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무너졌다"..충격.공포.절망>
연합뉴스 | 기사입력 2008.10.16 16:33 | 최종수정 2008.10.16 16:40
(서울=연합뉴스) 금융팀= 16일 주가가 사상 최대폭으로 폭락하고 환율이 133원이나 폭등하자 금융시장은 10년전의 환란이 다시 덮친 듯한 공포감으로 가득했다.
외환딜러들은 우주왕복선처럼 수직으로 치솟는 원.달러 환율 그래프를 보면서 `경악'을 금치 못했다. 지난 1개월간 놀라운 상황에 많이 직면했지만 이날은 이전과 다른 수준의 충격이었다.
주식 투자자들은 붕괴되는 건물에서 경황없이 빠져나오는 모습으로 `투매'에 나섰다. 투자자들은 이전보다 훨씬 빠르고 더욱 깊게 떨어지는 시세판을 바라보다 차라리 눈을 감았다. 단지 잠깐의 악몽이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지만 눈을 떠보면 엄연한 현실이었다.
금융당국은 예상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으로 시장이 무너지자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회의를 하고 보고를 하는 등 하루종일 분주했으나 불타고 있는 집에 끼얹을 물 한 바가지 없는 속수무책의 상황이었다.
◇ 은행 딜링룸 ..충격.공포.절망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폭등한 채 마감하자 시중은행 딜링룸은 충격을 넘어 공포와 절망감이 교차했다.
최근 환율이 하루에도 수십 원씩 급등락하는 광경을 목격해온 터라 내성이 생겼을 법 하지만 외환 딜러들은 환율이 133원 이상 치솟자 할 말을 잃은 모습이었다.
기업은행 김성순 차장은 "충격, 공포, 절망 등의 감정이 교차했다"며 "10년 전 외환위기를 떠올리며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미국 증시가 폭락한 데다 역외환율이 1,310원대로 뛰어오르면서 이날 원.달러 환율의 폭등은 어느 정도 예견됐지만 상승 폭이 상상을 초월했다.
하나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설마' 했는데 `역시나' 하는 분위기"라며 "아시아증시가 폭락하고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이 6천400억 원 정도 순매도하면서 환율이 폭등한 것 같다"고 풀이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주식시장의 불안 심리가 외환시장으로 넘어와 장을 압도했다"며 "최근 환율이 1,500원 목전까지 치솟는 걸 봤지만 상승폭이 너무 컸다"며 "미 증시가 하락할 때마다 불안감이 엄습해 새벽잠을 설친다"고 말했다.
주식 투자자들은 하루종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이날 오전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이 개장하자마자 일반 사무실 곳곳에서는 비명소리가 터져나왔다. 코스피 지수가 82원 폭등한 채로 시작했고 원.달러 환율은 100원 폭등한 상태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특히 주식투자를 하는 샐러리맨들은 아예 증권사 시세판을 컴퓨터에 켜놓고 비행기가 추락하는 듯한 그래프를 보면서 가슴을 조렸다.
회사원 김모(36세)씨는 "주식이 떨어져도 이렇게 내려갈지는 몰랐다"면서 "그동안 월급을 쪼개 투자한 주식이 휴지조각으로 바뀌는 것같아 도저히 일을 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 유학생.수입업체들도 `경악'
달러 등 외화가 필요한 수입업체, 유학생 등도 환율이 폭등하자 경악했다. 아내와 함께 딸 둘을 외국으로 유학 보낸 회사원 홍모(46.부장)씨는 "환율이 폭등하고 있어 기절할 지경"이라며 고충을 호소했다.
홍씨는 "매월 똑같은 금액을 원화로 송금해주고 있다"며 "결국 환율이 오른 만큼 현지에서 찾는 돈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해외에 나간 홍씨 가족들은 학비는 줄일 수 없어 결국 식비 등 생활비를 줄이고 있으며 집도 임대료가 싼 곳으로 옮겼다. 홍씨는 "환율이 계속 오르고 있어 집도 더 싼 곳으로 옮겨야하지 않을까 고민 중"이라며 담배를 빼 물었다.
