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조건 내세우며 대화 언급?

북한, 조건 내세우며 대화 언급?

 

북한 조건 걸고 '대화' 언급… 정세 변화 오나

"南·美가 대화 바란다면 도발 중단하고 제재 철회하라"
기싸움 의도인 듯… 정부는 "억지주장 유감"

한국일보 | 사정원기자 | 입력 2013.04.19 03:39

 

북한은 18일 국방위원회와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를 동원해 '남한과 미국 정부가 대화를 바란다면 군사훈련의 도발 행위를 중단하고 유엔안보리 제재 결의를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최근까지 한국과 미국의 대화를 거부하고 계속 위협을 해온 북한이 대화를 위한 일종의 조건을 밝힌 것으로 해석돼 한반도 정세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북한 국방위원회는 이날 정책국 성명을 통해 "진실로 대화와 협상을 바란다면 모든 도발 행위들을 즉시 중지하고 전면 사죄해야 한다. 1차적으로 당치않은 구실을 붙여 조작해낸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조치를 철회해야 한다"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북한의 대남 기구인 조평통도 대변인 담화에서 "남조선당국이 진정으로 대화 의지가 있다면 우리의 존엄을 모독하는 행위를 일체 중지하고 북침 전쟁연습과 반공화국 소동을 걷어 치우고 앞으로 그런 적대 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것을 확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이날 발표는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조치 철회와 함께 독수리 연습 중단을 남측과 미국과의 대화 전제 조건으로 내세운 것으로 요약된다. 결국 북한은 한미 양측이 제시한 대화 조건에 대해 역으로 조건을 제시하면서 자신들의 요구가 수용되지 않으면 현재의 긴장 국면을 유지하면서 당분간 대화에 나서지 않겠다는 점을 밝힌 것이다.

이와 관련 조태영 외교부 대변인은 "북한의 주장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어불성설이고 적반하장"이라고 말했다. 통일부 당국자도 "남북관계의 긴장 책임을 우리 측에 미루면서 대화의 전제 조건을 제시한 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상투적이고 부당한 주장을 즉각 철회해야 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미국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DIA)의 마이클 플린 국장도 이날 미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하기에 앞서 제출한 서면답변서에서 "북한은 더이상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폐기를 위한 협상에 나설 의지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의 궁극적인 의도는 기존의 제재가 효과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협상을 유도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따라서 (비핵화가 아니라) 안전보장, 평화협정, 경제제재 중단 등을 위한 협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비록 북한이 우리 측에서 수용할 수 없는 조건들을 내세우긴 했지만 대화 가능성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국과 남한과의 대화 제의를 두고 기싸움을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이달 말 한미합동군사훈련인 독수리연습이 끝나면 북한이 도발 위협을 조절하면서 자신의 요구를 명확히 한 뒤 대화 이야기를 꺼낼 수 있다"며 "지금의 위협 일변도에서 대화와 위협을 조절하는 식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독수리연습이 끝나는 시점은 대화의 장애물 중 하나가 해소되기 때문에 북한이 지금의 강경 일변도 입장을 바꿀 수도 있다는 것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 국방위원회의 성명은 대화 국면까지 남측에 서로 자극하지 말자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이달 말 한미군사훈련이 끝나고 다음달 7일 한미 정상회담이 열린 뒤 한반도가 대화 국면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사정원기자 sj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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