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 긴급진단> ①대유행 시작됐나
연합뉴스 | 입력 2009.08.30 07:16 | 수정 2009.08.30 11:10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국내서 세 번째 신종인플루엔자 사망자가 나오고 최근 들어 하루 250여명의 환자가 발생하자 '인플루엔자 대유행'이 온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 대유행 상태로 볼 수 없다는 보건당국의 설명에도 정부가 대유행 대비에 미흡했다는 비판도 높아져 가고 있다.
◇대유행은 "현재진행형" = 30일 현재 한국에서 대유행이 시작됐느냐는 데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일부 감염내과 전문의들은 지금이 이미 대유행이므로 그에 맞는 대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 자문기구인 인플루엔자 대책위원회 박승철 위원장 역시 지난 28일 보건복지가족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지금이 대유행이냐고 묻는다면 대유행이 맞다"고 단언했다.
의학적으로 대유행은 '전 세계적 유행'을 뜻하는데 현재 신종플루는 ▲유전자 변이 ▲전 세계적 유행 ▲중증환자 및 사망자 다발적 발생 등 요건을 모두 갖춰 대유행의 요건을 모두 갖췄다는 것이다.
신종플루는 유전자 변이가 일어나 치사율은 낮지만, 여름철인데도 확산이 빠르고 폐렴환자와 사망자도 생겼다.
환자 발생속도를 보더라도 초기인 5월에는 하루 평균 1.3명의 환자가 발생했으나 다음 달인 6월에는 1일 평균 5.9명으로 늘었으며 7월에는 지역사회 감염이 발생하면서 1일 평균 39.6명으로 급증했다. 이달에는 하루 평균 93.4명으로 3배가 늘고 4주째에는 190.5명으로 최근 2~3일에는 250명을 넘어 최근 환자 수는 4천명선에 도달했다. 환자의 발생추이가 산술적으로 증가하던 데서 '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국내 사망자 3명 중 최근 2명은 해외에 다녀오지도 않았고 환자와 접촉하지도 않은, 이른바 '지역사회 감염'으로 추정된다. 이는 지역사회 곳곳에서 이미 인플루엔자 A(H1N1) 바이러스가 확산된 상태임을 드러낸다.
고려대 구로병원 김우주 교수(감염내과)도 "대유행의 단계는 진입기, (기하급수적) 증가기, 정점, 하강기, 해소기로 구성된다고 볼 수 있다"며 "지금은 두 번째 단계인 증가기의 초반부"라고 말했다.
즉 현재는 범세계적인 유행을 뜻하는 팬데믹 상황이며 우리나라는 대유행의 초반부에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국내 환자 수는 지난달 초까지 산술적으로 증가했지만, 이달부터는 가속화되는 단계"라며 "국내 유행은 10-11월에 정점을 이루고 내년에 유행의 제2파가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시군구 하루 환자 1~2명 불과한데..." = 보건당국의 의견은 다르다. 지금은 아직 대유행기로 볼 수 없다는 것. 대유행이라면 전국적으로 환자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상황이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전체로 볼 때 산발적으로 환자가 나오고 있다는 얘기다.
질병관리본부 전병율 전염병대응센터장은 "최근 환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날에도 환자 수가 250명 정도"라면 "이는 시군구 단위로 보면 1명 남짓한데 평소 계절독감 때보다 환자가 없는 걸 대유행이라고 부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의 시각도 정부의 입장과 시각을 같이한다.
서울대병원 오명돈 교수(감염내과)는 "지금은 상황은 대유행이라기보다는 '지역사회 확산기' 정도로 보는 게 정확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서울성모병원 강진한 교수(소아청소년과)도 "지금 한국은 대유행 전 단계"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WHO 서태평양지역본부 소속 박기동 박사도 지난 28일 "지금 한국은 신종플루 대유행기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환자 발생이 산발적인데다 사망자도 다른 나라에 비해 꽤 적은 편이라는 것.
박 박사는 "대유행이라면 어린이 감기환자로 동네의원이 붐빌 정도는 돼야 한다"며 "여기저기서 수십명씩 환자가 터져나와야 하는데 지금이 그러한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경각심 낮아져선 안돼" = 이처럼 의견이 엇갈리는 것은 대유행의 개념을 달리 보는 데서 오는 차이다. 대유행의 교과서적, 의학적 정의를 따르는 이들은 이미 대유행이라고 보는 반면 계절독감 때와 비교하는 입장에서는 대유행 전단계로 본다.
그러나 현재 단계와 무관하게 대유행을 가정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부 미흡한 정부의 준비태세에 대한 비판의 강도도 높아지고 있다.
