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1-TV 위성대토론
〈한반도 평화, 세계는 어떻게 보는가〉
방영: 2004년 1월 1일(목) 23시 35분
2003년 12월로 예상되었던 제2차 6자 회담 개최가 결국 무산됨으로써, 북핵 문제는 2004년으로 넘어왔다. 2004년, 북핵 문제는 어떻게 귀결될 것인가? 세계는 한반도 위기를 어떻게 보고 있나?
한국·미국·중국·일본·러시아 5개국의 한반도 문제 전문가들이 위성으로 만나 21세기 동북아 국가질서와 한반도 평화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하 방송원문 발췌)
2002년 10월 미국의 의혹제기로 시작된 제2차 북핵위기. 미국은 9.11테러 이후 달라진 안보전략에 따라서 북한에 대한 선제 핵공격을 명시했고, 북한은 NPT탈퇴·영변 핵시설 재가동으로 맞섰다. 이로써 94년에 북미 제네바 합의는 완전히 파기되었다.
2003년 3월 개시된 미국의 이라크 침공.
북한이 제2의 이라크가 될지도 모른다는 전망이 제기되기 시작됐다. 부시행정부의 대북정책이 확고하게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지난해 8월 베이징 6자회담이 개최됐고, 그 후 5개월이 지난 지금 2차회담을 앞두고 있다.
후세인 체포와 리비아의 대량살상무기 포기선언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고있는 부시 행정부. 2차 6자회담을 앞둔 지금, 북한 핵 위기는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아직 냉전이 끝나지 않은 한반도! 2004년 그 평화의 돌파구는 열릴 것인가?
문정인 교수(사회자): 한반도의 평화는 우리 민족의 절체절명의 과제입니다. 그러나 북한 핵문제의 해결 없이 한반도의 평화를 가져올 수는 없습니다. 오늘 북한 핵문제, 한반도의 평화, 그리고 동북아의 평화를 토론하기 위해서 미국과 중국과 일본과 러시아를 연결했습니다.
〔출연자〕
문정인(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도널드 그레그(전 주한 미국 대사)
왕지쓰(중국 사회과학원 미국학 연구소 소장)
노다리 시모니아(러시아 이메모 연구소 소장)
이노구치 타카시(일본 동경대 교수)
미국이 북한 핵문제 해결에 실패한 이유는?
문정인 교수: 그래그 대사님은 북한의 핵능력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북한 핵문제에 있어 크게 실패한 이유가 무엇인지 말해주시겠습니까?
도널드 그레그 대사: 크게 실패했다 라고 말하기는 아직 이른 것 같습니다. 부시대통령 입장에서 보면 소위‘악의 축’이라고 지칭했던 국가들에 대해 실질적인 진척을 보여왔으니까요. 부시대통령은 사담 후세인을 몰아냈고 이란으로부터 사찰동의를 받아냈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북한입니다. 부시 대통령은 일단 외교적으로 해결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핵문제를 해결해 나가기 위한 제2차 6자회담에 대해서 부시 대통령은 지금까지 어떤 지침도 내리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북한의 핵 능력문제는 아직까지 의문으로 남아있습니다.
북한의 핵능력을 어떻게 보는가?
문정인 교수: 왕지쓰 교수님! 교수님께서는 한반도뿐만 아니라 아시아지역 그리고 세계 안보차원에서 북한의 핵능력을 개인적으로 어떻게 보십니까?
왕지쓰 교수: 제가 알고 있기로는 중국은 북한이 이미 핵무기를 갖고 있는지 아닌지에 대해 공식으로 발표한 적은 없습니다. 북한은 자신들이 핵저지력을 갖고 있다고 말하지만 이는 핵무기를 갖고 있다는 것과는 다소 다른 개념입니다.
이노구치 타카시 교수: 지금까지 북한은 핵능력을 갖기 위해서 아주 열심히 노력해 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한 여러 가지 목적을 위해서 핵을 갖고자 모든 노력을 기울여왔습니다. 그러나 일본에서 중요하게 보는점은 북한이 핵 논의를 함으로서 동북아 전체에 우리도 북한과 마찬가지로 핵을 가져야만 하겠다는 생각을 촉발시킨다는 점입니다. 이는 매우 위험한 일이죠.
