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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새로운 전쟁을 향한 미국의 글로벌 군사전략

by 바로요거 2008. 3. 19.

 
 주한미군의 동북아 지역군화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유사시 주한미군의 한반도 밖 출동만이 아니라 전세계 미군의 한반도 투입도 가능하게 된 것이다. 강대국들의 힘겨루기 대결판이 돼버린 한반도와 대만해협은 긴장고조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 2004년에는 주한미군 감축 및 재배치가 본격적으로 거론되자 안보불안이 심각하게 야기되기도 했다.
 
 주한미군의 거대한 지각변동 움직임, 그 실체는 무엇인가? 이는 미국 정부가 21세기 새로운 안보환경에 맞추어 추진중인 해외미군재배치계획(GPR)의 일환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변화된 미국의 군사전략의 윤곽을 그려보고 향후 동북아시아에 미칠 파장을 가늠해보자.

 
 
 해외미군재배치계획, 그 핵심전략은 무엇인가
 미국 측이 내놓은 주한미군재배치계획! 그 초안을 보면 전국에 흩어져 있는 주한미군기지들은 오산과 평택, 대구와 부산을 중심으로 통폐합된다. 의정부에 있는 미2사단 역시 한강이남으로 재배치될 계획이다.
 
 지난 2003년 11월 25일 미국의 부시 대통령은 새로운 국방정책을 발표한다. 해외미군재배치계획(GPR; Global Posture Review)! 이른바 GPR의 핵심전략은 병력수와 기지수보다 능력에 초점을 맞추어 유사시 신속한 동맹국의 지원능력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미 국방부는 해외미군재배치 계획의 일환으로 전세계 미군기지를 4단계로 나누어 조정한다는 구상을 내놓고 있다. ‘전략투사거점’(PPH; Power Projection Hub)은 영구적인 기지로서 미국전력의 중심이 된다. 괌과 하와이, 유럽에서는 영국이 해당된다. ‘주요작전기지’(MOB; Main Operation Base)는 대규모 병력이 장기 주둔하는 상설기지다. 초현대식 지휘체계를 갖추고 미군의 훈련지원 및 다른 국가와의 안보협력을 담당한다. 한국은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
 

 
 50년 한미동맹, 재조정 단계에 돌입했나
 주한미군 2사단을 한강이남에 배치, 전력을 증강하고 주한미군의 규모를 줄이겠다는 미국의 결정은 변화한 군사전략의 미래상을 분명히 보여준다. 2004년 5월 찰스 캠벨 미 8군사령관의 발언은 주한미군재배치계획에 따른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분명히 말하건대 21세기에 한미연합군은 한반도에만 그 임무가 제한되는 것이 아니고 동북아 지역으로 그 임무가 확장될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한미연합군의 동북아 지역군화! 이것은 한국군이 주한미군의 변화된 역할에 따라 전세계 분쟁지역에 함께 출동하게 됨을 의미한다. 한미연합군의 지역군화는 이미 오래 전부터 논의되었다는 견해다. 한국과 미국의 군사전문가들이 참여한 비공개 연구보고서! 이 문서는 최근 한미동맹의 변화를 정확히 예측하고 있다.
 
 【1단계-역동적 동맹 단계】 미국이 대북 억제력에서 주된 역할을 담당하고 한국은 이를 보조하는 지위에서 유지된다.
 
 【2단계-동맹의 재조정 단계】 주한미군은 한국군에게 대북 억제라는 기존의 임무를 넘기고 지역적 역할로 전환한다.
 
 【3단계-지역안보동맹 단계】 한미연합군이 한반도 밖의 임무를 공동으로 수행하며 동북아 지역군으로 미군과 함께 출동한다. 전문가들은 최근 한국군의 이라크 파병 역시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주한미군 후방배치, 의도는 무엇인가
 최근 북한은 주한미군재배치계획이 알려지자 미국의 북침 준비가 본격화된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그렇다면 북한이 주한미군의 후방배치에 대해 이토록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재 북한은 휴전선 인근에 배치된 천여 문의 장사정포가 미국의 공격을 억제할 수단이라고 믿고 있다. 의정부와 용산의 미군기지가 장사정포의 사정권 안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한미군이 한강이남으로 후방배치될 경우, 북한은 미국의 공격을 억제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 하나를 잃게 되는 것이다.
 
 지난 1994년 핵연료봉 재처리 문제를 둘러싼 갈등은 북한과 미국을 전쟁직전의 상황에까지 내몰았다. 그러나 미국의 대북 공격 의지는 결국 좌절된다. 한강이북에 배치된 주한미군과 서울은 장사정포로부터 보호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 세계 최강 미군의 아킬레스건이었다.
 
 “국방부에서는 오래 전부터 북한의 장사정포 사정거리 밖으로 주한미군을 후방배치하여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곳으로 배치시키고자 노력해왔다. 즉 원거리에서 적을 발견하고 타격할 수 있는 것이 목적이다.” (부루스 베넷 / 미국 랜드연구소)
 
 2004년 6월 미국의 스텔스 전폭기 10여대가 한 공군기지(군산)에 도착했다. 선제공격형 무기의 한반도 배치와 전력증강. 이는 주한미군이 후방배치된 상황에서 공중과 해상을 통해 보다 위력적인 공격이 이뤄질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같은 해 6월 미국은 태평양에서 사상 최대규모의 함대재배치훈련에 들어갔다(썸머펄스). 전문가들은 미국의 새로운 군사전략을 본격적으로 시험해보는 훈련이라고 분석한다.
 
