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꿀벌 임대사업, 즉 가루받이를 통한 수익을 위해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는 이동 양봉이 꿀벌의 생활력 전반을 약화시키고 이 와중에 유전자 조작 작물 등 현대문명의 폐해가 겹치면서 꿀벌이 사라지고 있다는 지적이 설득력 있게 제기되고 있다. 만일 꿀벌이 사라진다면 인류는 열매를 사용해 만든 모든 식품을 먹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꿀벌이 멸종하면 4년 내 인류도 멸종한다는 격언을 따르지 않더라도 인류가 악몽을 꾸게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요즘 야외에서, 특히 꽃이 만발한 들판에서 꿀벌의 모습을 본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아무리 애를 써도 근래 들어 꿀벌 특유의 앵앵대는 소리를 들은 적이 없다면 이는 필시 꿀벌이 사라지고 있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꿀벌이 사라지면 인류의 생존은 큰 위협을 받을 수밖에 없다. 꿀벌의 실종은 곧 가루받이의 불능을 뜻하며, 이는 곧 농업의 붕괴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꿀벌 실종 지난 2006년 하반기. 북미와 유럽의 양봉 농가에서 희한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어느 날 아침 일어났더니 양봉농가가 보유한 벌집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비어버린 것. 꿀벌이 벌집 안에서 죽은 채로 발견됐다면 그나마 덜 억울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벌집 안에는 꿀벌의 시체도 없었다. 꿀벌이 사라진 벌집에는 여왕벌과 유충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게다가 꿀벌의 주식인 꿀과 꽃가루도 그대로 있었다. 일반적으로 꿀벌은 유충이 모두 성체로 변태하지 않으면 벌집을 버리지 않는다. 이 같은 점을 감안하면 꿀벌의 갑작스런 실종은 미스터리에 가까운 것이다. 이처럼 북미와 유럽의 양봉농가는 보유한 꿀벌의 3분의 2가 사라지는 등 갑작스러운 개체 수 감소로 커다란 타격을 입게 됐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꿀벌의 실종을 군집붕괴현상(CCD) 또는 집단붕괴증후군이라고 부른다. 구체적인 피해사례를 보면 우선 미국의 24개 주와 캐나다 일부에서 1건 이상의 군집붕괴현상이 발생했다. 미국 농무부가 지난해 1,500개 양봉농가의 20%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의 36%가 군집붕괴현상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07년에 비해 11%, 그리고 2006년에 비해서는 40%가 늘어난 것이다. 유럽의 경우 지난 1990년대 초반부터 프랑스, 벨기에, 이탈리아, 독일, 스위스, 스페인, 그리스, 슬로베니아, 네덜란드 등에서 꿀벌의 개체 수 감소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영국에서는 이를 꿀벌판 메리 셀레스트호 사건이라고 부른다. 메리 셀레스트호는 지난 1872년 대서양으로 출항한 뒤 한 달 만에 아무도 승선하지 않은 채 발견된 유령선을 말한다. 이 같은 꿀벌의 갑작스러운 개체 수 감소 현상은 인도와 브라질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지구촌 곳곳에서 꿀벌이 사라 지고 있는 것이다. 유전자 조작 작물에 의한 영향 가설 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꿀벌의 실종 직전에는 보통 다음과 같은 징후들이 나타난다고 한다. 우선 꿀벌이 유충을 제대로 기르지 않는다. 그리고 꿀과 꽃가루를 채집하는 꿀벌의 평균연령이 낮아진다. 또한 많은 양봉농가에서 꿀벌에게 투여하는 고당도 옥수수 시럽을 먹으려 들지 않는다. 이 3가지 가운데 마지막 징후가 꿀벌의 실종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과학자들은 말한다. 즉 꿀벌의 군집붕괴현상은 고당도 옥수수 시럽 제공에 따른 영양실조 때문이라는 것. 고당도 옥수수 시럽은 꿀벌이 꿀과 꽃가루를 구하기 힘든 지역에서도 계속 가루받이를 하고, 겨울에 살아남게 하기 위해서 주어지는 인공 음식이다. 가격도 진짜 꿀의 10분의 1에 불과해 양봉농가에서 애용되고 있다. 하지만 꿀벌에게 있어 꿀과 고당도 옥수수 시럽의 영양분은 천양지차일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꿀의 70% 이상은 포도 당과 과당 등 단당류로 이루어져 있지만 이외에도 많은 영양분을 함유하고 있다. 비타민, 미네랄, 단백질이 그것. 또한 칼슘, 인, 철분, 아연, 구리 등의 무기질도 있다. 반면 고당도 옥수수 시럽은 55%의 과당과 45%의 포도당으로만 구성돼 있어 꿀벌이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영양분이 거의 없는 상태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에서 벌어진 군집 붕괴현상의 경우 꿀벌이 사라지기 직전 심한 영양실조 상태를 겪은 것으로 밝혀졌다. 