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 진단 10문10답
신종플루 진단..전문가 10문10답
연합뉴스 | 입력 2009.08.18 09:34 | 수정 2009.08.18 09:40
"`바이러스성 폐렴'을 직접사인으로 보기 힘들어"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국내에서 신종플루 사망환자가 발생한 이후 신종플루에 대한 일반인들의 공포와 궁금증은 커져만 가고 있다. 이는 신종플루가 치명적 전파속도를 보이면서 계속 변종을 만들고 있는데 반해, 과학자들의 연구는 이를 따라잡고 수준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확인된 연구결과만 정확히 알아도 신종플루 감염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막연한 공포심에 떨기보다는 신종플루의 실체를 제대로 알고, 올바른 예방책 마련에 주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 바이러스 연구분야 권위자인 연세대 생명공학과 성백린 교수와 서울대의대 미생물학교실 성승용 교수를 만나 현재까지의 신종플루 진행상황과 대유행 가능성, 사망자 발생 이유, 타미플루의 안전성 등에 대해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신종플루가 기존 감염성 질환과 다른 점은
▲세계보건기구(WHO) 분석을 보면 신종플루의 인체 간 전파속도는 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빠르다. 조류에서 인체로 감염됐던 H5N1형 조류인플루엔자(AI)의 경우 인체 간 전파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상황에서 지난 10년여간 인체 감염자가 1천명 미만이었다.
이에 비해 신종플루는 지난 4개월간 전 세계 140여개국으로 전파돼 감염자가 2만명을 넘어서고 있다. 신종플루의 사망률만 고려하면 0.5% 정도로, AI에 의한 사망률 60%에 비해 극히 낮은 편이다.
그러나 독감바이러스의 특성상 유전자재조합에 의한 새로운 바이러스의 출현이 가능하다. 만일 신종플루와 H5N1형 AI사이의 유전자 재조합이 일어나면 사망률이 AI에 근접하고, 신종플루처럼 인체 대 인체 감염이 빠른 바이러스가 나오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 전 인류의 50%가 감염되고, 사망률이 2%(4천만명)에 달했던 1918년 스페인독감과 같은 최악의 상태가 올 수도 있다.
--그렇다면, 대유행이 올 가능성이 크다는 것인가
▲우선 확률적 측면에서 보면 지난 1세기 동안 대유행이 크게 3-4 차례 있었다. 1918년도 스페인독감, 1957년도 아시아독감, 1968년도 홍콩독감이 대표적이다. 그 이후 1977년도 러시아 독감이 발생했지만, 현재 40여년이 지난 상황이다.
따라서 대유행 발생은 단순확률적으로 볼 때 상대적으로 높다고 할 수 있다.
유전적 측면에서는 1918년 스페인독감이 원래 조류 유래 바이러스였고, 1957년 아시아독감과 1968년 홍콩독감이 조류와 인체 바이러스 간 유전자 재조합이 일어난 바이러스로 알려져 있다.
이번 신종플루의 경우 한 단계 더 나아가 인체, 조류 및 돼지 바이러스 간 유전자조합이 일어난 것이다.
--무더위에 사망자가 2명 발생했는데 기후와 사망률은 관련이 있나
▲기본적으로 온도와 습도가 낮은 경우에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생존율이 높다. 즉 겨울에 공기 비말을 통해 사람 대 사람 감염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비해 신종플루는 초여름부터 발생해 확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아직 과학자들은 적절한 해답을 내 놓고 있지 못하고 있다. 아마도 현대인의 빠른 여행속도에 따른 지구촌의 일일생활권화, 집단화된 교통수단 이용에 의한 불가피한 인체 간 접촉 등이 온도와 기후를 능가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신종플루에서 폐렴의 발생률은 어느 정도고 폐렴이 직접 사인인가
▲신종플루는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이고 폐렴은 세균감염에 의한 게 대부분이다. 근본적으로 감염원인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동일하게 호흡기도를 감염한다는 점에서 유사성이 있으며 동시감염 시 상호 독성의 상승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
따라서 폐렴균 또는 독감 바이러스 중 무엇이 직접적인 사망원인이라고 단정적으로 말하는 것은 모순이다.
폐렴에 의한 독감의 독성 상승작용 가능성은 크게 2가지로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독감 바이러스의 독성에 중요한 요인인 `표면항원 헤마글루티닌(HA)'을 들 수 있는데 HA가 2개의 가닥으로 절단이 되어야 세포감염력이 증가한다. 그런데 폐렴균은 단백질 절단효소를 분비하며, 이에 의해 HA의 절단이 쉽게 돼 독감 바이러스 독성이 증가할 수 있다.
최근에는 과학자들이 독감 바이러스에서 새로운 단백질(PB1F2)을 발견했다. 또 이미 지구상에서 사라진 스페인독감의 부활에도 성공했다. 이 연구결과 스페인 독감 바이러스의 독성이 폐렴에 의해 증가되며 이는 PB1F2 단백질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타미플루는 안전한가
▲타미플루는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독감 특이 치료제다. 문제는 현재 겨울에 유행하는 H1N1 유행성독감바이러스의 90% 이상이 타미플루에 내성을 나타낸다는 점이다. 아울러 일본의 경우 타미플루를 복용한 청소년 중에서 자살사건이 다수 보고되고 있다.
다행히도 신종플루는 같은 H1N1형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내성이 없으며 치료제 효과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내성바이러스의 출현은 시간문제다. 다행인 것은 또 다른 치료제인 릴렌자가 아직 효과적이며 내성이 보고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따라서 앞으로 각국에서는 당분간 타미플루 외에 릴렌자의 비축이 상대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여진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이에 대한 내성도 나타날 것이며 따라서 현시점에서 새로운 치료제의 개발이 병행돼야 한다.