보건당국이 외국에 비해 환자가 훨씬 적다는 이유로 '팬데믹 (백신)프로그램' 등을 운영하지 않아 백신 확보 경쟁에 뒤늦게 착수했으며 결과적으로 정부가 국민 다수를 감염위험에 노출시켰다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김우주 교수는 "정부는 대유행을 '창궐'의 의미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며 "국민을 불안하지 않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칫 경각심을 낮춰서는 안되고 대유행에 대한 준비는 철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tr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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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유행은 "현재진행형" = 30일 현재 한국에서 대유행이 시작됐느냐는 데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일부 감염내과 전문의들은 지금이 이미 대유행이므로 그에 맞는 대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 자문기구인 인플루엔자 대책위원회 박승철 위원장 역시 지난 28일 보건복지가족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지금이 대유행이냐고 묻는다면 대유행이 맞다"고 단언했다.
의학적으로 대유행은 '전 세계적 유행'을 뜻하는데 현재 신종플루는 ▲유전자 변이 ▲전 세계적 유행 ▲중증환자 및 사망자 다발적 발생 등 요건을 모두 갖춰 대유행의 요건을 모두 갖췄다는 것이다.
신종플루는 유전자 변이가 일어나 치사율은 낮지만, 여름철인데도 확산이 빠르고 폐렴환자와 사망자도 생겼다.
환자 발생속도를 보더라도 초기인 5월에는 하루 평균 1.3명의 환자가 발생했으나 다음 달인 6월에는 1일 평균 5.9명으로 늘었으며 7월에는 지역사회 감염이 발생하면서 1일 평균 39.6명으로 급증했다. 이달에는 하루 평균 93.4명으로 3배가 늘고 4주째에는 190.5명으로 최근 2~3일에는 250명을 넘어 최근 환자 수는 4천명선에 도달했다. 환자의 발생추이가 산술적으로 증가하던 데서 '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국내 사망자 3명 중 최근 2명은 해외에 다녀오지도 않았고 환자와 접촉하지도 않은, 이른바 '지역사회 감염'으로 추정된다. 이는 지역사회 곳곳에서 이미 인플루엔자 A(H1N1) 바이러스가 확산된 상태임을 드러낸다.
고려대 구로병원 김우주 교수(감염내과)도 "대유행의 단계는 진입기, (기하급수적) 증가기, 정점, 하강기, 해소기로 구성된다고 볼 수 있다"며 "지금은 두 번째 단계인 증가기의 초반부"라고 말했다.
즉 현재는 범세계적인 유행을 뜻하는 팬데믹 상황이며 우리나라는 대유행의 초반부에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국내 환자 수는 지난달 초까지 산술적으로 증가했지만, 이달부터는 가속화되는 단계"라며 "국내 유행은 10-11월에 정점을 이루고 내년에 유행의 제2파가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시군구 하루 환자 1~2명 불과한데..." = 보건당국의 의견은 다르다. 지금은 아직 대유행기로 볼 수 없다는 것. 대유행이라면 전국적으로 환자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상황이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전체로 볼 때 산발적으로 환자가 나오고 있다는 얘기다.
질병관리본부 전병율 전염병대응센터장은 "최근 환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날에도 환자 수가 250명 정도"라면 "이는 시군구 단위로 보면 1명 남짓한데 평소 계절독감 때보다 환자가 없는 걸 대유행이라고 부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의 시각도 정부의 입장과 시각을 같이한다.
서울대병원 오명돈 교수(감염내과)는 "지금은 상황은 대유행이라기보다는 '지역사회 확산기' 정도로 보는 게 정확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서울성모병원 강진한 교수(소아청소년과)도 "지금 한국은 대유행 전 단계"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WHO 서태평양지역본부 소속 박기동 박사도 지난 28일 "지금 한국은 신종플루 대유행기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환자 발생이 산발적인데다 사망자도 다른 나라에 비해 꽤 적은 편이라는 것.
박 박사는 "대유행이라면 어린이 감기환자로 동네의원이 붐빌 정도는 돼야 한다"며 "여기저기서 수십명씩 환자가 터져나와야 하는데 지금이 그러한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경각심 낮아져선 안돼" = 이처럼 의견이 엇갈리는 것은 대유행의 개념을 달리 보는 데서 오는 차이다. 대유행의 교과서적, 의학적 정의를 따르는 이들은 이미 대유행이라고 보는 반면 계절독감 때와 비교하는 입장에서는 대유행 전단계로 본다.
그러나 현재 단계와 무관하게 대유행을 가정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부 미흡한 정부의 준비태세에 대한 비판의 강도도 높아지고 있다.
보건당국이 외국에 비해 환자가 훨씬 적다는 이유로 '팬데믹 (백신)프로그램' 등을 운영하지 않아 백신 확보 경쟁에 뒤늦게 착수했으며 결과적으로 정부가 국민 다수를 감염위험에 노출시켰다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김우주 교수는 "정부는 대유행을 '창궐'의 의미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며 "국민을 불안하지 않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칫 경각심을 낮춰서는 안되고 대유행에 대한 준비는 철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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