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일본, 동중국해 가스전 개발·센카쿠제도 영유권 분쟁 서로를 적으로 상정하고 군사훈련... 동맹국 확보 외교경쟁도 | ||||||||||||||||
일본 나가사키(長崎)현에 주둔하는 육상자위대 장병 200여명은 지난 1월 미국 샌디에이고의 캠프 펜들턴에서 미국 해병대와 함께 사상 최초로 해외 연합상륙작전 훈련을 실시했다. ‘아이언 피스트’(Iron Fist·철권)라는 암호명이 붙은 이 작전은 가상의 적이 동중국해의 한 섬을 점령하자 이를 탈환한다는 내용이다. 일본 자위대는 또 지난 2월 말 주일미군과 함께 암호명 ‘킨 에지’(Keen Edge·예리한 날)라는 도상 통합 지휘훈련을 실시했다. 이 훈련의 시나리오 중에는 일본과 중국이 서로 영유권을 주장하는 무인도에 중국의 민간인으로 보이는 그룹이 불법 상륙하고, 중국의 해군 함정과 잠수함이 일본 영해를 침범하는 상황이 포함되어 있다. 두 훈련에서 보듯이 일본 자위대는 요즘 동중국해와 센카쿠(尖閣)제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등 중국과의 영유권 분쟁이 있는 지역에 관심의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일본 방위청은 지난해 동중국해에서 중국과의 무력충돌에 대비해 전투기가 공격 받을 경우 방어사격을 할 수 있도록 법령을 개정했다. 당시 함정은 방어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일본 방위청은 올 들어 이를 확대해 해상자위대 호위함 등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방어규칙을 바꾸기로 했다. 다시 말해 동중국해 분쟁지역을 포함하는 방공 식별권역에 중국 등 적국 전투기가 침투해 전투기나 해상자위대 호위함 등을 공격할 경우, 자위대법 95조의 ‘무기 등의 방호’를 확대 적용한다는 것이다. 일본과 중국의 대립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역사교과서,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 동중국해 가스전 개발과 영유권 마찰 등으로 양국 관계가 꼬일 대로 꼬이면서 위험수위에 다다르고 있다. 역사교과서나 야스쿠니 신사참배는 양국의 자존심과 명분 싸움이지만, 동중국해 문제는 국익과 직결된다. 동중국해는 ‘제2의 북해(北海)’로 불릴 만큼 엄청난 에너지가 묻힌 곳이다. 이 지역에는 250억톤의 석유와 8조4000억㎥의 천연가스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석유 매장량만 해도 연간 소비량 3억톤인 중국이 앞으로 80년 동안 쓸 수 있는 양이다. 에너지 소비가 매년 늘어나는 중국으로서는 동중국해를 결코 양보할 수 없다. 이 지역의 섬들을 실효지배하고 있는 일본도 마찬가지 입장이다. 일본은 2005년판 외교청서에서 동중국해 가스전 개발 등 중국의 해양 진출을 “일본의 안전보장과 주권을 침해하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양국의 함정과 항공기가 하루에도 수차례 조우하는 곳은 중국이 개발 중인 동중국해의 가스전이다.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남동쪽으로 450㎞, 일본 오키나와(沖繩)에서는 북서쪽으로 400㎞ 떨어진 이곳은 춘샤오(春曉)를 비롯해 톈와이톈(天外天), 단차오(斷橋), 찬쉐(殘雪) 등이 가스전 군(群)을 이루고 있다. 춘샤오전 전체 추정 매장량은 2460억㎥로, 중국은 앞으로 최소한 13년간 이 같은 규모의 가스를 매년 생산할 계획이다. 중국은 현재 470㎞의 해저 파이프라인을 통해 저장(浙江)성 닝보(寧波)와 상하이에 연간 25억㎥를 수송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는 630만 가구에 가스를 공급하는 오사카(大阪) 가스의 연간 가스 판매량에 해당한다. 춘샤오전은 일본이 주장하는 배타적 경제수역(EEZ)의 경계선 밖에 있기 때문에 중국이 채굴해도 형식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일본은 가스전이 해저지하의 일정한 범위에 퍼져 있고 상당 부분이 일본의 EEZ에 들어있다고 보고 있다. 