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지역 대정전 사태가 주는 교훈
[지평선] 정전(停電)
한국일보 | 입력 2007.08.07 22:56
물론 완전 무사고가 최선이지만, 아직 밝혀지지 않은 원인을 찾기 위해서라도 전체 전기시스템의 정밀 점검이 이뤄질 터이니, 대형사고를 막는 액땜일 수도 있다.
이번 사고를 두고 첨단 공장에서 어떻게 정전 같은 원시적 사고가 일어나느냐 의문이 무성하다. 그러나 대정전 가운데 원인이 불분명한 것도 많고, 첨단 시스템이 오히려 사고 확산에 기여하기도 했다.
■ 인류 역사상 최악의 정전은 2003년 8월의 '뉴욕 대정전'이다. 뉴욕을 포함한 미국 북동부 지역과 인접 캐나다 지역의 5,000만명이 12~24시간의 정전에 시달렸고, 피해액은 60억 달러에 달했다.
공식보고서가 사고의 출발점으로 지목한 것은 가로수다. 크게 웃자란 나뭇가지가 전선 위로 떨어지면서 국지적 정전을 일으켰고, 때마침 송전관리 전산망에 버그가 발생해 국지적 전력손실을 알리지 못해 인접 발전소에 과부하가 걸려 정전되는 도미노 현상이 일어났다. 다른 주장도 다양하게 제기됐지만, 시스템 장애라는 점은 모두 일치했다.
■ 뉴욕 대정전은 두 차례 더 있었다. 1977년 7월의 대정전은 겨우 1시간 10분 만에 거대도시를 완전히 무법천지로 바꾸었다. 강도와 절도, 방화와 폭동이 거리를 휩쓸었다.
리영희씨의 < 우상과 이성 > 은 이 모습을 탕산(唐山) 대지진 당시 중국인들의 자세와 비교하면서 문화혁명은 결코 실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한편 65년 11월의 뉴욕 대정전은 미확인비행물체(UFO)가 송전선 위에 나타났다는 목격담으로 더 유명할 만큼 뚜렷한 원인이 드러나지 않았다. 현대 문명을 상징하는 북미 지역의 거듭된 대정전이야말로 문명의 아이러니다.
■ 정전은 지진과 벼락, 태풍, 수해, 폭설 등 천재(天災)로 일어나기도 하고, 비행기나 크레인, 심지어 새집이 일으키기도 한다. 그러나 주요 산업시설은 이런 요인에는 대비책을 갖춘다.
반도체 공장처럼 고도의 전기 품질을 요구하는 첨단 산업시설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선로 절단을 제외한 대부분의 정전은 결과적 합선에 따른 순간 과부하가 원인이다.
이번 사고도 차단기가 불량품이거나 고장 난 게 아니라면, 과부하를 감지한 차단기의 '정상 작동'에 따른 것일 수 있다. 대비책 안에 사고의 씨앗이 도사리고 있다는 역설적 진실이 밝혀질지 궁금해진다.
황영식 논설위원 yshwang@hk.co.kr
ⓒ 한국아이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국아이닷컴은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
[어제의 오늘]2003년 미국 북동부 대정전
경향신문 | 백승찬기자 | 입력 2009.08.13 18:07
이날 정전 사태로 뉴욕, 뉴저지 등 미국 동북부 지역, 미시간, 오하이오 등 중서부 지역, 캐나다 온타리오주 등 도합 미국 7개주와 캐나다 1개주가 암흑 천지로 변했다. 10곳 이상의 공항이 폐쇄됐고, 10곳의 핵발전소가 가동을 멈췄다. 피해 주민은 5000만명에 달했다.
정전 사태는 현대 문명 사회가 작은 사고로도 얼마나 큰 혼란에 빠질 수 있는지를 알려줬다. 교통신호가 꺼지고 지하철이 멈추자 시민들은 걸어서 집으로 향하거나 아예 귀가를 포기하고 노숙을 택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어떤 이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전망대에 있다가 엘리베이터가 멈추자 계단을 걸어서 내려오기도 했다. 친지의 안전을 염려하는 전화가 폭주해 휴대폰이 불통됐으며, 냉장고가 꺼져 큰 손해를 입은 상인도 많았다. 때마침 30도를 넘는 불볕 더위가 기승을 부려, 시민들은 암흑과 더위에 힘겹게 맞섰다. 2년 전 9·11 테러를 겪었던 뉴욕 시민들은 또 다른 테러의 불안에 떨기도 했다. 밤 사이 일부 지역에는 불이 들어오기 시작했지만, 완전 복구에는 그 후로도 3일 이상이 필요했다.
정전의 원인을 두고 미국과 캐나다는 서로 상대방 탓을 했다. 양국의 공동조사단이 꾸려졌고, 재난의 원인은 미국 오하이오에 위치한 한 발전소의 정전에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발전소에 갑작스럽게 정전이 발생하자 주변 발전소로 전기 수요가 몰렸고, 수요를 감당하지 못한 발전소들이 연쇄적으로 가동을 멈췄다는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정전으로 인한 범죄는 많지 않았다. 시민들은 나이든 이웃을 보살피거나 자체적으로 교통신호 자원봉사를 하며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였다. 귀가하지 못해 노숙을 택한 시민들은 야외에서 벌어진 즉석 재즈 공연을 들으며 예기치 않은 여름밤의 낭만을 즐기기도 했다.
< 백승찬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
- 대한민국 희망언론! 경향신문, 구독신청(http://smile.khan.co.kr) -
ⓒ 경향신문 & 경향닷컴(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향닷컴은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천하대세 흐름 읽기 > 개벽조짐*예시현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봉황 구름이 의미하는 것은 뭘까...? (0) | 2010.04.16 |
---|---|
환태평양 지진대 이르는 화산활동 동영상 (0) | 2010.04.09 |
꿀벌의 실종과 인류의 악몽 (0) | 2009.09.29 |
우담바라에 담긴 깊은 뜻 (0) | 2009.06.22 |
흰 꿩 발견-양주 (0) | 2009.06.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