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 “주인은 수수방관, 4神仙이 둘러싸 바둑 마치면 판은 주인에 돌아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의 성사를 둘러싸고 한반도의 위기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민족종교인 증산도의 최고지도자 안운산(84) 종도사가 지난해말 펴낸 ‘상생의 문화를 여는 길’(대원출판)에서 언급한 상황들이 최근 한반도 정세와 유사해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책은 증산도의 창시자며 상제(上帝)로 추앙되는 강증산(1871∼1909)의 행적과 말씀을 모은 증산도 도전(道典)을 근거로, 증산도의 이념 중 하나이자 최근 우리 사회의 화두인 상생을 말하고 있다.
그 중 20세기 이후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현대사를 ‘다섯 신선이 바둑판을 둘러싼 형세’라는 ‘오선위기(五仙圍碁)’ 형국으로 보는 대목이 나온다.
[道典 5편 6장] “두 신선은 판을 대하고, 두 신선은 각기 훈수하고, 한 신선은 주인이라. 주인은 어느 편도 훈수할 수 없어 수수방관하고 다만 손님대접만 맡았나니(…), 손님 받는 예(禮)만 빠지지 아니하면 주인의 책임은 다한 것이니라. 바둑을 마치고 판이 헤치면 판과 바둑은 주인에게 돌아가리니….
이에 대해 안 종도사는 “지난 100년간 국제정세는 한반도(남북한)를 놓고 4대 강국이 세력을 다투는 과정이었다”며 “최근 6자회담도 남북한을 중심으로 4대 강국이 벌이는 씨름판”이라는 것이다. 또 ‘바둑판을 마치면…’이라는 대목에 대해선 “최근 국제정세를 보면 4대 강국이 마지막 승부수를 띄우는 ‘상씨름’의 마무리 시운으로 접어들고 있다”고 밝힌다.
옛적 난장의 씨름판은 애기판, 총각판, 상씨름판 순서로 열렸다. 도전(5편7)에는 “현하대세가 씨름판 같으니, 애기판과 총각판이 지난 뒤에 상씨름으로 판을 마치리라”고 적혀 있는데, 안 종도사는 “애기판은 러·일전쟁에서 시작돼 제1차 세계대전, 총각판은 중·일전쟁에서 시작돼 제2차 세계대전으로 귀결되었다”며 “상씨름은 6·25 전쟁에서 시작돼 후천개벽(後天開闢·낡은 질서가 청산되고 새 질서가 도래함)으로 끝맺음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이어 “씨름판대는 조선의 삼팔선에 두고 세계 상씨름판을 붙이리라.(…)씨름판에 소가 나가면 판을 걷게 되리라”(도전 5편7장)고 기록돼 있는데, 여기서 소(牛)는 고(故)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의 소떼 방북을 말한 것으로, 실제 이 사건이후 금강산 관광과 남북정상회담 등 남북관계는 획기적인 전환점을 맞았을 뿐만 아니라 주변정세도 북한의 핵보유 시인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 등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됐다는 것이다. 강증산의 생존시에는 38선의 개념조차 없었는데 이를 언급한 것은 무척 이채롭다.
또 강증산은 ‘만국활계 남조선(萬國活計 南朝鮮)이요, 청풍명월 금산사(淸風明月 金山寺)라’(도전 5편306)는 글귀도 남겼는데, 안 종도사는 “상제님 당시 없었지만 결국 남조선 북조선이 생기지 않았는가”라며 “청풍명월은 충청도를 가리키고 금산사는 미래불인 미륵불이 머물 곳(道下止)을 말하는데, 이는 최근 충청권으로 행정수도 이전 문제가 거론되면서 현실화되는 과정”이라고 해석했다.
증산도는 강증산 상제가 31세 되던 1901년부터 9년간 후천개벽을 위한 천지공사(天地公事)를 행했으며 이후 역사는 그대로 이뤄지고 있다고 본다.
안 종도사는 “앞으로 다가오는 세상에는 문화의 틀이 상생으로 바뀌게 된다”며 “상생은 하늘과 땅, 사람과 사람 사이에 가득한 원망이 사라질 때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화일보 엄주엽기자/ ejyeo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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