금융사 임원 이모씨는 뉴질랜드에 유학 중인 대학생 딸이 환율 급등으로 형편이 어려워지자 맥도널드에서 아르바이트를 해 생활비를 보태기로 했다. 이씨는 "아빠로서 마음이 아파 아르바이트를 그만두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차마 말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일부 수입업체는 일손을 놓으면서 사실상 폐업 상태다.
경기도 화성시에서 욕실자재를 수입해 건설업체에 납품해온 김모(46)씨는 영업 활동을 잠정 중단한 상태다. 계약을 모두 파기하면서 수수료로 3%를 물어줬지만 환율 폭등에 따른 손실보다는 그게 낫다는 판단으로 영업을 그만뒀다.
김씨는 "이제 환율 변동 추이를 지켜보는 것도 포기했다. 수입업체는 이제 방법이 없다"고 절망의 한숨을 토해냈다
◇ 외환당국 `당혹'..초비상
간밤에 미국과 유럽 주가가 폭락하면서 어느 정도 환율 상승세가 예상됐지만 개장과 동시에 무려 100원이 폭등하자 외환정책의 한 축을 담당하는 한국은행은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한은은 긴급회의를 열어 외환시장의 움직임을 분석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였고 주요 `라인'들은 거의 연락이 닿지 않았다. 무엇보다 거래량이 극도로 축소된 상황에서 시장 심리가 과도한 상승세로 쏠리는 점에 당혹스러워하는 모습이다.
한은 외환시장팀 `딜링룸'도 하루종일 초비상 상태였다. 딜링룸 관계자는 "이런 상황에서는 아무런 말도 할 게 없다"며 아예 말을 꺼렸다.
기획재정부도 하루종일 분주한 모습이었으나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재정부 최종구 국제금융국장은 최근 환율이 폭등하는 날이면 장 마감 이후 기자실을 찾아 외환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발언을 쏟아냈지만 이날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재정부 관계자는 "오늘 환율 폭등은 주식시장의 폭락 여파가 큰 것으로 보인다"며 "환율이 급변동할 때마다 국장이 브리핑할 수도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날 1년만기 통화스와프(CRS)가 0%에 체결되면서 달러화를 조달하기 위해 원화를 제공할 경우에도 원화에 대한 이자를 받을 수 없게 됐지만 외환당국은 달러 공급을 위한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keunyoung@yna.co.kr (끝) < 긴급속보 SMS 신청 > < 포토 매거진 > < 스포츠뉴스는 M-SPORT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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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딜러들은 우주왕복선처럼 수직으로 치솟는 원.달러 환율 그래프를 보면서 `경악'을 금치 못했다. 지난 1개월간 놀라운 상황에 많이 직면했지만 이날은 이전과 다른 수준의 충격이었다.
주식 투자자들은 붕괴되는 건물에서 경황없이 빠져나오는 모습으로 `투매'에 나섰다. 투자자들은 이전보다 훨씬 빠르고 더욱 깊게 떨어지는 시세판을 바라보다 차라리 눈을 감았다. 단지 잠깐의 악몽이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지만 눈을 떠보면 엄연한 현실이었다.
금융당국은 예상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으로 시장이 무너지자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회의를 하고 보고를 하는 등 하루종일 분주했으나 불타고 있는 집에 끼얹을 물 한 바가지 없는 속수무책의 상황이었다.
◇ 은행 딜링룸 ..충격.공포.절망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폭등한 채 마감하자 시중은행 딜링룸은 충격을 넘어 공포와 절망감이 교차했다.
최근 환율이 하루에도 수십 원씩 급등락하는 광경을 목격해온 터라 내성이 생겼을 법 하지만 외환 딜러들은 환율이 133원 이상 치솟자 할 말을 잃은 모습이었다.
기업은행 김성순 차장은 "충격, 공포, 절망 등의 감정이 교차했다"며 "10년 전 외환위기를 떠올리며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미국 증시가 폭락한 데다 역외환율이 1,310원대로 뛰어오르면서 이날 원.달러 환율의 폭등은 어느 정도 예견됐지만 상승 폭이 상상을 초월했다.
하나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설마' 했는데 `역시나' 하는 분위기"라며 "아시아증시가 폭락하고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이 6천400억 원 정도 순매도하면서 환율이 폭등한 것 같다"고 풀이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주식시장의 불안 심리가 외환시장으로 넘어와 장을 압도했다"며 "최근 환율이 1,500원 목전까지 치솟는 걸 봤지만 상승폭이 너무 컸다"며 "미 증시가 하락할 때마다 불안감이 엄습해 새벽잠을 설친다"고 말했다.
