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셰비키 혁명이 일어난 1917년에 태어난 캐스퍼 와인버거 전 국방장관은 80년대 레이건 행정부의 국방장관으로 7년간 장수하면서 소련을 붕괴로 이끈 미.소 군비경쟁을 주도했다.
그가 정력적으로 추진한 전략방위계획(SDI)은 소련을 경제적으로 탈진시켰다. 브레즈네프의 소련이 미국을 상대로 무모하게 벌인 군비경쟁이 소련 붕괴의 원인(遠因)으로 꼽힌다.
캘리포니아 주의회에서 정치에 입문한 그는 대기업 중역을 거쳐 닉슨과 포드 행정부에서는 건강.교육.복지장관을 지냈다. 한반도의 가상전쟁을 소재로 한 '다음 전쟁'이라는 소설도 쓴 그는
지금은 경제지 포브스의 회장으로 정력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포브스 한국판 창간 리셉션에 참석하러 서울에 온 그를 만나 급박하게 돌아가는 이라크 사태와 북한 핵위기에 관한 의견을 들었다.
▶김영희=이라크 전쟁이 임박했습니까.
▶와인버거=그렇습니다. 다른 방법이 없어요. 사담 후세인은 세계 최악의 잔인한 독재자입니다. 그런 사람을 상대로 전쟁이 아니고는 방법이 없습니다.
▶金=예상대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결의안을 부결시키면 이론적으로는 유엔이 이라크 전쟁에 반대하는 것인데 그래도 미국은 전쟁을 합니까.
▶와인버거=전쟁에는 항상 반대가 있어요. 두번의 세계대전 때도 그랬고 한국전쟁에 개입할 때도 그랬어요. 다만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큰 상처를 입지 않았으면 해요. 유엔은 스스로의 약화를 초래하고 있어요.
▶金=미국이 국제사회의 광범위한 지지없이 이라크를 공격하면 후세인을 축출한 뒤 이라크를 재건하는 일이 쉽지 않을텐데요.
▶와인버거=프랑스와 러시아가 전쟁에는 반대를 해도 이라크를 재건하는 데는 기꺼이 참여할 것입니다. 경제적으로 이익이 되니까요.
▶金=후세인이 축출되고 나면 이라크에 민주적인 정부를 세울 자신이 있습니까.
▶와인버거=그렇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의 결과를 보세요. 독일과 일본에서는 세계대전을 일으킨 정권들은 사라지고 민주정부가 들어섰어요.
▶金=이라크 전쟁의 배경에는 석유 이권도 있습니까.
▶와인버거=천만에, 전쟁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전쟁을 막기 위해 양동전술 같은 주장을 합니다. 석유가 전쟁의 목적이라는 것도 그런 주장에 불과해요. 미국은 수입 석유 전체의 1.5%만 이라크에서 수입해요.
▶金=후세인이 축출되면 북한의 김정일이 핵게임을 중단할까요.
▶와인버거=후세인을 그대로 두면 결과적으로 김정일을 고무하는 것과 같아요.
▶金=포브스 최근호에 쓴 글에서 북한 김정일 정권을 바꾸자고 주장하셨죠.
▶와인버거=김정일이 자진해 물러나지 않으면 바꿀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후세인의 몰락을 보면 김정일이 물러날 수도 있어요.
▶金=군사적 수단을 동원합니까.
▶와인버거=그게 아니고 북한 국민들을 설득하는 것입니다. 김정일이 물러나라는 설득을 받아들일 리가 없어요. 그래서 나는 외교적인 해결에 회의적입니다. 외교적인 해결은 쌍방이 합의를 하고 그 합의를 지키는 것이 전제가 되는 것인데 김정일에게 그걸 기대할 수는 없어요. 클린턴 정부는 그런 실수를 저질렀어요.
▶金=외교적인 방법이 안 통하면 그때는….
▶와인버거=협상도 안되고 북한이 핵무기를 갖는다면 남은 최선의 방법이 무엇인가를 생각해야죠. 군사적인 행동은 하나의 선택으로 확보해야죠. 그러나 먼저 많은 외교적인 노력을 하면서 효과를 기다려야죠. 여기서 효과라는 것은 김정일의 퇴진을 말합니다.
▶金=미국이 북.미 양자회담 대신 다자간 회담을 고집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와인버거=양자회담은 합의를 어긴 북한에 보상하는 것과 같아요.
▶金=그러나 핵위기의 본질은 북한과 미국이 94년 제네바 합의를 회복하는 문제 아닙니까.
▶와인버거=북한이 그 합의를 깨버렸어요. 양자가 합의를 해도 그건 한시간 안에 깨질 합의입니다.
▶金=부시와 클린턴을 비교하면 어떻습니까.
▶와인버거=클린턴은 미국의 최악의 대통령입니다. 그에게는 대통령 선거에 당선되고 또 재선되는 것 말고는 어떤 기준도 도덕적인 원칙도 정책도 없었어요. 북한이 말썽을 부려 신문 1면을 장식하는 것을 막는 게 그의 정책의 전부였어요.
▶金=좋은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