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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들이 집단폐사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by 바로요거 2009. 4. 7.

[책과 삶]꿀벌 실종사건

인류 식량의 3분의 1은 꿀벌이 있어야 생산된다.

그런데 이 꿀벌들이 집단폐사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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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 한윤정기자 | 입력 2009.03.27 17:36


꿀벌 없는 세상, 결실 없는 가을

로완 제이콥슨 | 에코리브르
2006년 11월12일 늦은 오후, 플로리다의 브라질 고추밭에서 벌통을 살펴보던 양봉업자 데이브 하켄버그는 깜짝 놀랐다. 꽃꿀을 실어나르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여야 할 벌들이 보이지 않았다. 1960년대부터 펜실베이니아에서 양봉장을 운영해온 그는 겨울이 되면 꽃을 찾아 벌들과 함께 플로리다에서 월동했는데 이 같은 일은 40년 만에 처음이었다. 앞서 2005년 1월에는 하켄버그의 친구인 텍사스의 양봉가 클린트 워커가 많은 벌을 잃었다. 목화밭을 날아다니던 벌들이 한 달 만에 3분의 2가량 이유 없이 죽음을 맞이했다. 도대체 벌들은 어디로 간 것일까. 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환경단체인 '어스 워치(Earth Watch)'에 따르면 벌은 지구상에서 가장 대체 불가능한 생물 5종 가운데 첫번째 위치를 차지한다(나머지는 플랑크톤·박쥐·균·영장류 순이다). 아인슈타인도 "꿀벌이 사라진다면 4년 안에 인류도 멸종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벌들은 1억5000만년간 꽃을 피우는 식물들이 짝짓기를 할 수 있도록 돕는 '큐피드' 역할을 해왔다. 인류 식량의 3분의 1이 곤충의 수분활동으로 생산되며 그런 역할을 하는 곤충의 80%가 꿀벌이다. 벌이 없으면 아몬드, 복숭아, 살구가 열매를 맺지 못한다. 그런데 2007년 미국 내 양봉가의 벌 개체 수 가운데 3분의 1(300억마리)이 원인 모르게 감소하는 비상사태가 벌어졌다.

책은 뉴욕타임스의 2007년 신조어이기도 한 CCD(Colony Collapse Disorder) 현상을 추리소설이나 과학다큐멘터리 같은 방식으로 다룬다. 군집붕괴, 벌떼폐사로 번역되는 CCD는 전 세계 여러 곳에서 기르던 수백만마리의 벌떼가 벌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집단적으로 사라지면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다. 하켄버그의 벌들뿐 아니라 북미 전역에서 피해가 속출하자 과학자와 양봉가들은 원인규명에 나선다.

처음 지목된 범인은 꿀벌응애. 아시아에서 유럽을 거쳐 80년대 후반 플로리다에 상륙한 이 집요한 바이러스는 20여년간 양봉가를 괴롭혔지만 CCD와는 관련이 없다. 다음으로 등장한 피의자는 휴대전화의 전자기파. 벌의 더듬이나 뇌에 미세한 영향을 미쳐 비행을 방해했을지 모른다는 것이다. 이것 역시 직접적인 연관성은 파악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유전자조작식품에서 발생하는 천연살충제가 벌을 파괴했을 가능성은 없을까. 그럴듯하지만 역시 인과관계가 없다. 지구온난화, 기생충, 살충제, 병원균 등이 차례로 용의선상에 오른다.

'꿀벌실종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동원됐으나 CCD의 확실한 실체는 좀처럼 잡히지 않는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농업과 양봉업의 대량화, 산업화가 어떻게 꿀벌의 생애를 변화시키고 그들이 속한 생태계의 사슬을 파괴하는지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자연상태의 벌은 봉아에서 안살림벌을 거쳐 먹이구하기벌로 성장하면서 느리고 체계적인 삶을 유지해왔다. 그런데 요즘 벌들은 다르다. 몇 주 만에 트럭에 실려 새로운 곳으로 이동하고 고과당 옥수수 시럽을 먹으며 살충제와 항생제를 투여받는다. 골분을 사료로 먹은 소가 광우병을 일으키듯이 부지불식간에 벌에게 가해진 갖가지 위협은 그들의 서식체계를 교란시키기에 충분하다.

결국 CCD는 화석연료, 화학약품, 나쁜 생활방식, 지구온난화, 현대문명의 속도 등이 함께 만든 질병의 한 증상이다. 음식과 환경 사이의 연결고리를 집중적으로 탐구해온 작가인 저자는 꿀벌의 실종을 통해 현대농업, 나아가 문명이 처한 구조적 위기를 폭로한다. 그의 안내에 따라 꽃을 피우는 식물과 수분 매개자인 꿀벌의 경이로운 활동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자연에 대한 인간의 오만이 어떻게 생명을 파괴하는지를 깨닫게 된다. 노태복 옮김, 우건석 감수. 1만6000원

< 한윤정기자 yjhan@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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