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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족 역사문화/한민족의 역사문화

한민족의 북방고대사-홍산문화

by 바로요거 2007. 8. 20.
[한민족의 북방고대사] (2)화려했던 신석기시대
황하문명에 손색없는 만주문화 한반도에 들어와

신숙정 연세대 원주박물관 학예연구실장


[조선일보] 압록강 유역인 평안북도 미송리에서 나온 토기(土器)는 밑이 납작한 원통형 그릇에 지(之)자 무늬가 새겨져 있다. 청천강 유역의 세죽리에서 나온 그릇들도 같은 종류다.

이런 그릇들이 또 나오는 곳이 있다. 압록강 청천강에서 멀지 않은 중국 요동반도, 특히 단둥(丹東)과 다롄(大連) 지구에서 주로 발굴되는 토기가 바로 그렇다.

북한 학자들은 이를 근거로 ‘미송리-샤오주산(小珠山) 유형’이라고 하여 북한과 만주에 걸쳐 동일한 문화를 가진 지역 단위를 설정하고 있다. 샤오주산은 요동반도 남쪽의 광루다오(廣鹿島)에 있는 곳으로 신석기 시대의 토기들이 대량 발견된 곳이다.

만주와 한반도는 신석기 중기가 되면 점차 새김무늬로, 그리고 후기로 가면서 무늬가 생략되는 토기무늬 변천의 흐름도 같다. 그리고 한반도의 신석기 문화가 청동기 문화로 넘어가는 과정을 잘 보여주는 평안북도 용천군 신암리·용연리 유적의 문화 양상은 만주의 샤오주산(小珠山)·솽퉈즈(雙陀子)·단퉈즈(單陀子) 유적들과 대부분 일치한다.

이처럼 두만강·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한반도의 북부와 만주가 같은 문화 변화 과정을 보이고 있는 사실에서 만주 신석기 문화를 만든 사람들과 한민족의 연관성을 추정할 수 있다.

만주에 무슨 독자적인 문명이 있었을까 생각하기 쉽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세계사 교과서를 비롯해, 대부분의 역사책 역시 동아시아에서 처음 문명이 시작된 곳은 중국 황허(黃河) 유역의 중원(中原) 지역이라고 적고 있다.


그러나 상식처럼 통용되는 이런 생각은 이제 거대한 도전에 직면했다. 만주는 그동안 중원 문화의 변방·후진 지역으로 여겨져왔지만, 1970년대 이후 만주 이곳 저곳에서 황하 문명보다 더 오래되고도 우수한 문화가 잇따라 발견되면서 이 같은 통념과 역사책은 다시 쓰여야 할지 모른다.

기원전 7000년 무렵 시작된 만주 지역의 신석기 문화는 중원 지역의 문화와 뚜렷이 구별되면서도 양과 질 모두 전혀 손색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만주 지방의 신석기 문화 중 가장 주목을 받는 것은 심양 부근 훙산(紅山)에서 발견된 기원전 3500년 무렵의 ‘훙산(紅山) 문화’다.

훙산 문화의 유물 중 특히 중요한 것은 각종 옥기(玉器)들이다. 팔찌·구슬 등 장신구, 용 머리·거북·새·독수리 등의 모양을 한 제사용 도구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그 정교함과 화려함은 보는 사람을 감탄하게 만든다.

훙산 문화 유적 중 가장 이름난 동산주이 유적의 제단(祭壇)은 중국 신석기 시대의 발굴 가운데 처음 발견된 대형 제사 건축물로, 길이 60m, 너비 40m의 대형 유적이다. 제단 안에서는 각종 옥기들과 흙으로 빚은 사람 모양 20여점, 대형 인물상 등이 출토되었다.

뉴허량 유적에서는 여신묘와 돌무지무덤 등이 발견됐다. 특히 흙으로 빚은 여신 두상(頭像)은 마치 살아있는 듯한 생동감과 정확한 비례, 그리고 전형적인 몽골로이드의 피부색을 하고 있어 유명하다.

이렇게 화려했던 만주 지역의 신석기 문화를 만들었던 주인공은 누구였을까? 그리고 어디로 이동하였을까?

이 시기에는 오늘날의 여러 민족들과 연결지을 수 있는 주민 집단이 분명히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확실하게 말하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앞서 말한 대로 한반도의 신석기 문화가 청동기 문화로 넘어가는 시기의 유물·유적이 만주의 샤오주산 유적들과 대부분 일치하는 데서 보듯, 압록강과 두만강을 넘어 만주와 한반도는 유사한 문화 변화 과정을 보여준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독립적이면서 동시에 고도로 발전된 문화를 지녔던 한반도 북방의 선사 문화를 이해하려는 노력은 바로 우리 문화의 뿌리를 모색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 신숙정 실장은

△연세대 사학과·동대학원 졸업 (문학박사·신석기시대 전공)

△문화재 전문위원(매장문화재 분과)

△저서 ‘북한선사문화연구’ ‘우리나라 남해안의 신석기문화 연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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