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시다 / 숨지다 / 북망산 가다 / 골로 가다
'세상을 떠나다'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승을 떠나 다시는 오지 못할 저승으로 갔다는 뜻이다.
여기서 이승은 이쪽을 뜻하는 우리말 '이'와 삶을 나타내는 생(生)이 '승'으로 귀화해 합친 말이다.
즉 현세에 사는 '이쪽 세상의 생애'를 의미한다.
마찬가지로 저승은 저쪽을 뜻하는 우리말 '저'와 삶을 나타내는 한자 '生'이 '승'으로 귀화해 합친 말
로, 사람이 죽은 뒤에 영혼이 가서 사는 '저쪽 세상의 생애'를 뜻한다.
저승이란 말 속에는 죽어서도 삶(生)이 있다고 맏는 한국인의 사후 세계관이 담겨 있으니, 한국인에게
죽음은 삶의 끝이 아니라 내세(來世)로의 연장인 셈이다.
'돌아가시다'는 원점으로 돌아갔다는 뜻의 말이다.
그 원점은 하늘일 수도 있고 땅일 수도 있으며 다른 별일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윤회(輪廻)의 수레
바퀴로 돌아간 것을 의미한다.
'돌아가시다'는 종교적 신성을 담은 말이기에 '돌아가다'보다는 '돌아가시다'라는 존칭어로 쓴다.
'숨지다' 혹은 '숨을 거두다'는 인체의 생리작용에서 나온 말이다.
'숨지다'는 숨 쉬는 동작이 멈추었다는 말이고, '숨을 거두다'는 자연 섭리에 따라 가을걷이처럼 자연
의 품안으로 들어갔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북망산 가다'와 '골로 가다'라는 말은 지명에서 나왔다.
'북망산'과 '골'은 각각 '고귀한 자들의 무덤'과 '일반인들의 무덤'이 있던 특정 지역을 지칭하는 말로,
북망산은 다소 세련된 표현으로, 골은 속된 표현으로 통한다.
북망산이란 사람이 죽어서 파묻히는 곳을 이르는 말이다.
북망산은 본시 중국 하남성 낙양 땅 북쪽에 있는 산 이름인데, 한나라 이후 역대 제왕과 명사 등 신분
이 높은 사람들의 무덤이 이곳에 마련되었다.
그래서 '북망산 가다'라고 하면 '죽어서나마 좋은 곳으로 가다'라는 뜻으로 통했던 게 차츰 '사람이
죽다'라는 일반적 표현으로 쓰이게 되었다.
'골로 가다'는 죽는 것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이 말은 공동묘지 지역이었던 '고태골'에서 유래되었다.
조선시대 때 한성부 동북쪽, 지금의 서대문구 신사동에 해당되는 지역에 세력골, 고태골이 있었는데
이곳에는 묘소만이 즐비하게 있었다.
그래서 '고태골 가다'라는 말은 '죽는다'라는 뜻으로 통했고, '고태골 가다'라는 말이 점차 '골로 가
다'라는 줄임말로 쓰이게 되었다.
그러나 관(棺)을 뜻하는 옛말 골에서 유래해 '관 속으로 들어가다'라는 의미로 '골로 가다'는 말이 생
겼다는 설도 있다.
'골로 가다'는 속된 표현이므로 쓰지 않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