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위성 '천리안'의 정체
[이덕환의 과학세상] (269) 기상위성 `천리안`의 정체
디지털타임스 | 입력 2010.07.01 08:31
천리안은 한반도를 지나는 동경 128.5도의 적도 상공 3만6000킬로미터에서 지구와 같은 속도로 자전을 하면서 한반도와 아태 지역의 기상 상태를 관측하게 된다. 그동안 일본의 기상위성 자료를 얻어 써야 했던 옹색한 형편에서 벗어나 기상 자립국이 되는 것이다.
대륙성 기후와 해양성 기후가 만나는 지역에 위치한 우리나라의 날씨는 예측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일본이나 대만보다는 형편이 나은 편이지만 태풍, 폭우, 폭설 등의 기상 이변도 잦은 편이다. 우리 사회가 일기예보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하다. 결국 일기예보를 위해 더 많은 투자와 노력을 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천리안은 주간에 사용 가능한 붉은색의 670나노미터 가시광선과 주야간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적외선을 이용한다. 한반도 부근의 구름 분포, 지표면에서의 복사량, 수증기의 이동 경로, 지표와 해수면의 온도, 지표면에 도달하는 태양광 에너지, 대류권 상층부의 구름 상태 등에 자세한 자료를 수집한다. 앞으로 국지성 폭우나 폭설에 대한 예보가 향상될 것이다.
우리 스스로 제작한 기상위성을 우리 스스로 운영하게 된 것은 정말 자랑스러운 일이다. 현대 과학과 첨단 기술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던 우리가 반세기만에 이런 정도의 기술력을 확보했다는 것이 놀랍다. 우리 과학기술계와 산업계가 모두 어깨를 펴야 한다.
그러나 천리안이 올라갔다고 우리의 일기예보가 하루아침에 완전히 달리지는 것은 아니다. 텔레비전에서 볼 수 있는 구름 사진의 모습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 어쩌면 일기예보를 활용하는 국민의 입장에서는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은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일기예보는 기상위성과 슈퍼컴퓨터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기상위성과 슈퍼컴퓨터는 일기예보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첨단 장비의 일부일 뿐이다. 실제로 일기예보에 대한 사회의 만족도는 그런 장비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슈퍼컴퓨터의 경우에서 경험했듯이 그런 장비가 오히려 일기예보에 대한 불만을 증폭시키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기상위성에 대한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라는 뜻이다.
일기예보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 주말 강수 예보가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엄청난 비용과 노력이 필요한 일기예보를 단순히 주말 강수 예보용으로 전락시켜서는 안 된다. 일기예보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기상 재난의 피해를 막아내기 위한 수단이다. 일상적인 강수 예보는 그런 노력에서 얻어지는 정말 작은 덤일 뿐이다.
물론 기상청의 뼈를 깎는 노력이 중요하다. 천리안의 자료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전문 인력과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 의지도 필요하다. 슈퍼컴퓨터의 경우를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덩그러니 국가기상위성센터만 지어놓았다고 될 일이 아니다. 7년 후에 천리안을 대체할 새로운 위성의 개발도 당장 시작해야 한다.
국제사회에 대한 기여에도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 모든 국가가 기상위성을 운영할 수는 없다. 국가의 기술력과 자본력도 문제이지만 적도 상공에 쏘아 올릴 수 있는 정지위성의 수도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기상위성으로 얻은 기상 자료를 여러 나라가 공유할 수밖에 없다. 기상 선진국이 된 우리 스스로가 자발적으로 그런 일에 나설 필요가 있다.
이덕환(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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