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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지진.해일의 여파

by 바로요거 2008. 3. 26.

인니 강진, 동남아 5개국서 3300명 사망(종합)

머니투데이 | 기사입력 2004.12.26 10:13

[머니투데이 강기택김진형기자]40년만에 세계에서 가장 높은 강도의 지진과 후속 해일이 발생, 동남아 5개국에서 최소 3300명 이상이 사망했다. 특히 실종자가 수백명에 달하고 있어 사망자 수는 점점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태국 푸켓에서는 한국인 관광객 1명이 실종되고 1명이 부상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우존스,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26일 오전(현지시간) 7시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에서 발생한 리히터 규모 8.9의 강진과 이에 따른 해일로 인도네시아, 스리랑카, 인도, 태국,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일대에서 수천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특히 해일이 태국의 푸켓 등 유명 관광지를 덮쳐 한국인 2명을 포함, 관광객들이 많은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지질연구소는 자카르타 북서쪽 1천620㎞ 북 수마트라 섬의 서부 해안 해저40㎞ 지점에서 리히터 규모 8.9의 지진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또 이 강도가 지난 1세기 동안 5번째로 40년만에 가장 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지진으로 태국 푸켓을 여행중이던 한국인 배모(75)씨가 실종되고 김모(46)씨가 부상당했다. 외교통상부는 갑자기 밀어닥친 파도에 배씨가 실종됐다고 현지 여행사 관계자가 신고했다고 밝혔다. 배씨는 현지 호텔앞을 산책하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배씨의 딸인 김씨는 발가락을 크게 다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는 현지공관에 연락해 정확한 사고 경위를 파악하고 추가 피해 여부에 대해서도 확인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번 지진은 인도네시아를 포함, 인근 국가들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지진이 발생한 인도네시아 아체 주에서는 건물 수십 채가 붕괴하고 스리랑카, 인도, 태국 등의 해안지대는 거대한 해일이 덮쳐 각각 수백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등 피해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최대 피해 지역은 지진 후 발생한 거대한 해일이 덮친 스리랑카와 인도 해안지대로 최소 2800여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스리랑카 경찰은 1677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으며 인도 당국은 1100여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또 태국의 유명 휴양지 푸켓 등에서도 61명이 사망했고 1300명 이상이 부상을 입었다. 태국 정부는 이날 오후 이같이 밝혔다. 정부는 관광객 대부분은 안전하다고 밝혔다. 특히 푸겟에는 연말연시 휴가철을 맞아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들어 사망자 및 부상자의 수가 갈 수록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외신은 현지인들의 말을 인용, 관광버스 30대가 헤일에 사라졌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밖에 말레이시아 28명을 포함해 방글라데시 등지에서도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번 지진은 수마트라에서 2천㎞ 떨어진 태국 방콕과 진앙에서 950㎞떨어진 싱가포르의 고층건물이 흔들릴 정도로 강력했으며 호주와 남극 사이 해저에서 리히터 규모 8.1의 강진이 발생한 지 3일만에 발생한 것이다. 리히터 규모 8의 지진은 매우 드문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2003년 9월 일본 홋카이도에서는 규모 8의 강진으로 600여 명이 부상했고 2001년 6월에는 페루 해안에서 규모 8.4의 지진이 발생해 74명이 숨진 바 있다. 인도 기상당국은 해일의 위협은 완전히 가시지 않았으며 앞으로 이틀 동안 첸나이와 타밀 나두 지역에서 재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타밀 나두의 남부지역은 이번에 800명 이상이 사망했다. 한편 동남아시아 최대 산유국인 인도네시아의 석유시설에 대한 피해상황은 즉각 보고되지 않았다. 그러나 석유와 가스 관련 송유관 등에 큰 손실이 있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강기택김진형기자 acekang@moneytoday.co.krjhkim@moneytoday.co.kr < 저작권자 ⓒ머니투데이(경제신문) >

[동남아 지진 강타] 해안에서 발생…엄청난 해일 피해 추정

연합뉴스 | 기사입력 2004.12.27 04:28

(서울=연합뉴스) 40년만에 몰아닥친 최악의 지진과 해일로 인해 동남아 일대 국가들이 입은 피해가 하나 둘 드러나고 있다. 이번 지진의 진앙지인 인도네시아의 경우 4천4백여명이 사망한 것을 비롯해 스리랑카와 인도 등에서도 각각 3천명 이상이 숨지는 등 1만1천여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외신은 전하고 있다. 일부 지역은 통신이 두절될 상태여서 정확한 집계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사망.실종자와 부상자 등 인명피해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강진과 높이 6-10m의 거대한 파도가 성탄절 연휴를 맞아 해수욕을 즐기던 관광객들과 조업중이던 어부를 덮쳐 바다로 쓸어가버렸다니 그 참상은 헤아리기 어렵다. 10명 안팎의 한국인도 사망했거나 연락이 두절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울 뿐이다. 특히 12월은 여행성수기로 태국 푸켓만해도 1천여명의 한국인 관광객들이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우리 정부의 신속한 피해 규모 파악과 대처가 요구된다. 이번 지진으로 인해 이들 국가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이 입은 피해는 그다지 크지 않아 다행이라 하겠다. 현대자동차의 인도 현지공장에서 생산된 차량 1천여대가 물에 잠긴 것으로 확인됐으나 보험에 가입해 있어 실제 손해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또 지진 피해를 입은 태국 관광지로 떠나려던 국내 관광객 상당수가 출발을 연기하거나 예약을 취소했다고 한다. 이번 참사가 특히 주목을 끄는 이유는 일명 "쓰나미"라고 부르는 "지진으로 인한 해일"이기 때문이다. 쓰나미의 파고는 바다 중심에서는 1m 이하로 경미하지만 육지쪽으로 가까이 올수록 급격히 높아져 파고가 30m 이상인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이번 지진이 남의 일이 아닌 것은 근년들어 우리나라에서도 비록 규모는 작으나 지진이 자주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진다발지역인 일본을 지척에 두고 있기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지난 83년과 93년 일본에서 발생한 지진해일로 우리나라 동해안 여러지역이 피해를 입은 바 있다. 이번에 큰 피해를 입은 인도와 스리랑카의 경우 해일 경보체제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희생자가 많았다고 외신이 전하고 있는 만큼 관계당국은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천재지변이야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철저한 방제시스템을 갖춘다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정부는 또 이번 참사의 응급구호와 피해복구를 위한 국제사회의 지원대열에 속히 합류해야 할 것이다. 현지상황을 조속히 파악해 우리의 도움이 필요한 분야를 가려 물적.인적지원을 적극적으로 제공하길 바란다. (끝) <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동남아 지진 강타] 지진 여파 거대한 파도 ‘쓰나미’

