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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프린스호’ 12년… 다시 보는 ‘무대책’

by 바로요거 2007. 12. 14.

 

2007년 12월 13일 (목) 04:26   조선일보

[독자 칼럼] ‘씨프린스호’ 12년… 다시 보는 ‘무대책’

 



김계현 인하대 교수
1989년에 발생한 알래스카 연안의 엑손발데스호 기름유출은 북미 역사상 최악의 사고로, 유출된 4만1000t 기름이 1800km 해안을 오염시켰다. 3년이 소요된 기름 제거에는 하루 1만 명의 인원을 동원하는 등, 2조5000억원이 소요되었다. 원인 제공자인 엑손은 방제 비용은 물론 사고 직후 1만1000명의 피해어민에게 3000억원을 긴급 지원하고, 이후 250억원의 벌금 및 어민 생계지원과 환경피해 보상으로 1조원의 배상금 등 모두 3조5000억원을 부담하였다.

이는 당시 세계 최대 정유회사인 엑손의 한 해 총 이익을 능가하는 금액이었다. 이후 미국 정부는 위성을 통한 유조선의 항해 모니터링과 기름 유출 시 위기대응지침의 수립, 72시간 내 5만t의 기름 제거가 가능한 장비 확보, 이중선체 유조선만 운행을 허가하는 법적규제 강화 등 1989년 대비 10배 이상 해양방제능력을 증대하였다. 그야말로 소 잃고 외양간을 단단히 고친 셈이다.

우리도 유사한 경험이 있다. 95년 씨프린스호에서 5000t의 기름 유출로 300km 해안을 오염시키고 어민 피해가 736억원, 기름 제거에 5개월의 기간과 224억원이 투입되었다. 한데 우리는 소만 잃고 외양간은 고치지 못했다. 사고 이후 법적 보완과 재난 대처를 위한 정부조직 개편, 예산 확보와 장비 도입 등을 실현하지 못했다. 이번 태안의 기름 유출 1만500t은 엑손발데스호의 4분의1에 달하는 규모지만, 우리의 무방비상태를 고려하면 국가적 재앙임에 틀림없다. 사고 초기 정부의 안일한 판단과 대응은 정부가 평소 얼마나 재난대처에 소홀했는가를 보여준다. 기름제거 작업도 사전 준비 없이 이루어져 오히려 부작용이 우려된다. 인원동원도 원활치 않아 자원봉사자에 대한 의존이 커서 결국 해양경찰청의 능력 밖이다. 정부 대응이 이러니 원인을 제공한 회사도 즉각적 어민 피해보상책도 없이 방관하는 실정이다.

갈수록 대형화되는 재난에 맞서 신속한 대응과 피해복구로 국민과 국토환경을 보호하는 것은 하나의 기관이나 부처로서는 역부족이다. 따라서 NSC와 행자부, 경찰청, 해양경찰청, 소방방재청으로 분산 중복된 국가재난관리체계의 통폐합이 시급하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국토안보부와 같은 형태로 통합되는 추세이다. 아울러 현행 재난및안전관리기본법 외에 시설과 산업, 교통안전, 긴급구조와 연관된 70여 개 법률의 일제 정비로 통합대응체계를 지원하고 주민 보상도 보완해야 한다. 여기에 IT와 위성기술을 토대로 주요 시설물과 선박 등의 실시간 모니터링 체계도 갖추고 방제장비도 대폭 확보해야 한다.




[김계현 인하대 지리정보공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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