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학생 파워 세졌다
뉴스메이커 | 기사입력 2004.04.02 03:59 | 최종수정 2004.04.02 03:59
[커버스토리]여성 총학생회장 늘고 학교생활도 더 적극적... 초중고 남녀공학서도 주도권 "남학생보다 여학생이 믿음직스럽다." 서울시내의 한 대학에서 만난 복학생(27)이 동아리의 후배 활동을 평가한 말이다. 그가 여학생을 더 미더워하는 이유는 여학생이 더 적극적이며 착실하고, 꼼꼼하기 때문이다. 이는 대학사회에서 여학생의 활동이 두드러지고 있음을 잘 보여주는 예다. 대학신문사 편집장 대부분 여학생 여학생의 활발한 활동은 총학생회장에 여학생이 당선된 것에서도 잘 나타난다. 종합대학에서 총학생회장에 여학생이 당선된 것은 2000년 연세대 총학생회장에 당선된 정나리씨(사회복지학과 96학번)가 처음이었다. 당시 정씨는 노래동아리 어울림에서 백혈병 환자를 위한 봉사활동을 했고, 1999년 사회과학대 학생회장을 맡는 등 리더십을 보여, "남자 회장, 여자 부회장"이란 통념을 깼다. 당시 언론은 최초의 여학생 총학생회장이 등장한 것을 화젯거리로 보도했다. 4년이 지난 지금, 이런 현상은 이미 일반화됐다. 서울지역에서만 5군데 대학에서 여학생 총학생회장이 당선되는 등 여학생의 파워가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서울산업대는 올해 총학생회장과 부회장에 모두 여학생이 당선됐다. 총학생회장에 당선된 권명숙씨(건축공학과 00학번)는 "학생회 활동을 했던 선배들은 여학생이 회장에 당선된 것을 두고 "그렇게 사람이 없느냐"고 이야기했지만 저학년에게는 여자 총학생회장이 더이상 놀라운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시립대학도 회장과 부회장이 여학생이다. 부총학생회장인 김희경씨(국제관계학과 01학번)는 "여성의 위치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니 이런 현상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남학생이 상대적으로 많은 항공대에서도 올해 처음으로 이오영씨(항공우주및기계공학부 01학번)가 총학생회장에 당선됐다. 그는 "남학생이 많은 학교라 처음에는 능력을 의심받았지만 나중에는 성별이 문제가 되지 않았다"며 "올해 다른 학교에도 여학생 후보가 많이 나와 경희대와 경기대 등에서 당선됐다"고 말했다. 사실 대학 내 학생회 활동은 경기침체 등의 영향을 받아 침체상태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에도 여학생은 착실하게 활동했고 이를 바탕으로 총학생회장 후보에 진출, 대권을 거머쥐고 있다. 이는 학과나 단과대학에서도 마찬가지다. 항공대 한 학과의 경우 여학생은 60명 중에 7명이지만 전혀 주눅들지 않는다. 오히려 과대표를 하겠다고 나선다. 이런 적극적인 움직임에 남학생도 지지를 보낸다. 대학내 여론을 주도하는 대학신문은 여학생 활동이 더욱 두드러진다. 전국대학신문기자연합에 가입된 서울지역 대학신문사 34곳 중 편집장이 여학생인 곳이 25군데나 된다. 남학생이 군대 문제 때문에 중도에 하차하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높은 비율이다. 요새는 수습기자도 여학생이 더 많다. 경기대의 경우, 올해 수습기자 10명 중 8명이 여학생이다. 이에 대해 전대기련 관계자는 "여성의 사회적 활동이 늘어나는 추세에 발맞춰 여학생의 활동도 늘어나고 있다"며 "남학생보다 여학생이 조직에 더 잘 적응하는 것도 이런 경향을 뒷받침한다"고 전했다. 여학생이 사회문제에 관심이 높다는 것은 사회과학계열에 진학한 남녀학생 수를 비교해봐도 잘 드러난다. 서울대 사회과학계열에 진학한 여학생은 2000년 전체의 23.4%를 차지하는 557명에 불과했으나 2003년에는 전체의 33%를 차지하는 807명으로 증가했다. 이는 다른 대학에서도 마찬가지다. 여학생의 비율이 더 높은 대학도 있다. 이는 남성이나 여성이나 다를 바 없다는 인식에서 비롯된다. 학교성적도 여학생들이 더 좋아 이런 분위기는 초등학교에서부터 시작된다. 생물학적인 차이를 제외하면 남녀가 따로 활동하는 것을 보기 힘들다고 한다. 서울 지역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점심시간에 운동장을 보면 예전에는 남학생만 하던 축구 같은 운동을 여학생도 함께 하는 것을 쉽게 발견한다"며 "아이들 사이에서 남녀 구별은 이미 사라지고 없다"고 말했다. 여학생 중 예전처럼 "나중에 커서 집에만 있겠다"고 말하는 아이는 거의 없고, 다들 직장을 갖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애정표현도 마찬가지다. 예전에는 좋아해도 속으로만 생각했는데, 요즘에는 좋으면 바로 "대시"한다. 중학교로 가면 이런 분위기는 더 심해진다. 한 중학교 교사는 "남학생이 여학생에 기가 눌려 꼼짝도 못한다"며 "남학생이 훨씬 온순하다"고 학교 분위기를 전했다. 다소곳하고 조용하던 과거의 여학생상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라는 얘기다. 남학생의 목을 죄고 끌고 다니는 여학생이 있는가 하면, 남학생보다 욕을 더 잘하는 여학생도 있다. 복도에서 뽀뽀하는 등 애정표현에 거침이 없고 남학생이 먹던 막대사탕을 먹는 여학생도 있다. 여학생은 교실에서 서슴없이 옷을 벗고 체육복으로 갈아입지만, 남학생은 화장실에서 갈아입는다. 체육대회 등 학교 행사를 주도하는 것도 대부분 여학생이다. 성적도 마찬가지다. 상위권 절반 이상이 여학생이라고 한다. 고등학교에서도 이런 양상은 이어진다. 남녀공학인 고등학교에서 남녀학생이 교실에서 레슬링을 하는 광경이나 성에 관련된 "야한" 이야기를 스스럼 없이 하는 장면도 쉽게 발견된다. 다만 졸업이 다가오면서 몸싸움과 같은 "장난"은 줄어든다고 한다. 한 교사는 "성구별이 줄어드는 사회의 영향을 받아 여학생이 적극적이 되고 있다"면서 "남녀공학이 늘어나면서 남학생을 인간 대 인간으로 대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여학생은 사회에 나오기도 전에 두드러진 활동을 보이고 있다. 3월 19일 실시된 경찰대 졸업식에서 여성 수석졸업생이 나왔다. 3위와 4위도 여학생이 차지했다. 2002년 졸업식에서는 여학생이 1~3위를 석권하기도 했다. 전체의 10%에 불과한 여학생이 이와 같은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이 밖에 일반 대학이나 각군 사관학교에서도 여학생의 활약이 눈부시다. 이와 같은 현상은 각 분야에서 여성이 뛰어난 활약을 보이는 현상의 밑바탕이 되고 있다. 이에 대해 홍성태 상지대 교수(사회학)는 "여성의 참여는 시대의 요청"이라며 "봄이 되면 꽃이 피는 것처럼 당연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정재용 기자 politika95@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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