노다리 시모니아 박사: 현재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북한 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전제조건이 있다면, 그 어떤 전제조건도 없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정말 필요한 것은 양쪽 모두가 이 문제에 대해 동시적으로 접근해나가야 한다는 것에 동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반드시 북측의 핵포기와 동시에 북한의 안전보장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무력 사용을 주장하는 강경론자들에 대한 의견은?
문정인 교수: 협상으로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6자회담 역시 또 다른 문제들에 부딪히고 있습니다. 소위 적대적 무시전략이라는 것인데요, 이는 북한을 고립시키고 봉쇄하고 정권을 바꾸고자 하는 것을 말합니다. 일부 강경론자들은 협상 선상에서 군사행동 대안을 논의해야 한다고까지 이야기했습니다.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도널드 그레그 대사: 이 얘기는 일부 강경론자들이 하는 이야기입니다. 그들은 북한이 1994년에 체결한 협약을 어기고 파키스탄과 함께 고농축 우라늄 프로그램을 진행했다고 생각하고 있죠. 이러한 부분이 미국과 북한이 직접적이고 긍정적인 논의를 해 나가는데 있어서 가장 커다란 장애물이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부시 행정부는 어떻게든 선택을 해야합니다. 6자회담 과정에 아주 열성적이며 적극적으로 참여해 나갈것인지, 아니면 북한이 나쁜 짓을 했으니까 북한측이 먼저 확실하게 핵포기 의사를 밝히기 전까지는 아무 것도 해줄 수 없다는 말만 붙잡고 있을 것인지를 말입니다.
미국이 북핵문제를 해결하려는 방법은?
문정인 교수: 그래그 대사님! 사담 후세인이 잡혔고 모아마르 카다피가 대량살상무기를 포기하지 않았습니까? 그렇다면 부시행정부가 북한에 대한 제재조치나 격리, 봉쇄정치에 통해 북한을 압박함으로써 북핵문제를 해결하려 하지는 않을까요?
도널드 그레그 대사: 분명 부시 행정부 내에는 그렇게 하기를 원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악의 축이라고 규정했던 세 나라 중 두 나라에 대한 결과에 상당히 만족해하고 있을 겁니다. 하나는 그 지도자를 끌어내 버렸고 다른 하나 즉 이란은 사찰을 받아들이겠다고 했으니까요. 그러니까 똑같은 방식으로 강압적 접근을 시도하면 북한에도 먹힐 것이라고 보는 사람이 분명 있을 것이지만, 저는 이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북한은 쉽게 부서지지 않는 훨씬 더 단단한 곳입니다. 북한은 언제라도 동원할 수 있는 훨씬 더 엄청난 군사력을 갖고 있고 핵능력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북한을 고립시킬 경우 중국의 정책은?
문정인 교수: 왕 교수님! 6자회담이 실패로 돌아가고 부시 정부가 협상을 통한 해결노력을 포기하고 북한에 대해 적대적 무시전략으로 돌아서 버린다면 중국정부는 이에 대해 어떻게 나올까요? 이를 제재할까요?
왕지쓰 교수: 중국정부는 북한에 대해 어떤 정치적 고립을 가하는 것에 대해서도 매우 강하게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또한 중국은 북한의 경제제재를 하려는 그어떤 방법에 대해서도 지지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중국은 문제를 군사적으로 해결하는 것에 대해서는 매우 반대합니다.
북한이 핵프로그램을 진행할 경우 러시아의 정책은?
문정인 교수: 시모니아 박사님! 만약 북한이 넘지 말아야할 선을 넘어선다면, 다시 말해 핵실험을 한다든지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시험한다든지 아니면 플루토늄을 방출한다든지 말입니다. 이럴 경우 러시아 정부는 어떤 입장을 취할까요?
노다리 시모니아 박사: 북핵문제 해결에 있어서 군사적 대안은 없으리라고 믿습니다. 이는 큰 재앙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군사적 대안은 정말이지 재난이 될것이며, 이는 북한만 아니라 남한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결국 미국이 북한을 장악하긴 하겠지만 이는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라크를 상대로 승전한 것 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입니다. 북한의 경우에는 더 커다란 재난이 될 것입니다. 이라크침략 때는 이라크인들만 고통받았지만 북한을 공습하면 북한은 완전히 패하기 전에 남하할 수 있고 그러면 남한의 반쯤은 폐허가 되겠죠. 그렇게 되면 미군들도 많이 죽게 될 것
이구요.
