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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긴장 완화책 무엇인가

by 바로요거 2008. 4. 2.

[시론] 남북 긴장 완화책 무엇인가

중앙일보 | 기사입력 2008.03.31 00:50 | 최종수정 2008.04.01 11:11

[중앙일보 류길재] 북한이 한·미 양국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지난주에 패키지로 쏟아낸 북한의 전방위적 대응공세 의도가 점차 분명해지고 있다. 남북경협사무소의 남한 당국자 철수, 서해상에서의 미사일 발사, 북방한계선(NLL)에서의 충돌 예고를 담은 북한 해군 대변인 성명, 북핵 협상과 관련해 미국을 비난하는 외무성 대변인 담화가 이어졌다. 급기야 '선제공격' 발언 사과 요구와 당국자 입북 차단을 경고하는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이르게 되면 북한이 어떤 길을 가려는지가 확연해진다. 그것은 남북관계에서 긴장을 고조시킴으로써 이명박 정부에 포용정책으로 회귀하든지, 아니면 강압정책을 택하든지 하라는 최후통첩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그 길의 끝은 4월 초순의 한·미 정상회담이 될 것이다. 만일 캠프 데이비드에서 김정일 위원장에 대한 폄하나 비난이 나오든지, 북한에 대한 강경한 메시지가 나오든지, 한·미 양국이 찰떡궁합임을 과시하는 뭔가가 나온다면 북한은 최후통첩을 날릴 태세다. 그 전에도 일련의 경고성 발표나 행동이 나올 것이 예상된다. 물론 이러한 행동이 겨냥하는 것은 미국이 아니라 한국의 신정부다. 조선중앙통신 보도에서 이미 나타났지만 앞으로 당국 간 접촉이나 회담은 기대하지 말아야 할지도 모른다. 당연히 제3의 정상회담도 어려울 것이다. 적어도 이명박 정부하에서는 말이다.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결국 근본적인 물음에 다시 마주해야 하는가. 포용이냐, 강압이냐 그것이 문제인가. 사실 이명박 정부는 '비핵, 개방, 3000'이라는 구호 외에 구체적인 대북정책의 밑그림을 제시하지 않았다. 적어도 표방한 적이 없었다. 출범과 더불어 김대중 정부가 '햇볕정책'을, 노무현 정부가 '평화번영정책'을 신속하게 공표한 것과 대비된다. 대북정책을 구속하는 명칭도 붙이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나 대선 기간과 그 이후 나타난 발언들을 통해 제시한 것은 '원칙을 가진 포용'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이것이 가장 명백하게 드러난 것이 지난 25일 통일부 업무보고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발언한 내용이다. 그것은 포용도 아니고 강압도 아닌 그 중간으로 비칠 수 있다.

이는 지난 10년의 대북정책에 대한 반성을 담고 있으며, 반성은 필요하다. 정권이 바뀌었으니 정책도 달라져야 한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최우선 순위에 두고 있는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해선 북핵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바로 지금 적용할 수 있는 대북정책이 요청된다. 아마도 이 대통령은 총선이 끝난 뒤 보다 적극적인 내용을 담은 정책을 내놓으려 했던 것 같다. 이는 통일부 업무보고에서 대통령의 "새 정부가 선거 끝나고 남북 간 협상이 여러 면에서 시작되면"이라고 언급한 데서 엿볼 수 있다. 그렇지만 북한은 그때까지 기다릴 여유가 없었던 것인지, 아니면 기다리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현재의 국면은 대북정책에서 '원칙을 가진 포용'을 어떻게 현실과 접목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첫째, 원칙을 내세우기보다는 원칙이 담겨 있는 정책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퍼주기'가 아닌 북한이 자립할 수 있도록 하는 지원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 둘째, 이러한 방안을 적절한 채널을 통해 북한과 협의해야 한다. 당장 공식적인 대화가 어렵다면 비공식 대화를 통해서라도 해야 한다. 셋째, 비핵화를 위해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 간에 역할분담이 이뤄지는 방향으로 대북 공조가 논의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북한은 잃을 것이 별로 없는 나라다. 이 나라를 변화시키겠다는 포용 일변도의 정책이 실패했다는 사실을 지금 우리는 목도하고 있다. 포용정책은 우리에게 레버리지를 안겨주지 않았다. 합리적인 대북정책과 남북관계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말보다는 행동으로, 행동 속에서 일관성과 합의 준수를 담아내야 한다. 그리고 때로는 뱃심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국민들이 현 상태를 포용이냐, 강압이냐의 이분법으로 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류길재 경남대 북한대학원 교수
▶기자 블로그 http://blog.joins.com/center/journalist.a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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