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시대를 살아가면서 꼭 알아야 할 유용하고 세상에서 가르쳐 주지 않는 차원 높은 정보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본 블로그에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핵심을 잘 간파하셔서 끊임없이
실시간 지구촌 개벽소식/기후변화*온난화

지구온난화로 피난 가는 개미들

by 바로요거 2008. 4. 17.

“아, 더워라” 개미들 山으로… 北으로…

동아일보 | 기사입력 2008.01.18 03:30 | 최종수정 2008.01.18 04:20

[동아일보]

《어느 날 산동네에 사는 곤충 일가가 모였다. "요즘 인간들 얘기를 들어 보니 온도가 올라간다고들 난리야. 우린 괜찮을까?" 맨 아랫동네에서 온 스미스개미네가 물었다. "여름만 되면 걱정이에요. 태풍 때문에 얼마 전 장다리개미네가 큰 봉변을 당했잖아." 산꼭대기에서 온 코토쿠뿔개미가 맞장구쳤다. 한반도 기후 온난화는 8000만 년 이상을 진화해 온 개미에게도 역시나 골칫거리다. 9∼12일 제주 서귀포시에서 과학기술부 주최로 열린 '기후변화협약대응연구개발 범부처 합동워크숍'에서는 온난화에 맞선 곤충들의 힘겨운 투쟁기가 소개됐다.》

○ 온난화로 인한 급격한 기상 이변
이날 기후변화 영향 분과에서 국립산림과학원 권태성 박사는 태풍이나 집중호우 같은 급격한 기후변화가 한반도 개미 생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지구온난화는 태풍이나 집중호우의 횟수를 늘리는 주요 원인이다.

권 박사는 2003∼2005년 강원 강릉시 수목원에 사는 개미 종의 변화를 살펴봤다.
조사 결과 2003년 26종이 발견된 이 일대의 개미 종이 2004년 15종으로 줄었다. 특히 산악 지방에 주로 사는 산림성 개미가 줄고 곰개미, 일본왕개미처럼 수풀이 없는 평야 지대에 사는 개미가 늘어났다.

2003년은 태풍 매미가 이 일대를 휩쓸고 지나간 해이다. 지금까지 국내 토종 개미는 산림성 개미가 주를 이뤘다. 개미 종이 이처럼 뚜렷하게 줄어든 때는 숲을 벌채했거나 산불이 크게 난 경우를 빼곤 없었다. 권 박사는 "강한 비바람에 개미 보금자리를 보호하던 나뭇가지가 부러지고, 일부 근거지가 쓸려 가는 등 산림 환경이 크게 훼손됐기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한다.

연구팀은 실제로 이 지역에서 숲이 우거진 정도를 가늠하는 '잎 면적 지수'가 2004년 확연히 줄어든 사실을 확인했다.

○ 온도 상승으로 개미들 짐 쌀 판
온도 상승이 한반도 개미 분포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가설을 뒷받침하는 결과도 소개됐다. 한반도에는 현재 스미스개미와 일본장다리개미, 코토쿠뿔개미 등 120여 종의 개미가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중 스미스개미는 한라산 해발 200∼800m, 장다리개미는 800∼1300m, 코토쿠뿔개미는 1300m 이상 지역에서 집중 발견됐다. 제주 외에도 경기 파주시와 남양주시 광릉, 강원 강릉 지역에서도 해발 고도에 따라 개미 분포가 다르게 나타났다.

권 박사는 "해발 고도에 따라 많이 발견되는 종이 달라지는 것은 개미가 온도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사실을 뜻한다"며 "온난화 추세가 가속돼 온도가 상승하면 개미들이 점점 높은 지역으로 올라가 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지역에 따라 편차가 있지만 고도가 100m 올라갈 때 평균 0.6도 정도가 떨어진다. 2080년까지 현재 추세대로라면 한반도 기온은 4.4도나 상승한다.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적도 주변의 중남미 지역 남방계 개미들이 최근 북미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만 미뤄 봐도 개미 사회에 지구온난화가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 것이 맞다"고 했다.

온난화로 인해 개미가 주변 환경에 미친 영향은 아직까지 연구된 바는 없다. 그러나 개미가 주변 나무나 풀, 토양과 광범위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개미가 땅속에 뚫는 굴은 토양에 신선한 공기를 불어넣는 통로가 된다. 또 개미가 서식처로 가져간 먹이는 토양에 양분을 공급한다. 솔나방이나 땅속 해충을 잡아먹기도 한다. 개미의 이동이 주변 생태계에 미칠 영향이 만만치 않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 나비 사회는 뚜렷이 변화 중
이날 발표에서는 한반도 나비의 생태계가 재편되고 있다는 결과도 발표됐다. 한국산림과학원은 2002∼2006년 경기 포천시 국립수목원과 고령산 앵무봉에서 채집한 나비 137종을 분석한 결과 남방계 나비가 뚜렷이 늘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기간에 개체수가 2배 가까이 증가한 나비 5종 가운데 3종이 대만흰나비, 남방부전나비, 부처사촌나비와 같은 남방계 나비였다. 반대로 절반 이하로 줄어든 나비 8종 가운데는 북방계 나비가 6종이나 포함됐다. 흰점팔랑나비와 도시처녀나비, 봄처녀나비 등이다.

장수하늘소와 해충인 솔잎나방도 온난화에 등을 떠밀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반도에서 장수하늘소가 살 수 있는 곳은 경기 북부에서 강릉을 잇는 이북 지역이다. 남한에서 장수하늘소를 발견하기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한 해 한 차례만 발견되던 솔잎나방 애벌레(송충이)가 1996∼2000년 경기 오산시, 충북 청주시, 충남 공주시, 경북 경주시에서 두 번씩 나타나기 시작한 것도 최근의 기후변화와 무관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제주=박근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unta@donga.com
내 손안의 뉴스 동아 모바일 401 + 네이트, 매직n, ez-i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