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시대를 살아가면서 꼭 알아야 할 유용하고 세상에서 가르쳐 주지 않는 차원 높은 정보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본 블로그에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핵심을 잘 간파하셔서 끊임없이
실시간 지구촌 개벽소식/5선위기의 한반도

[기고]전쟁만은 막아야 한다는 것이 저의 신념입니다[특별 인터뷰]

by 바로요거 2008. 3. 19.

아래 기사는 월간개벽 2003년 2월호에 게재된 내용을 전문 그대로 옮겨 실은 것입니다.




한반도 북핵 위기가 날로 심상치 않게 전개되고 있다. 본지는 지난 1월 3일 한국 정치학계의 원로 조순승 박사(74세)를 국회도서관에서 만나 한반도를 둘러싼 급박한 국제정세의 현주소를 짚어 보았다.
   조 박사는 6·25 전쟁 당시 통역장교로 복무하며 전쟁의 처절한 현장을 직접 체험했으며, 이후 미국에 건너가 30년 가까이 국제정치를 가르쳤다. 또한 조 박사는 제13대, 14대, 15대 국회에 진출하여 천변만화하는 국제정치 무대에서 국익을 대변한 현대사의 산 증인이다.  


  문) 오랜 세월동안 국제정치를 연구해오신 안목으로 볼 때 현재의 한반도 북핵 위기를 어떻게 보시는지요?

 답) 나는 국제정치학자로서 40년 동안 국제정치만 가르쳤고, 국회 있을 때도 야당 때부터 국제정치 분야를 담당했습니다. 내가 보기에는 아닌게 아니라 이번에 잘못하면 상당히 큰 전쟁으로 화할 가능성이 많지 않겠느냐 이렇게 봅니다. 지금 한반도는 상당히 위험한 시기에 놓여 있습니다. 모든 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되어야겠지요. 그러나 평화적으로 해결이 안되면 자칫 크나큰 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문) 지난 대선에서 이회창 씨같이 강하게 밀고나가는 분이 당선되어야 김정일이 수그러들지 않겠느냐는 주장도 있었는데 이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답) 나는 이회창 씨 외삼촌하고 같이 미국에서 유학을 했어요. 그래서 이회창 씨도 잘 알고 그렇지만 만일 이회창 씨가 되었더라면 오히려 부시의 강경론을 더욱 자극시킬 가능성이 있지 않았겠느냐, 그래서 오히려 한국에서의 전쟁 가능성이 더욱 짙어질 가능성이 있지 않았겠느냐 이렇게 봅니다.
  그런데 만일 한국에서 전쟁이 난다면 보통 일이 아니죠. 그저께(1월 2일) 미국의 국무장관이 “북한에는 벌써 원자탄이 2개가 있다”라고 말하더라고요. 그러니까 북한은 원자탄을 개발하려는 국가가 아니라 원자탄 보유국가로서 취급해야 한다고 하는 말도 있는 겁니다. 옛날과는 태도가 많이 달라진 것이지요.  

 그런데 북한에서 남한에 원자탄을 떨어뜨린다고 생각되지는 않지만, 현실적으로 더 큰 문제가 있어요. 원자탄보다도 더 무서운 것이 소위 재래식 화력입니다. 현재 휴전선 근처에는 장거리포가 한 1만 1천문이 있거든요. 서울에 직접 대포를 쏠 수가 있으니까, 전쟁이 나면 서울이 순식간에 불바다가 될 가능성이 많아요. 여하튼 전쟁만은 막아야 한다는 것이 나의 신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노무현 당선자가 슬기롭게 문제를 잘 풀어야 한다고 생각이 돼요. 얼마 전 뉴스에서, 미국이 북한에 대한 경제원조를 끊어야 한다, 북한을 더 밀어부쳐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어요. 그렇게 밀어부쳐야만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것이 아니겠느냐는 것인데, 그게 이회창 씨 노선과 같은 것이지요.
  그러나 노무현 당선자나 김대중 대통령 입장은 그것도 하나의 해결방법이겠지만 그렇게 되면 당장 한국에서 싸움이 날 가능성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이것은 어디까지나 대화로 풀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대화로 풀자는 것이 힘을 얻는 이유는, 일본도 중국도 러시아도 그런 입장이거든요. 그러니까 부시가 한국과 일·중·러 3국 때문에 지금 강한 정책을 못쓰고 있어요.  

