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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체는 없는 AI 공포....장기적 대책과 국민인식 전환

by 바로요거 2008. 9. 1.

 실체는 없는 AI 공포

AI, 장기적인 대책과 대국민 인식 전환 갖춰야 할 때

[2008-08-09 17:24:46]

 

그 어느 때보다 파괴력이 컸던 조류인플루엔자(AI) 파동이 진정국면에 들어섰다. 나락에 떨어졌던 닭,오리 시장의 매출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업계종사자들 및 전문가들은 AI로 인한 업계의 후폭풍은 단순한 소비급감 이외에 그 무엇이 있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AI의 국내연중발생 위험성을 염려하고 있다. AI의 발생기간이 짧아지고 그 시점을 예측하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기존의 수동형 사후처리방식은 AI의 고착화로 인한 후폭풍을 더욱 증폭시킬 수밖에 없을 거란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AI의 전망과 앞으로의 대응책을 알아본다.

 

지난 4월 초 전북 김제에서 시작된 AI는 11개 시도, 19개 시군구에서 총 33건이 발생했다. 2003년과 2006년 발생이후 벌써 세 번째다. 금번 AI는 지난 6월 29일 경북 경산을 마지막으로 발생지역의 가금류 이동 제한 및 방역조치가 해제되면서 사실상 끝났다.

두 달 이상 전국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AI가 잠잠해지면서 닭과 오리 등의 가금류를 다시 찾는 소비자의 손길도 잦아졌다. 치킨업체의 매출은 거의 정상궤도에 들어섰고, 비교적 느리지만 회복선에 들어선 오리업체들도 성수기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업종전환을 고민하던 판매업체들은 수요회복에 한숨 돌린 입장이다.

 

피해액 6000억원 넘어 역대 최대

올해 발생한 조류인플루엔자(AI)는 최소 6324억원의 경제적 손해를 입힌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역대 AI 사상 가장 큰 피해액.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에 따르면 국내 AI는 2003년과 2006년 두 차례 발생했으며 그 피해액은 각각 1126억원, 582억원 등으로 집계된 바 있다.

 

KREI는 AI로 인한 피해 중 판매 단계인 외식업체 및 소매업체의 피해액을 약 3142억 원으로 추정했다. 특히 소비격감 현상은 야외의 가든식당과 외식업체에 더 심각하게 나타나 4월과 5월 매출이 각각 20%, 40%가량 급감했고 한 때 매출이 90%까지 줄어들기도 했다. 매출원가를 약 20%정도로 가정할 때 2700억원 가량의 손해를 입은 것으로 예상된다.

 

이규용 (주)이수푸드빌 총괄이사는 “AI발생으로 인한 타격은 치킨의 경우 두 갈래로 나눠진다. 대형호프매장 등은 매출 하락이 상대적으로 덜 한편이다. 타격이 심한 곳은 어린이를 주요고객으로 한 경우나 배달 업체다. 메인 소비자가 안전한 먹거리에 관심이 많은 주부일 경우 매출하락은 불가피 하다”고 말했다.

생산자는 물론 가금류를 취급하는 요식업체들이 폐업위기에 몰리자 한국음식업중앙회와 한국프랜차이즈협회로 구성된 AI비상대책위원회는 시민들에게 닭고기와 오리고기를 먹어달라고 거리로 나서기도 했다.

 

현재 대부분의 관련 외식업체들은 매출을 어느정도 회복한 상태. 특히 6월 초순을 기점으로 마트와 재래시장을 중심으로 가격이 오르고 판매량이 고공행진모드로 전환되고 있다.

 

일시적 매출 감소보다 후폭풍이 문제

매출급감보다 심각한 문제는 바로 AI로 인한 후폭풍이다. 그중 첫 번째는 가격측면이다. 수요가 되살아난 것 까지는 좋은데 가격이 전년 수준을 넘어 계속 오름세 인 것. 왜 이 같은 가격 상승 추세가 이어지는 것일까.

 

이마트의 식품매장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4월 이후 대량 살처분으로 닭과 오리의 공급이 10%이상 줄어 공급물량이 달리면서 가격 상승세가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연중 대목인 복날이 다가오면서 오름세를 부채질 하고 있는 상황.