프레시안 | 기사입력 2004.12.27 10:33

한국인도 2명 사망-실종. 실종자 수천명, 사망자 시시각각 급증
[프레시안 김한규/기자]  1900년 이후 5번째로 강력한 지진이자 지난 40년래 가장 큰 규모로 기록된 진도 8.9의 지진이 26일 오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 인근에서 26일(현지시간) 발생, 27일 오전 8시 현재 동남아 일대에서 사망자만 1만1천명이 넘어서고 실종자 숫자가 수천명에 달하면서 사망자가 시시각각 늘어나는 최악의 피해가 발생했다.
한국인 피해도 발생, 최소한 2명이 사망-실종됐으며 피해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40년래 대지진과 10m 해일로 사망자 1만1천명 넘어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26일 오전 7시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 인근에서 유라시아 지각판 밑으로 호주-인도 지각판이 들어가면서 진도 8.9의 강진이 발생, 그 여파로 높이 수십m의 거대한 지진해일이 발생하면서 동남아 7개국에 1만명1천명 이상의 사망자와 수백만명의 이재민 등 참혹한 피해를 입혔다.
미국 지질관측소에 따르면, 이번 지진은 1900년 이래 세계에서 발생한 지진 가운데 5번째로 강력한 지진으로 1964년 진도 9.2의 지진이 발생한 이후 40년만의 최대 강진으로 기록됐다. 진도 8.9란 거의 모든 것을 파괴하는 수준의 강진으로, 이는 2차 세계대전 말기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단 2백66만개의 위력에 맞먹는 것이며 관동대지진 당시의 충격파보다 32배 거센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 지진후 발생한 지지해일은 진원에서 7천km 떨어진 케냐와 소말리아 등 아프리카 대륙 동해안에까지 밀어닥쳐 그 위력이 얼마나 거셌는가를 감지케 하고 있다.
사망자 규모는 시시각각 늘어나고 있으며, AFP 통신은 이번 지진과 해일로 27일 새벽 현재까지 1만1천4백60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하고 있고 로이터 통신은 1만1천3백8명으로 집계하고 있다. 이밖에 수천명이 실종된 것으로 알려져, 사망-실종자 피해가 2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지진으로 발생한 높이 10m 이상의 초대형 해일은 벵골만과 안나만해 등을 가로질러 진원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스리랑카, 인도 등의 해안을 강타해 여행객, 어부, 가옥, 차량 등 모든 것을 휩쓸면서 정작 지진이 발생한 인도네시아보다도 더 큰 피해가 발생했다.
이번 지진의 진동은 진원지에서 2천km 떨어져 있는 태국 방콕에서도 느껴졌으며, 지진이 일으킨 해일은 또 약 5천km밖에 떨어져 있는 아프리카에까지 피해를 입혀 소말리아에서는 최소 9명이 사망해 이번 지진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케 했다.
게다가 이번 지진은 공교롭게도 지난해 12월26일 이란 남동부 케르만주의 유적도시 밤 시에서 대지진이 발생한지 꼭 1년만에 발생한 것이어서, 지구 내부 지각 운동이 주기적으로 격변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일으키기도 했다. 당시 이란을 강타한 진도 6.7의 대지진으로 사망자만 3만1천8백84명을 기록했고 이재민도 7만5백여명이 발생, 강진 이전의 상태로 복구하려면 10년가량의 시간이 필요한 대재해를 끼쳤다.
인도네시아, 스리랑카, 인도 등 동남아 7개국 큰 피해
이번 대지진으로 인한 피해상황을 동남아 각국별로 정리하면, 우선 강진의 직접적 피해지인 인도네시아의 경우 지진과 해일이 동시에 피해를 일으켜 진원이 가까운 수마트라섬 북부 낭그로아체주와 북(北)수마트라주를 중심으로 최소한 4천7백5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인도네시아 보건부는 밝혔다. 하지만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큰 피해가 발생한 아체 지역은 분리주의 반군과 정부군이 수년째 충돌하는 지역으로 지진으로 통신시설이 모두 무너져 정확한 집계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이번 대지진을 "국가적 재앙"으로 선언했고 유수프 칼라 부통령도 "통신이 어려워 아체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수 없다"고 말해 피해 규모는 훨씬 늘어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스리랑카의 경우는 남동부를 강타한 강력한 해일로 4천3백명 이상이 사망했다. 하지만 이 사망자 규모에는 스리랑카 반군이 지배하고 있는 지역의 사망자가 포함되지 않은 수치로, 반군 지역에서도 1천5백명 가량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사망자 숫자는 더 급증할 전망이다. 아울러 스리랑카 정부는 피해주민 수만 해도 1백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인도의 피해도 막심해서 남동부 타밀 나두와 안드라 프라데시주를 중심으로 해서 발생한 사망자수는 2천6백6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비공식 집계에 따르면 사망자가 3천명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타밀 나두주의 주도인 마드라스 인근 칼라파캄 원자력발전소도 침수돼 발전이 중단됐다.
이들 외에 태국 몰디브 미얀마 말레이시아 등도 적잖은 피해를 입었다.
태국은 최소 3백10명의 사망자와 5천명의 부상자, 말레이시아는 52명 사망자를 기록했다. 이밖에 지표면이 해수면보다 1m밖에 높지 않은 몰디브는 이번 해일로 수도 말레의 3분의 2가 휩쓸리는 심각한 피해를 당했다.
한국인 1명 사망, 1명 실종. 여행성수기여서 피해 늘어날 우려
상당수 한국인 관광객들이 크리스마스 및 연말 성수기를 맞아 태국 푸켓, 몰디브, 말레이시아 페낭 등 동남아 지역으로 여행을 떠난 것으로 알려져 한국인의 인명피해도 크게 우려되고 있다. 이미 한국인 가운데 1명이 사망하고 1명이 실종된 것으로 보고된 상태다.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교민 임모씨(33)는 태국 푸켓에서 말레이시아 부인 및 딸과 함께 물놀이를 하던 중 해일에 휩쓸려 사망했다. 대사관측은 임모씨의 시신이 해일 피해를 입은 남부 트랑주의 병원에 안치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상황을 파악중이라고 말했다.
한국인 여행객 배모 할머니(75)도 푸켓 해변에서 산책 도중 해일에 휩쓸려 실종됐으며, 배모 할머니의 딸인 김모씨는 해일도 발목에 큰 부상을 당했으며 재미교포와 호주 교민도 각각 한명이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국인들이 많이 몰려있는 태국의 피피섬 지역에는 통신이 어려워 정확한 피해 집계가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이들 지역에 흩어져 있는 각국의 관광객들은 태국 해군선을 타고 푸켓으로 이동중이어서 추후 한국인 추가 피해가 확인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태국 푸켓과 피피섬 일대에는 한국인 관광객 및 여행사 현지직원 등 2천~3천명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7일 새벽 현재 푸켓에 있는 한국 여행사 30여개 중 20개는 연락이 닿았으나 나머지는 연락이 안되는 상황이어서 한국인 관광객 인명 피해 추가 발생 여부가 정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일본, 푸켓 등지에서 20여명 실종
현재 태국 푸켓 등지에 5백명의 관광객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일본의 경우 푸켓 등지에서 20여명이 실종됐으며 그 가운데 10명 정도는 지진해일에 휩싸여 갔다는 첩보가 나돌아, 일본보다 많은 관광객이 현지에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피해가 더 큰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기도 하다.
이밖에 지진 피해 지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피해도 일부 확인돼 코트라 인도 첸나이 무역관에 따르면 해일이 첸나이 항구를 덮쳐 항구에 야적중이던 현대 자동차 수출용 차량 1천여대가 침수됐다. 항구에 야적돼 있던 차량은 "상트로"로 국내에서는 단종된 "아토스"와 같은 차종이며 유럽지역으로 수출된 예정이었다. 피해액은 60억원정도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이에 따라 본부에서 비상근무체제에 들어가는 한편 푸켓 현지에서 태국 대사관 소속 영사를 파견해 정확한 인명 피해 상황 조사에 나섰다.

