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내린 벌레, 누에의 모든 것

'환단고기'에 의하면 우리나라 양잠산업은 4천여년 전부터 장려했으며, 실크로드를 따라 유럽제국과 일본 등지로 우리 양잠기술과 문화가 전파됐다고 알려져 있다.

 

비서갑에 사는 하백의 따님을 맞이하여 황후로 삼고 누에치기를 맡게 하시니(삼성기 상, 단군세기)

 

단군왕검이 하백의 딸을 황후로 맞이하여 잠업(누에치기)을 관장하게 했는데 이것은 양잠기술이 그 이전 배달국에서부터 전해 내려왔음을 의미한다. 중국의 사서들은 '잠신이 실을 뽑아 황제헌원에게 바쳤다'고 했는데 이는 양잠기술이 배달국에서부터 중원으로 건너갔음을 암시한다. 후한서 동이전과 삼국지 동이전에서 "마한 사람들은 잠상을 알며 솜과 베를 만든다"라고 한 것 또한 양잠이 고대 동이족으로부터 시작되었음을 말하는 것이다.

 

하늘이 내린 벌레, 누에의 모든 것

[충북 박물관은 살아있다-③양잠업의 모든 것 한국잠사박물관]

2015년 08월 09일 (일) 21:30:38 지면보기 7면/ 중부매일 

 

 

 

우리민족의 역사와 더불어 발전해 온 잠사업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박물관이 있다. 전통산업에서 21세기 최첨단 바이오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는 잠사업과 잠사문화의 유물 및 유적들을 수집 보존하고 있는 한국잠사박물관이 그곳이다. 

삼도부(三都賦) 

계림 땅 좋은 고장에 뽕나무는 크고 커서, 
봄이면 누에치니 한집에 일만 채반이요, 
여름이면 실을 내니 한 손가락에 백 가닥이라, 
뽑으면서 얽으면서 명주를 짜내리라. 

번개 같은 북 바람 같은 바디 손을 당기니 벼락이라, 
생명주 무늬 줄과 겹실을 얽은 양이, 
내인 듯 안개인 듯 부드럽고 눈인 듯 서리인 듯 희도다. 

파랑 노랑 초록 물을 들여, 비단을 만들어 수를 놓아, 
높은 신네 옷을 짓고 우리 옷도 지어 입세. 

- 고려 고종 최자 지음(1186~1260)

 

 

 

충북 청주시 강내면 청주역로에 위치한 한국잠사박물관은 전통 고유산업인 잠사업을 집약한 요람이다. 우리민족 전통산업인 잠사산업의 역사와 미래 생명과학 소재를 바탕으로 한 바이오산업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는 점에서 잠사업의 가치와 산업적 발전을 위한 후대의 노력을 엿볼 수 있다.

누에는 알-애벌레-번데기-나방으로 완전 탈바꿈하면서 오로지 뽕잎만 먹고 사는 곤충이다. 누에의 비단실을 이용하기 위해 집에서 기르면서 야성을 잃고 인류에게 도움을 주는 자원곤충이 됐다. '누워 있는 벌레'라는 말이 변한 것으로 '하늘의 벌레'라는 의미로 '천충'이라고 부른다. 

한국잠사박물관은 유물만 전시하는데서 나아가 잠사업 관련 자료, 정보 수집, 학술조사 및 연구 자료를 망라해 선보이고 있는데 2층은 역사문화관, 1층은 잠상미래관과 잠상산물관, 농경문화관으로 구성돼 있다.

잠상미래관은 잠사업의 어원을 비롯해 학술 자료, 고서 등이 전시돼 있으며 동의보감 코너에는 동의보감 속에 나타난 잠상산물의 처방을 소개하고 있다. 

우리나라 대표적 의서인 동의보감에는 누에를 '하늘이 내려준 벌레'라고 소개하고 있는데 뽕잎, 번데기를 비롯해 심지어 누에똥과 오줌까지도 인간의 병에 좋다고 소개하고 있다.

뽕잎은 성질이 따뜻하고 독이 없어 식은땀이 많이 나거나 뇌졸중에 좋고 어린이 몸이 열날때나 불면증에 좋다고 기록돼 있다. 뽕가지는 살찐 사람이 살을 빼려고 할 때, 고혈압과 기침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뽕나무 뿌리는 대장과 소장을 튼튼하게 할 때나 당뇨병에 좋고 아기가 침을 심하게 흘릴 때도 즙을 낸 다음 혀에 바르거나 마른 상백피를 물에 끓여서 사용하면 좋다. 

오디는 몸이 부을 때나 생선가시가 목에 걸렸을 때 좋고 숙취에 좋으며, 흰머리를 검은 머리로 하고 싶을 때 햇볕에 말려 가루를 내어 꿀로 환을 지어 장복하거나 술을 빚어 먹으면 좋다.

