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철의 경제칼럼]
침체기 접어든 미국경제 - 약한 달러 시대의 진입
데일리 서프라이즈기사입력 2008-01-08 21:23 최종수정2008-01-09 15:55
영화 [The Others]와 [The Sixth Sense]의 공통점은, 주인공들 공히 자신들이 이미 저승에 있는 영혼인데 이승에 있는 것으로 착각하여, 현실과 비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는 것이다. 브루스 윌리스 주연의 [The Sixth Sense]에서, 총격을 받아 이미 죽어있는 상태지만 현실세계의 사람들과 자신을 동일시하면서 안타까운 페이소스(pathos)만 보여줬던 것으로 기억하고, 관람을 마친 후에도 '찜찜한' 마음을 영버릴 수가 없었다.
내수소비가 GDP의 70%를 차지하는 미국 경제가 꼭 이런 격이어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란으로 멍이 든 월가나 혹은 미국의 주요 쇼핑 몰 역시 아직은 아무런 변화가 없으나, Citi나 Merrill Lynch 등이 이른바 'kitchen sinking(설거지)'라고 해서 서브프라임 관련 손실액 떨어내기에 바쁘고, 뉴욕 다우지수도 300 point 등락이 다반사가 되고 있는 실정이다.
역사적으로 본 경제전문가 · 학자의 The Others
▲ 1936년 3월 캘리포니아 니포모에서 7살된 딸을 대리고 배급권을 기다리는 32세 여성의 모습, 도로시어 랭 | ||
하지만 1930년대의 대공황이 있었고, 또, 2001년3월 당시에는 경기침체가 이미 진행형에 있었지 않았는가?
지금도 마찬가지로 많은 경제전문가나 학자들 중에서 미국 경제침체를 거론하는 사람이 거의 없지만 위의 두 가지 사례를 보면, 신문에서 혹은 언론에서 공표를 하지 않는다고 마음 놓고 있을 일이 아니라고 본다.
침체의 징후들
공식적으로 침체를 선언키 위해서는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해야 한다. 따라서 지금까지의 미국 경제 지표를 보면 이를 단정지을 수 없을 정도로 초연하기만 한다.
한 마디로 집단적인'The Others 증후군'이라 해야 하지 않을까?
먼저 세계의 기축통화라는 달러화는 그 위상이 날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고, 이른바 '달러화의 리사이클링 중단'이라고 하여, 과거처럼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신흥국들이 자국의 보유외환으로 미국 국채 사주기를 기피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과거에는 미국행 봇물을 이루는 중국산 제품에 대해 막대한 무역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무제한 발권력을 동원하여 달러화로 대금을 지불하고, 그 돈이 또 다시 미국내로 역류해오던 것이, 이제는 나가기만 하니, 달러화의 가치 하락에 대한 쿠션이 없어졌다는 점이다. 그나마 최근 약달러 덕분에 수출 증가에 탄력성이 붙어서 작년보다 77억弗이 줄어든 565억弗의 무역적자를 기록했다지만, 미국의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고작해야 12%에 불과하다.
다음으로, GDP의 7할을 차지하는 내수소비를 보면, 미국인들이 The Others란 것이 역력하다. 두말할 것 없이, 주택경기 침체인데, 미국인들의 소비벽은 세계1위로서, 근로소득보다는 자산소득에 의한 것이 한편으론 지금까지의 세계 경제 호황을 이끌었다.
개인의 소득은 근로소득, 금융소득, 부동산소득으로 나눌 수 있는데, 모두 개인의 구매력과 생활 향상에 직결되지만, 금융소득과 부동산소득이 지금껏 미국 경제호황의 주역이어서, 이와 같은 두 가지 소득에 문제가 생기면, 개인들의 씀씀이가 줄어들게 마련이다.
한편 부동산소득은 건설산업과 관련되어 국가 경제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고, 미국의 경우, 열 사람 당 한 사람이 건설관련 업종에 종사할 정도여서 그 파급효과가 엄청나게 크다.