김한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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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대재앙]“아체서만 40만명 사망”"

동아일보 | 기사입력 2005.01.01 12:22

[동아일보]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 서부 해안에서 발생한 지진과 지진해일(쓰나미・津波)로 인도네시아 아체 주에서만 40만 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레이시아 베르나마 통신이 지난해 12월 30일 보도했다. 루스디하르드조 말레이시아 주재 인도네시아 대사는 쿠알라룸푸르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수마트라 서쪽의 작은 섬들을 항공기로 정찰한 결과 메울라보 섬은 언덕 위의 군용 건물 한 채만 남기고 완전히 파괴됐으며 생존자가 있다는 징후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진앙에서 150km 떨어진 메울라보 섬에는 15만 명, 시말루르 섬에는 7만6000여 명이 거주했으나 대부분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 그는 “수마트라 섬 서쪽의 여러 섬들이 사라졌다”며 “파괴 규모로 볼 때 언제 수색 및 구조 활동을 할 수 있을지조차 말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한국 외교통상부는 31일 오후 11시 현재 한국인 피해는 사망 8명, 실종 10명이라고 밝혔다. 또 연락이 두절돼 소재 확인 요청이 들어온 1190명 가운데 736명의 소재가 확인돼 소재 미확인자는 454명이 됐다. 외교부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 아체 지역에서 프랑스계 시멘트공장 간부로 근무하던 은모 씨와 그 부인을 31일 실종자 명단에 포함시켰다”며 “현장에 파견된 영사 1명이 현지 경찰의 협조로 수색작업을 벌였지만 생존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지진해일 피해 국가를 지원하기 위한 국제회의가 6일 인도네시아에서 열릴 예정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하산 비라주다 인도네시아 외무부 장관은 이번 회의에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10개 회원국과 한국 미국 중국 일본 등 각국 정상이나 특사, 유엔 등 국제기구 대표들이 참석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남아시아 강타한 쓰나미 참사, 그 생생한 현장을 다녀오다