잠상산물관은 양잠산물을 가공해 생산된 다양한 실크제품과 건강상품을 전시하고 있다. 실크넥타이 1매를 만드는데 필요한 누에고치의 수량은 약 140개, 실크블라우스 1점을 만드는데 필요한 누에고치 수량은 약 415개, 실크스카프를 만들려면 약 110개의 누에고치가 필요하다는 정보도 접할 수 있다.

 

 

역사문화관에서는 잠사산업과 관련된 우리민족의 생활과 풍속을 엿볼 수 있다.

'환단고기'에 의하면 우리나라 양잠산업은 4천여년 전부터 장려했으며 실크로드를 따라 유럽제국과 일본 등지로 우리 양잠기술과 문화가 전파됐다고 알려져 있다. 

19세기 조선시대 풍속화에도 뽕 따는 아낙네와 길쌈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을 만큼 잠사업은 우리민족의 역사와 함께 했다. 먹여주는 것을 해결하는 것이 농사라면 입혀주는 것은 잠사다. 예로부터 조상들은 누에 다루기를 갓난아기나 아침 굶은 시어머니 대하듯 했다고 전해진다. 

과거 잠사업이 실크의류에 국한되었다면 미래 잠사업은 전문 의약품, 첨단섬유소재 등 고부가가치 천연생물소재산업으로의 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인류의 꿈인 '건강하고 오래 사는 삶'의 중심에 잠사산업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잠사박물관은 1995년 대한잠사회 잠업기술교육원 새마을권잠실에 '잠사문화박물관'으로 처음 개관했으며 이듬해인 1996년 사립박물관으로 등록한 이후 2004년 현재 건물로 신축 이전하며 한국잠사박물관으로 명칭을 변경했다. 

박물관 옆에 위치한 새마을권잠실에는 이 건물의 현판 글씨를 쓴 육영수 여사에 대한 기록이 전시돼 있으며, 권잠실 입구 양쪽에는 1973년과 1974년 육영수여사와 박근혜 대통령의 기념식수가 남아 있다.

계절에 맞게 누에고치 인형 만들기, 뽕잎차 만들기, 누에먹이 뽕잎 주기, 누에고치 실뽑고 감기, 새콤달콤 오디 따기, 비단에 염색하기 등의 체험학습이 마련된다. / 기획취재팀 

잠사문화의 주요 행사 

▶풍잠기원제(잠령제)= 누에는 예로부터 의료 소재인 비단을 공급했으며, 병으로 인한 고통에 시달리는 사람의 건강을 돕고 양잠농가에는 근면과 부를 주어 국가발전에 크게 기여해 왔다. 풍잠기원제는 인류를 위해 희생된 누에를 위로하고 누에농사의 풍요를 기원하는 행사로 한해 누에농사를 시작하기 전 치르는 의식이다.

▶친잠례= 국가산업인 양잠산업을 장려하고 백성에게 모범을 보이기 위해 왕비가 내외명부와 함께 거행하는 행사이다. 왕비가 궁궐 내에 뽕나무를 키우고 뽕잎을 따서 누에에게 먹이며 누에고치를 생산하는 과정을 통해 양잠의 중요성을 알리는 궁중의식이다. 

다양한 잠상산물 

▶뽕잎= 뽕나무 잎은 영양가가 높은 채소로 아미노산과 칼슘, 철분을 비롯한 50여종 이상의 미네랄 등이 풍부하다. 무와 비교하면 칼슘은 60배, 철분은 160배, 인은 10배가 더 많고, 식이섬유가 풍부하다.

▶오디= 뽕나무 열매. 검은 자주색을 띠며 초여름에 열린다. 과즙이 풍부하고 당분이 많다. '동의보감'에는 오디를 자주 먹으면 눈이 맑아지고 신체의 노화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기록돼 있다.

▶누에= 환경 친화적인 곤충이다. 예로부터 하늘이 내린 벌레로 불렸는데 뽕잎만 먹고 비단을 만들어내는 신비한 곤충이다. 과거에는 의복소재로 누에를 키웠지만 최근에는 다양한 연구를 통해 건강식품으로 개발됐다.

▶누에 동충하초= 겨울에는 벌레, 여름이 되면 버슷으로 변한다는 의미의 누에 동충하초는 일종의 약용버섯이다. 농촌진흥청이 누에의 몸을 이용해 세계 최초로 누에동충하초 재배방법의 기술개발에 성공해 특허를 받았다. 

▶비단-실크= 누에고치에서 실을 뽑아 비단(실크) 옷을 만든다. 예로부터 오늘날까지 최고의 옷감으로 꼽힌다. 의복 소재로 가장 부드럽고 아름다운 실크는 우리 피부에 좋은 자연보습인자와 유사한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피부보호 작용이 우수하다. 

자료제공 - (사)대한잠사회·잠업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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