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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中 불붙은 군비경쟁, 北核 - 테러 계기 동북아 자리다툼

by 바로요거 2008. 3. 19.

日-中 불붙은 군비경쟁
北核 - 테러 계기 동북아 자리다툼

《냉전 체제 붕괴 후 세계는 유일한 초강대국인 미국의 1극 지배로 바뀌었다. 하지만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동북아 지역은 아직도 사실상의 냉전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남북한이 무력으로 대치 중이며 주변에는 일본 중국 러시아 대만은 물론 미국이 각기 막강한 군사력을 배치해 놓고 있다. 이 가운데서도 최근 북한 핵 위기를 계기로 한층 주목되는 국가가 일본과 중국이다. 일본은 자위대를 정식 군대조직인 ‘국방군’으로 전환하려 하고 있으며 중국은 군 조직을 첨단 정보 과학기술 중심으로 개편하려 하고 있다. 동북아 군사력 실태와 중일 양국의 군사력 변화를 집중 취재했다.》



▼자위대, 국방군으로 정식 군대 추진▼

북한 핵 위기를 계기로 미국의 신보수주의(네오콘) 물결이 일본에도 몰려와 최근 일본 내에 ‘평화헌법’을 개정해 ‘자위대’를 ‘군대’로 바꿔야 한다는 우경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식 군대인 ‘국방군’으로

집권 자민당 의원 모임인 헌법조사회는 자위대를 ‘국방군’으로 개편하고 집단적 자위권 행사도 가능하게 하는 내용의 개헌안을 마련 중이다. 연말까지는 초안을 확정해 야당과 협의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자위대 해외 활동도 근년에 무척 활발해졌다. 이라크에 1000명의 자위대원을 파병하는 법안이 중의원을 통과함에 따라 10월에는 자위대원이 파병될 전망이다. 자위대 해외파병은 1991년 시작됐다. 걸프전 이후 페르시아만 기뢰 제거를 위한 소해정 파견이었다. 이후 유엔 평화유지군 활동을 지원한다는 명분 아래 항공자위대 소속 수송기, 육상 자위대원, 연료 보급함, 이지스함 등이 해외에 보내졌으며 자위대는 해외 정보수집과 실전에 준하는 장거리 이동 경험을 쌓았다. 자위대는 해외활동 개시 12년 만에 사실상 전투지역인 이라크까지 활동 무대를 넓히고 있다.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원자폭탄 공격을 받은 세계 유일의 피폭국이라 핵무장 논의는 금기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북한 핵에 대응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은 핵무장밖에 없다는 주장이 공공연히 등장하고 있다.

과거 냉전 체제하에서 자위대 전략의 핵심은 가상 적국 ‘소련’으로부터의 방어였다. 육상 자위대 9개 사단 중 4개 사단이 홋카이도(北海道)에 배치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러나 자위대는 최근 미군 배치 전략 변화에 맞물려 북방 중시에서 서방 중시로 전략을 전환 중이라는 것이 군사 전문가들의 일치된 분석이다. 북한과 중국을 최대의 위협으로 판단하고 일본이 군사력을 강화하면 동북아 긴장이 더욱 높아진다는 점에서 자위대 동향은 주목의 대상이다.


▽막강한 전력 강화 움직임

자위대는 그간 군대보다 강력한 ‘군대 아닌 조직’, 혹은 세계 5대 강군(强軍)으로 불려왔다.

현행 일본 헌법에 군대 보유 금지 조항이 있어 형식상 자위대는 ‘전수(專守)방위’ 개념의 수비 위주 조직이다.

그러나 육상, 해상, 항공 자위대의 연간 예산은 총 5조엔(약 50조원)으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국방비를 자랑한다.

병력은 육상 자위대 15만명을 비롯해 총 24만명. 중국의 160만명, 북한의 110만명, 한국의 68만명에 비하면 수는 적지만 전력은 막강하다. 편제가 하사관과 장교 중심이라 유사시 동원령 등을 통해 일반병사를 충원하면 일거에 200만 대군으로 탈바꿈할 능력이 있다.

F-15를 개조한 주력 전투기 F-15J는 203대로 한국의 F-16 166대, 북한의 미그기 수호이 등 전투기 97대를 능가하는 항공 전력을 자랑한다. 해상자위대는 16척의 잠수함과 총 37만4000t에 해당하는 140척의 함정을 보유하고 있으며 최신예함 이지스도 3척을 운용 중이다. 방위산업 수준도 매우 높아 1990년대에 이미 함정의 부품 80% 이상을 국내에서 조달했고 세계적으로 뛰어난 성능의 장갑차량도 자체 개발했다. 주력 전투기인 F-15J도 절반 이상을 자체 조립 생산했다.

