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 하반기부터 살아날까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사태 이후 침체 양상을 보이고 있는 미국 경제가 올 상반기 중 바닥을 치고 하반기부터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한국은행이 전망했다. (중략) 반면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 피해액이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많아 경기 회복을 낙관할 수 없다는 견해도 적지 않다. (기사 중 일부 발췌)
다시 풀어 읽는 경제기사
지난해 여름부터 전 세계 금융시장을 강타한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사태가 요즘은 매일 보도될 지경이 되었습니다. 요즘 세계 경제 여건을 설명할 때 원자재 가격의 폭등과 함께 빠짐없이 거론되지요. 하지만 여전히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오늘은 이 사태가 그 동안 얼마나 진행됐고, 앞으로 우리나라와 미국 경제에 어떤 악영향을 줄 수 있는지 알아볼까요.
서브프라임모기지 시장의 흥망
'모기지론(mortgage loan)'은 주택을 구입할 자금 중 일부를 은행 같은 대출기관에서 장기(15~30년)로 빌려 주고, 돈을 빌린 사람이 매달 이자와 함께 원금을 갚아 나가도록 하는 제도를 말합니다. 집값은 워낙 거액입니다. 그래서 모기지론제도는 집 없는 서민에게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시켜 주기 때문에 매우 유용하지요. 모기지론은 신용도가 낮은 사람에게 대출해주는 서브프라임(subprime·비우량)과 신용도 높은 사람에게 빌려 주는 프라임(prime·우량) 등으로 나뉩니다.
서브프라임시장이 크게 성장한 것은 2003년부터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이자율이 낮았고 돈은 흘러 넘쳤기 때문에 돈을 굴릴 새로운 시장으로 신용도 낮은 사람들을 위한 주택대출이 흥하게 된 거죠. 대출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대출자를 유인하기 위한 갖은 방법이 동원됐습니다. 대출 초기 이자와 상환액 줄여주기, 연체 기록 살펴보지 않고 대출해주기, 까다로운 서류 없이 돈 빌려 주기 등이 성행했습니다. 대출회사는 차입자가 빌린 돈을 잘 갚을 수 있는지에 대한 신용 평가를 꼼꼼히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이를 무시한 거죠. 대출회사들의 이런 유인책은 나중에 돈을 갚지 못하게 될 위험성을 높여 주었습니다.
급성장하던 서브프라임모기지시장은 2006년 하반기부터 빌린 돈을 매달 갚지 못해 '연체'를 하는 차입자가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급격히 쪼그라들었습니다. 은행이 모기지 대출을 해줬는데, 대출받은 사람이 원금과 이자를 계약대로 갚지 못해 손실을 입을 수 있는 위험을 '신용 위험'이라고 부릅니다.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은 금융회사들이 애초에 '신용 위험'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겁니다.
앞으로는 어떻게 되나요.
문제는 이미 터졌습니다. 당분간은 계속해서 세계 경제에 나쁜 영향을 줄 것입니다.
앞으로는 서브프라임모기지문제를 볼 때 세 가지 위험요소를 눈여겨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첫째, 서브프라임모기지가 가장 흥했던 때가 2006년인데 올해 2년째가 됩니다. 많은 대출이 올해부터 원금 상환에 들어가든지 혹은 이자 상환액이 크게 늘어나게 되죠. 많은 사람들이 돈을 갚지 못하게 될 겁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돈을 못 갚을지, 또 이로 인한 금융회사의 손실이 얼마나 될지가 관건입니다. 미국 연방정부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자율 동결 조치 등을 취하고 있지만 워낙 신용 위험이 큰 대출상품이어서 해결이 쉽지 않아 보입니다.
둘째, 앞으로 미국 주택가격이 어느 정도, 얼마나 오랫동안 하락할지가 문제입니다. 미국 집값은 지난 10년 동안 유례 없이 높이 뛰었습니다. 거품 논란도 끊이지 않았죠. 로버트 쉴러(Shiller) 예일대 교수는 미국 집값이 적어도 15% 이상 하락할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미국에서 소비자 지출이 줄어들게 됩니다. 우리나라와 같이 대미(對美) 수출이 많은 나라는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지요. 대출을 갚지 못해 많은 주택들이 할인된 가격으로 시장에 매물로 쏟아지면 주택가격 하락과 저(低)소비의 악순환은 계속될 겁니다.
또 서브프라임모기지문제가 미국 전체 모기지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프라임모기지'시장으로 번지게 될 우려도 있습니다. 위에서 살펴본 '묻지마 대출' 관행이 서브프라임모기지뿐 아니라 프라임모기지시장에서도 있었던 거지요. 서브프라임모기지 만큼은 아니겠지만 프라임모기지시장의 손실이 커지면 미국 경제와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에 당연히 부정적인 영향을 주겠죠.
앞으로 신문이나 TV에서 서브프라임모기지 보도가 나오면 위 세 가지 문제를 염두에 두면 이해하기 쉬울 겁니다.
CDO는 뭔가요?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이 생기면 대출해준 금융회사만 망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그리 간단치는 않습니다. 서브프라임모기지 문제는 대출업체뿐 아니라 금융시장 전체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바로 CDO(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자산담보부증권)라는 연결 고리 때문이죠. 그런데 CDO라는 말 또한 어렵군요.
서브프라임모기지 차입자에게 받을 대출 상환금을 담보로 금융회사는 채권을 발행해 투자자에게 파는데 이를 CDO라고 합니다. '내가 앞으로 대출금 받을 게 있으니 지금 채권을 사 주면 몇 년 동안 이자를 쳐 돈을 돌려 주겠다'는 약속이 담긴 채권을 만들어 이를 다른 금융회사에 파는 거죠. 채권을 판 돈으로 대출기관은 자금 조달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더 많은 대출을 할 수 있겠죠.
이와 같이 발행된 CDO를 가지고 금융회사들 간에 연쇄적으로 거래가 일어나게 됩니다. 최초 담보인 주택 대출 상환이 안 되면 연쇄 고리에 있는 모든 금융회사가 부실해지겠죠. 그래서 서브프라임사태가 더 심각한 거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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