미국과 북한간에 신뢰가 있는가?
문정인 교수: 북핵상황에서의 진짜 문제. 특히 다자간 대북 안전보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의 문제라고 봅니다. 그러나 신뢰가 없으면 협상이란 있을 수 없는 것이고 대화자체가 불가능할 것입니다. 서로간의 신뢰에 대해 그레그 대사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도널드 그레그 대사: 평양과 워싱턴 사이에는 매우 깊은 불신의 고리가 있습니다. 우리가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북한이 혹시라도 핵 또는 대량살상무기를 테러리스트 국가들로 반출시킬 소지가 있다는 점입니다.
만약 그런 문제가 발생해서 북한이 심각한 테러리스트 활동에 조금이라도 연루된다면 문제는 훨씬 위험해지고 그 해결은 더욱 어려워질 것입니다. 한번 그런 경우가 있었는데 지난 4월 북한은 핵 반출을 고려하다가 이를 포기한 적이 있습니다.
현 시점에서 북한은 미국을 매우 의심하는 동시에 몹시 두려워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은 자신들의 안전보장에 대해 더 매달리는 듯 합니다.
한반도내 미군 재배치의 의도는?
문정인 교수: 한반도 평화문제를 생각할 때 가장 중요한 주제는 한미동맹관계입니다. 그런데 부시 행정부는 최근 한반도 내에 미군 재배치 안을 내놓았습니다. 이 문제를 우리는 한반도 평화와 관련해서 어떻게 생각해볼 수 있을까요?
도널드 그레그 대사: 미국은 군대가 보다 가볍고 신속한 기동성을 가지며 최첨단의 기술력으로 아프가니스탄 및 이라크 등지에서 미국이 부딪히고 있는 과제들에 대해서 대응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한반도 내에 미 제2사단의 역할 역시 그러한 변화 속에 있습니다. 럼스펠드 장관은 다만 좋지 않은 시기에 그 일을 하고 있는 것이죠. 미군 재배치 문제는 전세계에 있는 미군에 해당되는 것이지 결코 한반도 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왕지쓰 교수: 한국이 자국의 안전을 위해서 미국을 필요로 한다는 것은 이해할 만 합니다. 한반도의 실리와 이해가 걸린 문제이니까요. (중략) 물론 미국이 대만 문제와 관련하여 일부 병력을 이동시켜 중국을 향하도록 배치하는 것에 대해서 우리는 다소 신경이 쓰입니다. 하지만 미군이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여러 해가 걸릴 겁니다.
노다리 시모니아 박사: 한반도에 있는 미군의 재배치에 대해서는 한가지 단서가 있습니다. 제가 의심스러워 하는 부분은 일단 미국 북한 사이의 긴장이 최고조에 이른 시점에서 이런 것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미국이 북한에 대한 군사행동을 감행했을 때 북한이 이에 대응할 것이고, 그러면 미군이 엄청나게 고생하게 될 것이라는 두려움을 미국은 갖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미국은 그들의 군대를 최대한 남북한간의 경계로 부터 멀리 빼내려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북한은 미사일을 사용하지 않고 재래식 병기만 가지고도 막대한피해를 입힐 수 있으니까요.
부시 정책을 비판하는 여론에 대한 의견은?
문정인 교수: 특히 남한에서는 일부 젊은이들이 그어떤 불량국가 지도자들보다도 부시가 훨씬 더 위험한 존재다 라고 보고있는데요, 다른 말로 하면 부시의 독트린에 대해서 비판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겁니다.
도널드 그레그 대사: 햇볕정책 수립 이후로 한국의 대북관점은 크게 달라졌고, 특히 젊은이들 층에서는 더욱 그러합니다. 더 이상 북한은 용서받지 못할 적으로 인식되지 않으며, 도리어 오랫동안 잃어버리고 지내왔던 형제로서 받아들여지는 것이죠. 미국은 국제적 권력으로서 세계 핵확산에 관해서는 절대적으로 정당한 우려를 하고 있는 겁니다. 북한을 일차적으로 핵확산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하는 것이죠. 여기에 미국과 한국간에 인식의 차이가 있는 것입니다.
