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로 보는 미래] 한국 도시는 얼마나 안전할까
매일경제 | 기사입력 2008.04.09 16:10
그렇지만 이 쓰나미 발생에 의한 재난보다 더 많은 재난들이 전 세계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재난역학연구센터(CRED)에 의하면 전 세계에서 395건의 자연재해가 발생하여 1억3000만여 명이 피해를 보았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주로 풍수해를 많이 입어 1995년부터 2004년까지 태풍(57.9%), 호우(22.6%), 호우와 태풍의 동반(10.5%) 순서로 피해 원인이 파악되고 있다. 최근 10년간 피해액만 약 2조원에 달한다.
최근에는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이상기후가 더욱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으며, 세력이 약화되지 않은 태풍이 한반도에 도달할 가능성도 점차 커지고 있다.
안전을 위협하는 것은 비단 자연재해뿐만이 아니다. 최근에는 숭례문 화재사건과 같은 인재가 많이 발생해 재산피해뿐만 아니라 인명피해도 증가하고 있다. 특히 숭례문 화재사건은 사회에 불만을 품은 한 개인의 소행으로 다행히 이 사고에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귀중한 문화유산이 소실되는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보았다.
대중이 밀집한 장소에서의 화재나 폭발 또는 독가스 유포 등과 같은 사고가 발생하면 다수의 인명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 또한 미래사회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 중 이처럼 개인이 소지하고 작동시킬 수 있는 무기, 폭발물, 독가스 등에 의한 대형사고 발생 가능성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이와 같이 우리가 생활하고 있는 도시 공간은 자연재해와 테러 등의 위험에 항상 노출되어 있다. 그러면 이러한 재난에서 국민이 안심하고 생활하기 위한 과학기술적인 대처 방안은 무엇이 있을까? 우리 미래의 안전한 도시 공간에 대한 특징적인 모습을 생각해 보자.
안전한 미래도시를 만들기 위한 첫 번째 기술로는 지능형 영상 카메라 기술을 들 수 있다. 대중이 모이는 장소에서의 화재, 폭발 또는 독가스 살포 등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능형 영상 카메라를 사용하면 테러 용의자를 신속하게 검거할 수 있다. 지하철이나 공항 또는 전시장 등에 침투하는 테러 용의자의 이상 행동도 재빠르게 확인하고 대처할 수 있다.
미래에는 한 개의 공공 생활공간에 고해상도 카메라를 수백~수천 개씩 설치해 수집되는 영상 정보를 사람이 판단하지 않고 인공지능 기술이 복합된 컴퓨터가 수행하게 될 것이다.
만약 이상 행동을 보이는 테러 용의자가 발견되면 즉시 담당 안전요원에게 연락하고 테러 용의자 움직임을 카메라가 추적하게 될 것이다. 용의자의 인상착의와 움직임, 그리고 무기 소지 여부를 카메라가 알아내어 추적하는 안전요원에게 실시간으로 그 내용을 전송해 최대한 빠른 시간에 검거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이러한 기술을 활용해 공공장소에서 긴급을 요하는 환자가 발생할 때에 대비할 수도 있다. 즉, 지하철 등에서 심장마비 등의 이상 증상이 발생한 환자는 영상 카메라가 그 상황을 안전요원에게 실시간으로 전달해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도 수행하게 될 것이다.
우리의 미래도시를 안전하게 만들어주는 또 다른 기술로는 우리나라에 상륙하는 태풍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태풍의 진로를 예측하고 그에 대비하는 유비쿼터스 네트워크 기술을 들 수 있다.
즉 태풍의 진로와 세기를 정확하게 예측하기 위해 다양한 기후 측정 장치를 먼 바다와 대기 중에 설치하고 태풍의 변화를 예측하기 위한 프로그램의 입력값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이러한 정보를 통해 더욱 정확한 태풍 정보를 얻을 수 있어서 미리 태풍 피해 예상 지역 주민들을 대피시키거나 시설물 보강 등의 준비를 할 수 있는 등 대비가 가능해진다.
또한 시설물의 상시 모니터링을 위해 미리 각종 센서를 주요 시설물에 설치했다가 태풍이 지나간 후 시설물의 안전성을 검토하기 위한 기본 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유비쿼터스 센서 네트워크 기술이 적용될 수 있다.
이러한 다수의 센서가 제공하는 정보는 시설물의 안전성을 최단 시간 내에 평가할 수 있기 때문에 대피했던 시민들이 사용할 수 있는 시설물로 신속하게 재입주하는 것을 결정하는 과정에도 활용할 수 있다.
앞으로 30년 이후 미래 한국 과학기술이 어떻게 전개될지에 대해 한국과학기술평가원이 펴낸 '미래 사회 전망과 한국의 과학기술' 조사 보고서에서 예측한 바에 따르면, 앞으로 도시 공간이 날로 복잡해져서 자연재해뿐만 아니라 화재 폭발 등의 위험이 증대되고 있어서 선진국형 방재 과학기술을 준비해야 한다고 한다.
재난방지를 위한 안전시스템 기술은 사고 발생 이전에 미리 그 징후를 감지하는 기술로 진화해 나갈 것이다. 또 단순히 신호만 감지하고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다수의 유용한 정보를 모으고 이를 통합적으로 분석하는 기술이 등장할 것이다. 사고 대응에 있어서도 단순히 발생한 사고 현장에 대한 대응이 아니라 종합적인 대응체계를 구축할 수 있는 첨단 기술이 사용될 것으로도 예측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한국도 이와 같은 첨단 미래 재난방지 기술을 활용해 선진국형 방재 과학기술을 구축해 나가야 할 것이다. 특히 방재 과학기술은 사고와 테러뿐만 아니라 자연재해에 대해서도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화해야 한다.
예를 들어 태풍과 홍수 등에 의한 수해는 인공위성을 활용해 집중적으로 감시함으로써 피해를 최소화하는 기술을 실용화하는 것이 가능해질 수 있다. 또한 첨단 센서를 활용하면 지진을 정확하게 예측해 소중한 인명에 대한 피해를 방지할 수 있다. 여름이면 수많은 사람을 불행으로 내모는 태풍의 경우도 과학기술을 사용하면 그 위력을 현저하게 약화시킬 수 있다. 심지어는 가뭄으로 고생하는 지역에서 인공으로 비를 내리게 해 물걱정을 해소하는 기술도 개발될 수 있을 전망이다.
이러한 기술들이 실용화되면 도시의 다양한 건축물과 도로, 생활망 등은 훨씬 더 안전해져 대형 재난이 발생할 확률이 더욱 낮아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한국의 도시는 인간에게 더욱 안전하고 편안한 환경을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권일범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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