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핵은 이제 외교의 관심 밖인가
중앙일보 | 기사입력 2008.03.18 01:34 | 최종수정 2008.03.18 09:23
[중앙일보] 북한과 미국이 지난 주말 제네바에서 북한 핵 문제를 놓고 협상을 벌였다. 크리스토퍼 힐 미국 측 수석대표는 "매우 실질적이고 유용한 협의였다"고 밝혔다. 북한 측 김계관 수석대표도 "만족스럽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발표들이 과연 신뢰할 만한 것인지, 아니면 서로의 체면치레용인지는 알 수 없다. 우리의 외교에서 북핵은 아예 제외된 듯하다.
북핵 문제는 지난해 1월 북·미 베를린 회동 이후 북·미 간의 문제가 됐다. 한국을 포함한 6자회담은 북·미 간 합의 내용을 추인하는 형식이 되어버렸다. 따라서 한국 정부로선 북·미가 한국의 국익에 역행하는 논의를 하는지 여부를 알 수가 없다. 과거에 그런 사례가 있었다. 미국은 1994년 제네바 합의 이후 '북·미 관계가 남북관계를 앞서가면 안 된다'는 한국 정부의 요구를 완곡히 거부했다. 지난해 3월의 북·미 관계 정상화 실무접촉도 마찬가지였다. 미국은 북핵 레드라인을 '북핵 불용'에서 '국외 이전 불용'으로 설정할 수도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미국의 국익에 따라 한국 입장이 제대로 고려되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정부가 보여주고 있는 북핵 대처방식은 실망스럽다. 북핵 문제를 전담했던 과거 외교 실무진 대표들은 이미 다른 국가 대표들에게 이임인사를 했으나, 후임 인선은 마냥 지체되고 있다. 제대로 챙기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간다. 외교부 업무보고 토론에서 북핵 문제가 한마디도 언급되지 않은 것은 이 정부의 무신경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지금까지 내놓은 대책도 '한·미 관계 좋아지면 남북관계 좋아질 것', 북한이 '핵을 폐기하면 대북 지원' 등 막연하기 짝이 없다.
북한의 핵 보유는 결코 용납할 수 없다. 그러나 상황은 그렇게 녹록하지 않다. 북한은 핵 보유 전략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게 자명하다. 미국은 현재 북핵 불용을 외치고 있지만, 장래에도 이런 입장을 견지할지는 단정할 수 없다. 보다 결연한 대처가 요구되는 것이다. 정권 출범 시작부터 이렇게 한가한 모습을 보여줘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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