문정인 교수: 한반도 평화는 한반도만의 문제가 아니고 동북아 전체 그리고 전세계의 평화와 안전에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우리 다같이 인내심을 갖고 중지를 모으면서 한반도의 평화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나가야 할 것입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한반도 평화, 세계는 어떻게 보는가〉
방영: 2004년 1월 1일(목) 23시 35분
2003년 12월로 예상되었던 제2차 6자 회담 개최가 결국 무산됨으로써, 북핵 문제는 2004년으로 넘어왔다. 2004년, 북핵 문제는 어떻게 귀결될 것인가? 세계는 한반도 위기를 어떻게 보고 있나?
한국·미국·중국·일본·러시아 5개국의 한반도 문제 전문가들이 위성으로 만나 21세기 동북아 국가질서와 한반도 평화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하 방송원문 발췌)
2002년 10월 미국의 의혹제기로 시작된 제2차 북핵위기. 미국은 9.11테러 이후 달라진 안보전략에 따라서 북한에 대한 선제 핵공격을 명시했고, 북한은 NPT탈퇴·영변 핵시설 재가동으로 맞섰다. 이로써 94년에 북미 제네바 합의는 완전히 파기되었다.
2003년 3월 개시된 미국의 이라크 침공.
북한이 제2의 이라크가 될지도 모른다는 전망이 제기되기 시작됐다. 부시행정부의 대북정책이 확고하게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지난해 8월 베이징 6자회담이 개최됐고, 그 후 5개월이 지난 지금 2차회담을 앞두고 있다.
후세인 체포와 리비아의 대량살상무기 포기선언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고있는 부시 행정부. 2차 6자회담을 앞둔 지금, 북한 핵 위기는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아직 냉전이 끝나지 않은 한반도! 2004년 그 평화의 돌파구는 열릴 것인가?
문정인 교수(사회자): 한반도의 평화는 우리 민족의 절체절명의 과제입니다. 그러나 북한 핵문제의 해결 없이 한반도의 평화를 가져올 수는 없습니다. 오늘 북한 핵문제, 한반도의 평화, 그리고 동북아의 평화를 토론하기 위해서 미국과 중국과 일본과 러시아를 연결했습니다.
〔출연자〕
문정인(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도널드 그레그(전 주한 미국 대사)
왕지쓰(중국 사회과학원 미국학 연구소 소장)
노다리 시모니아(러시아 이메모 연구소 소장)
이노구치 타카시(일본 동경대 교수)
미국이 북한 핵문제 해결에 실패한 이유는?
문정인 교수: 그래그 대사님은 북한의 핵능력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북한 핵문제에 있어 크게 실패한 이유가 무엇인지 말해주시겠습니까?
도널드 그레그 대사: 크게 실패했다 라고 말하기는 아직 이른 것 같습니다. 부시대통령 입장에서 보면 소위‘악의 축’이라고 지칭했던 국가들에 대해 실질적인 진척을 보여왔으니까요. 부시대통령은 사담 후세인을 몰아냈고 이란으로부터 사찰동의를 받아냈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북한입니다. 부시 대통령은 일단 외교적으로 해결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핵문제를 해결해 나가기 위한 제2차 6자회담에 대해서 부시 대통령은 지금까지 어떤 지침도 내리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북한의 핵 능력문제는 아직까지 의문으로 남아있습니다.
북한의 핵능력을 어떻게 보는가?
문정인 교수: 왕지쓰 교수님! 교수님께서는 한반도뿐만 아니라 아시아지역 그리고 세계 안보차원에서 북한의 핵능력을 개인적으로 어떻게 보십니까?
왕지쓰 교수: 제가 알고 있기로는 중국은 북한이 이미 핵무기를 갖고 있는지 아닌지에 대해 공식으로 발표한 적은 없습니다. 북한은 자신들이 핵저지력을 갖고 있다고 말하지만 이는 핵무기를 갖고 있다는 것과는 다소 다른 개념입니다.
이노구치 타카시 교수: 지금까지 북한은 핵능력을 갖기 위해서 아주 열심히 노력해 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한 여러 가지 목적을 위해서 핵을 갖고자 모든 노력을 기울여왔습니다. 그러나 일본에서 중요하게 보는점은 북한이 핵 논의를 함으로서 동북아 전체에 우리도 북한과 마찬가지로 핵을 가져야만 하겠다는 생각을 촉발시킨다는 점입니다. 이는 매우 위험한 일이죠.