또한 부동산소득은 금융소득의 기복보다 훨씬 크고, 침체기에 있어서도 지진이 1차 2차로 진행되듯 집요하게 마련이다. 미국의 부동산시장이 바로 침체 2기에 진입한 형태로, 경제에 대한 해악은 1기보다 훨씬 험하고, 주택 가격 하락이 가속화되면서 금융소득은 물론 심한 경우 근로소득까지 까먹으므로 미국인들의 호주머니 사정이 최악으로 떨어질 수 있다.
그래도 기본적인 의식주는 해결해야 하므로 현재의 씀씀이를 급격하게 줄일 수는 없는 노릇이고, 차압통지서가 날아오는 날 당일에는 깊은 상심에 소비를 줄인다고 하지만, 법적절차가 실제로 착수되고, 집달리가 동원되어 거리에 나앉기 전까지는 소비는 진행되는 것이다.
미국인들의 소비 증가에 결정적 역할을 해온 금융계에서, 자금 경색현상이 심화되면서 더 이상 소비금융을 늘리지 않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유가 상승률이 아주 가파르다. 유류세가 거의 없는 미국에서는 갤런당 1달러도 못되어서 차량 운행이 아주 쉬웠으나 WTI가 배럴당 100불 시대를 맞이하면서 4달러도 머지 않다고 할 정도로 급상승을 보이고 있는데, 이것이 현실화되면 미국인들의 기동력이 상당폭으로 떨어질 것이다. 결국 미국인들의 구매빈도수가 급격히 떨어지므로 이 역시 내수 침체를 가속화시킬 것이다.
다시 주택 경기로 돌아가서,
지난 2005년 피크를 보인 미국의 주택경기는 이후 내리막길을 보이면서 계속 미끄러져 내려오고 있으나, 그 누구도 바닥이라고 하는 이 없다. 지금까지 올라온 폭을 보면 더 떨어질 룸(?)이 다분하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니 더 이상 집을 짓지 않고, 실제로, 신규주택건설도 한창 때보다 47%나 줄었다고 하고, 거주용주택 건설도 2005년 GDP의 6.3%에서 4.4%로 떨어져 있는 상태다. 이것이 상당폭의 하락이기는 하나, 1960년 이후 7차례의 주택경기침체가 평균 32개월 지속되고 51%까지 하락한 것을 감안하면 지금이 바닥이 아니라는 결론이다.
Morgan Stanley에서는 앞으로도 25% 정도 더 떨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고, 신규주택수도 100만채를 밑돌아 1959년 이후 처음 맞는 불황이 될 것이라고 한다.
미국 경제가 이렇게 죽을 쓰는데 세계 경제는 어떻게 될 것인가?
미국 경제는 한 마디로 소비경제다. 그리고 미국의 소비력이 지금까지 세계 경제 성장의 엔진 역할을 해왔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바로 'Pax Dallarium'으로서, 1971년 닉슨선언으로서 '금 페그'에서 벗어나 달러화의 무제한 발권력이 있었기 때문에 증권가 용어로 사실상 '금융장세'로 이후의 세계경제 호황이 가능했었다.
다시 말해서 돈本경제로 실물장세를 이끌어온 것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달러화가 마지막의 끈인 '신용'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란으로 끊어지면서, 바야흐로, 국제금융시장에서는 달러화의 지위를 대신하려는 통화가 등장하려고 하는데, 문제는 그 어느 국가도 기축통화의 매력은 인정하나 프랑스의 예처럼 통화강세를 원치 않는데 있다. 아시아국가들도 통화 강세를 걱정하기만 하지, 달러화의 권위가 무너지는 공백을 메우려는 나라가 없다. 최근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으로 엔화 가치 상승을 일본 정부가 전혀 반기지 않는 현상과 다를 바 없다.
개방경제, 글로벌라이제이션에서의 맹점이 바로 수출로 국부를 늘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자국통화의 약세만이 살 길인데, 이것을 든든하게 지켜준 것이 바로 달러화로서, 달러화의 효력 상실은 단순히 경제적인 문제만 아니라 아주 심각한 지구촌의 카오스(대혼란)을 가져오는 것이다.
미국이 쌍둥이 적자를 감내한 것은, 나머지 나라 특히 아시아 신흥국들의 흑자를 받아주기 위한 제로 섬 게임의 산물이요, 그 축이 달러화였는데, 미국 경제 내부의 문제점 때문에 기력이 쇠한 것이다.
