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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현실적으로는 광우병보다 더 큰 문제"

by 바로요거 2008. 5. 12.
"AI가 현실적으로는 광우병보다 더 큰 문제"   2008-05-09 17:42
독감·AI 백신 공장 전남 화순에 내달 완공

경기 교내 '조류관찰학습장' 일시 폐쇄하기로
"조류인플루엔자(AI)가 현실적으로 광우병보다 더 큰 문제인데 광우병 때문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고 광우병은 과학적 근거가 없는 것들이 사실인 양 왜곡돼 알려져 불안을 가중하고 있다."

9일 오후 서울 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회장 이기준)가 개최한 '과학기술 측면에서 바라본 사회 현안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광우병·AI 전문가들은 두 가지 모두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간담회에는 대한수의학회 이문한 이사장과 서울대 수의대 이영순·김재홍 교수, ㈜녹십자 이병건 개발본부장, 건국대 수의대 송창선 교수 등이 참석해 AI와 광우병에 대한 과학계의 의견을 밝히고 기자들의 질의에 답했다.

이문한 이사장은 "AI가 계속 발생하고 있고 이에 대한 대비가 절실한 데 광우병 논란에 밀려 논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며 "정부와 학계가 나서서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AI 인간 감염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병건 ㈜녹십자 개발본부장은 '우리나라에 독감백신 생산시설이 없느냐'는 질문에 "지금까지 독감백신 생산설비가 없어 전량 수입했으나 정부와 전남도의 투자로 AI 백신 공장이 전남 화순에 내달께 완공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1918년 스페인 독감 창궐로 전 세계에서 5천만명 정도가 숨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고병원성인 H5N1 바이러스가 사람 사이에 감염될 경우에 대비해 현재 백신을 개발, 시험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대 수의대 김재홍 교수는 "최근 발생한 AI는 산란계와 씨닭, 씨오리에서 주로 발생한 2003년과 2006년과 달리 대규모 사육 닭과 오리 사업에서 발생한 후 육용 오리와 닭에서 대규모로 발생하고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사육농가와 수요처를 연결하는 소규모 중간상인이 확산에 결정적 매개체 역할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는 후진국형 거래의 표본으로 고도의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어 고강도의 국가방역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또 이날 간담회에는 가금산업발전협의회 관계자가 참석해 정부가 발생하지도 않은 AI 가상시나리오를 공개해 국민을 불안에 몰아넣어 축산농가와 관련 음식업계가 큰 타격을 받고 있다며 AI에 대한 신중한 논의를 촉구하기도 했다.

서울대 이영순 교수는 '수입이 결정된 30개월 이상 소의 경우 특정위험물질(SRM)을 제거하면 안전한가'라는 질문에 "미국에서는 30개월 이상 소는 7가지 SRM을 제거해 폐기하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또 "근육 속에도 변형프리온이 있기는 하지만 그렇게 의심하기 시작하면 믿고 먹을 수 있는 고기는 전혀 없다"며 "식품에서는 위험 발생 확률이 100만분의1이면 무시해도 될만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대한수의학회 이한규 이사장은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이 배포한 '광우병 괴담 10문10답' 중 '변형프리온이 특정위험물질 부위에만 존재한다'는 내용에 대해 "변형프리온은 근육에도 존재하고 그것에 의해 감염이 될 수도 있지만 그 위험은 무시해도 좋을 정도"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관/련/정/보

AI, 토착병 되나

한국일보 | 기사입력 2008.05.12 03:17

"바이러스 살아남아 사계절 발생 가능성"
내성 강한 오리가 매개체될 확률 높아
동남아나 중국처럼 우리나라에서도 조류 인플루엔자(AI)가 '토착화'하는 것일까.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AI는 겨울 철새들에 의해 신규 유입되는 일종의 '계절 바이러스'였다. 하지만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뒤늦은 4월에 처음 발생했고, 초여름 날씨의 5월에도 확산 속도가 좀처럼 누그러지지 않고 있다.

국내에 유입된 바이러스가 죽지 않고 살아 남아, 오리 닭 등 가금류를 매개로 사계절 아무 때나 전파되는 '토착화' 징후가 포착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금 우리나라가 'AI 토착화' 단계에 진입했다고 볼 수는 없지만, 그런 방향으로 갈 수 있는 징후는 점점 더 뚜렷해지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는 지난 9일 AI 간담회에서 "현 상태에서 AI 확산 요인을 조기에 차단하지 못하면 AI 토착 국가로 전락할 위험성이 농후하다"며 "특단의 방역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모인필 충북대 교수도 "토착화란 AI 바이러스가 국내에서 지속적으로 전파되는 것을 말한다"며 "아직 그 단계까지는 아니라고 해도 상당한 징조가 보인다"고 말했다.

토착화 매개체로 전문가들이 가장 주목하는 것은 오리다. 닭은 고병원성 AI에 걸리면 길어도 사흘 내에 폐사하지만, 오리는 AI 바이러스에도 끄덕 없이 살아 남는다. 폐사하는 경우에도 통상 바이러스 유입 후 3주 정도가 걸린다.

더구나 별다른 증상이 없기 때문에 오리는 재래시장 등을 통해서 닭과 다른 오리 등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하기 용이하다. 이번에 서울 지역 AI 유입 경로로 지목 받는 성남 모란시장에서도 닭, 오리, 꿩 등을 함께 취급해 온 것으로 알려진다.

결국 오리에 대한 방역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조만간 '사계절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여름이 다가올수록 바이러스의 생존률이 낮아져 AI 발생 건수는 줄어들겠지만, 여름 내 오리 등에 잠복해 있던 AI 바이러스가 가을철이 되면 다시 급속히 전파될 수 있는 것이다.

모인필 교수는 "정부의 초기 방역이 실패하면서 재래시장의 오리 등을 통해서 AI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며 "여름철 AI 발생이 줄었다고 안심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모든 오리의 도축 전에 검사를 의무화하는 등 지속적인 방역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AI가 토착병으로 진화한다면, 인체감염 가능성도 그만큼 커지게 된다. 물론 과학계의 지금까지 입장은 "AI 바이러스는 근본적으로 조류 바이러스여서 인체 감염은 상당한 악조건이 아니면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

하지만 이번 AI의 경우 과거 두 차례 발생한 바이러스보다 훨씬 강력한 종(種)이어서, 토착단계에 접어들 경우 사람이 감염될 확률도 전보다 높아질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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