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종교의 미신 비하는 잘못, 물질만능의 서구사회 구원할 대안일 수도.
"민족종교를 미신이라며 이단시하거나 비하하는 것은 잘못입니다. 오히려 갈수록 물질주의화하는 서구를 구원할 정신적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26일 오후 3시부터 서울 중구 한국일보빌딩 13층 송현클럽에서 열리는 한국민족종교협의회(회장 한양원) 주최 국제학술대회 참석차 일시 귀국한 김상일 교수(65. 미 클레어몬트대)의 목소리는 단호하다. 그는 미국내 5대 신학대학으로 꼽히는 클레어몬트대에서 9월부터 박사과정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국 민족종교의 과거와 미래'란 강의를 하고 있다.
그는 "우리 것을 낮춰보는 것은 서양의 눈으로 동양을 보는 우리 안의 또 다른 오리엔탈리즘"이라며 "세상을 구원할 메시아가 동양인이라면 안된다는 법이 있나요"라고 반문한다.
김 교수는 황혜숙 교수와 함께 매주 금요일 세 시간에 걸쳐 원불교, 천도교 등 한국의 민족종교 14개의 역사와 교리를 하나씩 설명하는데 반응이 꽤 뜨겁단다. 인근 타 대학에서도 강좌 개설 교섭이 왔을 정도란다.
"남녀평등 혹은 여성상위 이념, 천지인(天地人) 합일사상. 개벽 사상 등 우리 민족종교의 교리에 매력이나 호기심을 느낀 듯합니다"
김 교수에 따르면 가부장적인 기왕의 종교는 현대 사회의 수요에 부응하지 못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그가 미국에서 처음으로 한국의 민족종교를 소개하게 된 데도 그런 배경이 작용했다. 여성해방 운동의 이념적 발신지인 클레어몬트대 측에서 한국 종교에 관심을 갖고 있던 차에 민족종교협의 제안으로 강좌가 개설됐다.
강사로는 김 교수가 바로 떠올랐다.클레어몬트대에서 종교철학박사학위를 땄고, 1985년 귀국해서 신학대에 자리를 잡고도 연구실에 단군 영정을 걸어뒀을 정도로 민족종교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다.
"잡학(雜學)을 한다, 학문도 아니다란 비난이 많아 첫 학교에선 일 년 만에 재임용에서 탈락됐죠"
결국 88년 기독교 토착화에 관심이 컸던 한신대로 옮겨 올 8월 정년퇴임했으니 미국에 민족종교를 소개할 첨병으로 정해진 운명이었는지 모른다.
"강의안을 미리 보내 승인을 받기까지 넉 달 정도 걸렸습니다. 그만큼 엄격한 심사를 거쳤으니 학문적 가치를 인정받은 셈이죠"
김 교수는 "앞으로는 종교도 과학의 틀을 갖춰야 현대인에게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며 "민족종교도 세계화를 위해선 교리를 좀더 논리적으로 세련되게 다듬어야 할 것"이라 지적했다.
한편 민족종교의 과학화.세계화를 위한 학제간 연구에 관심을 기울여온 김 교수는 '동학과 신서학(新西學)'(2001년),'수운과 화이트헤드'(2002년)에 이어 '역(易)과 탈현대의 논리'를 곧 출간할 예정이다.
김성희 기자 jaej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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