 
 미국이 상정한 ‘미래의 적’
 미국의 신(新)군사전략은 테러집단에 대한 ‘선제공격론’과 적대적인 국가가 미국과 대등해지려는 것을 사전에 좌절시킨다는 ‘수위전략’을 두 축으로 삼고 있다.
 
 90년대 미국의 군사전략은 중동과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생했을 때 싸워 승리한다는 피동적인 개념이었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 이후 등장한 ‘1421 전략’은 선제공격을 포함한 공세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 미군은 작전지역을 유럽과 동아시아를 포함한 4개 지역으로 확대했다. 동남아시아 미군의 전략강화는 미국이 상정한 ‘미래의 적’이 어디인지를 확실히 보여준다.
 
 “미국은 단순히 한반도의 대북 억지력을 넘어서 지금 동남아라든지 필리핀이라든지 대만·오키나와, 이 해상수송로를 보호하고 중국을 포위하는 그런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조성렬 / 국제문제조사연구소)
 
 한반도의 주한미군이 서해안에 인접한 평택으로 이전하는 이유도 바로 중국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견해가 있다. 평택 인근에 위치한 한 공군기지. 미사일 방어용 무기인 패트리어트3 미사일이 배치된 사실이 확인됐다. 미국은 두 개의 최신형 패트리어트 미사일 포대를 추가로 배치할 계획이다. 주한미군의 전력 무기에 대한 정보와 감시기능이 서해안에 집중될 경우, 중국은 한반도를 목표로 한 방위전략을 세울 수밖에 없다.
 


 
 중국-대만 전쟁, 미국은 개입할 것인가?
 2004년 중국은 국방동원령을 내리고 타이완 해협 인근 동산섬에서 육해공군이 참여하는 최대 규모의 군사훈련에 돌입했다. 대만 상륙작전을 목표로 한 훈련이 이루어졌다. 그로부터 열흘 뒤, 이번에는 대만이 중국대륙과 불과 10여㎞ 떨어진 진먼섬에서 대규모 포탄사격훈련을 시작한다. 현재 중국정부는 대만의 독립 움직임에 대해 어떠한 대가도 치를 각오가 돼 있다는 단호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만약 타이완이 독립하게 되면, 이것이 신호탄이 되어 변경지역의 독립세력이 독립을 선포할 수 있다. 티벳도 독립, 신강도 독립, 몽고도 독립을 선포할 수 있고, 기타 소수민족들도 독립을 선포하면 아주 혼란스럽게 된다.” (왕이조우 / 중국사회과학원 세계경제정치연구소 부소장)
 
 현재 미국은 공식적으로는 하나의 중국 정책에 동의하는 듯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실제 (중국-대만간) 무력충돌이 발생할 경우 미국의 선택은 달라질 것이라고 말한다. “만약 타이완의 독립문제로 인해 중국과 (타이완이) 전쟁을 벌인다면 미국이 개입할 것인가에 대해 ‘나는 그렇다’고 생각한다. 미국이 타이완이라는 방위선을 잃게 되면 태평양에서 큰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왕궁이 교수 / 딴쟝대학 국제전략연구소)
 
 “유감스러운 것은 이 지역에서 특히 미국이 타이완에 군사적인 원조를 하고 독립을 지지하고 있다는 것인데, 그 결과는 (미-중) 전쟁을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옌쉐통 소장/ 칭화대 국제문제연구소)
 
 만일 한미연합군의 역할이 동북아 지역으로 확대되고 중국과 대만 사이에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경우, 남한은 원치 않는 전쟁에 휘말리게 될 가능성이 크다.
 
 
 코리아 엔드게임 시나리오, 결국 현실화되는가
 현재 국방부는 주한미군의 전력공백을 협력적 자주국방을 통해 메우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협력적 자주국방의 내용은 무엇인가? 주한미군의 재배치와 감축으로 생기는 한강이북의 전력공백을 한국군이 책임지겠다는 것이다.
 
 남북한의 군사력 격차가 커지고 북한에 대한 미국의 압력이 커질수록 북한은 대량살상무기나 핵무기 보유에 대한 유혹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북한은 자신들의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마지막 수단으로써 핵(核)을 선택하고 있는 듯 보인다. 지난 94년 한반도에 불어닥쳤던 북핵위기는 2003년 또다시 재현된다.
 
 북한체제의 붕괴를 노리는 미국의 변하지 않는 입장은 2004년 7월 미하원을 통과한 북한인권법안에서도 다시 한번 확인된다. 이로써 미국은 북핵문제가 해결되더라도 언제든지 북한에 대해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또 다른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미국이 이란과 북한에 대해 오랫동안 가져왔던 안보 우려가 시간이 지나면서 보다 심각해졌고 해결되지 않았으며, 이제 우리는 군사적 행동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할지 모른다는 엔드 게임(End Game)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기 시작했다.” (존 파인트 / 미국 군사전문가)
 
 
 지난 50년간 굳건하게 지켜온 한미동맹. 그러나 미국의 새로운 군사전략은 미국의 이익과 한국의 이익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새로운 동맹관계가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2006.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