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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는 한국경제의 화약고

by 바로요거 2011. 8. 19.

가계부채는 한국경제의 화약고

 

한국경제의 화약고 ‘가계 부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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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 입력 2011.08.19 08:59 | 수정 2011.08.19 09:12

 

전문가 "미국 유럽 發 경제 위기, 가계부채에서 시작"

[이코노미세계]

미국 발 경제 쇼크로 세계 경제가 요동치고 있다. 경기가 회복되려면 정부 지출이 확대되거나 민간 부문의 소비가 늘어야 한다. 하지만 미국은 가계 빚이 많아 소비 진작이 어렵다. 재정적자가 심해 정부 지출을 늘릴 수도 없다. 이것이 더블 딥 위기에 빠진 미국 경제의 현주소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먼저 국가 채무를 살펴보면, 2007년에는 248조원 정도였으나 2010년엔 407조원으로, 3년 사이에 160조원이 늘었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이 수치는 협의의 국가 부채다.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은 2010년 기준으로 광의의 국가 총 채무액이 1,637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한다. 일부 시각 차는 있지만 우리나라 국가 채무의 재정 건전성은 비교적 양호한 편이다. OECD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의 GDP대비 국가채무 비중은 미국 영국 스페인보다 현저하게 낮다.

문제는 가계부채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2010년 말 기준 우리나라 총 가계부채는 801조 4000억원으로 전년도보다 8.4% 증가했다. 2005년 이후 가계부채는 연 평균 10% 이상 증가 추세를 보여 왔는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OECD 주요 국가들의 가계부채가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가계부채의 용도도 예전과 양상이 다르다.

과거 내 집 마련을 위해 대출하던 것과 달리 요즘은 생활비 명목의 대출이 늘고 있다. 이는 향후 가계의 부채 상환 여력이 한층 악화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빚을 내 빚을 돌려막는 현상이 심화되면 자칫 가계부채가 가계부도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는 가계부채 문제가 위험 수준은 아니라고 말하지만 다수의 경제 전문가들은 이미 적색등이 켜졌다고 보고 있다. 정치권도 가계부채와 관련해서는 여야가 따로 없이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민주당 박선숙 의원은 "한국 경제라는 몸통에 가계부채 암세포가 자라고 있다. 신속한 수술이 필요하다. 방치하면 치유 불능의 말기암으로 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 이코노미세계 > 는 우리나라 가계부채의 원인과 해소 방안을 다각도로 살펴봤다.

가계부채와 부동산 버블


가계부채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데에는 여러 원인이 있다. 이중에서도 정부의 저금리 정책과 금융기관들의 경쟁적 가계대출 탓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여기에 덧붙여 중장년층의 인구 증가세에 따른 주택 수요 증가, 이로 인한 주택 가격 상승 현상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면서 가계부채도 덩달아 늘어났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가계부채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연관성이 있다. 최근 사회적 물의를 빚고 있는 저축은행 사태만 해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금융정책이 종속되면서 규제와 감독의 공백이 발생하고 급기야 비리가 곪아 터진 것이 사건의 본질이다.

가계부채 역시 저축은행 PF대출 문제와 같이 부동산 정책과 깊이 관련돼 있다. 가계 부채가 늘어난 임계점에서 아파트 가격 하락 등 부동산 자산 가치가 현격하게 떨어지면 우리 경제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특히 대출을 끼고 어렵게 집을 장만한 서민, 중산층에겐 그야말로 악몽으로 다가올 수 있다.

부동산 버블 사태를 누누이 경고해온 선대인 부소장(김광수 경제연구소)은 "우리나라 집 값은 일반 가계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소득 대비 집 값이 너무 높다. 지금까지는 구매 능력이 좀 부족해도 빚을 내 집을 샀지만 이젠 한계에 이르렀다. 과거엔 중산층이 주택 수요를 뒷받침했지만 이젠 구조적으로 수요가 고갈된 상태다."라고 분석한다. 부동산과 연계된 가계부채가 시한폭탄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변동금리에 애태우는 대출자


우리나라 가계대출은 90% 이상이 시장금리에 연동된 변동 금리 대출이다. 변동금리대출 비중이 높을수록 은행은 손해볼 것이 없지만 고객은 불안하다. 작은 폭의 금리 인상에도 서민들은 충격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에서 주택을 담보로 변동금리형 대출을 받았다가 마음고생을 심하게 한 A씨의 사례를 들어보자.

"2008년 8월 농협에서 1억원 가량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다. 변동금리형으로 대출 금리는 7.5%였고, 공제보험(부모님상조보험)과 적금을 하나씩 들으라고 해서 가입했다. 그런데 2개월 후 금리 인상에 따른 조치라며 대출 금리를 7.8%로 올리더니 12월부터는 8.04%로 적용했다. 뉴스를 보니 12월 초에 한국은행에서 3%대로 금리인하를 단행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대출 금리가 떨어져야 마땅한데 이해가 가지 않았다.