 지난 12월 31일 부시가 성명을 냈어요. “한국문제는 군사적으로 풀지 않고 외교적으로 풀어야 한다, 자기는 전적으로 군사적인 해결방법은 반대한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 보니까 “그러나 김정일은 나쁜 사람이다. 김정일은 국민을 굶어 죽이게 하는 그런 위인으로서 그대로 놔두어서는 안된다.” 이렇게 나와요. 미국이 강온 양면작전을 쓰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북한 문제는 이라크 사태의 추이와도 직결되어 있어요. 오는 1월 28일까지 이라크의 핵 감시단이 유엔에 사찰결과를 보고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후 이라크에 대량 살상무기가 있느냐 없느냐에 대한 평가를 내리는데 한 2주일 걸릴 거예요. 이런 일정으로 볼 때 2월 20일에서 25일 사이에 미국이 이라크를 칠 가능성이 굉장히 크다고 생각합니다. 이라크 전쟁이 장기화된다면 모르지만 이라크 전쟁이 아프가니스탄 전쟁처럼 빨리 해결이 되어버린다면 문제가 달라집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 때에는 미국 사람이 4명밖에 안 죽었어요. 미국인의 인명 손상을 최소화한 채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끝났단 말이에요. 이런 식으로 이라크 전쟁이 끝난다면 그 다음에는 현재 중동에 배치되어 있는 미국의 화력이 북한을 겨낭할 가능성이 많아요. 이런 식이라면 올해 4월, 5월, 6월 이 시기가 제일 위험하다는 것이지요. 또한 이미 6·25를 통해 경험했다시피, 한국의 기후조건으로 볼 때에도 5∼6월이 전차가 움직이기 쉬운 때예요.  

 만일 미국이 이라크 전에서 쉽게 전승을 한다면 그 사람들은 이북에 대해서도 그렇게 판단할 가능성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자칫 잘못하면 한국에 큰 불행을 가져오는 그런 가능성이 많다고 볼 수 있죠. 그러기 때문에 지금 노 당선자가 안고 있는 가장 큰 외교 과제는 어떻게 해서든지 한국에서 전쟁 일어나는 것은 방지해야 하는 것이지요. 그것이 대통령으로서 할 수 있는 가장 큰 일 아니겠어요.  



  문) 올 4∼6월을 위험한 시기라고 보셨는데 일부 전문가들은 ‘올해는 미국이 이라크 전쟁을 치르고 이를 마무리하느라 그냥 넘어가고 내년에 정말 한반도에 위기가 닥치는 것이 아닌가’라고 보는 견해도 있습니다만.

 답) 그렇죠. 그게 더 맞는지도 모르지요. 그런데 그것을 내가 왜 수긍을 하느냐 하면, 1993년 6월에 한반도에 전쟁이 날 뻔했습니다. 그런데 그것도 1년을 끌었죠. 당시 1993년 3월에 이북이 NPT를 탈퇴한다고 그랬어요. NPT 탈퇴선언이 나온 이후 제네바 합의가 이루어질 때까지 꼭 1년 2개월이 걸렸거든요.
내가 볼 때 북한은 또다시 NPT를 탈퇴한다는 선언을 할 겁니다. 2월이나 3월경에 탈퇴 선언을 할 가능성이 많죠(편집자주, 북한은 조교수의 예견보다 훨씬 앞선 1월 10일 돌연 NPT 탈퇴를 국제사회에 선포했다). 그러면 93년, 94년 경우를 볼 때 지금부터 서로 왔다갔다 하며 1년을 끌면서 명년 2004년까지 무사히 넘어갈 가능성이 굉장히 많아요. 그런데 문제는 명년에 가서라도 만일 미국이 북한을 응징해야 한다고 한다면 똑같은 상황에 봉착하게 되죠.

