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 '신들의 경고' "미경제, 잔치는 끝장났다"
[조선일보 2008-02-05 03:05]
투자고수 4인 '가혹한 전망' 잇따라 내놔
인도·중국·채권 등으로 이미 발빠르게 이동
짐 로저스 "2차대전 이후 최악 침체 온다"
조지 소로스 "60년 만의 최대 위기"
워런 버핏 "부실채권 회복 수년 걸릴 듯"
빌 그로스 "금리 인하는 美경제 슬픈 고백"
미국의 상품투자 귀재인 짐 로저스(Roge rs) 로저스 홀딩스 회장. 조지 소로스(Soros)와 함께 퀀텀펀드를 공동창업했던 그는 최근 보유하고 있던 미국 주식과 채권을 남김없이 팔았다. 다른 나라 투자자들이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 이후 자금난에 허덕이는 월스트리트 금융회사들의 주식을 사들이고 있지만, 로저스 회장은 미국 기업 주식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다른 투자자들에게도 미국 주식을 팔라고 권하고 있다. 대신 그는 '중국'에 투자하라고 충고한다. 로저스 회장은 "앞으로 주식을 매입할 중국 기업의 목록을 작성하고 있다"며 "미국 기업의 주식은 다시 살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부동산 버블붕괴(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파장으로 미국 경제의 침체가 얼마나 깊고, 오래갈지에 대해 관측이 분분한 가운데, 월스트리트의 투자 귀재들이 "미국경제는 끝장났다"며 냉혹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 책상에서 경제지표를 분석하는 대부분의 이코노미스트나 증권 애널리스트들보다 훨씬 가혹하고 단호하다. 투자귀재들은 평생 수천만~수억 달러씩의 자금을 직접 굴리면서 시장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자본주의의 첨단 승부사들답게 동물적 본능이 꿈틀거리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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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구동성 "생각했던 것보다 상황 심각"
로저스는 3일 (미국 현지시각) CNN머니와 인터뷰에서 "미국 경제는 2차 대전 이후에 최악의 경기침체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미국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좋지 않은 상황으로 가고 있다"며 "현재의 상황에 대해 극도로 걱정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또 "벤 버냉키와 FRB(연방준비제도 이사회)는 (최근 연거푸 단행한) 금리인하로 인해 통제력을 상실했다"고 비판했다. "인플레이션이 심각한 상황에서 FRB가 통제력을 상실한 채 돈을 마구 찍어내면 세계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에 물가만 오르는 현상)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버냉키의 통화 팽창정책이 장기적으로 미국에 더 큰 위기를 불러올 것이라는 경고다.
조지 소로스 퀀텀펀드 회장도 최근의 미국경제 상황을 "60년 만의 최대 위기"라고 진단했다. 그는 지난달 23일 파이낸셜타임스 기고문에서 "현재의 금융위기로 인해 지난 60여년간 지속해온 수퍼호황이 끝났다"며 "국제금융시장에서 미국 달러화의 영향력도 한계에 도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로저스와 마찬가지로 '달러 시대'의 종말을 선언한 셈이다. 전설적 투자가 워런 버핏(Buffett)과 '채권왕' 빌 그로스(Gross)도 매우 비관적인 예측을 내놓았다. 버핏은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인해 월스트리트의 투자은행들이 엄청난 부실채권을 떠안게 됐다"며 "이를 해결하려면 수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월스트리트 금융기관들이 자금 수혈을 위해 구조요청을 해왔지만, 그는 "수익성이 보이지 않는다"며 싸늘하게 거절했다. 평생 10~20년 앞을 보고 가치투자를 해온 버핏에게 월스트리트의 금융기관들은 부적격 판정을 받은 것이다.
약 7000억달러의 채권펀드를 운용하는 세계 채권업계의 큰손인 핌코의 CIO(최고투자책임자) 빌 그로스는 지난달 22일 FRB가 금리를 0.75% 포인트나 인하하자, "미국 경제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슬픈 고백"이라며 애도를 표시했다. 그는 "지난해 12월부터 이미 경기후퇴가 시작됐고, 올해 상반기에는 이 여파로 소비가 위축되는 징후들이 나타날 것"이라고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새 투자처 찾아나선 투자 귀재들
월스트리트의 투자 귀재들은 다른 전문가들보다 노골적으로 위기감을 표시하면서도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로저스는 새로운 투자 수익처로 중국과 인도, 중동 산유국 등 신흥시장을 지목했다. 그는 아시아 주식과 금에 투자하고 있다. 버핏은 안전성이 보장되는 지방자치단체의 채권 보증업무에 손을 댔고, 미국 내 우량 기업과 유럽의 재보험사도 인수했다. 소로스는 미국보다는 중국, 인도 등 신흥시장의 통화와 주식, 채권에 대한 투자비중을 늘렸다. 미국에서는 신용보증업에 투자하고 있다. 그로스는 금리 인하에 따른 채권 가격 상승이 거의 막바지라고 보고 새로운 포트폴리오를 시도하고 있다. 기업사냥꾼인 칼 아이칸(Icahn)과 부실기업 매입 전문가인 윌버 로스(Ross)는 쑥밭이 된 미국 시장을 눈여겨보고 있다. 그들은 불경기와 금융위기로 인해 미국 시장에 매물로 나온 주식들이 상당히 저평가된 상태라고 판단, 백화점·보험사·채권보증회사 등 다양한 저가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뉴욕=김기훈 특파원 khk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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