레이디경향 | 기사입력 2005.02.22 02:26

태국 푸케트&스리랑카 트링코말리
인도네시아 일대에서 발생한 지진해일 대참사를 지켜보면서 말 그대로 무력감에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재난’을 넘어 ‘재앙’에 가까운 현실에 비감히 몸서리도 친다. 직접적인 사망자수만 1월 18일 현재 족히 20만 명에 육박한다고 하니, 이것이 영화가 아니라 현실이라는 사실에 경악할 따름이다. 스탈린이 그랬다던가. “한 명의 죽음은 비극이요, 백만 명의 죽음은 통계”라고. 그러나 대참사로 인한 이 엄청난 희생이 안일한 보도 속에서 ‘통계’로 취급되는 일은 경계돼야 할 것이기에 조심스럽게 르포를 구성한다. 그 수많은 죽음은 그 하나 하나가 말 그대로 더할 수 없는 비극일 것이므로… 그러나 진흙 속에 피어나는 연꽃의 붉은 꽃잎처럼 남은 자들의 삶은 뜨겁게 계속된다. 그리고 삶이 계속되는 한 희망의 빛 역시 꺼지지 않고 반짝일 것이다. 태국 푸케트&카오락 일대 취재일지 기간 2004년 12월 31일~2005년 1월 5일 취재 경향신문 사회부 송형국 기자 ◆ 생지옥의 현장 쓰나미가 삼키고 간 태국 푸케트의 피해 현장은 천혜의 절경을 지닌 푸른 바다와 폐허로 변한 죽음의 땅이 극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그곳에서 엇갈린 무수한 이들의 생과 사를 품고 있는 듯했다. 급한 출장 결정에 서둘러 찾아간 현장은 다른 말이 필요 없는 생지옥. 생존 그 하나만을 갈구하다 죽어간 수백 구의 익사체가 한눈에 들어왔을 때 내게 다가온 것은, 유치하기 짝이 없게도 생에 대한 안도였다. 익사체는 하나같이 괴로워한다. 체내 가스로 인해 몸은 2배로 불어 있고 안구는 얼굴 밖으로 나와 있다. 수습 시절 부검실에서 맡았던 역겨운 냄새는 그곳에 비하면 향기에 가깝다. 그들의 명복을 빌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내 몸과 내가 사랑하는 사람만이 머릿속에 가득 차 오른다. 대개 한두 사람의 시신을 볼 때는 식욕이 없어지거나 슬프다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그런 척하게 된다. 이번엔 알 수 없는 안도감이 먼저 찾아왔고, 배가 고팠다. 그날 숙소로 돌아와서는 준비해간 스니커즈 초코바를 꾸역꾸역 입에 넣었다.  새해 첫날 태국 팡아 주(州) 북부의 사찰 왓 방무앙(‘왓’이 사찰이라는 뜻.) 쓰나미 발생 6일째인 이곳의 피해 해안은 어느 정도 시신 수습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는 한편 사체 집결지에는 수천 구의 시신이 쌓여가고 있다. 팡아 주 카오락 해안에서 희생당한 외국인 시신은 인근 세 곳의 사원에 분산 배치돼 가족들의 확인 작업을 기다리고 있다. 태국인 사망자들은 현지에 화장하는 관습이 있는데다 부패 진행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발굴되는 대로 화장하고 있지만, 외국인 희생자들은 유가족 확인이 없으면 처리할 수 없는 탓에 장기간 방치할 수밖에 없다. 태국의 화장 문화 탓에 병원에는 냉동보관시설이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왓 방무앙에만 집계조차 되지 않은 수천 구의 시신이 널려 있다. 사체 특유의 부패한 냄새가 진동하는 가운데 곳곳에서 사체를 실어 나르는 트럭이 드나들며 희생자들을 떨궈놓고는 떠난다. 사체의 치열을 통해 신원을 파악하는 의료진과 사진확인작업 등을 돕는 자원봉사자들로 지휘본부 역시 북새통이다. 울며 불며 주검을 확인하는 가족들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날이 갈수록 사체들의 부패가 심해짐에 따라 태국 대책본부는 12월 31일부터 드라이아이스를 동원, 이송 날짜가 많이 지난 순서대로 부패를 막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한국을 비롯한 각국에서는 냉동 컨테이너를 들여와 지원하고 있다. 태국 당국이 소독약을 동원해 방역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더운 날씨와 높은 습도 등으로 인해 언제라도 전염병이 번질 우려가 있는 상황이다. 벽마다 사체 사진을 붙여놓고 사진을 컴퓨터로 저장해 유가족들의 확인작업을 돕고 있지만 익사체의 특징상 사진만 가지고 확인하기 힘든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들 사체를 언제까지 방치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각국의 실종자 가족들이 확인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 태국 당국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 생존자가 전하는 당시 상황 ”피를 철철 흘리며 산속에서 밤새웠습니다”_ 박수재씨(26) 사상 최대의 재앙인 남아시아 쓰나미는 영화에서 나오는 해일 장면과는 사뭇 달랐다는 게 생존자와 목격자들의 증언이다. 우선 바닷물이 평소보다 1~2km 빠지면서 장관을 이루었다. 관광객들은 영문을 모르고 “멋지다”며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그러기를 잠깐. 규모를 알 수 없는 거대한 물결이 휴양지를 덮치고 아차 싶은 순간 생과 사는 엇갈렸다. 박수재씨(25)는 말레이시아 어학 연수중에 친구 이모씨(23)와 지현진씨(23・30일 사망 확인), 외국인 친구 2명 등과 함께 배낭여행을 왔다. 푸케트 옆의 작은 섬인 피피섬에서 스노클링을 준비중이었다. 피피섬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영화 ‘비치’의 배경이 된 곳. 현지 안내원들이 파도 상황을 보면서 자꾸 시간을 미루는 게 이상하긴 했다. 물이 크게 빠졌다 들어왔다를 두 차례 반복하더니 갑자기 멀리서부터 거대한 파도가 밀려왔다. 박씨는 순식간에 물길에 휩쓸렸고 물에 잠겨서 살아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나중에 보니 건물 잔해에 의해 손과 발목 부위에 상처를 입었는데 발에는 손가락만한 살점이 떨어져 나간 상태였다. 가까스로 물살을 헤치고 나와 공장 건물 안쪽에 몸을 피했다가 사람들이 산으로 산으로 올라가는 것을 보고 같이 뛰었다. 산으로 올라가보니 일행은 어디에 있는지 알 수가 없고 출혈이 계속되고 있었다. 