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자금 은행서 빌리려면

2006년 9월 13일 (수) 17:30   매일경제

전세자금 은행서 빌리려면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연봉 5000만원의 김 과장. 전세자금을 대출받기 위해 은행을 방문하면 으레 "신용대출을 받는 게 낫다"는 소리를 듣는다.

금리가 싼 국민주택기금 전세자금 대출은 주로 영세민과 연 3000만원 이하 저소득 서민층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친절한 설명도 해준다. 김 과장은 해당 사항이 아니라는 얘기다.

시중은행 직장인 전세자금 대출은 최고 8000만원까지 가능하지만 대출금리가 최고 16%대로 높다. 준비할 서류도 많고 임대인 질권설정을 받는 것도 쉽지 않다고 부추긴다.

그렇다고 신용대출이 만만한 것도 아니다. 은행 신용대출은 보통 5000만원이 한도다. 1억원 정도 전세자금을 마련하는 데는 턱없이 부족하다. 최근 은행권 신용대출경쟁이 일면서 일부 은행이 최고 1억원까지 신용대출을 해주고 있지만 신용도가 높은 고객에게 한정돼 있다.

금리도 비싸다. 공무원, 교사, 변호사ㆍ회계사 등 고소득 자영업자, 대기업 직원이아닌 다음에야 연 10%대 고금리를 감수해야 한다. 고금리에다 모자라는 돈은 은행보다 금리가 더 높은 제2금융권에서 융통할 수밖에 없다.

김 과장에게 선택의 여지는 없는 걸까.

그러나 김 과장은 8000만원을 연 5.2%대 낮은 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었다. 어떤 대출을 받았을까.

김 과장은 저소득층 대상 근로자서민주택전세자금 대출을 받았다. 서민 전세자금 대출은 연 소득 3000만원 이하 무주택 가구주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다. 김 과장 연봉은 5000만원이지만 성과급과 상여금 등을 뺀 본봉을 기준으로 하면 3000만원이기때문에 대상자가 된다. 웬만한 중소기업 직원, 사회 초년병이 대부분 해당된다고 보면 된다. 자신의 본봉은 회사 경리파트에서 원천징수영수증을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근로자서민주택전세자금 대출은 국민은행 우리은행 농협 등에서 가능하며 최고 6000만원 이내에서 전세금 중 70%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아들 둘, 딸 하나를 두고 있는 김 과장은 세 자녀 이상 우대 혜택을 받아 80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했다.

영세민은 국민ㆍ우리ㆍ농협 등에서 국민주택기금을 활용한 영세민전세자금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대출한도는 서울 3500만원, 수도권 2800만원, 기타 2100만원이다. 세 자녀 이상이면 서울 4200만원, 수도권 3500만원, 기타 2800만원 으로 늘어난다.보증료 담보 가산금리 0.5%를 더해 연 2.5% 저리로 대출이 가능하다. 자치단체에서영세민 추천서를 받아야 한다.

가장 애매한 사례가 연 소득이 3000만원을 넘는 일반 직장인들이다. 시중은행 직장인 전세자금 대출은 주택신용보증서 담보로 전세금 중 70%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대출한도는 다른 금융기관 대출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어 연 소득 4000만원인 직장인이 이미 다른 은행에서 1000만원을 대출받았다면 3000만원까지만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보증료 가산금리(1%)에다 신용등급 등을 감안해 금리가 8~16%나 되는 게 부담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일반 직장인 전세자금 대출은 집주인의 질권설정 동의를 받기 힘든 데다 서류도 많고 금리도 비싸 영업점에서는 차라리 신용대출을 권한다"고 말했다.

은행에서도 직장인 전세자금 대출을 반기지 않는다. 절차가 복잡해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이다.

[최용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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