노다리 시모니아 박사: 현재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북한 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전제조건이 있다면, 그 어떤 전제조건도 없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정말 필요한 것은 양쪽 모두가 이 문제에 대해 동시적으로 접근해나가야 한다는 것에 동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반드시 북측의 핵포기와 동시에 북한의 안전보장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무력 사용을 주장하는 강경론자들에 대한 의견은?
문정인 교수: 협상으로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6자회담 역시 또 다른 문제들에 부딪히고 있습니다. 소위 적대적 무시전략이라는 것인데요, 이는 북한을 고립시키고 봉쇄하고 정권을 바꾸고자 하는 것을 말합니다. 일부 강경론자들은 협상 선상에서 군사행동 대안을 논의해야 한다고까지 이야기했습니다.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도널드 그레그 대사: 이 얘기는 일부 강경론자들이 하는 이야기입니다. 그들은 북한이 1994년에 체결한 협약을 어기고 파키스탄과 함께 고농축 우라늄 프로그램을 진행했다고 생각하고 있죠. 이러한 부분이 미국과 북한이 직접적이고 긍정적인 논의를 해 나가는데 있어서 가장 커다란 장애물이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부시 행정부는 어떻게든 선택을 해야합니다. 6자회담 과정에 아주 열성적이며 적극적으로 참여해 나갈것인지, 아니면 북한이 나쁜 짓을 했으니까 북한측이 먼저 확실하게 핵포기 의사를 밝히기 전까지는 아무 것도 해줄 수 없다는 말만 붙잡고 있을 것인지를 말입니다.
미국이 북핵문제를 해결하려는 방법은?
문정인 교수: 그래그 대사님! 사담 후세인이 잡혔고 모아마르 카다피가 대량살상무기를 포기하지 않았습니까? 그렇다면 부시행정부가 북한에 대한 제재조치나 격리, 봉쇄정치에 통해 북한을 압박함으로써 북핵문제를 해결하려 하지는 않을까요?
도널드 그레그 대사: 분명 부시 행정부 내에는 그렇게 하기를 원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악의 축이라고 규정했던 세 나라 중 두 나라에 대한 결과에 상당히 만족해하고 있을 겁니다. 하나는 그 지도자를 끌어내 버렸고 다른 하나 즉 이란은 사찰을 받아들이겠다고 했으니까요. 그러니까 똑같은 방식으로 강압적 접근을 시도하면 북한에도 먹힐 것이라고 보는 사람이 분명 있을 것이지만, 저는 이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북한은 쉽게 부서지지 않는 훨씬 더 단단한 곳입니다. 북한은 언제라도 동원할 수 있는 훨씬 더 엄청난 군사력을 갖고 있고 핵능력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북한을 고립시킬 경우 중국의 정책은?
문정인 교수: 왕 교수님! 6자회담이 실패로 돌아가고 부시 정부가 협상을 통한 해결노력을 포기하고 북한에 대해 적대적 무시전략으로 돌아서 버린다면 중국정부는 이에 대해 어떻게 나올까요? 이를 제재할까요?
왕지쓰 교수: 중국정부는 북한에 대해 어떤 정치적 고립을 가하는 것에 대해서도 매우 강하게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또한 중국은 북한의 경제제재를 하려는 그어떤 방법에 대해서도 지지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중국은 문제를 군사적으로 해결하는 것에 대해서는 매우 반대합니다.
북한이 핵프로그램을 진행할 경우 러시아의 정책은?
문정인 교수: 시모니아 박사님! 만약 북한이 넘지 말아야할 선을 넘어선다면, 다시 말해 핵실험을 한다든지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시험한다든지 아니면 플루토늄을 방출한다든지 말입니다. 이럴 경우 러시아 정부는 어떤 입장을 취할까요?
노다리 시모니아 박사: 북핵문제 해결에 있어서 군사적 대안은 없으리라고 믿습니다. 이는 큰 재앙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군사적 대안은 정말이지 재난이 될것이며, 이는 북한만 아니라 남한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결국 미국이 북한을 장악하긴 하겠지만 이는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라크를 상대로 승전한 것 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입니다. 북한의 경우에는 더 커다란 재난이 될 것입니다. 이라크침략 때는 이라크인들만 고통받았지만 북한을 공습하면 북한은 완전히 패하기 전에 남하할 수 있고 그러면 남한의 반쯤은 폐허가 되겠죠. 그렇게 되면 미군들도 많이 죽게 될 것
이구요.
