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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유가 시대

by 바로요거 2008. 3. 13.

2007년 11월 6일 (화) 15:31   문화일보

<경제인 산책>“高유가 시대 ‘에너지 복지’ 검토 필요”

‘석유왕’ 존 데이비슨 록펠러는 석유를 ‘악마의 눈물’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아무리 비싸도 안 쓸 수 없는 게 석유라는 의미다. 그러나 석유는 기본적으로 아무리 많이, 그리고 오래 채굴한다고 하더라도 결국 언젠가는 고갈될 운명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석유의 고갈은 인류문명 발전에 큰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20세기 이후 풍요의 시대를 연 ‘문명의 꽃’이 바로 석유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국제 원유가 상승세가 멈출 줄 모르면서 속이 타들어가는 이들이 적지 않다. 재정경제부와 산업자원부 등 정부 에너지정책 담당자들도, 국회 국정감사장의 의원들의 관심도 온통 국제 유가폭등에 쏠려있다.


한 치 앞을 점치기 힘든 초고유가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답답한 마음에 에너지경제원구원의 방기열(59) 원장을 만나 그 원인과 대책 등에 대해 들어보기로 했다.

지난 2일 경기 의왕시의 한적한 주택가에 나지막한 야산을 등지고 자리 잡은 연구원의 원장 집무실에서 방 원장을 만났다. 따뜻한 차 한잔을 앞에 두고 마주한 방 원장은 언뜻 보기에도 꺼칠한 얼굴이었다.

3년 전쯤 다른 취재를 위해 만난 적이 있는 그의 첫마디는 “고유가 걱정 때문에 도무지 정신을 못 차리겠다”는 것이었다. 정부의 각종 유가 관련 회의에 참석하느라 제대로 쉬지도 못한다고 했다. 지난 6월 3년 임기의 에너지경제연구원장 재임에 ‘성공한’ 그는 조직운영의 속도를 한 템포 늦추고, 건강도 챙겨보겠다고 내심 작정했던 ‘개인욕심’이 물거품이 되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4년간 정식 휴가 한번 가보지 못했어요. 지난주 오래간만에 휴가를 냈다가 그마저도 긴급회의 때문에 포기했지요. 고유가로 국민경제에는 주름이 가지만 우리 연구원의 위상은 오히려 높아진다고 생각하니 아이러니하게 느껴져요.” 방 원장은 그러나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요즘 하루가 다르게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는 유가 상황이 반갑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런 그에게 먼저 최근 고유가의 상황에 대한 원인 진단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현 상황의 고유가 체제는 과거 몇 차례 있었던 소위 ‘석유파동’ 때와는 달라요. 이전의 석유위기 상황은 석유수출국기구(OPEC) 국가들의 일시적 감산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한 반면, 최근 석유위기는 기본적으로 수급 불균형에 원인이 있다는 것이지요. 중국과 인도 등의 국가들이 두 자릿수의 높은 경제발전 속도를 지속하는 등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느는 반면에 원유 생산과 공급 물량에는 한계가 있어 수요를 뒷받침하지 못한다는 얘깁니다. 여기에 러시아를 대표로 하는 자원민족주의까지 가세해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나라들이 원유 확보에 더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방 원장은 “타이트한 수급상황 외에도 중동 등 산유국의 정세불안과 미 달러화 약세, 과잉유동성에 따른 투기자금의 석유시장 유입 등 금융시장의 다양한 요인이 복잡하게 내재돼 유가상승을 억제하는 수단도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의 환율하락, 국제 원자재값 폭등과 함께 유가급등이 우리 경제계에 미칠 영향이 궁금했다.

방 원장은 “올 하반기 들어 연평균 70달러(서부텍사스산 중질유기준) 이상의 고유가 상황이 이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경제성장과 물가에 과도한 부담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론 유가 상승세가 이어진다면 우리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한다고 가정하더라도 연평균 가격 개념으로 보면 100달러까지 가기는 힘들 것입니다. 따라서 만에 하나 배럴당 100달러까지 간다하더라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스태그플레이션(저성장 고물가 상태)의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봅니다.”

고유가 문제 해결의 첨예한 화두가 되고 있는 ‘유류세 인하’에 관해 질문을 던졌다.

“여야 합의하에 탄력세율을 최대 30%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유류세에 탄력세율 30%를 적용할 경우 휘발유 세금은 ℓ당 102원, 경유 68원, 부탄이 27원 정도 줄어드는 등 연간 1조8653억원 가량의 세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승용차 당 월평균 165ℓ를 쓴다고 가정하면 탄력세율 30% 적용 시 한 달에 1만7000원가량 세금을 아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국민들이 과연 이 정도 세금 삭감에 체감효과를 느낄 수 있을까요.”