올해 3월에는 자체 개발한 정찰위성 2기를 발사하는 데 성공해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 일대를 감시권 아래에 두게 됐다. 일본의 위성 발사 기술, 우주 관련 기술은 이미 유럽이나 미국에 육박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내년부터 적의 탄도미사일을 대기권 밖, 목표물 접근 직전 등 2차에 걸쳐 격추하는 최신 미사일방어(MD)시스템을 미국에서 도입하기 위해 예산을 편성할 방침이다. 북한이 최대 500기의 노동미사일과 50개의 발사대를 실전배치했다는 미확인 정보가 널리 유포되면서 MD 도입은 일본 내에서 이론의 여지가 없는 실정이다.

도쿄=조헌주특파원 hanscho@donga.com




▼올부터 3년간 병력 50만 감군대신▼

중국 4세대 지도부가 공식 출범한 지 두 달여 만인 5월 23일 베이징(北京)에서는 심상치 않은 공산당 내부 학습이 진행됐다.

강사는 인민해방군 군사과학원 첸하이하오(錢海晧) 푸리췬(傅立群) 연구원. 후진타오(胡錦濤) 총서기를 비롯한 당 정치국원 전원이 강의를 주의 깊게 들었다. 주제는 ‘세계 신(新) 군사혁신의 발전 추세’. 공산당 핵심 지도부가 집단적으로 군사학 학습을 받은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해방군보와 국방보 등 군 기관지들은 최근 이라크전쟁의 교훈과 군사혁신에 대한 글들을 거의 매일 쏟아내고 있다. 주요 내용은 군사혁신에 입각한 새로운 전략사상 수립과 첨단정보기술군을 지향하는 군조직 개편 등. 중국군은 과거에 볼 수 없었던 질적 향상을 추구하고 있다.


▽새로운 전략사상 수립

걸프전에 충격받은 중국군은 1990년대 중반 인민전쟁 전략을 전면 폐기하고 ‘첨단기술 조건하의 제한 국지 전쟁’으로 군사전략을 전환했다. 이 전략은 이라크전쟁 이후 정보화와 기계화를 동시에 실현하는 ‘도약식’ 발전을 이루는 방향으로 보완되고 있다.

해방군보 등은 최근 “중국 특색의 군사혁신을 이루기 위해서는 사상 해방부터 이뤄야 한다”면서 “보수주의와 경험주의를 깨뜨리고 부정을 부정하는 변증법적 사고로 새로운 전략사상을 찾아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3단계 감군 및 군구제도 개편

중국은 올해부터 3년간 병력 50만명을 줄이는 제3차 감군 작업에 들어갔다. 비대한 육군 병력을 200만명 이내로 경량화하면서 지난 20년간 유지했던 7대 군구를 재편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서방 군사소식통들은 “중국군이 현행 7대 군구를 6대 군구나 5대 군구 또는 3대 군구로 줄이거나 군구제도를 아예 철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공군력 증강과 항공 우주무기 개발

중국은 특유의 ‘전략적 국경’ 개념에 바탕해 해·공군력 증강 및 우주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리적 국경은 변화시킬 수 없되 군사력이 신장되면 전략적 국경을 얼마든지 넓힐 수 있다는 것이다.

전형적 사례가 ‘3단계 도련(島鍊·island chain)’의 해양 전략. 제1 도련은 블라디보스토크∼일본 열도∼필리핀 열도, 제2 도련은 마리아나와 괌 군도, 제3 도련은 태평양과 인도양을 망라하는 선이다. 중국 해군은 2000년까지 제1 도련의 해양통제권을 장악했다고 판단하고 제2 도련 단계로 전략을 옮겨가고 있다.

올 4월 최첨단 이지스 구축함을 처음 진수시킴으로써 대양해군 발전을 위한 결정적 토대를 마련한 것도 그 일환이다. 2010년에는 항공모함을 보유할 계획이다.

중국군은 미래 전장이 항공 우주가 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20여년을 끌어온 젠(殲)-10A 신형 전폭기를 지난해 11월 극비 개발한 데 이어 제4세대 전투기인 젠-13 개발을 서두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은 또 미국의 미사일방어(MD) 계획에 대항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소형 핵탄두 3개를 동시 탑재할 수 있는 사거리 8000km의 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둥펑(東風)-31의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이와 함께 지난해 말 선저우(神舟) 4호를 발사한 데 이어 올 가을 세계 3번째로 유인 우주선 선저우 5호를 쏘아 올릴 계획이다. 선저우 4호는 지구궤도에서 자세변환 및 궤도이탈로 미국의 우주요격과 MD체제를 무력화할 수 있는 우주실험을 단행함으로써 서방 군사전문가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국방비 증액

스웨덴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에 따르면 중국의 지난해 군사비는 2001년의 263억달러에 비해 18.3% 늘어난 311억달러.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에 이어 세계 5위이며 무기 도입은 세계 1위였다. 늘어난 군사비는 수호이-30MK, 소브레멘느이급 구축함, 킬로급 잠수함 등 러시아 첨단무기를 사들이는 데 쓰였다.

베이징=황유성특파원 yshwang@donga.com
2003.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