  94년에 미국은 전술적으로 영변을 폭격한다고 그랬어요.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느냐? 지난 1985년에 이스라엘이 이라크를 그렇게 한 적이 있습니다. 말하자면 이라크에 있는 원자탄 제조소를 폭파시켜 버린 것이죠. 그런데 그 당시는 이라크가 재처리 시설을 가동하지 않았기 때문에 화학반응을 일으키지 않았어요. 하지만 영변의 재처리 공장은 가동 중에 있다가 지금 중지하고 있단 말이에요. 그런 곳에다 미국이 폭격을 가하면 소위 방사선이 터져 나올 가능성이 있어요. 그 문제 때문에 94년에 미국이 북한을 폭격한다고 날짜까지 다 결정해 놓고는 못 때렸어요. 그 후로 서로 타협이 된 거란 말이에요.

   지금 미국이 94년하고 똑같은 방법으로 일단 영변 지역만 폭격하려고 할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미국이 북한을 치면 북한에서는 가만히 있겠어요? 그렇게 되면 북한에서는 38선에서 진격해 나온다거나 38선에서 서울에 대포를 쏜다거나, 이렇게 나오지 않겠어요?

  원래 남한의 전술은 북한에서 38선을 뚫고 서울로 공격해 나오면, 미국은 수원까지 후퇴했다가 반격을 하게 돼 있었어요. 그런데 그것을 5∼6년 전에 변경시켰습니다. 지금은 주한미군이 전선 배치가 돼 있어요. 만일 서울에 이북의 폭탄이 하나라도 떨어지면 곧바로 평양을 묵사발로 만든다, 평양을 완전히 파괴한다는 것을 이미 북한에 통보를 했어요. 그러니까 싸움이 커지는 거죠.

  이번에 북한 핵 사태가 터지니까 과거 카터 전 미국대통령이 인터넷에 글을 썼어요. 뭐라고 했냐 하면 “지난 94년에 싸움을 안하고 결국 미국이 이북하고 타협했던 것은, 서울이 38선에서 너무도 가깝고 만일 싸움이 나면 100만 명 이상의 한국사람이 죽는 것을 피할 수가 없다, 그래서 미국은 타협을 했다.” 이 사람이 이렇게 썼어요. 그때 카터가 평양에 가서 김일성을 만나 타협을 했잖아요? 지금은 93∼94년 상황의 재판입니다. 자칫 잘못하면 크나큰 화가 닥칠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어쨌든 절대 전쟁만은 막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현재 노 당선자의 기본 노선일 것입니다.  



   문) 최근 한국 내에서 크게 번진 촛불시위와 성조기가 불태워지는 것을 미국의 보수세력들이 지켜보았을 것입니다. 과거 김정일이 주장해 오던 반미구호와 미군철수를 이제는 남한 사람들이 거침없이 외치고 있습니다. 장차 미국이 주한미군을 철수시킬 가능성을 어떻게 보십니까?

 답) 그럴 가능성이 있어요. 미국은 아시아에서 균형자의 역할을 한다는 명분으로 현재 한국에 3만8천의 병력을 주둔시키고 있습니다. 그런데 앞으로는 지금처럼 미군을 유지할 이유가 하나도 없어요. 왜냐하면 오끼나와와 일본의 미군기지만으로도 그 역할을 담당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의 미군철수 문제는 이번에 처음 거론된 것이 아닙니다. 72년에 닉슨도 말했고, 76년에 카터가 그랬고, 그리고 지금 부시의 아버지가 92년에도 한국에서 미군을 철수시키려고 했어요. 그러다가 93년 북한 핵문제가 나면서 오히려 미군이 몇 천명 증강됐지요. 이런 맥락으로 볼 때, 남한에서 반미운동이 심화되면 주한미군은 철수할 가능성이 많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지상군의 철수이지 공군의 철수는 아닐 겁니다. 왜냐하면 주한미군의 공군병력은 현재 군산에 기지가 있지만 주 병력은 오끼나와에 있기 때문입니다. 주요 공군기지가 한국에 있지 않다는 것이죠. 때문에 철수를 해도 미군들은 유사시에 공군력은 동원할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어쨌든 간에 한국 내에서 크나큰 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많습니다.