 

생산단계의 사료비와 물류비 상승도 가격인상 요인이다. 곡물가격과 유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사료비가 2배 이상 뛰는 등 생산비용이 올라 가금류의 가격도 같이 오르고 있는 것이다. 닭 생산농가의 한 관계자는 “사료값 인상과 운송비 상승으로 올해 복날 시즌에는 가격이 지난해 보다 20%이상 높게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외식업체들이 지적하는 두 번째 후폭풍은 기존 매장의 업종전환 및 위험아이템으로의 전락이다. 외식창업시장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던 닭·오리 아이템은 치열한 경쟁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는 물론 예비창업자들에게 꾸준하게 사랑받는 스테디셀러 아이템이다. 하지만 일련의 AI파동으로 인해 어느새 닭·오리 메뉴를 주류로 하는 창업이 위험 아이템군으로 분류되고 있다.

 

신규식 유황오리 전문농장 랑성 F&C의 대표는 “AI로 비롯되는 일시적인 소비침체는 시간이 지나면 회복된다. 하지만 AI가 언제 다시 발생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갖고 살아야 하는 가맹점주들은 업종전환을 고려하게 된다. 신규창업자 입장에서도 위험부담을 안고 가야하는 아이템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보면 시장진입을 꺼리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체는 없는 AI 공포

업계는 소비자들로부터 AI가 외면을 당하는 가장 큰 이유로 언론의 보도행태를 지적 했다. 지난 4월 23일 한국오리협회는 “AI 발생으로 인해 어느 때 보다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며 호소문을 발표했다.

오리협회는 반복적인 언론보도에 이의를 제기했다. 협회는 호소문에서 “AI 의심신고가 접수되면 신고가 접수됐다고 보도하고, 확진되면 양성반응이 나왔다고 보도하는 등 재탕, 삼탕의 보도가 이어지고 있는데 이렇게 횟수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소비량은 급격히 하락한다”고 전했다.

 

 

 

협회는 또 국민을 자극하는 예측성 보도의 남발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서울이 뚫렸다’, ‘안전지대 없다’ 등의 국민의 공포심리를 자극하는 헤드라인은 소비자들의 불안 심리를 더욱 부추겼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일부 언론에서는 흰옷을 입고 방역을 하거나 살아있는 닭과 오리가 살처분 되는 혐오스런 장면을 여과 없이 노출해 여론의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오리협회는 호소문에서 “가까운 일본에서는 AI 발생 시 살처분 화면 대신 요리를 먹는 장면 등으로 대체하는 등 언론 보도를 최대한 자제하면서 가금소비시장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 한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경쟁식의 보도전쟁으로 살아있는 오리를 땅에 묻는 장면이나 개가 오리 사체의 일부를 물고 다니는 모습 등 자극적이고 혐오스러운 장면을 자료화면으로 제공해 일반 소비자들로 하여금 소비욕구를 급감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항변했다.

 

‘사후관리’보다는 ‘선지원정책’을

올해 AI발생은 과거와 달리 여러 가지 시사점을 남겼다. 겨울철에만 일어나는 줄 알았던 AI가 봄철에 발생한 점, 오리의 집단 폐사, 재래시장을 통한 감염확산으로 사상최대의 살처분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이 노출됐다. AI파동이 처음이 아닌 겪었던 일임에도 불구하고 ‘최단기간 최대피해’를 낸 이번 사태에 대해 여론의 질타는 더욱 높았다.

 

업계종사자들이 바라는 대정부차원의 대책은 무엇보다 ‘사후처리’가 아닌 ‘선지원정책’이다. 이규용 (주)이수푸드빌 총괄이사는 “우리나라의 AI대책은 궁극적인 사태해결이 아닌 그때그때 상황에 맞는 임시방편의 정책이 많다고 생각 된다”며 “똑같이 AI가 발생해도 유럽과 아시아의 피해정도는 차이가 크다. 열악한 사육환경을 개선하는 등 질병발생의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할 수 있는 부분의 지원을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당장의 매출회복, 먹고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좀 더 멀리 내다볼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다음에는 분명히 달라져 있을 것이다. 이번에야 말로 업계의 입장을 충분히 전달했다”고 강조했다.

 

신규식 랑성 대표는 국민 인식의 전환을 위한 업계와 정부의 협력을 강조했다. 신 대표는 “AI가 끝났다고 흐지부지 넘어갈 것이 아니라 정부차원에서 대국민선포식 등 큰 이슈창출을 통해 새로운 인식전환이 필요하다”며 “AI는 대중에게 알려야할 질병이 아니라 관련업계 종사자들끼리 정보를 공유하고 방역 및 대책을 강구해야 하는 질병”이라고 말했다.

