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러시아 봉쇄도 노린다 ....... 金禹鉉

[시론] 美, 러시아 봉쇄도 노린다 ....... 金禹鉉

 

	▲사진설명 : 金禹鉉 (경북대 교수·국제정치)

세계 역사의 흐름을 크게 보면 19세기 후반 부터 지금까지 앵글로 색슨 우월주의와 슬라브 우월주의의 대립 관계였다. 19세기 말까지는 영국이 앵글로색슨 우월주의 를 이끌었으며, 20세기에는 미국으로 바뀌었다. 영국은 페르시아와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러시아의 남하정책을 막아내고 아랍 지역을 세력 권에 넣었으며, 동북아시아에서는 영·일동맹으로 러시아의 태평양 진출 을 막았다.

20세기에는 미국이 영국을 대신해 2차대전 이후 소련에 대한 봉쇄정책 을 폈다. 따라서 19세기 후반부터 앵글로색슨 우월주의를 주장한 미국과 영국이 세계 역사의 중심부였고 유라시아대륙은 주변부였다.

그러나 21세기에는 중심부인 미국이 약화되고 그동안 주변부였던 유라 시아대륙이 주변부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근본적인 이유는 유럽통합과 중 국의 오름세이다. 소련 공산주의가 무너지면서 러시아는 중앙아시아에 있는 공화국들을 잃었으며, 이 지역은 중국과 이슬람권의 압력을 받고 있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 진출한 것은 이 지역 에 중국의 힘이 미치는 것을 막으려는 뜻이 강하다. 따라서 중앙아시아에는 러시아 · 중국 · 이슬람세력에 이어 미국이 힘 겨루기를 한다.

러시아의 서쪽에서는 옛 동유럽 공산국가들을 유럽 통합에 가담시키 면 서 러시아를 압박하고 있다. 슬라브 우월주의 또는 팬슬라비즘의 지도 국인 러시아는 유럽 통합과 중국 사이에서 고립되고 있다.

앵글로색슨 우월주의와 힘을 겨루던 슬라브 우월주의는 세계 역사의 주역 역할을 잃어 가고 있다. 발틱 지역과 중앙아시아에 있던 공산주의 소련공화국들은 러시아에서 분리됐으며, 러시아는 이들을 다시 통합하기 위해 독립국가연합(CIS)을 만들었지만, 경제가 약하기 때문에 역할을 다 하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는 경제력을 석유 수출에 의존하려고 한다.

러시아는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세계 제일의 산유국가가 되었다. 러시아가 석유 자본으로 중앙아시아의 잃어버린 이슬람공화국들을 다시 통합하려면 이 공화국들을 지원하는 아랍 지역의 이슬람문화권과의 화해와 협력이 이뤄져야 한다. 이들 공화국은 슬라브문화권과 이슬람문화권의 갈등 고리 이며, 동시에 화해와 협력의 연결 고리이다. 중앙아시아 공화국들을 연결 고 리로 러시아와 아랍국가들의 협력관계가 이뤄진다면, 이것은 슬라브문화 권과 이슬람문화권의 에너지(석유)연합이 된다.

이것은 러시아의 기술 · 석유와 이슬람권 석유의 결합으로써 러시아 가 주도하는 OPEC(석유수출국기구)이 될 수도 있다. 1970년대 이슬람권 이 주도하였던 OPEC은 정치력과 군사력이 없었지만 러시아가 주도할지도 모를 에너지연합은 이것을 보충해주기 때문에 세계 정치에 엄청난 파장 을 가져온다. 또한 러시아가 아랍 지역을 거쳐 인도양까지 나온다면 앵글 로 색슨 우월주의는 오히려 슬라브 우월주의에 밀리고 세계 역사에서 유 라시 아대륙이 중심부가 되고 미국은 주변부로 바뀔 수도 있다. 미국은 석유를 통한 슬라브 우월주의의 오름세를 막으려면 러시아와 아랍국가들이 협력을 못하도록 분리시켜 야 한다.

이제 세계 역사의 전환점에 서있는 미국은 이라크전쟁을 통해서 러시 아의 인도양 진출을 막으려 한다. 이것은 19세기에는 영국이, 제2차대전 이후에는 미국이 소련의 남하를 막으려는 봉쇄정책과 같은 맥락이다.

21세기 미국의 세계 전략은 문화적으로 이질적인 중국을 상대해야한 다. 이러한 목적으로 1990년대 초 아버지 부시 대통령이 러시아까지 포함하는 범대서양공동체를 만들자고 제안하였다. 이것은 유교문화권 인 중국에 대한 기독교 문화권의 협력관계로서 19세기 유럽 국가들의 중 국에 대한 유럽 협조체제와 같다.

만일 러시아가 이슬람문화권과 에너지연합을 통해서 슬라브 우월주의 를 강화한다면 미국의 범대서양공동체는 불가능하다. 러시아를 이에 참가 시키려면 러시아를 고립시켜야 한다. 미국은 아프가니 스탄전쟁을 통해서 중앙아시아에 진출하여 러시아와 중국을 견제하고, 이라크전쟁을 통해서 러시아를 압박하여 앵글로색슨 우월주 의를 유지하려고 한다.

(金禹鉉 / 경북대 교수·국제정치)

출처 : 조선일보 2003년 2월 23일 일요일판 A1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