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한도 3천만원‥이자 연 4~6.5% 보증 대신 '집주인 확약서' 제출해야 자그마한 여행사에 근무하는 이영준(30) 대리는 요즘 마음이 계속 무겁기만 하다. 이 대리는 오랜 연애 끝에 올 9월 결혼식을 올리게 됐다. 하지만 신혼 보금자리를 마련할 돈이 턱없이 부족하다. 꼬박꼬박 적금을 부었지만 이제까지 모은 돈은 겨우 1500만원뿐이다. 물론 역전세란·집값 하락 등으로 전세 값이 이전보다 한참 떨어진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 대리는 갈 길이 아직 멀게 느껴진다. 아파트는 꿈도 꾸지 않고 다세대 주택 쪽으로만 돌아봐도 전세금으로 대략 5천만원 정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모자라는 3500만원을 어떻게 구해야 할까. 요즘 이 대리의 머릿속은 온통 그 걱정으로 가득 차 있다. 이 궁리 저 궁리를 하다 지난해 결혼한 한 친구를 떠올렸다. 이 친구도 결혼 준비를 하면서 ‘싼’ 대출을 받았다는 소문을 들었기 때문이다. 친구가 이용한 것은 ‘저소득 영세민 전세자금 대출’이었다. 이 제도는 서울지역의 경우 3500만원, 수도권·광역시의 경우 2800만원까지 연 3%의 저리로 대출해 준다고 했다. 이 대리의 귀가 솔깃해졌다. 주택금융공사 보증 없어도 돼 게다가 저소득 영세민 전세자금 대출과 비슷한 ‘근로자서민 전세자금 대출’도 있었다. 근로자서민 전세자금 대출은 연소득 3천만원 이하인 무주택 세대주가 이용할 수 있다. 25.7평 이하의 집에 전세계약을 맺을 때 6천만원까지 대출해 준다. 이자가 연 5.5%로 저소득 영세민 전세자금 대출보다는 높지만, 다른 대출 이자보다는 훨씬 싸 서민들이 많이 이용하고 있다고 했다. 친구한테 금쪽 같은 정보를 들은 셈이다. 이 대리는 먼저 영세민 전세자금대출 문부터 두드려보기로 했다. 하지만 절차가 꽤 까다롭다는 사실을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게다가 자신이 ‘영세민’에 해당될 지도 자신할 수 없었다. 이 대리는 당장 자신이 사는 지역의 구청 주택과를 찾았다. 이곳에서 영세민 자격 심사를 하기 때문이다. 일단 영세민 대출을 받으려면 무주택 세대주로서 부양가족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 대리와 같은 결혼 예정자는 결혼 한 달 전부터 대출이 가능하다고 했다. 연봉 제한도 없었다. 다만 서울지역은 5천만원, 수도권·광역시 지역은 4천만원 이하의 전세 계약자에게만 대출해 주는 조건이 붙었다. 이 가격대의 전셋집을 찾는 게 쉽지 않아 보였다. 그런데 구청 직원은 이 대리에게 은행부터 가보라는 이야기를 건넸다. 지난해 10월부터 두 대출을 받기가 까다로워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올해 7월부터 제도가 다시 바뀌어 대출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고 얘기했다. 은행에서 들은 내용은 낙관적이었다. 은행 직원은 바뀐 제도를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애초 두 대출은 모두 주택금융공사의 신용보증서를 담보로 대출을 해주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10월부터 주택금융공사가 신용등급 1~10등급 가운데 7등급부터는 보증을 중단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신용등급 6등급 이상을 받는 게 무척 어렵다고 했다. 웬만한 대기업에 다니거나 고소득 전문직에 종사하지 않고는 보통은 7등급 이하가 나오기 때문이다. 전세자금 신청자의 절반 이상이 7등급 이하에 해당해, ‘서민 울리는 서민 대출’이라는 오명을 얻기도 했다. 그러자 지난 7월부터 주택금융공사의 신용보증서 없이도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가 보완됐다. 신용도가 낮은 ‘보증 거절자’여도 집주인 확약서만 받아 오면 무보증으로 대출을 해주기로 한 것이다. 집주인 확약서란 전세가 만료돼 보증금을 돌려줄 때 집주인이 대출금액을 직접 은행에 상환한다는 내용을 약속하는 것이다. 근로복지공단, 혼례비 융자도 물론 이렇게 바뀐 절차로 대출을 받으면 대출 금액과 이자도 조금 달라진다. 보증서가 있으면 영세민 전세자금 대출은 3500만원, 근로자서민 전세자금 대출은 6천만원까지 대출을 해준다. 하지만 ‘보증거절자’는 두 대출 모두 3천만원까지만 대출받을 수 있다. 3천만원 대출한도도 배우자 소득을 합쳐 3천만원을 넘을 때만 가능하다. 외벌이 세대주라면 자신의 연봉까지만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다른 대출을 받고 있다면 그만큼은 빼고 내준다. 보증기관에 내던 보증수수료 0.7%가 없는 대신, 가산금리 1%를 더해 대출이자도 각 4%, 6.5%로 올라간다. 이 대리는 은행에 신용조회부터 해보았다. 하지만 ‘역시나’ 이 대리도 ‘보증 거절자’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3500만원을 모두 대출받으려던 계획은 어그러진 것이다. 하지만 맞벌이를 할 계획이라 3천만원까지는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또 이 대리의 조건으로는 두 대출이 모두 가능해, 이자가 싼 영세민 자금을 쓸 수 있다는 것도 다행이었다. 문제는 집주인 확약서였다. 확약서를 받는 것 자체도 힘들 뿐 아니라, 집주인이 직접 은행까지 함께 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 대리는 점찍어 두었던 전셋집의 집주인에게 달려가, 확약서를 써 줄 수 있는지 알아보았다. 처음에는 집주인도 꺼리는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이 대리가 ‘확약’은 ‘보증’이 아니라며 간곡히 설득하자 집주인 마음이 조금씩 돌아섰다. 역전세란으로 빨리 세입자를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라 그나마 설득이 가능했다. 마지막으로 남은 일은 부족한 500만원을 채우는 일이었다. 다행히 나머지 돈은 근로복지공단의 ‘생활안정자금 융자’를 통해 해결할 수 있었다. 근로복지공단에선 현재 사업장에서 석 달 이상 재직하고 월평균 임금이 170만원 이하인 근로자에게 혼례비를 대출해 주고 있다. 한도액은 700만원, 이자도 연 4.5%라 다른 대출보다 조건이 매우 좋다. 부지런히 발품을 판 덕분에, 이 대리는 9월 결혼식을 홀가분한 마음으로 올릴 수 있게 됐다. 김윤지 〈이코노미21〉 기자 yzkim@economy21.co.kr ⓒ 한겨레(http://www.hani.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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