문) 현재의 공화당 부시 대통령은 과거 민주당의 클린턴 대통령과는 인간형이 다르다고 얘기하는 사람이 종종 있습니다. 지난 2002년 1월 29일 부시대통령이 상하 양원 합동회의의 연두교서에서 북한을 ‘악의 축’이라고 발표하며 테러와의 전쟁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미 그때부터 부시는 북한의 김정일 정권을 반드시 제거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인 것이 아닌가 여겨지는데요?

 답) 아! 의지야 강하지요. 의지야 강하지만 아무리 미국 대통령이라고 하더라도 혼자 결정을 하겠어요. 물론 궁극적인 것이야 부시가 결정을 하겠지만, 우리나라도 마찬가지고 어느 국가에서든 정책수립에 있어서는 강·온파가 있게 마련이거든요. 그러니까 국가 정책수행에 있어서 꼭 일방적인 얘기만이 통한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문제는 상황변화가 이러저러하게 가다가 사태변화가 심각해지면 강경책이 더 큰 힘을 발휘하게 될 수 있게 된다는 겁니다. 이번 북핵 위기의 경우에는 그 가능성이 훨씬 더 많다, 이렇게 봐야겠지요.



   문) 월간중앙 2002년 12월호의 한 기사(「충격 리포트, 2004년 미 대선겨냥한 부시정권의 김정일 제거 및 한반도 통일 시나리오」) 에 이런 글이 있습니다.
 ‘지난 1991년 걸프전을 마치고 귀환한 미군들이 퍼레이드를 했을 때, 조지 부시의 지지율은 91%였다. 그런데 대통령 선거가 곧바로 있지 않고 그 다음해에 있었던 바람에 조지 부시는 (눈물을 머금고) 민주당의 클린턴에게 자리를 양보해야만 했다. 이에 따라 딕 체니나 도널드 럼스펠드 등 아버지를 보좌했던 참모진들이 아들 조지 W. 부시에게 (결코) 아버지의 실수를 되풀이해서는 안된다고 충고하고 있다. 따라서 부시의 참모진들은 2004년 미 대통령선거에서 부시를 재선시키기 위해 그해 11월이나 10월 중순경 대규모 군사퍼레이드를 계획하고 있으며 쿠데타나 전쟁이 마무리되는데 대략 3개월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보아 2004년 6월을 전후한 시기에 김정일 제거를 위해……'
 그러니까 미국이 2003년 대 이라크 전쟁을 승리로 이끈다 하더라도 대선은 2004년 말에나 있고 그때까지 미국경제가 활성화되지 않는다면 부시가 재선에 승리할 가능성이 없어지므로 집권 마지막 해인 2004년 6월경에 북한의 김정일 정권을 제거하여 지구촌 대 테러와의 전쟁을 확실히 매듭짓고 그 여세를 몰아 다시 한번 정권 재창출을 하자는 시나리오인데요?

 답) 그것은 하나의 추측에 불과하지만 충분히 가능한 얘기죠. 왜냐하면 미국의 외교사를 볼 때, 대개 전쟁 선포 후 8개월 동안 행정부의 인기가 굉장히 올라갑니다. 그러나 대개 8개월이 지나면 인기가 떨어져요. 미국의 대통령 선거는 날짜가 정해져 있잖아요. First Tuesday November, 11월의 첫째 화요일이란 말이에요. 달력을 보니 2004년 11월 2일이네요. 그러면 11월 2일을 기준으로 8개월 전을 계산해보면 내년 3, 4월 정도가 될 가능성이 많겠지요. 왜냐하면 전쟁이란 것은 아무리 빨리 끝나도 뒤처리하는데 시간이 드니까요. 아프가니스탄 전쟁도 전투는 15일 안에 끝났지만 아직까지도 시끌시끌하잖아요. 그러니까 전투가 매듭지어진 다음이라도 8개월은 잡아야 합니다.  



