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도 하느님이 될 수 있어요?"
오마이뉴스 | 이일화 | 입력 2003.01.12 07:38
“아빠 아빠! 여자도 (바깥)일을 할 수 있고, 남자도 집안일을 할 수 있어요?”
“아빠 아빠! 그래서 아빠는 저번에 엄마가 아플 때 설거지를 했어요?”
한 살을 더 먹어 여섯 살이 되면서 딸아이는 궁금증도 나이에 비례하는 것인가 싶게 궁금한 것이 부쩍 많아졌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남자와 여자의 역할이라든가 관계에 대해 궁금한 것이 무척이나 많아졌는데, 아마도 슬슬 이성이라는 존재에 대해 눈을 떠가는 증거가 아닐가 싶습니다.
며칠 전 일입니다.
함께 병원엘 갔던 길에 마침 창 밖으로 눈이 펑펑 쏟아져 내리는 것을 보더니만 문득 딸아이가 “저 눈은 누가 내려주는 거예요?” 하고 내게 묻더군요.
이에 내가 재빨리 동요의 한 귀절을 떠올리곤 “응, 저 눈은 하늘나라 선녀님들이 내려주시는 거야!” 하고 대답을 해주자, 딸아이는 대뜸 “선녀님은 남자예요, 여자예요?” 하고 묻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내가 “선녀님은 여자!”라고 다시 답을 해주자, 딸아이는 이번엔 “남자는 선녀님이 될 수 없어요?” 하고 묻더군요.
어른들의 세계에서였다면 애당초 물음의 대상조차 될 수 없는 것이었기에 나로선 거의 예상치 못한 질문이었고, 그래서 뭐라 답해야 할 지 일순간 판단을 어렵게 만드는 얼마간 당황스러운 질문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한창 자라나는 어린 딸아이의 왕성한 호기심을 외면할 수는 없는 일이었고, 아빠의 한 마디 답이 어린 딸아이에게 미칠 영향이란 결코 적은 것이 아니기에 대충 함부로 답할 수도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런 까닭에 나는 짧은 순간동안이지만 어떤 대답을 해야 할까 적지않이 고심을 해야만 했습니다.
그러다가 결국 “엄마가 여자인 것처럼 선녀도 여자가 하는 것이기 때문에 남자는 할 수 없고 여자만 할 수 있는 거야!” 어쩌구 하는 횡설수설에 가까운 그리 만족스럽지 못한 답으로 대신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렇게 얘기가 주거니 받거니 한동안 선녀님 주변을 맴돌다가 “하느님도 눈 뿌려줄 수 있지요?” 하는 딸아이의 새로운 물음과 함께 새로운 주제로 접어들었는데, 하느님에게로 얘기가 옮겨가기가 무섭게 딸아이는 대뜸 “그런데 아빠! 하느님은 여자예요 남자예요?” 하고 내게 묻더군요.
이에 나는 무심코 “남자”라고 답을 하고 말았는데, 그러자 딸아이는 다소 불만스럽다는 듯 “여자는 하느님이 될 수 없어요?” 하고 다시 묻더군요.
딸아이의 그 같은 물음을 듣는 순간 나는 아차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동안 하느님은 남자라는 생각을 별 의심없이 갖고 살아왔던 게 너무 안이했던 것 아닐까 싶기도 하고, 그렇다곤 해도 이제까지 일반적으로 남자라는 이미지로 알려져 온 하느님이라는 존재에 대해 대체 뭐라 대답을 해야 할 지 실로 난감하기 그지 없었으니까요.
굳이 따지자면 ‘하늘님’에서 비롯된 하느님이라는 존재는 여자나 남자라는 성별 구분 자체가 아무런 의미가 없는 초월적인 존재이고, 따라서 하느님을 굳이 남자라고 생각할 이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는 그동안 ‘하느님=남자’라는 일종의 고정관념을 갖고 살아왔는 지 모르겠습니다.
그런 생각 끝에 나는 딸아이에게 “여자도 물론 하느님이 될 수 있다!”고 답을 해주었습니다.
그동안 무의식 중에나마 ‘하느님=남자’라는 일종의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살아왔던만큼 여자 하느님이라는 존재는 좀 낯설고, 그래서 그 모습이 머리 속에 잘 그려지지도 않았지만, 딸아이의 질문과 마주한 순간 여자 또한 하느님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종교만큼이나 강한 믿음으로 다가온 까닭입니다.
‘여자도 하느님이 될 수 있다’는 말을 딸아이가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혹은 얼마나 이해를 했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한 가지 사랑하는 내 딸아이가 앞으로 살아갈 세상은 여자도 하느님이 될 수 있느냐는 물음 따위가 아예 필요 없고, 여자라는 성이 우리 세대와는 달리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어떠한 방해나 장애도 되지 않는 세상이기를 간절히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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神이 여성일 수 있다는 설도 나왔다. 고대 모계사회의 女神에서 그 원형을 찾았다.
우리나라의 소설가 김성한은 <바비도>라는 작품에서, 신이 남성인지, 여성인지, 중성인지 묻는 흥미로운 대목이 나온다.
하느님은 남자인가 여자인가? 우주는 본래 정음정양(正陰正陽)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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