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법관 어떤 자리인가?
[설왕설래] 낙향
세계일보 | 입력 2009.05.04 21:18
데이비드 수터 미국 연방대법관이 최근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올여름 사퇴하겠다"는 편지를 보냈다고 한다. 미 대법관이 어떤 직책인가. 최고의 권한과 명예를 갖춘 데다 종신직이다. 정치적으로도 안정돼 세계 최고의 직업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수터 대법관은 9명의 연방대법원 판사 중 네 번째로 젊다. 그래서 그의 '갑작스러운 은퇴' 선언은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진다.
사직을 권유받은 것도 아닌데, 부러움을 한 몸에 받는 직책을 훌훌 털어버린 이유는 뭘까. 명예보다는 '마음의 평화'를 선택했다고 그는 답했다. 초라하지만 시골 집에 가면 평화스러움을 느낀다고 했다. 맑은 공기와 경치에서만이 아니라 마을 사람에게서도 편안한 그 무엇을 느낀다는 것이다. 자신의 마음을 담아둔 곳, 고향의 푸근함에 반한 셈이다.
고향은 마음의 안식처요, 어머니 품과 같은 곳이다. 그래서 누구나 낙향을 꿈꾸며 산다. 회심의 금의환향이면 더욱 좋을 것이다. 그러나 많은 이들은 마음뿐, 실행은 엄두를 내지 못한다. 애써 가꿔놓은 사회·경제적 기반을 포기하는 게 두렵다. 촌놈 출신이더라도 이미 도회지 생활에 젖어 시골생활이 낯선 측면도 있다. '패배의 낙향 길'은 무엇보다 싫은 법. 평범한 직장인으로선 낙향에 나설 경제적 여건이 안 된 탓이 크다. 낙향을 결행하는 이가 부러운 이유다.
어떻게 살 것인가도 변수다. 최고의 명예직이라지만 법관은 '남의 인생 심판관'이라 할 만하다. 그만큼 남의 인생과 사회의 잘잘못을 재단했으면 이젠 자기 인생에 투자할 때라는 생각에 공감한다.
사랑을 실천하는 것만큼 행복한 것도 없다. 풍부한 경험과 그동안 모은 부를 이웃과 지역에 베풀며 여생을 보내는 것은 멋진 인생이다. 그러나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권력과 명예를 위해 발버둥치는 이가 얼마나 많은가. 한번 꿰차고 나면 물려주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고, 온갖 비판 여론에 '모르쇠'로 일관하는 우리 고위층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보람된 삶은 고위직을 지내야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 행복 찾아 떠나는 그의 아름다운 낙향을 보며 삶을 반추해본다. 이제라도 보람찬 여생을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
임국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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