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졸속 협상’ 비판에도 군사작전 하듯 밀어붙여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졸속 협상’ 비판에도 군사작전 하듯 밀어붙여

국민일보 기사입력 2016-11-15 00:04

국방부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체결을 서두르는 이유로 북한 핵·미사일 위협을 꼽는다. 일본과의 군사협정 체결에 대한 국민 여론이 좋아질 가능성이 희박한 만큼 이번 기회에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을 밀어붙이겠다는 의도도 있는 듯하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14일 간담회에서 “북한의 위협 속도가 급속히 빨라지고 있다”며 “우리 안보이익을 위해 일본 정보능력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위협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북한은 올 들어 2차례 핵실험을 통해 핵탄두 소형화에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24차례 중·단거리 미사일 시험발사를 통해 핵탄두 운반수단도 다양화·고도화하고 있다. 북한이 집중적으로 시험발사한 미사일은 ‘노동·무수단’으로 유사시 한반도에 증원군을 지원하는 일본 유엔사 후방기지와 태평양상 미군기지 괌을 타격할 수 있다. 은밀성과 타격성을 지니고 있어 전략적으로 위험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도 시험비행에 성공했다.

국방부가 배포한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협정 체결 추진’ 자료에 따르면 일본은 우리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북한 정찰·감시 수단을 확보하고 있다. 일본은 전천후 북한 감시가 가능한 정보수집위성 5기, 6척의 이지스 구축함에 장착된 SPY-1 레이더와 탐지거리 1000㎞의 지상배치 레이더가 배치된 지상기지, 17대의 조기경보기를 통해 북한 정보를 탐지하고 있다. 특히 잠수함을 탐지하는 해상초계기는 P-1 신형 초계기를 포함해 77대나 보유하고 있다.

협정이 체결되면 일본이 이런 수단으로 확보한 북한 핵·미사일 동향 정보를 직접 받을 수 있다. 일본 정보위성이 촬영한 영상 정보와 통신감청 정보, 북한 잠수함 정보공유가 가능하며 일본의 분석 정보도 받을 수 있다. 이런 정보들은 북한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제공하는 유용한 자료가 된다.

우리가 일본에 제공할 군사 정보는 비무장지대(DMZ)에서 군사 활동과 감청 정보, 세종대왕함 등 해군 이지스함에서 포착한 미사일 정보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군은 유사시 신속·정확한 대응을 위해서도 정보보호협정체결은 필요하다고 본다. 일본무관을 지낸 권태환 예비역 준장은 “유사시 일본은 주일 미군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며 “정보보호협정을 통해 군사 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일본의 지원이 신속하게 이뤄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국방부는 이번에 협정이 체결되지 않으면 다음 기회를 기약하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일 관계가 급속히 개선되지 않는 한 이 협정에 대한 국민여론이 우호적으로 돌아서기 힘들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동안 국방부는 국회 답변 등을 통해 “국민의 동의를 얻어 협정 체결을 추진하겠다”고 밝혀왔다. 하지만 갑자기 군사작전 실시하듯 급속하게 협정 체결을 밀어붙이고 있다. 일본이 과거사 문제에 대해 전향적 자세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민감한 군사협정을 체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과 ‘최순실 게이트’로 국내 상황이 어수선한 상황에서 민감한 정보협정 체결을 밀어붙이는 것은 꼼수라는 비판이 많다. 특히 협정 체결로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MD)에 편입될 수 있다는 우려도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군사전문가들은 “한·일 정보보호협정은 한반도 안보 이익을 위해 필요하다”며 “다만 국민들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도록 운영상 신중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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