 

방역체계 상시방역대책으로 전환해야

가장 앞서서 해결해야 할 문제는 방역당국의 방역체계 개편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AI의 여러 특이사항들로 국내 AI방역대책 기간의 설정을 특별방역대책이 아닌 상시방역대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아울러 상시방역체계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이를 위한 전문가 양성과 예산 등 정부차원에서 지원정책이 뒷받침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방에 분산돼 있는 방역체계를 중앙에서 통제가 가능하도록 재편하는 문제도 중요하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 관계자는 “방역권한이 지자체에 분산돼 있다 보니 중앙정부의 통제가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며 “위기상황에서 통제권한을 일원화해 신속하고 적절한 위기관리매뉴얼을 통해 체계적인 대응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말했다. 방역당국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생산농가 스스로 알아서 하는 자율방역의식 또한 절실히 요구된다.

 

판매단계에 있는 외식업계의 역할도 중요하다. 정부의 대책이나 양계농가의 환경이 근본적인 문제라면 소비자들의 신뢰 찾기는 판매업계의 몫이다.

 

안정훈 창업경영연구소 상무이사는 “상식적으로 AI발생이 매장의 위생과는 하등의 관계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신뢰를 찾고 청결한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서는 매장의 위생이나 근무자의 서비스 상태제고 등의 노력이 뒷받침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AI의 파괴력이 그 어느 때보다 컸던 올봄 정부, 생산농가, 판매종사자 모두가 삼위일체가 되어 떠올려야 할 단어는 바로 ‘타산지석’이다. AI로 인한 소비자의 외면을 다시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서는 모두의 역량을 모아야 할 것이다. 그것이 언제가 됐건 간에 네 번째 AI가 다시 찾아와도 소비자들은 아무런 동요 없이 닭과 오리를 소비하는 시대가 올 수 있도록 모두의 역량을 모아야 할 것이다. B&F

 

 

Interview

 

유황오리 전문농장 랑성 F&C 신규식 대표

“정부, 가맹점주 함께 풀어나가야”

 

 

“이일이 왜 일어났고,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명확하게 진단하고 그 후에 소비운동이 돼야 하는데 마치 쌓인 오해를 풀지 못하고 그냥 넘어간 듯 답답한 심정입니다.”

AI가 한풀 꺾인 시점인 6월 중순. 이번 AI도 이렇게 지나가나보다 다들 쉬쉬(?)하고 있는 상황에서 신규식 대표는 마무리 대국민 선포식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일갈했다.

 

2008년 AI파동은 그 어느 때보다 오리업체들에게 가혹했다. 마니아 성향이 강한 오리고기는 AI 발생 시 가장먼저 타격이 오고, 가장 늦게 회복된다. 신규식 대표는 “봄부터 여름까지 오리고기 소비 성수기를 맞아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가 갑자기 뒷통수를 맞은 격”이라며 “남다른 애정으로 길러오던 오리들이 살처분 당할 때의 심정은 이루 말로 다할 수가 없다”고 말을 잇지 못했다. 신대표는 가맹점을 아우르는 본사의 대표이자 물류 제공을 위한 농장을 운영하는 생산자이기도 하다. 업계종사자로서 그가 정부에 바라는 것은 간단하다.

 

“정부는 이러한 국가적인 차원의 일들이 발생했을 때 위기관리를 위한 명확한 매뉴얼을 체계화해서 해결의 방향성을 잡아줘야 합니다. 아울러 외식업체도 손만 놓고 있을 것이 아니라 농가에서 시작해 국민들에게 소비될 때까지의 관련 유통사항을 데이터화해서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어야 할 것입니다.”

AI가 터진 후 그는 평소보다 두 배 이상은 바빠졌다. 전국의 매장을 돌아다니며 업주들을 직접 만났다. 키워드는 ‘정보전달’ 이었다.

 

잘못된 정보에 불안해하고 있는 것은 가맹업주들도 마찬가지. AI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홈페이지 공지에 올리고 각 매장에 현수막을 제작 배포했다. 신규식 대표는 이번 AI를 계기로 미뤄왔던 오리농장 사육의 시스템도 재정비할 예정이다. 그는 “사육의 전 과정이 투명해지면 위생은 물론 고기 자체의 질도 높아질 것”이라며 “IT와 접목 농장에 CCTV를 설치한다던지 오리들이 활동하는 모습을 데이터화 해 사육환경의 질을 보다 높일 것”이라고 전했다.

 

비즈니스 재테크 정보 B&F 김성은 기자 fresh017@bizplac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