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동아시아 영토분쟁 전망-독도, 센카쿠열도, 남중국해
[동아시아 영토분쟁 기상도] 독도해역 ‘풍랑 주의보’… 센카쿠열도 ‘태풍 경보’
국민일보 입력 2012.12.09 17:16 수정 2012.12.10 00:39
'2013년 동해 독도 인근 해역에선 거센 비바람과 높이 4m 이상의 높은 파도가 일겠습니다. 동중국해상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는 초속 30�의 바람을 동반한 태풍이 강타할 수도 있습니다.'
단순한 일기예보가 아니다. 내년 독도와 센카쿠열도를 둘러싼 한국과 중국 일본 세 나라의 영유권 분쟁을 예상한 가상 기상도(氣象圖)다.
'영토전쟁'으로도 불렸던 올해 한·중·일 3국의 영유권 분쟁은 2013년에도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영토 수호는 국가의 핵심이익이 걸린 중대한 문제다. 따라서 영토 양보란 곧 매국 행위다. 그런 만큼 한 쪽이 도발하고 대응하는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은 물론 군사적 갈등으로 확대될 소지가 다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동해 독도 분쟁=거센 비바람 속 험난한 파도 예상
지난 여름 영토 주권을 수호하겠다며 독도 공세를 이어간 일본은 내년에는 더욱 용의주도한 도발을 예고하고 있다. 16일 치러질 총선에서 승리가 유력한 극우파 아베 신조(安倍晋三)의 자민당은 집권과 함께 독도를 겨냥한 끊임없는 공격을 계속 감행할 태세다.
자민당은 지자체 행사로 치러져 온 2월 22일 '다케시마(독도의 일본명)의 날'을 중앙정부 행사로 승격시키고, 영토문제와 관련한 역사·학술 조사연구 기관을 신설하겠다고 공언했다. 섬 수호와 영해 경비를 강화하는 법률 제정, 해상보안청 강화 등도 총선 공약에 포함됐다. 총선 공약은 향후 집권기간 국정의 기초가 된다.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의 민주당도 총선 공약을 통해 '독도가 한국에 불법 점거돼 있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결국 국제법을 통해 끈질기게 물고 늘어진다는 얘기다.
특히 일본은 최근 우리 정부가 독도 동도를 '우산봉', 서도를 '대한봉'으로 명명하자 두 봉우리의 일본식 이름도 짓기로 했다. 결국 일본은 누가 정권을 잡더라도 우익들의 준동이 더욱 과격해지고 한국 고유영토에 대한 지속적인 '딴죽 걸기' 역시 한층 거세질 것이 확실시된다.
하지만 한국은 어느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일본의 도발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비장한 각오를 내비친 상태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독도는 일본과 협의할 대상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도 "더 이상 조용한 외교로만 대처하지 않겠다"며 단호한 입장이다. 따라서 2006년 일본의 독도 수로탐사선 출항에서 비롯된 한·일 대치, 올 여름을 달궜던 영유권 분쟁이 다시 한번 벌어질 개연성이 높다.
◇동중국해 센카쿠 분쟁=초대형태풍 경보 발령 가능성
지난 여름 센카쿠열도를 둘러싸고 무력 충돌 직전까지 갔던 중국과 일본의 분쟁 수위는 사실 독도 갈등보다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센카쿠열도를 국유화해 중·일 분쟁의 불을 댕겼던 일본은 아예 내년에는 센카쿠 섬에 공무원을 상주시킨다는 계획(자민당 공약)을 발표했다. 또 이 일대의 어업환경도 정비하기로 했다.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아베는 10일 발매되는 월간 '문예춘추'에 논문을 기고, 집권할 경우 영해침범죄를 신설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논문에 "전쟁과 군대보유를 금지한 헌법을 개정하고 영해침범죄를 신설해 센카쿠 문제에 강력 대응하겠다"고 적었다.
올해 센카쿠 해역에 해양감시선을 대거 출항시키고, 무력 시위까지 불사했던 중국 역시 새로 출범한 시진핑(習近平) 체제 하에서도 강하게 맞설 수밖에 없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일간 영토 분쟁은 폭발 직전 상태로, 중국이 무력을 동원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1949년부터 주변국들과 겪은 23건의 영토분쟁 가운데 6차례 무력을 동원했다. 몽골, 네팔 등 군사력이 약한 국가와는 무력 사용을 피했지만 인도, 러시아, 베트남, 대만 등 일정 수준의 군사력을 보유한 국가들과의 갈등에선 무력 사용을 서슴지 않았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테일러 프레이블 교수는 "중국은 센카쿠처럼 전략·군사·경제적 가치가 큰 섬의 영유권 분쟁에서 무력으로 대응해왔다"고 지적했다. 특히 중·일 양국 모두 센카쿠 분쟁에서 승리하면 다른 영토분쟁에서도 이길 공산이 크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WSJ는 분석했다.
동중국해에 매장된 천문학적 규모의 천연자원도 분쟁을 부채질하는 주요 원인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동중국해의 석유 매장량은 6000만~1억 배럴, 천연가스는 1조~2조 평방피트에 달한다.
◇남중국해 분쟁=태풍, 쓰나미, 허리케인 혼재 우려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은 여러 나라의 첨예한 이해관계가 얽히고 설킨 탓에 기상 예측이 더욱 어렵다. 우선 남중국해를 둘러싼 국제 역학관계를 들여다 보면 중국 대 필리핀, 베트남 연합군이 대결하는 형국이다. 여기에 일본과 미국이 동남아 국가를 측면 지원하는 대리전 성격도 띠고 있다. 4개국이 직·간접적으로 중국과 대치를 벌이는 셈이다.
중국은 베트남과 스프래틀리 제도(중국명 난사군도, 베트남명 쯔엉사군도), 파라셀 제도(중국명 시사군도, 베트남명 호앙사군도)에서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필리핀과는 스카보러섬(중국명 황옌다오)을 놓고 다툼 중이다.
아시아 중심 외교를 선언한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는 남중국해를 중국 영향권에서 떼어놓기를 원한다. 그런 만큼 동남아국가들에게 단합된 모습을 재차 촉구하고 있다. 동중국해 분쟁에선 일본을, 남중국해 분쟁에선 필리핀과 베트남을 간접 지원하는 형식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것이다.
일본 역시 최근 더욱 교묘한 방법으로 필리핀, 베트남 지원에 나섰다. 최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일본은 이들 두 나라에 각각 해양경비정 10척을 무상제공하고, 군사 지원을 2배로 늘리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모두 중국 압박용 카드다.
반면 중국은 지난달 열린 공산당 18차 전국대표대회 업무보고를 통해 '국가주권과 안보, 이익을 단호히 수호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중국이 핵심이익으로 분류한 영유권에 대해선 강경 입장을 유지하겠다는 취지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듯 중국은 최근 남중국해의 80% 이상을 자국 영토로 표시한 지도를 새 여권에 인쇄했고, 내년 1월부턴 남중국해 주변을 싼사(三沙)시 관할 해역으로 묶어 이곳에 진입하는 외국 선박을 정선, 수색, 나포할 방침이다. 이는 벌써부터 베트남, 필리핀의 강력한 반발을 사고 있다. 일각에선 최근 남중국해를 둘러싸고 관련국들이 '신(新) 냉전'의 조짐도 보인다고 주장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달 28일자 신문에서 아세안 국가의 고위 외교관 말을 인용해 "중국과 동남아 국가간 갈등이 계속되고 우발적 사건들이 이어진다면 남중국해는 아시아판 '팔레스타인'이 될 수도 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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