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울포위츠 미 국방부 부장관 등 미 정부와 군 고위관계자들이 주한미군 전력증강과 한국의 국방비 증액 필요성을 최근 부쩍 강조하고 있는 것은 전세계 미군 재편(再編)계획에 따른 주한미군의 대대적인 변화가 아주 가까운 시일 안에 시작될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다.
리언 러포트 주한미군사령관은 3일 국회에서 열린 조찬 강연회에서 “주한미군 전력증강은 전쟁 억지력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지 결코 공세적 조치를 취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며 “800기 이상의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는 북한에 대해 대응조치를 강구하지 않는 것은 대단히 어리석은 일”이라고 최근 발표된 전력증강계획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또 “한국도 한국군의 능력향상을 위해 미국에 상응하는 보완적 투자를 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울포위츠 부장관이 전날 여러 차례 강조했던 것과 똑같은 발언이다.
전문가들은 주한미군이 향후 3년간 150개 항목에 걸쳐 110억달러라는 거액을 투자해 전력을 증강하는 만큼 한국측도 국방비 및 주한미군 방위비분담액 증액이라는 ‘성의’를 보일 필요가 있다는 얘기로 받아들이고 있다. 미군과 호환성 있는 무기체계 도입을 미측이 앞으로 요구할 가능성을 예고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특히 이날 러포트 사령관은 전력증강과 더불어 작전개념도 정치·경제의 중심지인 서울을 방어하는 쪽으로 바꿀 것으로 밝혀 눈길을 끌고 있다.
그동안 한·미 양국군은 유사시 서울 이북지역에서 북한의 남침을 저지한다는 작전개념을 갖고 있었으나 북한의 화학무기와 170㎜자주포, 240㎜ 방사포 등 장거리포 공격에 취약한 것으로 평가돼왔다.
한·미 양국군은 올해 초부터 무인항공기(UAV) 등 첨단 정보수집 체계와 합동직격탄(JDAM) 등 정밀유도무기를 동원해 북한의 생화학무기와 스커드 등 탄도미사일, 장거리포 갱도진지 등을 조기에 무력화하는 신 작전개념을 발전시키고 있다. 북한의 공격 징후가 명확할 경우 선제타격하는 계획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또한 작전개념이 과거 수동적인 남침저지에서 능동적인 서울 방어로 바뀐 데 기인한 것이다.
대대적인 주한미군 전력증강과 작전개념 변화가 예정됨에 따라 앞으로 주한미군 감축 및 재배치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울포위츠 부장관은 2일 대한상의 연설에서 “이제 우리는 인계철선과 같은 오랜 개념이나 구호에서 벗어날 때”라며 “특정지역에 대한 미군 주둔 여부를 놓고 판단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밝혀 미 2사단의 한강이남 재배치를 추진할 것임을 시사했다. 강력한 첨단무기 체계의 도입으로 미 2사단 2개 여단 중 1개 여단 정도가 감축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미군 재편 배경에 대해 울포위츠 부장관은 “오늘날 과거와 다른 형태의 위협이 존재하며 미국의 군사능력은 전례없이 증강됐다. 군의 태세와 효율적 운용 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라크전을 통해 확인된 미국의 신 군사전략과 작전개념, 9·11 테러 이후의 안보환경 변화, 그리고 이에 따른 전세계 미군 재편계획과 주한미군 변화가 맞물려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미군 재편과 전력증강 계획에 따라 주한미군이 북한의 남침 저지만을 위한 목적에서 벗어나 동북아 지역 분쟁 발생시 적극 개입하는 ‘동북아 기동타격대’ 역할을 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올여름부터 한국에 1개 대대씩 순환배치될 것으로 알려진 신속기동여단(SBCT·Striker Brigade Combat Team)은 미국이 전세계 분쟁지역에 96시간 이내에 신속하게 투입하기 위해 2000년 이후 발전시키고 있는 첨단 부대다. 이 부대는 4만~5만t급 수송선 3~4척에 1개 중무장 여단 장비를 실어 한반도에 해상 배치하는 계획과 함께 주한미군이 ‘동북아 균형자’ 역할을 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전망이다.
한편 미군 전력증강 및 작전개념의 변화와 북한 핵문제 연관성도 군 안팎에서 촉각을 곤두세우는 부분이다. 국방부와 주한미군 당국자들은 “북한 핵문제와는 무관하게 이뤄지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으나,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 핵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되지 않을 경우 군사적 옵션을 택할 수도 있다는 강한 메시지를 전하는 의미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F-117스텔스 전폭기의 한반도 배치 연장, 초고속 수송선(HSV) 에 의한 주일 미 해병대 한반도 전개훈련, 비밀정보부대 공개 등 미국의 ‘무력시위’가 잇따르고 있는 것도 북핵 문제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출처 : 조선일보 200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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