일본은 “EEZ 경계 부근에서는 자원의 매장 분포에 따라 관계국에 배분하는 것이 국제적 관례”라면서 이를 나눠줄 것을 중국에 요구했지만, 중국은 이를 거부했다. 양국은 자국 해역에서 200해리의 EEZ를 설정할 수 있는 유엔국제해양법 협약을 체결했으나 어디까지를 경계로 지정할지는 동의하지 않았다. 양국이 동중국해에서 첨예하게 갈등을 빚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는 EEZ의 기준을 어떻게 설정하느냐다. 일본은 양국의 해안선으로부터 따져 중간선을 경계선으로 간주한다. 반면 중국은 대륙붕이 끝나는 지점을 경계선으로 따진다. 양국이 자국의 EEZ로 주장하는 해역의 겹치는 부분에는 흑해 유전에 맞먹는 72억톤의 석유와 천연가스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은 중국에 개발 중지와 대상 해역의 탐사 정보 제공 등을 계속 요구해왔다. 반면 중국은 개발을 중지할 이유가 없다면서 정보 제공도 거부하고 있다. 양국은 그 동안 수차례 협상을 통해 해결을 모색해왔으나 아무런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자국의 주장만 고수하고 있다. 춘샤오전 문제는 양국이 벌이고 있는 에너지 전쟁의 전초전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일본이 실효지배하고 있는 센카쿠 제도의 주변 해역에도 대규모 천연가스와 석유가 묻혀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센카쿠 제도는 대만에서 북동쪽으로 150㎞, 일본 오키나와에서 남서쪽으로 300㎞ 떨어진 해상에 있는 다섯 개의 무인도와 세 개의 암초로 되어 있다. 이 중에서 가장 큰 섬이 댜오위다오다. 역사적으로 볼 때 이 지역은 원래 중국 영토였으나 청일전쟁 이후 1855년 일본은 이 섬들을 오키나와에 편입시켰다. 1945년 2차 대전에서 패배한 일본은 대만을 중국에, 댜오위다오는 미국에 이양했다. 미국은 1972년 오키나와를 일본에 반환하면서 이 지역까지 포함시켰다. 일본 정부는 “국제법상 ‘주인 없는 땅(無主地)’을 선점한 것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역사상 명백한 자국 영토를 청나라가 쇠약한 틈을 타서 훔친 것으로 국제법에 어긋난다”고 주장하고 있다.
만조 때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바위섬 오키노토리는 섬 자체보다 주변 대륙붕의 천연가스와 어업권이 분쟁의 핵심이다. 북위 20도25분, 동경 136도05분에 위치한 이곳은 대만과 홍콩보다 남쪽에 있으며 하와이 제도의 하와이 섬 북부와 위도가 같다. 주변 100㎞ 이내에 어떤 섬도 없다.
일본 방위청은 내부적으로 중국과 군사적 충돌이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해양 자원을 둘러싼 대립 ▲ 센카쿠제도 영유권 분쟁 ▲ 중국·대만 간 분쟁의 파급 등 세 가지로 상정하고 있다. 일본 방위청은 특히 센카쿠 제도의 경우, 중국 공산당이 자국의 비판 여론으로 위기에 몰릴 때 여론의 화살을 국외로 돌리기 위해 무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꼽고 있다. 일본은 이처럼 중국을 적국으로 상정하고 이에 대비하는 군사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공군력의 증강이다. 일본 방위청은 오는 2008년까지 오키나와 나하(那覇) 기지에 전투능력이 뛰어난 F-15 전투기 24대를 배치할 방침이다. F-15 전투기는 항속거리가 4600㎞로, 센카쿠 제도 등을 통제할 수 있는 등 동중국해의 항공전력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 일본 항공자위대는 160대의 F-15 전투기를 보유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러시아에서 수호이(SU)-30기를 대거 도입했으며 자체적으로 최신예 전투기 J-10기를 생산, 실전 배치하고 있다.
