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인플루엔자(AI)가 최근 유럽을 비롯해 우리나라에서도 감염 사례가 발견되면서 한동안 일부 아시아 국가에만 국한됐던 AI 공포가 전세계로 확산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최근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오스트리아 그리스 불가리아 러시아 등에서 AI 변형 바이러스인 H5N1에 감염된 것으로 잇따라 확인됐다. 유럽 내 최대 가금류 생산국인 프랑스에서 처음으로 AI가 발생한 데 이어 독일에서는 북동부 뤼겐섬에서 폐사한 백조에서 인체에 치명적인 H5N1형 AI 바이러스가 검출된 이래 지금까지 103마리의 야생조류에서 AI 바이러스 감염이 확인됐다. 이에 AI가 인간 대 인간 감염으로 전이될 경우 6월 열리는 독일월드컵이 취소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영국 당국도 AI 바이러스가 영불 해협을 넘을 가능성이 크다며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히말라야 산맥을 믿고 ‘AI 안전지대’를 자부하던 인도에서도 20일 전국적으로 AI 경보를 발령했다. 인도는 중서부 마하샤트라 주에서 발생한 AI로 현재 3만마리의 야생 조류와 9만마리 이상의 닭을 살처분했다. 인도 정부는 닭고기와 계란의 섭취를 금하도록 홍보하고 국내선 항공기와 기차에서도 닭고기 메뉴를 제외했다.
북한도 지난해 12월부터 국경지대인 중국 랴오닝성 등에서 AI가 발생해 인간감염 사례까지 발생하자 방역활동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더구나 AI 확산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면서 AI가 철새뿐 아니라 다른 매개체에 의해 퍼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AI의 확산이 애초 6개월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했으나 최근 들어 단시일 내에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 당황하고 있다. 새뮤얼 주치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동물생산보건국장은 “최근 5년 동안 아시아에 국한됐던 AI가 갑자기 빠른 속도로 확산하고 있으나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사스(급성중증호흡기증후군)보다 더 인체에 치명적인 AI가 전세계로 확산할 경우 세계인구의 2.2%인 1억4200만명까지 목숨을 잃게 되고 세계경제에 미치는 손실은 지구촌 연간생산량의 8분의 1인 4조4000억달러(약 44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황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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