그때서야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현지인 젊은이 3명이 그를 도와 눕혀주고 지혈하면서 상처를 살펴줬다. 물 한 통을 함께 나눠 마시고, 주변에서 과자도 구해와 나눠먹었다. 박씨는 “이름도 알 수 없는 그들이 너무도 고맙다”며 “2차 해일의 공포 속에서 수백 명이 그렇게 산속에서 밤을 보냈다”고 전했다. 체온이 올랐다 떨어졌다를 반복하는 상태로 흘러나오는 피를 눌러 막으며 밤을 샜다. 날이 밝자 그곳에서 알게 된 한국인 한 명이 기진맥진한 박씨를 업고 내려왔다. 크라비 병원에 옮겨져 봉합수술을 받았지만 전쟁통과 같은 병원은 이미 중상자들이 맨바닥에 눕혀져 있을 정도였다. 수술도 불결하게 돼 수술 부위가 곪기 시작했고 다음날 푸케트 병원으로 후송돼 봉합 부위를 열고 이물질을 제거하는 치료를 받다가 귀국했다.  가수 고영준씨 절망의 새해 첫날 동생이 동남아로 여행을 갔다는 얘기만 알고 있던 가수 고영준씨(51)는 사태 이후 동생의 소식이 없어 수소문에 나섰다. 고씨는 ‘타향살이’ ‘황성옛터’ 등의 노래로 1950년대 국민의 시름을 달랜 고(故) 고복수・황금심 부부의 큰아들. 동생 병준씨(42・본명 고흥선)는 ‘여인천하’ ‘다모’ 등 MBC의 드라마 음악감독이다. 동생이 예비신부와 함께 피해 지역인 카오락에 놀러 갔다는 말을 들은 고씨는 31일 밤 급히 태국행을 결행했다. 한국 외교부가 푸케트에 마련한 현장지휘본부를 찾아 실종신고를 했다. 이때만 해도 고씨는 물론 대사관 직원들은 설마 하며 어느 지역에선가 여행하고 있을 것으로 희망하면서 새해 첫날을 맞았다. 전날 다른 배낭여행 학생 3명도 실종신고 돼 있었으나 태국 북부에서 여행중이었다는 사실이 확인되는 등 사망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기대했다. 1일 오전 카오락 가든비치 리조트가 있던 자리를 수색하던 현지인 민간구조대원들이 한국인의 여권을 발견했다며 당국에 인계했다. 고씨가 찾던 이름과 여권번호 등이 정확히 들어맞는 여권이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소식을 전해들은 영준씨는 울컥 했다. 정말 세상을 떠났단 말인가. 새 신부감을 만나 행복한 미래를 기약하며 여행을 떠났는데….. 백화점카드와 현금카드, 본인 명함 등도 함께 발견됐다. 이곳에서 이날 오전중 시신 15구가 발굴됐으며 이중 3구가 동양인인 것으로 추정, 남자 1명, 여자 2명인 이들 사체 중 고씨 커플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소식에 고씨는 대사관 직원들과 함께 급히 시신 발굴 장소로 이동했다. 이날 낮 비가 오락가락한 탓에 현장에서 더이상 사체를 부패하도록 둘 수 없어 현지인 대원들은 사체집결지로 시신들을 옮겼고, 고씨는 다시 현장에서 1시간 거리에 있는 팡아 주 북부의 사원 왓 방무앙에 마련된 사체집결지로 달려갔다. 거무튀튀하게 불어 있는 익사체 수천 구가 썩어가고 있는 현장에서 이미 망연자실한 고씨는 “이게 다 사람이란 말인가”하며 “동생을 내 눈으로 못 볼 것 같다”고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문제의 동양인 남성 사체 1구에 대해 확인에 나선 고씨는 서울 가족들과 통화를 계속하며 “동생 금니가 몇 개냐, 수술 자국이 어디에 있냐”는 등 특징을 찾으려 애썼다. 체내 가스로 몸이 팽창된데다 심한 부패가 진행돼 이미 육안으로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시신이었다. “수염이 많다”는 검시관의 말에 동생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판단되지 않았다. 그후 6일 동안을 사체집결지와 폐허로 변한 해안을 맨손으로 뒤졌지만 영준씨는 동생 커플의 시신을 찾지 못한 채 귀국할 수밖에 없었다. ◆ 실종자 가족들 눈물의 위령제 영준씨뿐만이 아니다. 시신을 찾은 가족들은 그나마 다행스런 경우다. 시신이 거센 파도에 휩쓸려 먼바다로 떠내려갔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구조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설명이다. 실종자 가족들도 이제는 현실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는 상황. 가족들은 5일 밤 귀국길에 오르면서 사고 현지에서 가까스로 찾아낸 실종 가족들의 유류품만 하염없이 만지작거리며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옮겨야 했다. 이날 오후 실종자 가족들은 외교부 현장지휘본부, 푸케트 교민회 등과 함께 카오락 현장에서 실종자 합동 위령제를 열고 `‘영혼 장례식’을 치렀다. “같이 가자, 같이 가자. 여기 있지 말고 엄마랑 같이 가자….” 태국 팡아 주 카오락 해변으로 신혼여행을 왔다가 남편과 함께 실종된 허모씨(30・여)의 어머니는 사고 현장에서 발견한 딸 내외의 여행가방을 매만지면서 비통함을 참지 못했다. “영혼이라도 있으면 새로 마련한 신접살림에 가서 같이 밥이라도 한끼 먹자….” 눈물은 이미 말라붙었지만 통곡은 그칠 줄 몰랐다. 아버지 허씨는 가방을 끌어안고 “신혼여행 간다기에 최고급으로 사준 건데, 이것만 갖고 어떻게 고국으로 돌아가나”며 바다를 향해 울부짖었다. 한국에 돌아간 부모는 애써 마련한 신접살림과 혼수를 처분하며 또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릴까. 딸의 시신을 찾느라 수백 구의 익사체를 맨손으로 뒤진 어머니 조씨는 걷지도 못할 만큼 건강이 악화됐다. 사위의 시신은 첫날 발견됐다. 아들의 시신이라도 찾은 사돈댁이 조씨는 차라리 부럽다. “○○아, ○○아….” 곱디고운 딸을 집어삼킨 바다를 향해 딸 이름을 수도 없이 외쳐보지만 에메랄드빛 바다는 아무 말이 없었다. ◆ 차마 못다 쓴 사연들… 한 며느리는 시댁에 알리지 않고 남편과 함께 친정 부모를 모시고 여행을 왔다가 남편을 잃었다. 아들을 잃은 한국의 시부모는 아직 이 사실을 모른다. “왜 나만 살렸나. 서울에 무슨 낯으로 돌아갈까….” 한 신혼부부는 현지 사정으로 출발 직전 공항에서 숙소를 바꿨다가 변을 당했다. 애초에는 내륙 쪽에 있던 호텔이었다. “값비싼 해변 호텔이라는데, 이때 아니면 언제 그런데서 자보겠어….”사연 없는 죽음은 없다. 그들의 처지를 취재하며 기자도 울었다. 차마 기사로는 쓰지 못했다. 애끓는 불행을 더이상 알리고 싶지 않아서였다. 