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영혼의 무게
[인문사회]인간 영혼의 무게는 21g ?… ‘스푸크’
◇ 스푸크/메리 로취 지음·권루시안 옮김/384쪽·1만4500원·파라북스
‘죽음을 맞이하기에 아름다운 곳’이라 불리는 미국 매사추세츠 주 도체스터의 블루힐애비뉴 맨션. 1864년 결핵환자 요양원으로 개조된 이래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환자들이 이곳에서 고단한 육신의 옷을 벗었다.
1901년 4월 10일.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음이 분명했다. 한 남자가 망치를 들고 비단의 무게를 재는 초대형 앉은뱅이저울을 개조하느라 비지땀을 흘리고 있었다. 지역의 명망 높은 외과의사 덩컨 맥두걸이었다.
그는 인간의 영혼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증명할 계획을 세웠다. 사람이 죽어서 육체를 남겨 두고 영혼의 형태로 계속 살아간다면, 이 영혼도 공간을 차지해야 하지 않을까. “이런 궁금증이 인다. 사람이 죽는 순간에 무게를 달아 보면 어떨까?” 그래서 만일 저울 눈금이 움직인다면? 1온스(약 28g)의 몇 분의 일이라도 몸무게가 줄어든다면?
맥두걸의 계획은 저울 위에 간이침대를 설치한 뒤 죽어가는 환자를 올려놓고 ‘결정적인’ 순간에 무게를 재는 것이었다.
이날 오후 5시 30분, 마침내 ‘환자 1’의 죽음이 임박했다는 진단이 떨어졌다. ‘환자 1’은 저울 위로 올려진다. 맥두걸과 동료 의사들은 3시간 40분 동안 숨을 죽인 채 환자가 죽어가는 장면을 지켜보았다.
1907년 ‘미국의학’에 실린 논문에서 맥두걸은 그 순간을 이렇게 기록했다. “갑자기, 환자의 죽음과 동시에 저울대 끝부분이 빠르게 떨어졌다. 그리고 눈금은 다시는 올라가지 않았다. 줄어든 무게는 4분의 3온스(약 21g). 영혼이 빠져나간 무게였다!”
죽음이란 본질적으로 ‘경험해 보지 않았기에 느끼는 공포’이며 ‘경험하는 순간 증언할 수 없는 공포’라고 했던가.
우리는 죽으면 어떻게 될까? 그냥 시동이 꺼지고 그것으로 끝일까? 영혼은 있는 것인가? 죽음 후에도 영혼은 사후세계에서, 아니면 다른 육신에 깃들어 계속 존재하는 것일까? 세상에 홀연히 왔다가 죽음과 함께 사라진, 그 많은 인간 정신은 지금 어디에 있는 것일까?
이 책은 그 영혼의 존재를 파고들어간다.
미국의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영혼 존재의 증거에 대한 역사적인 기록을 뒤지고, 전 세계의 ‘사후문화’를 취재하고, 영혼을 저울로 재고 현미경으로 관찰하고자 했던 과학자들의 연구를 조사한다.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전작 ‘스티프’가 죽음 이후에 우리의 육신(시체)이 맞게 될 운명에 대한 기록이라면, 이 책은 죽음 이후에 우리의 정신(영혼)이 맞이하게 될 운명에 대한 재기발랄한 탐구서다.
저자는 환생의 증거를 좇아 난생처음 인도 땅을 밟기도 했다. 숱한 환생 사례들은 그에게 과학적 확신을 심어주지는 못했지만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엔 너무나 생생하고 구체적인 진술’을 외면하기도 어려웠다.
영국의 영매학교에 등록해서는 심령현상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 ‘그들이’ 의도적으로 속이는 것은 아니었다. 심령 능력자를 만드는 사람은 바로 ‘손님’이었다. “영매와 영매를 믿는 사람들은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킨다. 물론 나는 그들과 저만치 떨어져 있다. 그들이 옳을 수도 있고 내가 옳을 수도 있다….”
다양한 신비체험의 현장에서 저자는 생각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마주치는 모든 것을 과학이라는 질서정연한 책꽂이에 가지런히 정리해 놓을 수는 없는 것 아닐까. 과학의 저울로 잴 수 없고, 과학의 현미경으로 볼 수 없는 그 무엇이 있는 것은 아닐까.
티베트의 영적 지도자 소걀 린포체가 말했듯 현대사회는 죽음에 대해, 그리고 그 ‘너머’에 대해 너무나 무지한지 모른다. 아니, 너무 무심한지 모른다.
아마도 과학을 신봉하는 한 우리는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영혼의 존재를 확신할 수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영혼은 믿기에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원제 ‘SPOOK’(2005년).
이기우 문화전문기자 key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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