민로봇사업단'이 발족했다. 유진로봇의 교육용 로봇 '아이로비큐', 한울로보틱스의 청소 로봇 '네토로', 이지로보틱스·아이오테크의 엔터테인먼트용 로봇 '로보이드', 다사테크의 애완용 로봇 '제니보' 등 국민 로봇 상용제품 4개가 출시됐다. 정부에선 교육용이나 안내용 등으로 지능형 로봇의 보급 사업에도 나섰다.


한국의 시장 규모
청소 로봇 판매 4년 만에 20배 늘어
2003년 2900억에서 1조원 시장 눈앞

업계에선 정부의 정책 드라이브와는 별도로 수요가 있는 청소 로봇의 실용화에 나섰다. 청소 로봇은 1997년 스웨덴의 가전업체 일렉트로룩스에서 처음 개발한 이래 실생활에서 가장 널리 보급된 로봇이다. 미국의 아이로봇이 개발한 '룸바' 시리즈의 경우엔 2003년 출시된 이래 전세계적으로 약 300만대가 팔릴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한국에선 2005년 LG전자가 200만원대의 청소 로봇 '로보킹'을 국내에서 최초로 선보였다. 현재 유진로봇·한울로보틱스 등 중소기업과 LG전자·삼성전자 등 대기업이 시장에 진출해 있고, 30만원대의 저가형에서 300만원대의 고가형까지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사람이 손을 대지 않아도 청소기 혼자 알아서 청소를 하기 때문에 맞벌이 부부에게 인기가 높다. 작년 10월 인터넷 상거래업체 옥션이 회원 31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최근 뜨고 있는 혼수'로 가장 많은 29%가 로봇 청소기를 꼽았다. 2003년에 4000대 정도가 팔린 로봇 청소기는 작년 약 7만대가 팔린 것으로 추정된다.

이밖에도 의료 로봇이 수술에 활용되는 등 공장에만 있던 로봇이 사람들의 생활 깊숙이 들어와 활용되고 있다.

그 사이 국내 로봇 시장은 2003년 2837억원 규모에서 작년 9300억원 규모로 성장했고 연평균 30% 이상의 성장률을 보였다.

올해 들어 국내의 지능형 로봇산업은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지난 2월 26일 국회는 '지능형 로봇 개발 및 보급 촉진법(로봇특별법)'을 재석 인원 163명에 찬성 162표, 기권 1표로 통과시킨 것이다. 이로써 한국은 세계 최초로 로봇산업을 육성하는 법을 가진 나라가 됐다.

오는 9월 로봇 특별법이 시행되면 '로봇 품질 인증 제도'가 실시되고 노인이나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지능형 로봇 보급 사업 등이 추진된다. 또 로봇 개발 자금 조달을 위한 로봇펀드가 만들어지고, 로봇을 주제로 한 테마파크인 로봇랜드도 조성된다. 올해 지식경제부 업무계획에선 2012년 지능형 로봇 3대강국으로 도약한다는 비전이 제시됐다.


한국의 현주소
지능형 원천기술은 선진국에 3~5년 뒤져
핵심부품 국산화율도 아직은 20% 수준

현재 한국은 일본·미국·독일·이탈리아에 이은 세계 5위의 로봇 생산 국가다. 앞으로 5년 내에 3위권에 들겠다는 목표지만 로봇산업의 성적표는 아직까진 초라하다. 전세계 시장 점유율은 2006년 기준으로 5.4%에 불과하다. 한국의 로봇 생산은 올해 1조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 중 미래 성장 동력으로 관심을 두고 있는 지능형 로봇은 20%도 채 안 될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출시되는 지능형 로봇 제품이 소비자들의 높은 기대를 채워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 확대에 한계가 있는 것이다. 가장 대중적인 인기가 있는 청소용 로봇은 청소 용량이 적은 데다 무작위로 움직이는 자동 기계 수준이고, 교육용 로봇은 움직이는 컴퓨터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안내용 로봇도 고장이 잦아 설치했을 때만 반짝 언론에 보도되다가는 정작 현장에선 찾아보기 힘들다.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도 여전하다. 지능형 로봇은 스스로 판단하는 인공지능, 주변을 인식하는 센서 기술, 로봇을 움직이는 구동 기술, 미세하게 조절하는 제어 기술, 소리를 듣고 말을 하는 음성화 기술 등의 종합체이다.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 통신 기술과 생산 기술 등을 갖추고 있으나 인공지능, 센서 기술, 제어 모터, 고정밀 감속기 등 고난이도의 정밀 기술이 필요한 분야에선 선진국에 많이 뒤처져 있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정부에서 매년 600억~700억원의 예산을 쏟아 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있으나 기술 수준은 선진국 대비 80%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원천 기술은 3~5년 정도의 기술 격차가 있다. 핵심 부품의 국산화율도 20% 수준에 불과하다.

또 산업을 선도하는 대기업이 없는 데다 주요한 중소기업의 역량마저 취약하다. 국내 로봇기업 170여개 중 연 매출액 100억원 이상 기업은 16개에 불과하다. 전체 기업의 90%가 중소기업이다. 대기업들은 대부분 산업용 로봇의 개발에 치중하고 있다.