다시는 재난이 없기를 바라지만 어디서든 재난은 찾아온다. 사람이 어떻게 해볼 도리는 그곳에 없다. 살아 있는 삶은 무조건 소중하다. 스리랑카 트링코말리 난민촌 취재일지 기간 2005년 1월 7일~15일 취재 경향신문 사회부 장관순 기자 ◆ 난민촌에서 펼친 인술(仁術) 경향신문과 대한한방해외의료봉사단은 지진해일로 피해를 입은 스리랑카 현지에 공동의료지원단을 파견, 의료봉사활동을 펼쳤다. 이번 지진해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스리랑카는 1백만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으나 의료시설과 의료진이 부족해 많은 환자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 공동의료지원단은 한의사 18명과 행정요원 5명, 본사 취재진 2명 등 25명으로 구성됐으며, 7일 스리랑카로 출발해 15일까지 현지에서 의료활동을 전개했다. 공동의료지원단은 1만여 명의 현지 피해민을 대상으로 침과 뜸 등 전통 한의학과 한방 외용 치료제 등을 이용해 환자들을 진료했다. 또 비타민과 영양제 등 현지인에게 필요한 2억여원 상당의 응급의약품도 전달했다. ◆ 한방의료봉사에 현지인들 눈물 글썽 “이쿠망터 수워웨느(어서 나으세요).” “보호마 이스투티(정말 고맙습니다).” 참혹한 쓰나미 재앙을 겪고 있는 스리랑카에서 의료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는 경향신문・대한한방해외의료봉사단 소속의 의료진과 현지 환자들이 자주 주고받는 대화다. 9일 스리랑카에 도착한 봉사단은 10일 본격 진료활동에 들어가 스리랑카에서도 가장 큰 피해를 본 북동부의 트링코말리 지역에서 600여 명의 환자를 치료하고 돌봤다. 인구 13만여 명의 항구 도시인 트링코말리에서는 이번 사태로 주민 950여 명이 사망하고 1만5천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의료진은 이날 트링코말리 시내에 베이스캠프를 차린 뒤 2개 팀으로 나뉘어 인근 어촌 팔라토탐 난민촌과 아유르베딕 전통의학병원에서 한방의학을 시술했다. 팔라토탐 난민촌에 진료소가 마련되자 해일 피해 환자 300여 명이 저마다 먼저 진료를 받기 위해 앞다투어 몰려들었다. 진료소라고 해봐야 따가운 햇빛과 30도를 웃도는 열기를 막기 위한 대형 임시 천막이지만 피부병, 천식 등을 앓는 환자들은 1분이라도 더 오래 몸을 맡기겠다고 다투곤 했다. 통증으로 얼굴을 찡그리고 있던 환자들은 의료진의 따스한 체온이 배어 있는 침과 뜸이 몸 구석구석에 닿자 신기해하는 표정으로 “코리아, 보호마 이스투티(한국, 정말 고맙습니다)”를 연발했다. 특히 즉석에서 고통이 가시거나 가벼워진 이들은 눈물을 흘리며 감격스러워했다. 이 난민촌에는 전체 370가구 2000여 명 중 313가구 1500명이 천막 등 임시 거처에서 지내고 있다. 해일 사망자는 3명이며 전체 60척의 어선 중 55척이 파손・유실돼 생계 수단을 잃었다. 구호물자에만 의존하는데다 모기 등 해충에 밤낮 없이 시달려 건강이 악화되고 있다. ◆ ‘키니야’ 난민촌에서 만난 사람들 11일 오전 스리랑카 북동부의 쓰나미 피해지역인 트링코말리 인근의 키니야 마을을 찾았을 때였다. “침 옛날 맞아봤어요.” 분명히 한국말이었다. 외관상으로는 현지 주민인데 느릿느릿하지만 비교적 유창하게 한국말을 하는 모습이 한국의 한 TV 코미디 프로그램에 출연해 시청자의 배꼽을 잡게 하는 ‘블랑카’를 연상시켰다. “43살 먹은 카루나라트라”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는 “한국에서 한의사들이 왔다는 소식에 일행을 따라왔다”며 거듭 한국어 실력을 자랑했다. 봉사단이 키니야의 알렉사 초등학교에 진료소를 마련하자 그는 “진료를 받고 싶어요”라며 자리에 누웠다. 카루나라트라는 1998년에서 2003년까지 경기 안산의 주물공장에서 일했으며 그때 발목을 다쳐 침을 맞은 적이 있다고 했다. 한국에서 벌어온 1천여만원으로 부인과 딸, 세 식구가 부러울 것 없이 살던 그는 이번 쓰나미로 졸지에 집을 잃은 채 난민촌에서 지내고 있었다. 쓰나미는 키니야 해안 200여 채의 가옥을 무너뜨렸다. 해안에는 집의 형체도 거의 보이지 않았으며 힌두 사원과 기독교 교회도 무너졌다. 키니야 전체 인구 1600여 명 중 500여 명이 사망했다. 키니야는 트링코말리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본 곳으로 지난 8일에는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이 방문하기도 했다. 생존자들은 식욕 감퇴, 전신 무력증 등 공황 상태에 빠져 나날이 쇠약해져가고 있었다. 두통을 호소하던 카루나라트라도 침을 몇 대 맞고 약을 먹은 뒤 다소 회복세를 보였지만 가족 생계 걱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그는 이날 한의사들과 현지 환자들의 의사소통을 돕기 위해 이러저리 바쁘게 뛰어다녀 또다른 ‘자원봉사자’ 역할를 자처했다. 그는 “한국에서 고생하며 모은 재산을 모두 잃었지만 가족이 살아남은 게 그나마 천만다행”이라며 “한국에서 일할 때 사장님이나 한국인 직장 동료들로부터 간혹 얻어맞기도 했지만 오늘 한국인들의 선행을 보니 매우 반갑다”고 말했다. 쓰나미를 피하던 중 다리를 삐었다는 스리왈다나(20)도 침과 뜸으로 치료를 받았다. 할아버지가 파도에 휩쓸려 실종됐다는 그는 “평소 허리 통증을 자주 호소한 할아버지가 이번에 치료를 받았더라면 참 좋았을 텐데…”라며 눈물을 흘렸다. 키니야에서 군인 사상자 처리를 맡고 있는 스리랑카 육군의 사만헤이랏 상사(37)는 “시신과 동물 사체에서 나는 악취가 코를 찌르는 처참한 현장에서 인술을 베푸는 한국 한의사들이 존경스럽기만 하다”며 “이스투티(고맙습니다)”를 연발했다. ◆ 음료수라도 대접해야 맘놓는 현지인들의 순박함 대한한방해외의료봉사단은 가는 곳마다 소박하고 토속적인 환영을 받았다. 의료팀 김길섭 원장은 12일 트링코말리 카팔투라이 지역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중 스메타지타니라는 환자로부터 `이상한’ 메모를 받았다. 메모에는 환자의 이름과 집 주소가 적혀 있었다. 김 원장은 “종이에 자신의 이름을 쓰는가 보다 했는데 그 길이가 긴데다 숫자가 끼어 있는 등 이상해 물어보니 주소를 함께 적어준 것이었다”며 “펜팔하자는 건가 했는데 알고 보니 `시간 날 때 우리집에 들르라’는 뜻을 담은 것이었다”고 말했다. 다른 의료진도 대부분 이 같은 초대장을 받은 경험이 있었다. 