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核보다 무서운 北의 정세 오판 [남북진단]

by 바로요거 2008. 4. 8.

[통일논단] 核보다 무서운 北의 정세 오판

세계일보 | 기사입력 2008.04.08 20:32



백승주 국방연구원 연구위원
새 정부가 출범한 다음날인 2월26일 평양의 동평양대극장에서는 뉴욕필 공연이 있었다. "꿈 속에 그려라…"는 드보르자크의 '신세계교향곡'을 들으면서 우리 모두는 북한 체제가 개혁·개방의 신세계로 나올 것을 기대했다. 그 바람과는 달리 우리는 지금 남북 관계가 신세계가 아닌 '냉탕·온탕의 순환법칙'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오밤중에 짐을 싸서 도망치듯 군사분계선을 넘어 돌아온 개성공단 경협사무소 직원들을 보면서 국민은 또 한번 북한 당국에 심한 배신감을 느껴야 했다. 최근 남북관계가 '냉탕' 속으로 빠져든 근저에는 북측의 잘못된 정세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4월1일자 북측 노동신문에 실린 논평에는 북측의 시각이 잘 담겨 있다. 우리 정부와 사회를 향한 북측의 분노는 몇 가지 억측에 근거로 하고 있다. 그들은 1990년대 말 우리가 IMF 사태를 극복한 것이 순전히 북측의 지원 때문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듯하다. 북측이 남북관계 개선에 나서지 않았다면 우리가 국가 파산의 늪에서 빠져나올 없었다는 억측에서다. 또 한반도에서 핵전쟁을 막을 수 있었던 것은 북한의 선군정치 덕택이라는 것이다. 이런 연장선상에서 북은 남측의 도움 없이 살아갈 수 있지만 남측은 북을 등지고 살아갈 수 없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이런 북한의 억지에 대해 우리 국민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대부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억지 주장에 단단히 면역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남북 당국 간 대화 중에서도 북측이 비슷한 억지 주장을 하면 최고지도자를 의식해서 하는 충성발언쯤으로 치부해 버린다.

줄곧 억지 주장을 펴온 북한 지도자가 실제로 이런 오판을 한다고 가정해보자. 첫째, 한국 국민은 북한 핵무기와 군사력을 두려워하고 있다. 핵무기의 전술적 사용 가능성을 흘린다면 남측은 북측이 원하는 것을 다 들어줄 것이다. 둘째, 한국 사회 내에 진행 중인 양극화로 형성되는 다수의 절대빈곤층이 북측의 대남 전략에 매우 우호적인 세력이 되어 있다. 셋째, 남북관계를 악화시키면 남한 경제가 어려워지고, 그렇게 되면 남측 기업인들이 앞장서서 '북한에 돈을 주고 평화를 구매하라'고 압박할 것이다.

나는 북측의 이러한 정세 오판이 최근 북측의 대남 조치와 일정한 관련성이 있다고 본다. 남한 총선을 앞두고 북측이 대남 강경조치를 통해 우리 정부를 압박하면 정부·여당에 불리한 총선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 같다. 나아가 미사일 능력을 과시해 미국을 압박하면 미국도 대북 정책에서 양보할 것이라고 믿고 있는 것이다.

북측의 대남 전략가들은 우리 사정을 비교적 잘 알지만 정확지 않은 부분도 많다. 우리나라로 망명한 황장엽 전 북한노동당 국제담당비서는 '우리 사회의 노동운동은 북측이 보낸 요원에 의해 일어난 공작활동'이라고 한 적이 있다. 황씨가 우리 노동운동을 북한이 조종하여 발생한 공작으로 주장하는 데는 부분적인 근거가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우리 사회의 노동운동은 산업화·민주화 과정에서 겪어야 하는 성장진통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미국의 한 북한전문가는 북한 당국의 대외정책 특징을 의도된 비합리성, 창조적 호전성, 목적지향적 광기성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 북한이 지금 새 정부와 우리 사회에 대해 갖고 있는 '배신감'이 '정세 오판', '호전성'과 결합한다면 한반도에는 대재앙이 된다. 북한 당국이 정세를 오판하는 것을 막는 일이 핵문제 해결보다 더 급하다. 북측이 정세를 제대로 이해해야 핵 문제에 대한 전략적 결단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북한의 정세오판을 경계해야지, 관계 악화의 책임을 내부에서 따질 때가 아니다. 북한 당국의 균형 잡힌 정세 인식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추진할 필요가 있다.

백승주 국방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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