다음날 농협에 전화해 금리 적용의 기준이 뭐냐고 따졌더니 담당자 말이 'CD 금리는 인하되더라도 대출 금리인하에 적용되는 시간은 3개월 정도 걸리니 그때까지 기다려라"고 했다. 금리가 오를 땐 바로 반영하더니 내릴 땐 3개월이나 걸리면 형평에 어긋나는 것 아닌가. 은행이 이자 장사를 해도 너무 심하다는 생각에 분을 삭이기 어려웠다."

그렇다면 가계 대출로 인해 은행들이 벌어들인 돈은 얼마나 될까. 올해 국내 은행들의 상반기 순이익은 10조원을 넘는다. 지난 해(5조6000억원)의 두 배나 되는 실적을 거둔 셈이다. 우리나라 은행들은 과거 10년 동안 두 차례나 나라 경제를 위기로 몰아넣은 적이 있다. 그때마다 은행들은 정부에 손을 벌렸고 공적자금이 투입됐다.

그 악몽을 잊고 실적이 좀 좋아졌다고 배당 잔치를 벌이고 경쟁적으로 임금 인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은행들의 실적이 어디서 나왔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국내 은행들은 지난 5~6년 사이 주택담보대출을 경쟁적으로 늘려왔다.

6월 말 현재 국내 은행의 가계 대출 총액은 450조원으로 전년 동기 24조원이 더 늘었다. 대출 용도를 살펴보면 대부분이 주택담보대출이다. 올해 6월 말 기준 국내 은행의 예대 금리 차이는 3.01%로 1년 사이 0.34% 확대됐다. PF대출보다 훨씬 안전한데도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1년 새 0.58%포인트나 높아졌다. 주택담보대출에 적색 경고등이 켜진 상황에서도 은행은 이자 챙기기에 급급해 한 것이다.

국내은행이 이런 식으로 손쉽게 돈을 버는 일에만 안주하면 세계 금융시장에서 경쟁력을 잃고 도태될 수밖에 없다. 선진국 은행들은 앞다퉈 부가가치가 높은 금융상품을 개발하고 혁신적인 서비스를 지향하는데 예대 마진 차익에만 혈안이 돼있다면, 과거에 그랬듯 금융위기 시 외환은행 제일은행 매각 전철이 반복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이 때문에 작금의 상황과 관련해 금융전문가들은 "은행들이 과도한 배당을 자제하고 빚에 짓눌린 가계와 기업의 구조조정을 도와야 한다. 금융감독원은 예대금리차와 각종 수수료가 적절한 수준인지 면밀하게 조사해 가계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이자 마진이나 수수료 체계를 바로잡아야 한다."라고 강조한다. 전문가들은 특히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의 변동금리 비중을 축소시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 가계부채종합대책 손질해야


가계부채 문제와 관련, 정부의 금융정책 당국자는 "단기간 내에 가계대출이 큰 위험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없다."라고 주장한다. 그 근거로 현재 ▶국내 가계대출 연체율이 1% 정도로 미미하다는 점, 또 ▶가계부채가 저소득층보다는 고소득층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 ▶가계대출에서 주택담보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점 등을 든다.

하지만 최근 들어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의 경제 불안이 아시아로 빠르게 확산되는 상황에서 정부의 이런 주장은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지적이 많다.내수 기반이 취약하고 수출 의존도가 큰 우리나라의 경우, 또 다시 국제금융시장 불안이 야기되고, 국내 저축은행들에 의한 금융 불안이 지속될 경우 가계부채 문제는 우리 경제에 화약고로 작용할 위험이 매우 크다.

지난 6월 정부가 내놓은 가계부채 종합대책이 시장에서 무반응인 점도 문제다. 정부 종합대책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가계대출 증가 속도 관리 ▶가계대출 구조 개선 ▶금융소비자 보호 ▶서민 금융 기반 확충 등이다. 이중 핵심은 가계부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주택담보대출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주택담보대출의 변동금리를 고정금리로 전환 및 비중을 늘리는 것이다.

하지만 이 대책은 법적 구속력을 갖추고 있지 않아 은행이 등을 돌리는 현실이다. 오히려 제 1 금융권의 대출 규모 축소로 사금융 대출이 늘어나 서민들의 이자 부담이 더 커지고 있다는 비판마저 나오고 있다.

우리금융그룹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 가계부채 문제를 주의깊게 살펴보면 취약계층의 부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데 이 점을 간과한 것 같다. 정부가 문제 소지가 큰 계층을 타깃으로 하지 않고, 전체 가계대출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정책의 실효성을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한다.

가계부채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 방안으로 전문가들은 '일자리 창출'을 주요 과제로 꼽는다. 박기순 산은경제연구소장은 "정부가 미소금융·햇살론·새희망홀씨 등 서민금융 공급 확대와 저소득층의 채무조정 및 전환대출을 통해 취약 계층의 금융기반을 강화하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그것만으로 전체 가계부채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가계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일자리 창출을 통한 소득 증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정규 기자 ikmens@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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