특히 팔라토탐 난민촌에서 일부 의료진은 환자의 성의에 보답하기 위해  자신의 이름과 한국 주소 및 전화번호를 적어주고 왔다. 일부 환자는 취재진들에게까지 자신의 주소를 적어주는 등 정겨운 모습으로 친밀감을 표시했다. 바쁜 일정 탓에 실제로 환자의 초대에 응한 의료진은 거의 없다. 하지만 일단 환자의 집에 의료진이 들어서면 현지인들은 대체로 음료를 대접했다. 키니야 난민촌에서 진료중이던 구자승 한의사는 자칭 주스공장 사장인 중년 남성의 집까지 따라가 파인애플 주스를 얻어 마셨다. 그는 “소변이 급해 환자에게 화장실 위치를 물었더니 손목을 잡고 자신의 집 화장실로 데려가더라”며 “말은 안 통하지만 나름의 성의를 보여주는 이들의 순박함이 참 보기 좋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캐니야딕 지역에 왕진을 나간 이종안 한의사도 한 노인의 집에서 집안 소독 등을 해주고 음료수를 대접받았다. 집 주인은 친히 파파야 등 열대 과일을 갈아 한컵 가득 내놓았다. 그는 “현지에서 음료나 물을 함부로 마시는 것은 금물이지만 차마 뿌리칠 수 없었다”며 “시원하게 잘 마셨고 지금까지 아무 이상 없다”고 자랑했다. 봉사단의 통역 업무를 맡은 한국국제협력단 김세민씨(28)는 “스리랑카 사람들은 고맙다는 의미로 자신의 집에 초대해 차나 음료 등을 대접하는 풍습이 있다”며 “물자가 풍족하지 못한 탓에 소박한 정성을 보이면서 감사의 뜻을 표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봉사단이 병원과 난민촌 등으로 이동할 때마다 마주치는 무장 군인들도 의료진의 버스를 보면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어 반겼다. 키니야 난민촌에서는 군인들이 탄산음료수를 사다 의료진에 제공하기도 했다. 당초 반군 출몰과 재난에 따른 위험 등으로 외지인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았지만 의료진의 지속되는 선행에 감복하게 된 것이다. # 난민촌에서 피어나는 희망의 싹을 보다 의료봉사활동을 마치고 16일 오전 귀환한 대한한방해외의료봉사단의 표정에는 자부심과 안도감이 교차했다. 의료진은 활동 기간 중 5000여 명의 환자를 돌보고 인근 초등학교에 학용품 등을 전달했다. 피해 지역에서의 전염병 감염 우려도 이들의 의지를 꺾지는 못했다. 이들은 “일하느라 정신 없어 난민촌의 악취를 맡지 못할 정도”로 온 힘을 집중했다. 당초 의료진은 세번째인 스리랑카 봉사활동 실패에 대한 막연한 불안도 느꼈다. 북부 자프나 지역에 나갔던 2003년에는 타밀족 반군의 위협으로 조기 철수했으며, 지난해에는 한 단원이 심장마비로 숨지는 불행이 이어졌던 탓이다. 그러나 이들은 모든 우려를 씻어내고 한방의학과 한국의 위상을 높였다. 이번 활동은 한방 사상 최초로 해외에서 응급 구호를 벌였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1인당 국민소득 1,000달러 남짓의 빈국 스리랑카는 이번 해일사태로 5만여 명이 사망하는 등 피해가 막심하다. 의료진이 스리랑카를 택한 이유는 이재민에 대한 의료 서비스가 미흡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희망의 싹은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휴가를 반납한 채 타밀족 지역인 북부 일대에서 복구에 여념이 없는 싱할라족 군인들은 국가 통합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어린이들이 흐릿한 촛불 밑에서 공부에 열중하고, 젖은 책을 말리느라 진땀을 흘리는 모습은 감동적이었다. 악조건 속에서도 학업에 열중하는 아이들은 스리랑카의 희망임에 분명했다. 기획 / 박연정 기자  글 / 송형국・장관순 기자(경향신문 사회부)  사진 / 김대진(경향신문 사진부) 자원봉사 및 피해자 구호를 위한 단체 정보 *한국 SERVICE FOR PEACE(http://www.sfp.or.kr) 이타주의 정신을 전파해나가는 민간현지구호 단체. 직접 봉사단을 파견해 현장을 돕고 있다. 문의 737-3721 *한국자원봉사협의회(http://www.kcv.or.kr ) 여러 자원봉사단체간의 유대를 강화해 국민들에게 봉사 정신을 고취시키고 나아가 복지 국가 건설 이바지를 목표로 삼는다. 문의 737-6922, 제일은행 279-20-099862(예금주 한국자원봉사협의회) *유니세프 한국위원회(http://www.unicef.or.kr ) 세계적인 빈민 어린이 구호 단체. 아동의 권리 홍보 및 모유 수유 권장, 세계 교육 등의 사업을 통해 어린이 권리를 신장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문의 060-700-0007, 조흥은행 376-03-004006, 국민은행 343-25-0003-316, 우리은행 327-040399-13-101(예금주 xxxxxxx) *한국월드비전(http://www.worldvision.or.kr/) 세계 최대의 기독교 구호 단체. 전세계 100여 개 국에서 9천만 명을 대상으로 긴급구호사업, 지역개발사업, 옹호사업 등을 펼치고 있다. 우리은행 143-059362-13-030 (예금주 사회복지법인 월드비전) *대한 적십자사(http://www.redcross.or.kr)사랑과 봉사 정신에 입각하여, 의료활동, 복지활동, 혈액산업, 북한돕기산업 등을 펼치고 있는 사회봉사단체. 문의 3705-3710~8, 우리은행 108-05-002144, 농협 386-01-016915(예금주 대한적십자사) *세계청년봉사단(http://www.kopion.or.kr) 21세기를 이끌어갈 젊은이, 중장년층 전문가, 퇴직자 및 일반인들을 세계 각국의 NGO 및 비영리기관에 국제 자원봉사자로 파견, 지구촌 이웃 사랑과 봉사 정신을 실천할 목적으로 설립된 비영리 민간기관.  제일은행 279-10-014347(예금주 (사)세계청년봉사단) *한국제이티에스(http://www.jts.or.kr/kor) 1993년 인도 캘커타 메디컬센터에서부터 시작한 JTS. 인도, 아프가니스탄, 북한, 그외 아시아의 빈민 지역에서 기아와 질병, 문맹을 퇴치하는 활동을 앞장서서 실천하고 있다. 국민은행 086-01-0339-246 (예금주 (사)한국제이티에스) *한국국제기아대책기구(http://www.kfhi.or.kr) 가난과 굶주림에 고통받는 나라들의 실상을 알리고 기아봉사단 파견, 긴급구호 및 개발사업을 펼치고 있다. 국민은행 469301-01-064885(예금주 기아대책)