한편, 미국 일본 유럽 경제가 쇠하면서, 그 자리를 중국 인도 러시아 브라질등이 메워가고 있으며, 미국 일본 유럽의 역내 거래보다는 나머지 신흥시장들 간의 교역 비중이 날로 커지고 있다.
이는 수년 전 만 해도 미국 중심의 단발엔진형 세계경제 성장이 이제는 미국이 기운을 쓰질 못해도 그 자리를 중국이나 인도 그리고 러시아나 브라질 심지어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이 메우는 '대체형' 경제성장이 가능해지게 되었다.
한국 경제는 어디에 서 있는가?
한국 경제야말로 미국 의존도가 많이 줄어있는 상태이고, 최근의 수출 호조도 신흥시장과의 교역 증진에서 비롯된 것이다. 따라서 미국 경제 침체가 한국 경제를 파국으로 몰아넣기는 힘들 것이라고 보나, 문제는 한국 경제가 다른 신흥시장처럼 미국 경제와의 절연도가 높느냐는 점이다.
▲ 박희철 외환은행 경제연구팀장 | ||
여기저기 둘러보아도 호재보다는 악재가 산적하여, 심한 경우, 이를 생활의 일부로 살아야 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으로 본 사이트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박희철 외환은행 경제연구팀장
세계 금융시장 공황상태, 전세계 도미노 투매
클릭하면 큰 그림을 볼 수 있습니다
유럽과 아시아 증시가 미국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로 급락세를 보이면서 세계 증권시장이 장기 하락 국면에 돌입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로 불거진 신용경색이 세계 금융시장은 물론 세계경제 전반에도 타격을 입힐 것이란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22일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주가가 최고점에서 20% 이상 하락하는 ‘베어마켓’(약세장)을 우려하고 있으며, 유럽 증시는 이미 이런 국면에 들어선 것으로 보고 있다. 유럽 전역의 주가 동향을 나타내는 ‘유로 스톡스 600’ 지수는 지난해 6월1일 고점을 기록한 뒤 23%나 빠졌다. 이는 2000년 ‘닷컴 버블’ 붕괴 이후 유럽 증시에서는 최대 낙폭이라고 BBC방송은 전했다.
국제채권거래회사인 캔터 피츠제럴드의 글로벌 전략팀장인 스티븐 포프는 “미국 경기침체 우려가 아시아·유럽 증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유럽은 이미 베어마켓 장세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증시 폭락은 조지 W 부시 미국 행정부가 뒤늦게 경기 부양책을 마련했으나 경기침체 우려를 불식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실망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 국제통화기금 총재가 21일 “미국의 경기 부양책에 세계 투자자들이 회의적”이라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홍콩 풀브라이트증권의 프랜시스 룬은 “미국의 경기부양책이 너무 늦고 너무 작았기 때문에 이 같은 증시 폭락 사태가 빚어졌다”면서 “투자자들은 이 같은 경제정책이 경제를 회복시키지 못할 것으로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경제에 대한 불안이 팽배한 상황에서 조지 소로스 퀀텀펀드 회장이 21일 “지금의 경제 상황은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심각하다”고 말한 것도 이날 유럽 증시 폭락을 부채질했다고 영국 일간 타임스가 22일 보도했다.
세계의 증시가 폭락했지만 앞으로 더 상황이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자산전략가인 튄 드라이스마는 “우리는 아직 끝이 나지 않았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은행 크레딧스위스은행은 내부자료에서 “지금 우리가 보는 것은 금융 쇼크와 (미국) 경기침체의 시작을 알리는 증거”라고 밝혔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가 21일 전했다.
이보연 기자
byable@segye.com
'실시간 지구촌 개벽소식 > 뉴스*시사*이슈' 카테고리의 다른 글
관악산의 화기(火氣)를 막고있는 방법 4가지 (0) | 2008.04.03 |
---|---|
악몽 계속되는 서브프라임 1년 (0) | 2008.04.02 |
2008년 주도할 세계 10대 트렌드 (0) | 2008.04.02 |
[호주제 완전 폐지] 달라지는 가족제도 (0) | 2008.04.02 |
숫자의 마력魔力 (0) | 2008.04.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