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남한 함정 조준타격" 협박 하루만에 도발

北 "남한 함정 조준타격" 협박 하루만에 도발

조선일보 | 유용원 군사전문 기자 | 입력 2014.05.23 03:01

 

우리 해군 함정에 대한 북한의 22일 포격 도발은 지난 20일 우리 함정의 북 경비정에 대한 경고사격을 핑계로 삼은 보복성 위협의 성격이 짙어 보인다.

북한 서남전선 사령부는 21일 '공개보도'를 통해 우리 해군이 서해 NLL(북방한계선)을 침범한 북측 어선 단속정 1척과 경비정 2척에 대해 지난 20일 경고사격을 한 것을 비난하면서 "서남 전선에서 돌아다니는 남한 함정들은 예외 없이 조준 타격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협박했었다.

 

북한이 우리 윤영하급(級) 미사일 고속함을 정확히 조준해 쏜 것인지, 아니면 의도적으로 함정 인근에 포탄을 떨어뜨리며 경고성 위협사격을 한 것인지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북한 포탄 2발은 우리 함정에서 불과 150m 떨어진 곳에 낙하한 것으로 파악됐다. 군 당국은 바다에서 150m는 굉장히 가까운 거리이기 때문에 조준 사격 수준의 위협사격이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군 소식통은 "북한의 의도가 무엇이었든 잘못하면 우리 함정이 피격(被擊)될 수도 있었던 위험했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북한이 2발 사격을 한 뒤 우리 군의 5발 대응 포격에도 추가 사격을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더 이상 사태를 악화시킬 의도는 없었던 것으로 군 당국은 보고 있다.

북한이 해안포를 쏜 것인지, 아니면 경비정 등 함정에서 함포를 쏜 것인지도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다.군 당국은 일단 연평도 인근 무도·장재도나 황해도 해안에 배치된 122㎜ 또는 130㎜ 해안포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당시 우리 고속함은 황해도 해안에서 20㎞이상 떨어져 있었다.

 

 

김관진 국방장관 등은 그동안 북한 도발 시 '원점(原點) 타격'을 공언해 왔지만 군 당국은 이날 북한 해안포를 타격하지 않았다. 북한 어디서 포탄이 날아왔는지 대(對)포병 레이더에 탐지되지 않아 도발 원점이 파악되지 않았고, 우리 함정이 직접 피격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군 당국은 설명했다. 우리 미사일 고속함은 12㎞ 떨어져 있던 북한 경비정 인근에 5발의 76㎜ 함포탄을 대응 포격했다.

북한의 이날 도발은 공교롭게도 정부 안보라인의 핵심 축인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의 사표 수리 발표 직후 이뤄졌다. 한 소식통은 "북한이 국정원장과 국가안보실장이 둘 다 없는 상황에서 의도적으로 도발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취약 시간대인 퇴근 시간대를 노린 것도 의도적 도발을 뒷받침하고 있다.

한편 이날 연평면사무소는 오후 6시 36분 군부대의 연락을 받고 마을 방송을 통해 북한이 우리 해군 함정 근처에 포격을 한 사실을 알린 뒤 대피령을 내렸다가 오후 9시 25분 해제했다. 이에 따라 주민들은 한때 지역 내 11개의 대피소에 분산 대피했다.본격적인 꽃게잡이 철을 맞아 인근 해역에 나가 조업 중이던 23척의 어선들도 대피 명령에 따라 급히 포구로 돌아왔다. 대피소에는 모두 790여명의 주민(연평도 정주 인구는 1395명)이 대피해 TV 등을 통해 상황을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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