 

“남은 것은 목숨 뿐이에요. 다른 것들은 모두 쓸어갔습니다.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

인도네시아 아체주(州) 주도 반다아체에서 살아온 다르미디(43)씨는 이런 생지옥이 어디 있느냐고 절규한다. 어업으로 생계를 꾸려온 그는 지난 26일 지진해일에 집과 어선·그물 등 가진 것을 몽땅 잃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아내와 두 살배기 아들은 무사했지만, 매일 먹을거리와 잠잘 곳을 찾아 헤매야 한다.


▲ 거대한 지진해일은 이들로부터 삶터와 함께 얼굴 표정도 앗아갔다. 인도 안다만·니코바르 군도(群島)의 이재민들이 이곳 포트 블레어에 마련된 구호 캠프 천막 속에서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 / 뉴시스

내일은 없다. 오로지 오늘이 있을 뿐이다. 썩어가는 시신들 사이를 헤매면서 구걸해온 음식 찌꺼기로 끼니를 잇고 있다. 도로와 교량이 모두 끊어져 구호품조차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있고, 그나마 이들을 도와줘야 할 정부 관리들과 의사·경찰들마저 대다수가 사망한 상태다.

아체에서 자동차로 2시간 거리인 록슈마웨의 쿠트 무티아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던 우스만(47)씨는 지난 2일 산소 부족으로 숨을 거뒀다. 해일이 덮칠 당시 진흙을 너무 많이 삼켜 호흡장애 합병증을 앓았지만, 병원의 산소탱크가 바닥나 버렸다.

스리랑카에선 연안 물고기들이 지진해일 희생자들의 시신에 오염됐을 것이라는 우려가 퍼지면서 생존자들의 식량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수도 콜롬보 시내 수산물 시장에서는 물고기가 자취를 감춰 그나마 어업으로 생계를 잇던 어부들의 생계를 막막하게 하고 있다.

다행히 목숨을 건진 생존자들은 기아(饑餓)와 부상·전염병 외에 평생 지울 수 없는 정신적 충격과 마음의 상처에 시달리고 있다. 파도 소리만 들려도, 비상 사이렌 소리만 나도 사고 당시의 악몽에 소스라쳐 몸을 떤다.

지난달 26일 말레이시아의 페낭 섬에서 파도에 휩쓸렸다 살아난 모하마드 라힘(11)은 일주일이 지난 지금도 잠을 자다가 “안돼 안돼”라는 헛소리를 지르고 있다. 놀란 엄마가 무슨 소리인가 싶어 흔들어 깨우면 마냥 울어대기만 한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이런 와중에 일부 관리들은 구호품마저 빼돌려 아비규환 속의 생존자들을 다시 한 번 사지(死地)로 내몰고 있다. 인도네시아 메단시(市)에서는 공무원들이 집단으로 구호품을 빼돌리는 사건까지 벌어졌다.

현지 일간지 자카르타 포스트가 3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메단시 공항에 의료품과 비상식량 수송차량이 도착한 직후 한 30대 정부 관리가 구호요원인 것처럼 다가왔다. 구호품들을 피해가 극심한 아체주의 물라보 지역에 경비행기로 공수한다며 공항 계류장에 하역시켜줄 것을 요청했고, 곧이어 4명의 일당이 나타나 물건들을 몽땅 싣고 도주해버렸다.

스리랑카에서 콜레라가 발병한 데 이어 인도에서 설사 환자가 보고되면서 남아시아의 전염병 위협도 가시화되고 있다. 반다아체에서 구호활동을 벌이고 있는 덴마크 적십자사 대표인 요르겐풀겐은 “이미 구토 증세를 보이는 환자들이 목격되고 있다”며 전염병이 생존자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시한폭탄’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 데이비드 나바로 위기 담당관도 “최악의 경우 5만명 이상이 질병에 희생당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윤희영기자 hyyoon@chosun.com (조선일보/ 입력  2005.01.03 )

출처: http://www.chosun.com/international/news/200501/20050103044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