세계 로봇산업의 미래
작년 85조원 시장… 2010년 이후엔 폭발적 성장
2020년엔 1가구 1로봇 시대, 자동차산업도 추월

하지만 미래의 성장 산업인 지능형 로봇 분야를 놓치지 않기 위해선 정부, 기업, 소비자 모두의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국제로봇연맹에 따르면 작년 세계 로봇 시장 규모는 85억달러로 추정된다. 그러나 국제 로봇연맹 등은 2010년 이후 로봇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해서 2020년쯤에는 자동차 산업의 규모를 능가하는 5000억달러 규모의 거대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한국의 지능형로봇사업기획단은 2020년쯤이면 국내에도 1가구 1로봇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산은경제연구소는 작년 10월 '지능형 로봇산업의 발전 방안' 보고서에서 △기술 경쟁력 향상 △핵심 부품의 국산화율 제고 △정부의 연구개발(R & D) 지원 효율화 △킬러 애플리케이션(시장을 장악하는 인기를 누릴 수 있는 제품)의 발굴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 로봇의 분류 |
산업용·전문서비스용·개인서비스용으로 구분
국제로봇연맹의 분류에 따르면 로봇은 사용처에 따라 크게 산업용 로봇과 서비스 로봇으로 나뉜다. 산업용 로봇은 조립, 용접, 자재 운반 등 제조 공정에 사용되는 로봇이다. 서비스 로봇은 제조 작업을 제외한 분야에서 인간 및 설비에 유용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로봇이다. 서비스 로봇은 다시 의료·군사·보안 등에 쓰이는 전문 서비스 로봇과 가사·오락 등에 쓰이는 개인 서비스 로봇으로 나뉜다. 국내에서 육성하는 '지능형 로봇'은 국제 기준상에선 별도의 정의가 존재하지 않는다. 지능형 로봇은 용도가 아닌 성능에 따른 구분이기 때문이다. 산업용 로봇 중에서 첨단 로봇은 지능형 로봇으로 분류할 수 있으나 그 비중이 미미해 통상적으론 국제 기준의 서비스 로봇을 지능형 로봇으로 본다. 더욱 엄격하게 정의하기 위해 지능형 로봇을 '지능형 서비스 로봇'이라고도 부른다.


| 인터뷰 | 이호길 로봇종합지원센터장
"개인용은 1위 일본도 곧 따라잡는다"
이호길(李浩吉) 생산기술연구원 로봇종합지원센터장은 "개인용 서비스 로봇은 기술 격차가 크지 않아 조금만 노력하면 한국 기업들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며 "상품화 과정만 본다면 선두국가인 일본과 기술적인 면에서 2~3년 차이밖에는 없다"고 말했다. 로봇종합지원센터는 정부가 2004년 로봇 중소기업의 제품화 지원 등을 위해 만들었다. 이 센터장은 지능형로봇사업단장 등을 역임한 국내의 로봇 관련 핵심 브레인 중 한 명이다.

한국의 로봇산업 수준은. "산업용 로봇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대기업들이 대부분 사업을 철수하면서 기술적 발전이 거의 없었다. 가령 외국에선 양 팔을 사용하는 로봇이 등장하고 있지만 아직 국내에선 한 팔로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이동시키는 반복작업을 하는 수준의 로봇이 생산되고 있다. 국내 산업용 로봇 기술은 일본·유럽 등에 비해 최대 10년 가량 뒤떨어진다. 청소, 완구, 안내, 경비 등에 쓰이는 개인 서비스용 로봇은 선두국가인 일본과 거의 비슷한 시기인 2000년쯤 기술 개발이 시작됐다. 현재 시제품이 50~60여종 나왔다. 상품화 과정에서 기술적으론 일본과 2~3년 정도밖에 차이가 없다고 본다."

로봇이 또 하나의 가전 제품이 될 수 있나. "이미 청소용 로봇이 새로운 가전제품이 되고 있다. 로봇이 가전제품이 되려면 다음 단계로 주부들이 원하는 심부름을 할 수 있는 로봇이 나와야 할 것이다. 소비자들은 물 떠오고, 대신 시장 보고, 애를 돌보는 따위의 로봇을 원한다. 하지만 로봇에 이런 작업 기능을 부여하려면 몇 가지 기술적 난제가 풀려야 한다. 중간 단계로 기존 가전제품에 로봇 기술이 녹아 들어가야 할 것이다."

로봇 상품화에 필요한 기술은. "위치 인식 기술, 물체 인식 기술, 그리고 저렴한 센서 등이 필요하다. 로봇에 넣을 콘텐츠도 개발해야 한다. 표준화된 로봇 운영용 소프트웨어도 필요하다. 한국의 경우 국민적 관심도가 높고, 정부가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있어 로봇산업 발전을 위한 환경은 좋다. 일본의 아시모와 같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확보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범용의 개인 로봇을 개발하는 데는 충분한 기술이 있다."

로봇산업의 파급 효과는. "만약 가정에서 심부름을 하는 로봇이 나온다면 대당 7000~1만개의 부품이 들어갈 것이다. 자동차의 부품이 2만~3만개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크기에 비해 부품 수가 많을 것이라는 것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부품 수가 많다는 것은 산업적인 파급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앞으로 로봇 시장이 자동차 시장 이상으로 성장할 수 있다."

외국을 따라잡는 전략은. "일본과 미국 등 로봇 선진국이 잘 하는 것을 따라해서는 이길 수 없다. 틈새를 노려야 한다. 일반 가전 기기에 로봇의 기술을 녹여서 신제품을 개발하는 방안이 하나다. 개인 서비스 로봇의 경우엔 기술 격차가 크지 않으니 우리만의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일단 팔리는 로봇을 만들어 자본을 축적하고 그걸 가지고 기술적 난제를 해결해 가야 한다. 아직까지 국내 로봇은 가격 대비 기능이 소비자를 만족시키고 있지 못하다. 또 유지 보수 체제도 갖춰져 있지 않다. 쓸 만한 가치가 있는 로봇이 나와야 국내 로봇산업이 생존할 수 있다."

/ 방현철 기자 banghc@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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