또 양국 외교의 수장도 회담은커녕 가시 돋친 설전만을 주고받고 있다. 리자오싱(李肇星)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 3월 7일 기자회견에서 고이즈미 총리의 신사참배에 대해 “독일인도 이해할 수 없는, 어리석고 부도덕한 짓”이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일본 외무성은 타국 총리에 대한 말치고는 무례하다며 왕이(王毅) 주일 중국대사를 불렀으나, 왕 대사는 “바쁘다”는 핑계로 응하지 않았다. 외국 대사가 주재국 외교 당국의 소환요청에 불응하는 것은 외교관례상 이례적인 일이다. 리 중국 외교부장은 “왕 대사가 아주 훌륭한 외교관”이라고 오히려 칭찬했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외상도 지난 3월 9일 “대만은 일본과 가치관을 공유하는 나라며 민주주의가 성숙해 있고 자유시장경제를 신봉하는 법치주의 국가”라며 중국의 급소를 찔렀다. 아소 외상은 월스트리트 저널(3월 13일자)에 ‘일본은 민주적인 중국을 기다린다’는 제목의 글을 기고하기도 했다. 양국은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각국에 대한 포섭 전략에 나서고 있다. 중국은 그 동안 에너지를 확보하기 위해 중앙아시아, 남미, 아프리카 등에 적극 진출, 상당한 성과를 올렸다. 후진타오 주석 등 중국 지도부가 직접 순방 외교까지 벌이면서 공을 들여왔다. 반면 일본은 지난해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되는 데 실패하는 등 중국보다 외교적으로 열세를 보였다. 특히 일본은 미국 일변도의 외교 정책을 추진해왔기 때문에 중국에 비해 보폭이 좁을 수밖에 없었다. 일본은 올해부터 중국의 외교 행보를 본격적으로 견제하기 시작했다. 오는 5월 하순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5개국 외무장관을 도쿄로 초청할 계획이다. 중국이 중앙아시아 각국과 구축한 상하이협력기구(SCO)를 의식한 포석이다. 일본은 이들 국가에 각종 지원을 강화할 방침이다. 또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희망하는 우즈베키스탄과 타지키스탄의 조기 가입도 지원키로 했다. 일본은 에너지 외교에서 중국에 뒤졌다고 생각하는 아프리카 외교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고이즈미 총리는 4월 29일부터 일주일간 에티오피아와 가나 등을 방문한다. 고이즈미 총리는 일본 정상으로서는 처음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 있는 아프리카연합(AU) 본부를 방문할 예정이다. 중국을 견제하는 데 가장 적절한 카드인 인도와의 관계도 강화하고 있다. 아소 외상이 지난 1월 3일 인도를 방문한 데 이어 만모한 싱 인도 총리가 오는 6~7월 일본을 공식 방문할 예정이다. 중국과 밀접한 유대를 맺고 있는 이란에 대해서도 미소를 보내고 있다. 일본은 지난 2월 마누셰르 모타키 이란 외무장관을 초청, 극진하게 대접하기도 했다. 양국의 경제 싸움도 만만치 않다. 중국은 오는 2010년까지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기로 합의했다. 양측은 이에 따라 지난 해 7월 상품 부문에 대한 관세를 인하하는 등 본격적인 경제 통합을 시작했다. 중국은 아세안 10개국과 이른바 ‘차프타’(CAFTA :China-ASEAN Free Trade Agreement)를 건설, 북미자유무역지대(NAFTA)와 EU에 이은 세계 3대 경제권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중국이 아세안을 선점, 아시아 시장의 주도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은 또 한발 나아가 호주와 뉴질랜드 등 오세아니아도 FTA로 묶는다는 전략이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지난 4월 초 호주, 뉴질랜드를 공식 방문, FTA 협상을 제안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에 맞서 일본도 FTA를 축으로 포괄적인 지역경제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동아시아 경제연대협정’(EPA:Economic Partnership Agreement)을 추진키로 했다. 오는 2008년 협상을 시작해 2010년 협정을 체결한다는 목표도 정했다. 대상 국가는 한국, 중국, 인도, 호주, 뉴질랜드, 아세안 등 16개국이다. EPA는 관세 철폐와 인하를 골자로 하는 FTA에 더해 투자와 서비스, 지적 재산권, 인적자원 이동의 자유화까지 포함하는 포괄적인 경제협정이다. 협정 체결국들은 느슨한 형태의 경제 공동체를 이루게 된다. 양국의 구상이 판에 박은 듯하다.
반면 일본인의 반중 감정도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일본 내각부가 지난 연말 20세 이상 성인 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중국에 친밀감을 느낀다’는 응답이 32.4%를 나타냈다. 이는 이 조사를 시작한 1978년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친밀감을 느끼지 않는다’고 대답한 비율도 63.4%에 달해 처음으로 60%를 넘어섰다.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truth21c@empa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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