   문) 지난 아프가니스탄 전쟁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가 사이에 천연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부시 대통령도 직접 천연두 백신을 맞고, 이라크 전쟁에 투입할 군인들에게도 백신 접종을 완료했다고 합니다. 또한 순차적으로 미국민 모두에게 천연두 예방 접종을 한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한반도 핵 사태와 관련하여 장차 지구촌에서 천연두 세균무기가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십니까?

 답) 지금 전세계에서 천연두가 사실상 없어졌죠. 하지만 천연두균을 북한이 가지고 있다 이말이에요. 세균전을 한다면 제일 처음, 제일 쉽게 쓰는 게 천연두균입니다. 치사율이 높고 빨리 번지기 때문이죠. 지금 미국에서도 북한의 여러 대량 살상무기 중 천연두를 가장 크게 우려하고 있습니다.  



   문) 이번 북핵 위기와 관련하여 한반도 주변 강국인 일본, 중국, 러시아의 입장은 어떠한 것입니까? 또 작년에 북한이 신의주 특구를 야심차게 추진하려 했는데, 북한이 행정장관으로 임명한 양빈을 돌연 중국이 제거하여 중국과 북한의 관계가 냉각되어 버린 사태가 있었습니다. 이 사건을 볼 때 중국과 북한이 조금 멀어진 듯한 느낌이 드는데요?

 답) 러시아 중국 일본 모두 북한이 핵폭탄을 갖는 것을 싫어합니다. 한반도를 비핵화시켜야 겠다는 것은 4대강국 모두가 합의한 사항이죠. 현재로서는 전쟁을 원하는 나라는 하나도 없지요. 미국은 지금 당장은 이라크 때문에 안되는 것이고.  그런데 경제적 이권으로 볼 때 중국보다 러시아가 북한에 더 큰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철도 때문이지요. 장차 시베리아 철도가 연결되면 러시아에 크나큰 경제적 혜택이 돌아갑니다.

  그렇다고 지금 중국과 북한의 관계가 소원한 건 아닙니다. 다만 중국보다 러시아가 더 가깝다는 말이지요. 김정일이 최근 1년 반 동안 세 번 만난 사람은 러시아의 푸틴밖에 없습니다. 중국의 강택민은 단 한번 만났을 뿐입니다. 중국이 양빈을 제거한 것은 주로 경제적인 이권문제 때문입니다. 만일 신의주에 특구가 생겨 신의주 쪽으로 큰 투자가 몰리면, 중국의 요녕성이 발전하지 못할 겁니다. 그걸 막기 위해서 양빈을 제거해 버린 거죠. 옛날부터 중국은 신의주 쪽 보다는 개성 쪽에 공단을 세우는 것을 찬성했습니다. 중국에서 볼 때는, 개성이 아니면 해주, 우계 등에 공단을 세우면 되는데 왜 국경선인 신의주까지 와서 그렇게 하려고 하느냐는 입장이지요.  