반면 영양상태가 우수하던 벌집의 꿀벌은 옆 벌집의 꿀벌이 사라지는 와중에도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일부 연구자들은 고당도 옥수수 시럽이 유전자 조작된 옥수수로 만들어졌을 경우 꿀벌에게 이중의 타격을 주게 되는 셈이라고 말한다. 일반적으로 유전자 조작 작물에는 흙에 사는 세균인 바실리우스 투린지엔 시스의 유전자가 들어있는데, 이 유전자는 살충효과가 있어 꿀벌에게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 하지만 고당도 옥수수 시럽이 군집붕괴 현상의 주요 원인이라면 고당도 옥수수 시럽을 먹인 벌집에서만 군집붕괴현상이 일어 나야 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벌집에서도 군집붕괴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또한 현재로서는 유전자 조작 작물이 꿀벌에게 특별한 악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없다. 게다가 유전자 조작 작물이 없는 유럽과 캐나다 일부 지역에서도 군집붕괴현상이 벌어지고 있어 이 같은 가설의 신빙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살충제 등 농약에 의한 영향 가설 꿀벌의 군집붕괴현상을 초래하는 또 다른 요인으로는 농약, 그 중에서도 인공 니코틴인 네오니코티노이드 성분을 응용한 살충제 이미다클로프리드다. 이 살충제는 뉴런 사이 혹은 뉴런과 근육 사이에 신호를 주고받는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의 수용체에 들러붙어 신경마비 증세를 일으킨다. 특히 이 살충제는 곤충에게만 유효하고 인간, 동물, 식물에게는 별다른 해를 미치지 않기 때문에 살충제의 기린아로 불리며 각광받아 왔다. 그만큼 오남용이 이루어졌을 공산이 크다는 것. 실제 이미다클로프리드가 뿌려진 농장에서 꿀을 채취하고 가루받이를 하던 꿀벌이 떼죽음을 당해 양봉업자들이 항의하는 일도 왕왕 있었다. 또한 치사량을 섭취하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꿀벌의 학습능력이나 비행능력에 영향을 미쳐 군집붕괴현상과 비슷한 결과를 이끌어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미다클로프리드가 꿀벌 군집 붕괴현상의 원인이라고 딱 부러지게 단정 짓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군집붕괴현상이 일어나는 장소는 매우 다양하며, 지역에 따라 이미다클로프리드 이외에 여러 가지 살충제가 살포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농토는 수확을 늘리고, 병충해를 없앤다는 명목으로 엄청난 가짓수의 농약이 뿌려진 결과 각종 농약 칵테일로 범벅이 된 상태다. 실제 펜실베이니아의 토양을 시료 삼아 진행된 실험에서는 무려 43가지의 농약 성분이 검출됐을 정도. 따라서 여러 종류의 농약이 어떤 비율로 섞여야 꿀벌에게 피해를 입히는지 과학적으로 규명하기가 어려운 상태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가루받이를 시키기 위해 트럭에 벌집을 싣고 여기저기를 오가는 일이 흔한데, 이때 여러 지역을 왕래하면서 다양한 농약을 접하게 된다. 또한 꿀벌은 다량의 꿀과 꽃가루를 벌집 안에 비축 해놓고 섭취하기 때문에 농약이 묻어있는 꿀과 꽃가루의 채집시기, 섭취시기, 그리고 여러 증상이 나타나는 시기 사이에 상당한 시간차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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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02 11:31:33 (2009 . 6 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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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기파는 꿀벌의 귀환시간이나 귀환비율에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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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이 사라지면 열매로 만든 식품은 물론 소고기 등 육류도 먹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
나무만 보고 숲을 놓쳐서는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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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02 11:31:33 (2009 . 6 기사)
출처: 파퓰러사이언스 http://popsci.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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