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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지진발생 100일...사망자 8만7천명

by 바로요거 2008. 5. 9.

희망은 다시 싹튼다… 파키스탄 지진발생 100일 최대피해 발라코트에 가다

국민일보 | 기사입력 2006.01.30 16:30

'파키스탄'은 우르두어로 '거룩한 땅'을 의미한다. 그러나 지난해 10월8일 진도 7.8의 강진으로 파키스탄은 사망자 8만7000명와 부상자 7만명,400만명의 이재민 발생이라는 안타까운 기록을 남겼다.

지진이 발생한지 100여일이 흐른 지난 21일 NGO 기아대책,이랜드복지재단팀과 함께 최대 피해지역인 발라코트를 찾았다. 낮과 밤의 기온차가 워낙 심해서인지 한낮에 거리를 서성이는 젊은이들이 많았다. 통역을 맡은 나세르(30)씨는 "한국에서 10년을 일하고 파키스탄에 돌아왔지만 1년째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다"면서 "특히 요즘 같은 겨울철에는 공사장 노동일도 없어 많은 젊은이가 놀고 있다"고 말했다.

발라코트에 들어서자 대지진의 참사를 확인할 수 있었다. 도시는 완전 폐허였다. 무너진 집옆에 텐트를 치고 생활하는 이재민과 마을 곳곳에 자리잡고 있는 무덤들이 매우 을씨년스러웠다. 사람들만 사라졌을 뿐 무너진 건물은 그대로 '보존'돼 있었다. 건물들의 잔해를 치우는 차량은 어디에도 볼 수 없었다. 사람들이 직접 망치로 무너진 집을 허물고 철재 등을 나르는 게 가끔 보일 뿐이다.

그곳에서 지진으로 딸을 잃었다는 세브레스(45)씨를 만났다. 그는 자신의 집으로 방문단을 안내했다. 만약 지진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이 집은 아랫동네를 훤히 내려다볼 수 있는 언덕 위에 세워진 예쁜 2층집이었다. 그러나 그의 집은 '돌무덤' 같았다. 세브레스씨는 "이곳에 아이들과 꿈,돈을 모두 묻어버렸다"고 울먹였다. 또 3남매 중 17세 된 큰딸이 집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해 그대로 숨졌고 두 아이들은 다리를 다쳤다. 현재 인근 텐트촌에서 지내고 있으나 도저히 딸을 잊을 수 없어 매일 이렇게 집을 찾는다고 설명했다.

마을에는 여학교가 가장 먼저 새로 지어졌다. 현지인 기업가가 세워줬지만 덩그러니 가건물 4개동만 들어섰을 건물은 텅 비어 있었다. 원래 이 학교는 750명의 학생들이 있었지만 지진으로 300명이 묻혀버렸다. 비극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새로 지어진 건물 옆에는 무너진 학교 건물 잔해와 책·걸상들이 방치돼 있었다.

"갑자기 너무나 많은 이들이 죽었고 많은 무덤이 생겼어요. 나조차 죽음에 대해 무감각해지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픕니다. 앞으로는 이런 대재앙이 일어나서는 안됩니다." 현장에 있던 고은아(행복한나눔 대표) 권사가 여학생들을 안타깝게 바라보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방문단은 이날 구호의 손길이 미치지 못했다는 발라코트 산악지역 이재민들을 찾아나섰다. 구불구불한 산길은 겨우 자동차가 1대가 지나갈 수 있었다. 자갈 하나만 떨어져도 금세 산사태가 일어날 것만 같았다. 방한복을 실은 구호차량이 도착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재민들이 몰려들었다. 눈이라도 퍼부울 것 같은 날씨였지만 아이들은 양말도 신지 않았다. 겨우 샌들을 신은 아이들이 상당수였다. 이재민들은 이랜드에서 전달한 방한복을 받아들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한 이재민은 "솔직히 방한복 하나로 기나긴 겨울을 나기는 힘들지만 우리와 함께 해주는 가족 같은 친구들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이겨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의 음성이 희망처럼 들렸다. 그렇게 발라코트에는 희망이 움트고 있었다. 곳곳에 복구를 위해 안간힘을 쓰는 흔적이 많이 보였다. 무너진 건물 위에 신발과 야채,옷가지들을 늘어놓고 파는 주민과 무너진 집과 돌담을 놀이터 삼아 뛰노는 아이들의 밝은 표정에 희망이 넘실거렸다.

한국의 NGO들 역시 파키스탄 이재민들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며 지원하고 있다. 기아대책은 현재 파키스탄 NGO 등록을 추진,장기적으로 교육사업을 전개할 계획이다. 주파키스탄 한국대사관도 지진 피해가 심각한 지역에 학교 건립을 추진중이다. 이제 갓 싹을 틔운 '파키스탄 희망의 망치질'은 서로 협력하고 나누는 것을 통해 더 큰 희망의 소리로 퍼져나갈 것이다.

발라코트=글·사진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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