  문) 지난 연말 한 일간지에 보도된 조박사님 관련 기사에 대해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조순승(趙淳昇) 전 의원은 이날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북핵 문제는 100년 근대 외교 문제 중 가장 심각한 것으로, 자칫 잘못하면 큰 전쟁의 화를 입을 수 있다”며 “내가 보기에 전쟁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2∼3월에 이라크 문제가 일단락 되면 4∼5월에 한국 문제가 부각된다”고 우려했다.” (조선일보, 2002년 12월 27일자)
 교수님은 이라크 전쟁을 장기전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빨리 끝난다고 보고 계신데 여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답) 내 생각에는 이라크 문제가 생각보다 빨리 끝날 것 같아요. 왜냐하면, 산악전쟁은 오래 가지만, 이라크는 사막지대이기 때문이지요. 옛날 내가 국회의원을 할 때 한·이라크 친선협회장을 맡아 사담 후세인도 만나봤어요. 이라크는 산이 없는 허허벌판 사막 가운데에 있는 나라입니다. 그러니 숨을 데도 얼마 없고, 공격하기가 굉장히 쉽죠. 91년 걸프 전쟁에서도 이라크가 그렇게 당했잖아요. 지금 이라크에서는 시가전으로 항쟁한다고 허풍치고 있는데, 수도 바그다드의 인구가 580만입니다. 산악지대가 없으니까, 거기서 시가전을 하겠다는 것이죠.  그렇지만 대한민국은 다릅니다. 사방이 다 산악지역이라서 전쟁의 성격 자체가 달라요.  



   문) 미국에는 “만일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적어도 100만명 내지 200만명이 죽는다, 따라서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미친 짓이다”라고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대량살상 무기를 보유한 김정일 정권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전쟁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 않겠습니까?

 답) 부시가 작년 1월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북한을 악의 축으로만 규정한 것이 아니라, 국제법상 없는 얘기를 했어요. 소위 ‘선제공격권’이라는 걸 꺼낸 겁니다.그게 무슨 말이냐? 테러를 자행하는 국가는 국경선을 인정하지 않고 어디든지 넘어가서 친다는 것입니다. 원래 국가주권의 핵심이 영토의 순수성, 즉 국경선이거든요. 국제법의 기본 역시 이 영토의 순수성에서 비롯되는 겁니다. 그런데 부시가 이것을 반대하고 나왔어요. 말하자면 자기가 악의 축이라고 규정한 국가에 대해서는 언제든지 국경선을 인정하지 않고 치겠다는 것이지요.

 부시 선언의 첫 번째 본보기가 이라크인데, 이라크를 친 다음에 북한을 가만 두겠어요? 더구나 원자탄도 없는 이라크를 치고 난 후, 원자탄이 2개 있다고 알려진 북한을 그대로 놔두겠느냐? 이런 논법이 생기는 거죠. 그러니까 북한이 부시의 타게트가 될 가능성이 굉장히 큰 것이지요.  



   문) 교수님과 같이 현재의 한반도 사태를 심각하게 우려하는 사회 지도급 인사들이 많습니까?

 답) 아, 그런 사람들도 있겠지요. 그러나 그렇게 말을 안 하려고 하죠. 괜히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든다고 할 테니까. 전쟁 난다고 해서 좋을 게 뭐가 있겠어요? 그러면 다 미수가루 만든다고 야단일 테니까. 또 전쟁 난다고 하면 한국경제가 주저앉을 가능성이 많거든요. 알다시피 한국투자의 43%가 외국투자입니다. 그러니까 외국인들이 외국주식을 빼가 버리면 한국경제는 그 다음날부터 휘청거릴 거란 말이에요. 그러니까 되도록 전쟁은 안 난다, 이렇게 말을 해야 나라를 위한 것이라고 보는 겁니다.  그러나 내가 볼 때는, 전쟁이 날 가능성도 있다는 전제하에서 대비를 해야한다는 것이지요. 그것이 소위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의 자세가 아니겠느냐 이 말입니다.  



 조순승 박사(74세)
 전라남도 승주에서 1929년 출생. 1950년 한국전쟁 당시 통역장교로 복무. 1953년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 미국 미시간대에서 1955년 정치학 석사, 1957년 역사학 석사, 1959년 정치학 박사학위 취득. 이후 미국 네브래스카 주립대, 워싱톤 주립대, 오리건 주립대, 미주리주립대 정치학과 교수(1963∼1988). 제13대, 14대, 15대 국회의원, 현 새천년민주당 고문 및 명지대·울산대 대학원 석좌교수.

  (월간개벽 200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