방 원장은 “국민들이 1만7000원의 세금 삭감에 만족한다면 당연히 그렇게 해야겠지만 만약 그렇지 못할 경우 국가 세수만 날아가는 꼴이 될 것”이라며 “유류세 인하는 체감효과와 비용 등을 고려, 신중하게 검토할 문제”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유가 상승에 따른 고통의 감도(感度)가 모든 사회 계층에서 똑같지는 않을 법하다. 겨울을 앞두고 이른바 ‘에너지 빈곤층’에 대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한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방 원장은 “현재의 에너지 가격구조는 서민층에겐 고통이 가중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라 이들에게 에너지 복지차원의 지원을 집중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 구체적인 대책으로 사회적 형평성을 고려한 에너지 가격구조 정비, 상대적으로 저렴한 에너지보급의 확대, 복지 네트워크 구축 등을 꼽았다.

앞으로도 초고유가 상황이 지속될 경우 우리 정부와 기업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방 원장은 연구원이 개설한 ‘에너지 고위경영자과정’을 이수한 기업가들로부터 들은 사례를 들려주었다.

“유가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하던 기업인들이 단기 처방으로 어렵다고 보이자 장기계획을 추진하는 등 발 빠른 대책 마련에 들어갑디다. 특히 신재생에너지 부문에 관심을 돌리는 등 현재 고유가에 대응하기 위한 체질개선에 들어가는 기업들도 많아요.”

그는 “고유가에 대비해 에너지 효율을 개선하고, 신재생에너지 기술을 촉진하며 해외 자원개발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유가 불안을 극복하는 길은 이러한 장기대책들을 얼마나 꾸준히 해나가느냐에 달려있다는 것이 그의 일관된 주장이었다.

방 원장은 요즘 내부적으로 연구원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훌륭한 인재들을 영입하려면 충분한 보수를 주고, 쾌적한 연구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게 그의 소신이었다. 연구원들에게는 “자기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에게는 기회가 온다”고 강조한다. 기관장으로서 자신은 외부 지원을 충분히 끌어와 이들을 지원하는 ‘경영자’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것이다.

덕분에 지난 2004년 당시 60억원 수준이던 외부용역 수탁금이 올해 112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해에는 1억원 이상 고액 연봉자를 27명이나 배출했고, 이 중에는 원장보다 연봉이 더 많은 연구원도 7명이나 됐다. 연구환경이 좋아지다 보니 지난해 모 대기업에 이사로 갔던 연구원이 올해 되돌아오는 사례까지 생겼다고 한다.

방기열은 누구

방기열 원장은 32년간 에너지경제연구원에서 근무한 정통 ‘에너지맨’이다. 연구원이 국책연구기관인 국립지질광물연구소에서 자원개발연구소로, 다시 한국동력자원연구소를 거쳐 에너지경제연구원으로 계속 이름이 바뀌는 동안 단 한번도 이 ‘외길’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 조선 관련 모 대기업에서 이사 자리를 주겠다며 함께 일하자는 제안을 받았지만 “실리를 찾는 생활보다 정부 정책과 접목된 연구생활에 헌신하는 기쁨이 더 클 것 같아서” 연구원에 계속 눌러앉게 됐다고 한다.

지질학과를 졸업한 그는 국내에선 거의 유일한 박사 학위 소유자로서, 자원탐사와 지질기반 등에 관한 기술사 자격증만 2개를 갖고 있다. 지난 2004년 원장에 오른 그는 올 6월 재임에 성공했다. “어느 창틀의 먼지는 어떻게 닦는 게 좋다는 것까지 꿰고 있다보니 애사심이 남다르다”는 그는 지난 2004년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 평가 결과 꼴찌였던 연구원 실적을 4위로까지 끌어올린 점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

연구원이 연구 성과를 국내외 학술지에 게재 시 보상금 지급제도를 마련하는 등 연구여건 개선을 최대 과제로 삼고 있다. 올해에만 박사급 인재를 7명이나 뽑았다

▲1948년 생 ▲동아고·고려대 지질학과 졸업·호주 매쿼리대 대학원(자원경제학 박사) ▲자원개발연구소 근무 ▲해외자원개발 심의회 위원 ▲자원경제학회 회원 ▲한국동력자원연구소 실장 ▲에너지경제연구원장

인터뷰=박양수 경제산업부기자 ysp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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