미국과 북한간에 신뢰가 있는가?
문정인 교수: 북핵상황에서의 진짜 문제. 특히 다자간 대북 안전보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의 문제라고 봅니다. 그러나 신뢰가 없으면 협상이란 있을 수 없는 것이고 대화자체가 불가능할 것입니다. 서로간의 신뢰에 대해 그레그 대사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도널드 그레그 대사: 평양과 워싱턴 사이에는 매우 깊은 불신의 고리가 있습니다. 우리가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북한이 혹시라도 핵 또는 대량살상무기를 테러리스트 국가들로 반출시킬 소지가 있다는 점입니다.
만약 그런 문제가 발생해서 북한이 심각한 테러리스트 활동에 조금이라도 연루된다면 문제는 훨씬 위험해지고 그 해결은 더욱 어려워질 것입니다. 한번 그런 경우가 있었는데 지난 4월 북한은 핵 반출을 고려하다가 이를 포기한 적이 있습니다.
현 시점에서 북한은 미국을 매우 의심하는 동시에 몹시 두려워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은 자신들의 안전보장에 대해 더 매달리는 듯 합니다.
한반도내 미군 재배치의 의도는?
문정인 교수: 한반도 평화문제를 생각할 때 가장 중요한 주제는 한미동맹관계입니다. 그런데 부시 행정부는 최근 한반도 내에 미군 재배치 안을 내놓았습니다. 이 문제를 우리는 한반도 평화와 관련해서 어떻게 생각해볼 수 있을까요?
도널드 그레그 대사: 미국은 군대가 보다 가볍고 신속한 기동성을 가지며 최첨단의 기술력으로 아프가니스탄 및 이라크 등지에서 미국이 부딪히고 있는 과제들에 대해서 대응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한반도 내에 미 제2사단의 역할 역시 그러한 변화 속에 있습니다. 럼스펠드 장관은 다만 좋지 않은 시기에 그 일을 하고 있는 것이죠. 미군 재배치 문제는 전세계에 있는 미군에 해당되는 것이지 결코 한반도 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왕지쓰 교수: 한국이 자국의 안전을 위해서 미국을 필요로 한다는 것은 이해할 만 합니다. 한반도의 실리와 이해가 걸린 문제이니까요. (중략) 물론 미국이 대만 문제와 관련하여 일부 병력을 이동시켜 중국을 향하도록 배치하는 것에 대해서 우리는 다소 신경이 쓰입니다. 하지만 미군이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여러 해가 걸릴 겁니다.
노다리 시모니아 박사: 한반도에 있는 미군의 재배치에 대해서는 한가지 단서가 있습니다. 제가 의심스러워 하는 부분은 일단 미국 북한 사이의 긴장이 최고조에 이른 시점에서 이런 것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미국이 북한에 대한 군사행동을 감행했을 때 북한이 이에 대응할 것이고, 그러면 미군이 엄청나게 고생하게 될 것이라는 두려움을 미국은 갖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미국은 그들의 군대를 최대한 남북한간의 경계로 부터 멀리 빼내려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북한은 미사일을 사용하지 않고 재래식 병기만 가지고도 막대한피해를 입힐 수 있으니까요.
부시 정책을 비판하는 여론에 대한 의견은?
문정인 교수: 특히 남한에서는 일부 젊은이들이 그어떤 불량국가 지도자들보다도 부시가 훨씬 더 위험한 존재다 라고 보고있는데요, 다른 말로 하면 부시의 독트린에 대해서 비판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겁니다.
도널드 그레그 대사: 햇볕정책 수립 이후로 한국의 대북관점은 크게 달라졌고, 특히 젊은이들 층에서는 더욱 그러합니다. 더 이상 북한은 용서받지 못할 적으로 인식되지 않으며, 도리어 오랫동안 잃어버리고 지내왔던 형제로서 받아들여지는 것이죠. 미국은 국제적 권력으로서 세계 핵확산에 관해서는 절대적으로 정당한 우려를 하고 있는 겁니다. 북한을 일차적으로 핵확산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하는 것이죠. 여기에 미국과 한국간에 인식의 차이가 있는 것입니다.
문정인 교수: 한반도 평화는 한반도만의 문제가 아니고 동북아 전체 그리고 전세계의 평화와 안전에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우리 다같이 인내심을 갖고 중지를 모으면서 한반도의 평화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나가야 할 것입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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