--항바이러스제제 개발은 무엇이 문제인가
▲인류가 바이러스 감염에 대항하는 무기, 즉 항바이러스제를 개발하면 바이러스는 곧 이를 무력화하고 내성을 지니려고 유전자를 변이시키려 한다. 공교롭게도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유전자 변이속도는 매우 빨라서 일정 기간 내에 내성주를 만들어내며, 아울러 이런 내성유전자를 인체 간에 확산시킨다.
따라서 일단 항바이러스제 신약을 개발하고 난 다음, 내성주의 발생에 대비해 새로운 타입의 항바이러스제를 추가로 개발해야 한다.
근본적으로 인플루엔자의 경우 항바이러스제 내성출현을 최소화하기 위하여는 2-3개 이상의 항바이러스제를 병용 투여해야 한다. 대표적인 성공 케이스가 에이즈바이러스(HIV)의 경우인데, 3개의 약제를 동시에 사용하는 병용투여로 내성바이러스의 출현을 크게 지연시키고 있다.
독감 바이러스의 경우 이런 병용투여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존 타미플루, 릴렌자 외에 추가적인 항바이러스제가 개발돼야 한다.
--우리나라는 항바이러스제를 왜 못만드나
▲신약개발에는 전임상(동물실험)과 임상연구 등 장기적인 연구개발 투자가 전제된다. 우리나라의 `빨리빨리' 문화는 1년에도 모델이 2-3번씩 바뀌는 휴대전화 분야에서 성공의 원동력이 됐지만, 장기적 투자가 요구되는 신약개발은 국민정서상 감내하기 어렵게 한 측면이 있다.
또 새로운 질병이 발생하고 사망자가 나오기 시작하면 신문방송에서 모두 하나같이 국가대응체제에 문제가 있다고 국가에 비난을 시작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질병 발생 시 이를 조기에 진압하는 초동진압은 해외에도 매우 정평이 나있다.
질병관리본부 등 국가기관은 이러한 신문방송의 보도태도에 대해 민감하고 방어적으로 될 수밖에 없어 당연히 초동대응은 발전한다. 하지만, 효과적인 백신 및 치료제 개발 등 장기적인 대책은 상대적으로 소홀히 될 수밖에 없다.
--신종플루 백신은 안전한가, 그리고 비용대비 효과는
▲아직 전 세계적으로 신종플루백신의 인체효능은 연구된 바 없다. 그러나 독감의 경우 특정백신의 효능이 입증되지 않았더라도 시판을 허용해오고 있는 추세다. 예를 들어 매년 유행하는 유행성 독감의 경우 그때마다 새로운 변이바이러스에 대해 효능을 입증해야 한다면 이에 요구되는 시간 때문에 사용시기를 놓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인체효능을 입증하지 않고도 면역력(백신접종 후 항체가)을 입증할 수 있다면 시판을 허용한다. 신종플루백신도 기존 계절형 백신에 준해 실제 백신 효능 평가 없이 시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비용대비 효과 측면에서는 정부의 고민을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전 국민이 접종할 수 있는 백신의 비축에는 장기간의 시간과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감내해야 한다는 점이고, 둘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질병이 확산되지 않을 경우 필요 이상의 국고를 낭비했다는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매년 자동차 보험료를 내고 있지만, 자동차 사고가 없었다고 해서 보험료가 쓸데없이 낭비된것은 아니다.
신종플루와 관련한 가장 바람직한 시나리오는 국가가 수천억의 비용을 들여서 백신과 치료제를 비축하고 장기간의 연구개발을 진행했더라도, 감염이 확산되지 않는 것이다.
--방역 시스템은 이대로 괜찮은가
▲무엇보다도 뉴스에 민감한 방역시스템은 방어적인 초동대응으로 일관될 수밖에 없다. 재미있는 통계 중 하나는 우리나라의 신종플루 사망률이 전 세계 전체평균(사망률 0.4~1.0%)에 비해 두드러지게 낮다는 것이다.
현재 2천여명의 감염자 중 최근까지 2명의 사망자(사망률 0.1%)만 보고됐다. 그렇다고 우리나라 사람들의 주식인 김치가 효과를 냈다는 근거는 없다.
오히려 호흡기성 감염자와 사망자의 사망원인 규명이 제대로 되지 않아 나온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 병의원에 폐렴과 신종플루를 포함하는 호흡기성 바이러스 감별진단을 할 수 있는 진단 인프라와 인력확보에 대한 국가적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다.
--신종플루 등 감염성 질환에 대한 국가 R & D 현실은
▲인플루엔자는 그 유전자의 특성상 현재의 H1N1형 신종플루 외에도 또 다른 신종플루가 발생될 것이다. 이미 지난 10년간 고병원성 H5N1바이러스와 H9N2형, H7N7형 조류바이러스, 그리고 최근 H1N1형 신종플루 등을 미뤄볼 때 이는 예측 가능하다.
플루의 확산속도는 이미 지구촌에서 사람의 이동속도가 증가하는데 비례하고 있다. 따라서 백신비축과 항바이러스제 내성 문제는 내년, 내후년에도 반복될 것이다.
언제까지 이런 쳇바퀴를 계속할 수는 없다. 이제 국가는 초동대응 차원을 넘어서는 선도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한다. 국내 전문가 집단을 모아 효과적인 백신, 차세대 치료제 후보를 발굴하고 R & D 연구기반을 구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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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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