주식 투자자들은 하루종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이날 오전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이 개장하자마자 일반 사무실 곳곳에서는 비명소리가 터져나왔다. 코스피 지수가 82원 폭등한 채로 시작했고 원.달러 환율은 100원 폭등한 상태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특히 주식투자를 하는 샐러리맨들은 아예 증권사 시세판을 컴퓨터에 켜놓고 비행기가 추락하는 듯한 그래프를 보면서 가슴을 조렸다.
회사원 김모(36세)씨는 "주식이 떨어져도 이렇게 내려갈지는 몰랐다"면서 "그동안 월급을 쪼개 투자한 주식이 휴지조각으로 바뀌는 것같아 도저히 일을 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 유학생.수입업체들도 `경악'
달러 등 외화가 필요한 수입업체, 유학생 등도 환율이 폭등하자 경악했다. 아내와 함께 딸 둘을 외국으로 유학 보낸 회사원 홍모(46.부장)씨는 "환율이 폭등하고 있어 기절할 지경"이라며 고충을 호소했다.
홍씨는 "매월 똑같은 금액을 원화로 송금해주고 있다"며 "결국 환율이 오른 만큼 현지에서 찾는 돈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해외에 나간 홍씨 가족들은 학비는 줄일 수 없어 결국 식비 등 생활비를 줄이고 있으며 집도 임대료가 싼 곳으로 옮겼다. 홍씨는 "환율이 계속 오르고 있어 집도 더 싼 곳으로 옮겨야하지 않을까 고민 중"이라며 담배를 빼 물었다.
금융사 임원 이모씨는 뉴질랜드에 유학 중인 대학생 딸이 환율 급등으로 형편이 어려워지자 맥도널드에서 아르바이트를 해 생활비를 보태기로 했다. 이씨는 "아빠로서 마음이 아파 아르바이트를 그만두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차마 말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일부 수입업체는 일손을 놓으면서 사실상 폐업 상태다.
경기도 화성시에서 욕실자재를 수입해 건설업체에 납품해온 김모(46)씨는 영업 활동을 잠정 중단한 상태다. 계약을 모두 파기하면서 수수료로 3%를 물어줬지만 환율 폭등에 따른 손실보다는 그게 낫다는 판단으로 영업을 그만뒀다.
김씨는 "이제 환율 변동 추이를 지켜보는 것도 포기했다. 수입업체는 이제 방법이 없다"고 절망의 한숨을 토해냈다
◇ 외환당국 `당혹'..초비상
간밤에 미국과 유럽 주가가 폭락하면서 어느 정도 환율 상승세가 예상됐지만 개장과 동시에 무려 100원이 폭등하자 외환정책의 한 축을 담당하는 한국은행은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한은은 긴급회의를 열어 외환시장의 움직임을 분석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였고 주요 `라인'들은 거의 연락이 닿지 않았다. 무엇보다 거래량이 극도로 축소된 상황에서 시장 심리가 과도한 상승세로 쏠리는 점에 당혹스러워하는 모습이다.
한은 외환시장팀 `딜링룸'도 하루종일 초비상 상태였다. 딜링룸 관계자는 "이런 상황에서는 아무런 말도 할 게 없다"며 아예 말을 꺼렸다.
기획재정부도 하루종일 분주한 모습이었으나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재정부 최종구 국제금융국장은 최근 환율이 폭등하는 날이면 장 마감 이후 기자실을 찾아 외환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발언을 쏟아냈지만 이날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재정부 관계자는 "오늘 환율 폭등은 주식시장의 폭락 여파가 큰 것으로 보인다"며 "환율이 급변동할 때마다 국장이 브리핑할 수도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날 1년만기 통화스와프(CRS)가 0%에 체결되면서 달러화를 조달하기 위해 원화를 제공할 경우에도 원화에 대한 이자를 받을 수 없게 됐지만 외환당국은 달러 공급을 위한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keunyoung@yna.co.kr (끝) < 긴급속보 SMS 신청 > < 포토 매거진 > < 스포츠뉴스는 M-SPORT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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